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토끼와 친해지기, Step 12021.12.11.
‘귀에 물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지……!’
나는 비장한 태도로 토끼님 목욕에 임했다. 일단 순한 아기용 비누를 물에 풀어 거품을 내고, 좋은 허브 향이 나는 오일을 넣었다. 동물용 샴푸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세계에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했다. 참고로 샤워기도 없다. 당연한가?
‘현대 문명이 그리워지는군.’
나는 우울한 미소를 머금으며 작은 토끼의 몸을 살살 씻겨 주기 시작했다. 거품이 코나 눈에 들어가지 않게 얼굴을 조심조심 씻기고, 이어서 머리와 귀, 동그란 등도 살살 문질렀다. 저항하면 어쩌나 싶었던 토끼는 의외로 얌전히 잘 참았다. 너무 착하고 귀여워서 심장이 간질거렸다. 꼭 끌어안고 싶지만, 목욕을 마친 다음으로 미루도록 하자……!
“자, 앞발도 깨끗이 씻자.”
은색 대야 안에 얌전히 앉아 있는 토끼의 앞발을 하나 잡고 들어 올렸다. 이러니까 꼭 토끼와 악수하는 것 같았다. 어김없이, 너무 귀여워서 벽을 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음, 내가 잘못 생각했어. 헌터물보단 이쪽이 더 좋아. 이렇게 귀여운 토끼의 새엄마라니! 복지 최고!’
헌터물에 빙의하면 몬스터를 때려잡으며 세계의 비밀을 둘러싼 어두운 음모에 맞서야 하지만 나는 귀여운 토끼와 오순도순 잘 살면 되지롱! 아하하하하. 나는 희희낙락 웃으며 토끼의 앞발을 씻겼다. 계속 실실거리며 웃는 나를 토끼가 흠칫하며 쳐다보았다. 아, 아니야, 나 미친 사람 아니야. 나는 애써 근엄한 체하며 자세를 바르게 했다.
“자, 이제 비눗물 헹구자.”
워낙 조그만 토끼라서인지 목욕은 금세 끝났다. 하지만 양치도 해야지! 나는 비눗물을 깔끔하게 잘 헹궈 준 후, 치약과 칫솔을 가지고 토끼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치약과 칫솔은 있는 세상이라 다행이었다. 물론 내가 살던 세상에서 쓰던 것과는 좀 다르게…… 투박한 모양새였지만.
‘치약이 연고 통에 들어 있다니. 칫솔도 모질이 영 별로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칫솔에 치약을 묻혔다. 치약 묻힌 칫솔을 들고 토끼를 붙잡으려는데, 그 순간 토끼가 크게 움찔하더니 재빨리 도망쳐 버렸다!
‘아니, 이 녀석이!’
나를 피해 요리조리 도망치는 토끼와 그런 토끼를 뒤쫓는 나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욕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기 때문에 토끼가 욕실을 나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욕실이 어찌나 넓은지…… 무슨 대강당 수준이라, 조금 뛰어다닌 것만으로도 금방 지쳤다.
“헉, 허억…… 너 거기 안…… 서…… 헉…….”
……내가 저질 체력이라니! 아니, 글로리아의 몸이 문제인 거겠지. 과연 운동 한 번 안 하고 살아온 공주님다운 체력이다. 반면에 저 녀석, 에이프릴은 힘세고 강한 토끼였다.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되는 거였어. 아주 쓴맛을 보게 되는 거야. 아이고, 힘들어 죽겠네.
“에, 에이프릴…… 너 양치해야 돼. 안 하면 충치 생겨. 충치가 얼마나 무서운지, 허억, 알아? 충치 생기면, 나중에 이를 뽑아야 할 수도 있다고…….”
“…….”
바닥에 주저앉아 1호선 광인처럼 중얼거리는 나를 에이프릴이 멀찍이 서서 빠안히 쳐다보았다. 아, 미치겠네. ‘눈빛으로 말해요.’냐고. 제발 사람 모습으로 사람 말 좀 해 줬음 좋겠다! 뭐…… 에이프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대충 알 것 같지만. 보나 마나…… ‘양치하기 싫어!’일 테지.
“에이프릴…… 너 오늘부터 양치 잘 하면, 내가 네 소원 하나 들어줄게. 응? 이리 와, 착하지.”
흡사 ‘치과 가면 돈가스 사주겠다’는 엄마들의 스킬 같은 것을 시전했다. 에이프릴은 조금 망설이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이쪽으로 살금살금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죽은 척을 하다가 에이프릴이 곁에 다가온 순간 잽싸게 낚아챘다. 깜짝 놀란 토끼가 귀를 바짝 세웠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는 토끼를 향해, 나는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 너 잡으러 다니느라 힘이 다 빠졌으니 책임져! 아주 깨끗이 빡빡 양치시켜 줄 테니 각오하라고!”
토끼가 끼엑 울며 버둥거렸다. ……토끼는 이렇게 우는구나. 처음 들어본다……. 뭔가 고양이 울음소리랑 비슷하면서도 좀 다른데? 나는 억울해하는 토끼를 꽉 붙잡고 무자비하게 양치를 시켜주기 시작했다.
“싫어도 꾹 참아! 소원 들어줄게!”
“……!”
움찔한 토끼가 바들바들 떨었다. 까만 두 눈에 눈물이 퐁퐁 솟아오른다. 좀 딱하지만 어쩔 수 없다. 충치는 안 돼! 이 세계엔 임플란트가 없다고!
* * * 전쟁 같았던 양치 시간이 끝나자 토끼는 다시 얌전해졌다. 물기에 젖은 토끼의 털을 보송보송하게 말려 준 다음, 나도 욕실로 가서 씻고 나왔다. 수건으로 머리의 물기를 털며 슬쩍 보니, 토끼는 소파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귀여운 녀석.’
흐뭇하게 웃으며 토끼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다. 잘 씻겨 보송보송해진 털이 보기 좋았다. 손을 뻗어 살살 쓰다듬자, 토끼가 화들짝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앗, 미안. 놀랐니?”
“…….”
토끼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곤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폴짝 뛰어올라 내 품에 안겨들었다.
“……!”
허억……!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런 미친 귀여움……! 아, 너무너무 귀여워! 사랑스러워!
“아이고 예뻐라!”
나는 토끼를 꼭 끌어안고 보드라운 털에 얼굴을 마구 비벼댔다. 그러자 토끼가 앞발로 나를 꾹 밀어냈다. 부담스러워하는 눈치였다. 그래, 그래. 우리 만난 지 얼마 안 됐지. 앞으로 천천히 친해져 보자! 나는 토끼의 앞발을 잡고 가볍게 악수를 했다. 토끼가 두 눈을 깜박거렸다. 동그란 머리통을 쓱쓱 쓰다듬어 주며, 내가 상냥하게 물었다.
“우리 이따 저녁도 같이 먹을까?”
“……!”
토끼는 조금 놀란 듯했다. 하지만 명백히 기뻐하는 눈치로,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후후, 너무 착하고 귀여워, 우리 토끼!”
“…….”
……아차, 에이프릴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나는 서둘러 정정했다.
“우, 우리 에이프릴, 너무 착하고 귀여워.”
“…….”
토끼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건 노려보는 거다. 확실하다. 야, 미안해……. 근데 네가 계속 토끼 모습이잖아! 불만이면 사람 모습 해! * * * 같은 시각. 에이프릴의 가정 교사인 아그네스 밀턴을 비롯한 솔즈베리 공작성의 가신들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소심하기로는 일인자인 에이프릴 공녀님이, 다른 사람도 아닌 ‘그’ 글로리아 공주를 따라가다니? 몰래 염탐하고 온 시녀의 말로는, 심지어 둘이 오순도순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죽은 사람도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정도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글로리아 공주가 누구인가. 수인을 천시하는 아인스턴 왕국의 공주, 온 세상에 악명을 떨칠 정도로 성품이 고약한 악녀가 아니던가!
‘그런 악녀가 토끼 수인인 에이프릴 공녀님에게 잘해 준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생각했다. 글로리아 공주가, 사악한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 * *
‘기분 탓인가? 날 보는 시녀들의 눈빛이 어째 좀 이상한데.’
마치 ‘네가 어떤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중인지 알아내고야 말겠어!’와 같은 결의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이것 참……. 난 그냥 에이프릴이 귀여워서 견딜 수 없을 뿐인데.’
현재 시각 밤 10시 15분. 에이프릴은 여전히 토끼 모습인 채로 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오늘 하루 내내 에이프릴과 시간을 보냈다. 에이프릴은 토끼 모습으로 책도 읽고 체스도 뒀다. 참 기특……하긴 개뿔, 이쯤 되니 걱정이 든다. 계속 토끼 모습을 고집하는 건, 혹시 심리적 문제 때문인가?
‘흐음…….’
아무래도 내일은 에이프릴과 심리 상담을 진행해 보는 게 좋겠다. 토끼 모습이라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하네.’
조심성 많고 소심한 에이프릴이 의외로 나를 잘 따른단 말이지. 처음 봤을 때도 피하지 않았고.
‘얘도 글로리아의 나쁜 소문을 다 알 텐데…….’
실물을 보니 내가 호감이었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나? 나는 옆으로 누워 토끼의 보드라운 털을 살살 쓰다듬었다. 꾸벅꾸벅 졸던 토끼는 어느샌가 눈을 감고 곤히 잠들어 있었다. 제법 편안하게 자는 걸 보니 내가 익숙해지긴 했나 보다. 종일 같이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나? 흠, 그래도 역시…….
‘뭔가 의아하단 말이지.’
소심한 토끼 에이프릴은 타인에게 쉬이 마음을 여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주들도 에이프릴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지 않았던가. 고군분투하다 못해 미쳐 돌아서 에이프릴을 납치하고, 감금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괜히 피폐물인 게 아니라니까.
‘……생각해 보니 앞으로 몇 년 후면 그놈들이 에이프릴에게 집착할 거 아니야?’
미친…… 그건…… 절대 안 돼! 우리 토끼는 내가 지킨다. 그 미친놈들에게 에이프릴을 내어줄까 보냐! 천사 같은 에이프릴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 말도 안 된다. 반드시 막아야 했다.
‘좋아,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 보자. 그 미친놈들로부터 에이프릴을 지키는 거야.’
나는 사명감에 화르륵 불타올랐다. 처음 빙의했을 땐 당연히 원작대로 로맨스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에이프릴과 친해지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이렇게나 착하고 귀여운데…… 그 가시밭길을 걷게 할 순 없지.’
나는 세상모르고 잠든 토끼를 두 손으로 소중하게 감싸 안고 약속했다. 에이프릴, 내가 꼭 지켜줄게. * * *
‘여긴 어디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오색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반듯한 하얀 길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내가 지금 꿈꾸는 중인가?’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조금 머뭇거리던 나는 하얀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일단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새 길이 끝나고,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신비로운 나무가 내 앞에 나타났다.
‘와…… 이거…….’
뽑아다 팔면 돈 깨나 벌겠다……. 나는 나무 근처로 슬금슬금 다가가 ‘이거 진짜로 다 다이아몬드인가?’하고 탐욕스럽게 중얼거렸다. 이게 꿈이라니 아쉽다. 깨어나면 복권이라도 사야겠는걸! ……근데 나 빙의했지! 젠장!
‘……그나저나 이 나무, 엄청 크다.’
게다가 묘하게 낯이 익단 말이야.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 알 수 없는 기시감에 고개를 갸웃하는데, 어디선가 살랑거리며 깃털 같은 게 날아들었다.
‘으악, 뭐야?’
화들짝 놀라 펄쩍 뛰자 그 깃털 같은 물체도 덩달아 더욱 팔랑거렸다. ……자세히 보니 그건 나비였다. 그것도, 오팔처럼 여러 빛깔로 반짝이는 영롱한 나비!
‘오…… 보석 나무에, 보석 나비까지!’
이건 길몽이 틀림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런 꿈에선 뭔가를 붙잡아 줘야(?) 한다던가? 나는 냉큼 손을 뻗어 나비를 꽉 붙잡았다. 그러나 나비는 내 손에 잡히지 않고 스르르 빠져나갔다. 마치…… 빛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뭐야……?’
놀라 눈을 깜박이는데,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참, 그렇게 꽉 잡으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뭐? 설마…….’
나는 멍하니 있다가 퍼뜩 깨달았다. 그 목소리는, 다름 아닌 저 나비로부터 들려오는 것이었다!
‘헐, 나비가 말을 해!’
{당연하지. ‘우리’는 평범한 나비가 아니니까.}
나비가 날개를 팔랑거리며 말했다. 꼭 으쓱대는 듯한 모양새였다. 이어서 또 다른 나비들이 이쪽으로 날아들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열, 열아홉…… 도대체 몇 마리인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았다.
{우리는 세계수의 나비들이야.}
‘세계수의…… 세계수가 뭔데?’
그러고 보니 원작에 그런 설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어 보는데, 나비들이 팔랑거리며 말했다.
{지금 네가 보고 있는 이 나무. 이게 바로 세계수야. 우리 세계의 근원. 만물의 뿌리, 온 우주를 지탱하는 힘.}
‘이…… 겁나 큰 다이아몬드 같은 게……?’
얼떨떨하게 되묻자니, 나비 한 마리가 긍정하듯 팔랑팔랑 날개를 움직였다. 나비들은 내 머리나 어깨에 내려앉아 살랑거렸다. ……뭐라 해야 할까, 애교를 떠는 것처럼.
{우리는 계속 널 기다렸어.}
{네가 사라진 후로 모든 게 엉망이었어.}
{이번에야말로 우리와 계약해 줘.}
{오직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나비들이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조잘댔다. 어쨌든 결론은 하나였다. 바로 자신들과 계약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와 계약하면 넌 우리의 힘을 쓸 수 있어.}
{어떻게 쓰는 건지는 본능적으로 깨닫게 될 거야.}
나비들이 마치 유혹하는 것처럼 내 눈앞을 날아다녔다. 손을 내밀자 나비 한 마리가 손끝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영롱한 오팔 빛의 날개를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왜 나야? 난…… 글로리아 아인스턴인데?’
{네가 글로리아 아인스턴이니까.}
{우리는 너를 선택했어.}
{우리는 네가 필요해.}
음, 내가 빙의자라는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관두었다. 어차피 이 나비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너희와 계약하면…… 내가 에이프릴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까?’
{당연하지!}
{넌 이 세계에서 아주 중요한 사람이 될 거야.}
{그러니 뭐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지킬 수 있어.}
{우리가 도와줄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에이프릴을 지켜 주려면, 나에게도 힘이 있는 편이 좋을 테니까.
‘……좋아. 너희와 계약할게.’
그러자 나비들이 무척이나 기쁜 듯이 마구 팔랑거렸다. 수많은 나비가 춤을 추며 내 주위를 날아다닌다. 몹시도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고마워!}
{고마워, 글로리아.}
{글로리아, 좋아해.}
{아냐, 내가 더 좋아해!}
‘아니, 자, 잠깐……!’
나에게 들러붙는 나비들 때문에 기겁하다가, 어느 순간에 번쩍 꿈에서 깨어났다.
“으헉…….”
나는 침대 위에 대(大) 자로 뻗은 채 망연히 눈을 깜박거렸다. ……낯선 천장이다. 역시 빙의는 현실인 거야. 이상한 꿈까지 꿨고.
‘진짜 계약인가 뭔가를 한 건가?’
아리송한 기분으로 이불을 걷고 일어나던 나는 옆자리가 허전한 느낌에 시선을 내렸다. 토끼가 사라지고 없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내 옆에 곤히 잠들어 있었는데…….
‘먼저 일어나서 가 버렸나……? 일찍도 일어나네.’
에이프릴은 아침 일찍 일어나는 토끼인가 보다. 머리를 긁적이며 설렁줄을 잡아당겼다. 잠시 후 시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문 너머 복도가 소란스러웠다. 어째선지 시녀의 표정도 좋지 않았고. 나는 시녀를 향해 의아한 투로 물었다.
“어째 바깥이 소란스럽구나. 무슨 일이니?”
“그게…….”
시녀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내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에이프릴 아가씨께서 사라지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