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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우리 조금 친해졌어요 (5/144)

5화. 우리 조금 친해졌어요2021.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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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50634139615.jpg‘그레이안!’

나무에서 떨어진 나를 받아 안은 사람은, 다름 아닌 그레이안이었다! 그 역시 놀란 표정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긴, 사람이 갑자기 나무에서 떨어졌으니 놀랄 만도 하지.

16550634139615.jpg‘……토끼! 토끼는 괜찮은 건가?!’

퍼뜩 토끼에게로 생각이 미쳐 재빨리 품 안을 확인했다. 다행히 토끼는 안전하게 쏙 안겨 있었다. 안도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자, 슬그머니 고개를 든 토끼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겁먹은 듯이 오들오들 떨면서 앞발로 내 옷자락을 꼭 움켜잡는다. 그리고 이내 펑펑 울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16550634139615.jpg‘이런 울보 토끼…… 또 울어!’

16550634139615.jpg“왜 울고 그래, 괜찮아.”

나는 토끼를 가만가만 쓰다듬으며 달래 주었다. 토끼의 까맣고 동그란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내렸다. 나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그 눈물방울들을 훔쳐 주며 말했다.

16550634139615.jpg“착하지, 뚝.”

16550634139642.jpg“…….”

16550634139615.jpg“너도, 나도 안 다쳤잖아. 괜찮아, 울지 마.”

토끼가 눈을 꼬옥 감더니 내 품속으로 폭 안겨 왔다. 옷자락에 얼굴을 콕 박고 계속 우는 탓에 상의가 축축하게 젖어 갔다…….

16550634139615.jpg‘아하하…… 하……. 이 울보 토끼를 어쩌면 좋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은 나는 한숨을 내쉬며 토끼를 계속 쓰다듬어 주었다. 이 녀석이 좀 진정되고 나면, 앞으론 나무 위에 올라가지 말라고 해 둬야지.

16550634139615.jpg‘그나저나, 아까부터 뭔가 좀 이상한…… 헉!’

……그러고 보니 여태 그레이안의 품에 안겨 있었잖아! 그것도 공주님 안기 자세로! 나는 고개를 홱 쳐들고 그레이안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묘한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나를 저렇게 보고 있었던 걸까? 하여튼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지금은―.

16550634139615.jpg“저, 일단 내려주시겠어요? 아까는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16550634154994.jpg“아…… 네, 알겠습니다.”

당혹감을 애써 숨기며 말하자, 그레이안이 눈을 빠르게 깜박이더니 이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그가 나를 땅에 내려주었다. 난 겨우 안심하고서 그에게서 세 걸음 정도 멀찍이 떨어져 섰다. 그레이안이 황당해하는 것 같았지만 슬그머니 모르는 체하며 품 안의 에이프릴을 내려다보았다.

16550634139615.jpg“에이프릴, 이제 좀 진정이 됐니?”

그러자 빼꼼 고개를 든 에이프릴이 귀를 쫑긋하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얼굴의 털이 눈물에 젖어 축축했지만, 다행히도 울음은 그친 듯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에이프릴의 젖은 얼굴을 쓱쓱 닦아 주었다. 그런 다음 귀와 머리를 손바닥으로 한꺼번에 쓰다듬으며 말했다.

16550634139615.jpg“앞으론 나무 위에 올라가지 마. 알았지?”

16550634139642.jpg“…….”

에이프릴의 동그란 눈이 약간의 반항심을 품고 있는 듯이 보였다. ……이 토끼, 소심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보통이 아니다. 하긴, 그러니 스테이크도 먹고 나무 위에도 올라가는 거겠지…….

16550634139615.jpg“……아무튼,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에이프릴.”

나는 작은 토끼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감싸 안고 보드라운 털에 얼굴을 비볐다. 보들보들…… 진짜 너무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다!

16550634139615.jpg“……!”

그때 토끼가 앞발로 내 뺨을 꾹 눌렀다. 하지 말라는 뜻이렷다. 나는 냉큼 토끼님의 뜻을 따라 드렸다. 토끼님께선 나를 쏘아보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그래놓고는 연신 내 쪽을 힐끔거리는 모양새가, 아닌 척 나를 신경 쓰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16550634139615.jpg“에이프릴, 가서 목욕해야겠다. 털이 축축하게 젖었잖아.”

16550634139642.jpg“…….”

16550634139615.jpg“그러고 나서 맛있는 스테이크 먹자. 좋지?”

아니, 스테이크를 먼저 먹어야 하나? 또 양념과 핏물에 털이 더러워질 테니까. 잠시 생각하던 나는 서둘러 말을 바꿨다.

16550634139615.jpg“스테이크부터 먹자.”

16550634139642.jpg“……!”

에이프릴이 눈을 살짝 빛내더니 앞발을 꼼지락거렸다. 좋으니? 고기를 즐겨 먹는 무시무시한 육식 토끼 같으니라고. 하지만 토끼 고기는 안 먹겠지……? 그건…… 좀 그렇잖아.

16550634139615.jpg‘……이 세계의 수인이라는 종족,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굉장히 미묘하다…….’

나는 에이프릴을 안고 본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잠시 후 현관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그레이안의 존재를 깜박 잊고 말았다는 것을!

16550634139615.jpg‘허억, 구해 줘서 고맙다고 다시 제대로 인사해야 하는데!’

뒤늦게 그레이안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세 걸음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멋쩍게 웃으며 서 있는 그와 시선이 딱 마주쳤다.

16550634139615.jpg“…….”

16550634154994.jpg“…….”

그와 나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미안합니다. 일부러 까먹으려던 건 아니에요. 수인이라는 종족에 대해 고찰해 보다가 그만…….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머리를 정리하는 척했다. 그레이안은 더는 다가오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게 꼭 나를 배려해 주는 것 같아서, ……어쩐지 기분이 이상해졌다.

16550634139615.jpg“저…… 아까는 정말로 감사했어요. 덕분에 살았어요.”

16550634154994.jpg“……아닙니다, 부인. 당연히 구해 드려야지요. 제가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16550634139615.jpg“…….”

나는 그에게 꾸벅 묵례하며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이제 뭐라고 하지?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한참을 고민한 끝에 다시 입을 열었다.

16550634139615.jpg“그럼…… 음, 좋은 하루 보내세요. 에이프릴은 제가 잘 돌볼 테니 걱정 마시고요.”

16550634154994.jpg“부인.”

그레이안이 부드러운 어조로 나를 불렀다. 인사말만 남기고 도망치려던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 못 하게 되었다. 올곧게 나를 직시해 오는 그레이안의 은회색 눈동자가 천천히 반달로 휘었다. 마치 유혹하는 듯한 시선에 심장이 바짝 쪼그라드는 것만 같았다. 슬그머니 눈길을 피하며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는데, 그레이안의 말이 이어졌다.

16550634154994.jpg“저도 함께 식사하고 싶습니다.”

16550634139615.jpg“……!”

16550634154994.jpg“그래도 되겠습니까?”

무척 정중한 요청이었다. 쉽게 거절할 수가 없는. 하지만 그와 마주 보고 식사를 하는 건, 심장에 부담이 컸다……! 못할 것도 없긴 하지만! 같이 밥 먹는 사람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체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그 최초의 사례가 될지도.

16550634139615.jpg“……글쎄요, 으음, 에이프릴? 네 생각은 어때?”

망설이던 나는 결정권을 에이프릴에게 토스하고 말았다. 그런데 에이프릴이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가로젓는 게 아닌가. 누가 봐도 싫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레이안을 곁눈질하며 하하하, 민망하게 웃었다. ……생각해 보니 지금이 그레이안과 에이프릴의 사이가 어색한 시점이던가? 그레이안과 에이프릴의 사이가 본격적으로 가까워지는 게…… 에이프릴의 13세 데뷔탕트 무도회에서였지, 아마.

16550634139615.jpg‘그 무도회에서 그레이안이 에이프릴을 무척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며 ‘완전 멋진데 딸바보이기까지 한 아버님 캐릭터’로 자리매김했지.’

그래서인지 그레이안은 남주들만큼이나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나도 그레이안을 쫌 좋아했고…… 크흠, 흠흠.

16550634139615.jpg“……에이프릴이 저하고만 식사하고 싶은 모양이에요, 어쩔 수 없네요.”

하나도 아쉽지 않았지만 정말 너무 아쉽다는 투로 말했다. 그레이안은 쓰게 웃더니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에이프릴을 응시하는 눈빛이 쓸쓸했다.

16550634154994.jpg“다음에는 꼭 같이 식사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에이프릴. ……그리고 부인도 함께라면 무척 기쁠 것 같습니다.”

그레이안이 나와 에이프릴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에이프릴은 내 품에 얼굴을 콕 박은 채 그레이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비즈니스적으로 이야기했다.

16550634139615.jpg“그래요, 다음에는 꼭 같이 식사해요.”

……이 말이 씨가 되지는 않겠지. 번뜩이는 그레이안의 눈빛이 어째 좀 불길하다만. * * * 하루가 쏜살같이 흘렀다. 에이프릴과 스테이크를 먹고, 목욕하고, 함께 퍼즐 맞추기를 하거나 책을 읽었다. 저녁도 에이프릴과 함께 먹었는데 하루에 두 끼 이상 스테이크를 먹는 건 좀 아닌 듯하여, 간단히 빵과 샐러드를 먹었다. 에이프릴은 고기 없는 식단이 무척 불만이었는지 저녁 내내 성질을 부리다가 자기 방으로 가 버렸다. 그렇게 되어 오늘은 혼자 자야 하나 싶어 약간 쓸쓸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불이 다 꺼진 어두운 방 안. 이불을 덮은 채 눈을 감고 잠이 오길 기다리는데,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16550634139615.jpg‘흠……?!’

공작 부인의 방에 이렇게 몰래 침입하는 경우는 세 가지였다. 1. 나를 암살하러 왔음. 가능성이 아주 없지는 않음……. 원래 몸 주인이 지은 죄가 많기 때문에. 2. 순진한 줄 알았던 남편이 알고 보니…… 이하 생략. 3. 에이프릴. 개인적으로 3번에 가능성을 두고 싶었다. 하지만 2번일 수도 있었다! 물론 1번도 무시할 수 없다. 1번이면 어떡하지? 얌전히 죽어 줄 수는 없는데.

16550634139615.jpg‘이럴 줄 알았으면 베개 밑에 단검이라도 숨겨 놓을 걸 그랬나…….’

몹시 긴장한 채로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는데, 토도도― 귀엽고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렇다. 귀엽고 작은 발소리. 토도도―

16550634139615.jpg“…….”

16550634139615.jpg‘이 소리는…….’

토끼……? 토도돗, 타앗! 나는 살짝 실눈을 떴다.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오른 토끼의 모습이 보였다. 토끼는 내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조금 꼬물거리다가 몸을 둥글게 말았다. 흡사 동그랗고 하얀 빵 같은 모양새였다.

16550634139615.jpg‘허억…… 너무 귀여워……!’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다 아팠다! 가슴께를 부여잡고 싶었지만, 자는 척해야 해서 꼼짝 않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슬며시 눈을 뜨고 토끼를 살펴보았다. 어느새 곤히 잠든 토끼에게서 쌔근쌔근, 규칙적인 숨소리가 들려왔다.

16550634139615.jpg‘하…… 귀여워라.’

자는 모습이 천사 토끼가 따로 없었다. 사람일 때의 모습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겠지? 여기서 좀 더 친해지면, 사람 모습의 에이프릴도 볼 수 있으려나?

16550634139615.jpg‘어서 보고 싶다. 에이프릴, 우리 조금 친해진 거 맞지?’

손을 뻗어 토끼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보송보송하고 보드라운 털이 손에 착 감겨 온다. 나는 기분 좋게 미소를 지었다.

16550634139615.jpg‘잘 자,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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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16550634196333.jpg“공녀님께서 또 마님의 방에 가셨다고 합니다.”

집사의 보고를 들은 그레이안이 고개를 들었다. 짙은 야성이 배어있는 눈이 직시해 오자 집사는 자신도 모르게 흠칫해 시선을 떨어트렸다. 평상시의 그레이안은 온화하고 진중한 사람이었지만, 무예를 펼칠 때나 전장에 나가 싸울 때는 달랐다. 마치 야생의 맹수처럼 살벌한 분위기가 흘렀던 것이다. 자칫 건드렸다가는 목덜미를 꿰뚫릴 것 같은 공포가 전해져 오곤 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늑대 중의 늑대, 모든 늑대를 통솔하는 우두머리였으니.

16550634154994.jpg“그래서? 지금은?”

손에 쥐고 있던 장검을 아무렇게나 내던진 그레이안이 물었다. 바닥에 나동그라져 있는 것은 그가 던진 장검만이 아니었다. 방금까지 그와 대련하던 기사들이 다 죽어가는 몰골로 앓는 소리를 흘리며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16550634196333.jpg“두 분 다 취침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집사는 고개를 숙이며 깍듯이 대답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으나 티 내지 않으려 두 손을 꽉 마주 잡고 있었다. 그레이안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집사를 향해 고갯짓하며 명했다.

16550634154994.jpg“그래, 알았으니 이만 가보도록.”

16550634196333.jpg“예, 주인님.”

집사가 연무장을 벗어나자마자, 그레이안은 다시 기사들을 굴리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떼를 지어 그에게 달려들었으나 그레이안은 손쉽게 모든 공격을 막아냈다. 심지어는 다른 생각을 하면서까지 여유로웠다. 그레이안은 기사들을 한 손으로 농락하면서 글로리아에 대해 생각했다.

16550634154994.jpg‘글로리아 아인스턴.’

그녀는 의심할 여지 없는 아인스턴 왕국의 인간이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과 결혼하기는 했지만, 수인을 혐오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16550634154994.jpg‘이상한 일이지. 소문과는 달라.’

글로리아가 아인스턴 왕가에 속한 수인 노예들을 학대했다는 이야기는 이곳, 엘로윈 왕국에서도 유명했다. 어디 그뿐인가? 그녀는 수인 노예 경매를 즐겼고, 수인 용병들을 데려다 피 터지도록 싸우게 시키는 짓도 했었다. 그랬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어쩌면, 그녀에 대한 소문들이 악의적으로 부풀려진 것인지도 모르지.

16550634154994.jpg‘실제로 알게 된 글로리아는…….’

에이프릴을 진심으로 아끼는 듯이 보였고, 진정으로 좋은 사람 같았다. 그녀의 태도에 꾸밈이나 거짓은 없었다. 연기로 보이지는 않았다.

16550634154994.jpg‘설마 에이프릴을 구하려고 나무 위에 올라가기까지 할 줄은…….’

글로리아와 에이프릴이 나무에서 떨어지던 순간을 떠올리자 아직도 간담이 서늘했다. 만일 자신이 받아주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지. 아주 높은 곳에서 떨어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팔다리 하나쯤은 부러졌을 것이다. 하필 겨울이라 땅이 꽁꽁 얼어 있기까지 하니.

16550634154994.jpg‘……높은 나무를 다 베어내야 하나.’

자신과 다른 이들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툭하면 말썽을 일으키는 에이프릴 때문에 심란했다. 하지만 에이프릴의 잘못은 아니었다. 전부…… 자신이 아버지의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16550634154994.jpg‘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글로리아 아인스턴이.’

굳게 닫혀 있던 에이프릴의 마음을 열다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불가사의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16550634154994.jpg‘……좀 더 파고들어 봐야겠어.’

글로리아 아인스턴이라는 사람을. 그레이안의 입꼬리가 보기 좋게 휘어 올라갔다. 이쯤 되니 그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글로리아 아인스턴이 어떤 사람인지.

16550634154994.jpg‘묘하게 나를 피하는 느낌이 들긴 하는데…….’

글쎄,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자신만만한 늑대의 만면에 여유로운 미소가 가득했다. * * * 다음 날 아침,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16550634139615.jpg‘잘 잤다…….’

진짜로 꿀잠 잤다. ……가만 생각해 보니까, 로판 빙의한 거 좀 좋은 것 같다. 자고 싶은 만큼 마음껏 잘 수 있다니! 과제와 시험공부, 취업 준비를 안 해도 된다니!

16550634139615.jpg‘그야말로 꿀라이프……!’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나 기지개를 쭉 켜다가, 문득 허전함을 느끼고 멈칫했다. ……토끼가 또 사라졌다!

16550634139615.jpg‘아니, 얘 정말 아침 토끼네. 또 실종된 건 아니겠지?’

두리번거리며 토끼를 찾아보았지만, 방 안에는 없었다. 나는 왠지 모를 실망감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할 준비에 나섰다. 토끼…… 에이프릴…… 어딜 간 걸까? 우리 좀 친해졌나 했는데…… 그래도 아침 인사는 하고 가지.

16550634139615.jpg‘밥은 먹었을까? 또 고기만 먹은 건 아니겠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시녀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묶은 뒤, 신발을 갈아 신었다. 그렇게 단장을 마친 뒤 방에서 나와 복도를 걷는데, 저만치에 누군가 서 있는 게 보였다. 어째 좀 어정쩡한 자세였다.

16550634139615.jpg‘누구지?’

게다가 키가 작았다. 나보다도 작은 것 같은데? 헉, 정말로 자그맣잖아? 어린아이처럼……이 아니라 어린애가 맞았다!

16550634139615.jpg‘아, 설마……?!’

작은 체구의 아이가 나를 돌아보았다. 앳된 얼굴에 하얀 머리카락, 두 눈은 로즈 쿼츠처럼 투명한 분홍빛이었다. 나는 입을 쩍 벌리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심장이 질주하는 것처럼 쿵쿵 뛰었다. 이렇게 독특한 외모를 지닌 소녀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밖에 없었다!

16550634139615.jpg‘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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