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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763화 (1,762/1,794)

템빨 87권 - 11화

“아니 XX 뭐야? 다 끝난 거 아니었어?”

몹시 길고 치열한 전투였다.

TV 앞에 편하게 앉아 시청하던 사람들조차 잔뜩 지쳐버렸을 정도로 지옥 원정대의 싸움은 처절했다.

정말로 이길 수 있을까?

너무나도 고강한 바알 탓에 마지막 순간까지 거듭 된 의문.

사람들의 마음은 한시도 편치 못했다.

특히 그리드를 응원하는 입장일수록 큰 불안에 시달렸다.

급기야 심장이 아프다는 사람들이 속출했을 정도다.

그러길 한참이 지나서야.

간신히 끝났다.

바알의 죽음이 원정대의 승리를 알렸다.

여느 때처럼 그리드가 쟁취한 승리였다.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했다. 세계 각국에서 축배를 들었다.

이제 좀 쉬자.

그리드 너도 어서 쉬어라...

드디어 다 끝났다면서 안도하고 탈력감에 휩싸이는 사람이 부지기수로 늘어가는 바로 그때.

사건이 발생했다.

다짜고짜 중계가 끊긴다 싶더니 ‘새로운 악신 아수라’가 탄생했다는 월드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그아웃 상태였지만 속보가 쏟아지며 월드 메시지의 내용을 전파했다.

악신.

누가 봐도 새로운 시련의 시작이었다.

안 그래도 진이 빠져있던 사람들 전원 치를 떨었다.

무엇보다 그리드를 걱정했다.

휴식.

그리드가 가장 열망하고 있을 터였다.

한데 쉴 틈조차 얻지 못하고 또 새로운 사건에 휘말려 버렸다...

“그 바알을 쓰러뜨린 직후다. 아무리 그리드라도 힘들 거야.”

“다른 템빨단원들도 걱정인데. 다들 그리드가 싸우는 내내 악마들과 싸웠잖아? 그리드하고 입장이 달라서 진즉부터 지쳤을 텐데.”

타이밍이 너무 나쁘다.

어째서 하필 이때 새로운 악신이 탄생했단 말인가.

노골적인 악의가 느껴졌다.

우연이 아닌 필연.

즉,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설계한 상황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란 당연히 바알이겠지.

“지긋지긋한 놈...”

죽어서도 발목을 붙잡는 최악의 적.

그리드와 원정대는 숫제 똥을 밟은 격이다.

잘못 걸렸다.

어쩌면 많은 걸 잃게 되는 게 아닐까...

모두가 걱정하는 순간이었다.

[베리아체가 비록 영체에 불과할지언정 바알과 아모락트의 힘을 취한 상태다. 현재 지옥에서 나와 대적할 몇 안 되는 존재 중 하나인데 좌시하고 사라졌지. 굴러온 돌멩이가 제 아비를 대신해서 지옥의 신을 자처하는 꼴이 영 마음에 안 들 텐데도 말이야.]

립을 짙게 칠한 것처럼 번들거리는 보라색 입술.

아수라의 입이 연신 지껄이며 그리드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안 그래도 심적으로 지친 그리드의 집중력을 흔드는 태도였다.

‘지금 베리아체를 신경 쓸 상황이 아니야.’

그러고 보니 베리아체는 왜 쫓아오지 않은 걸까.

자연히 피어오르는 의문을 그리드는 애써 억눌렀다.

우선 그녀의 입장을 헤아렸다.

죽어선 안 된다고 했다.

영체가 훼손되는 순간 베리아체 또한 바알, 아모락트와 같은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아수라에게 제물로 바쳐지는 것이다.

그것만큼은 반드시 막아야했다.

만마의 힘.

베리아체의 권능은 이론상 잠재력이 가장 뛰어났다.

바알의 염원대로 악신으로 거듭난 눈앞의 존재가 그것을 손에 넣는 순간 정말로 답이 없어질 확률이 높았다.

[나를 너무 경계하는군. 나는 그래... 굳이 비유하자면 갓 태어난 아기다. 너는커녕 그 누구에게도 해악을 끼치지 않았지. 이런 나를 굳이 적대할 이유가 어디에 있지? 안 그래도 지친 기색인데 무시하고 그만 편히 쉬지 그래?]

옳은 말이다.

아수라의 말에 묘하게 납득하는 그리드였다.

[네가 걱정하는 검신 비반 역시 아직은 무사하다. 내 앞길을 가로막은 탓에 부득이 충돌이 발생했을 뿐, 나는 그에게 어떤 악감정도 없어.]

“...”

지옥에 입장한 뒤로 쭉 팽팽하게 유지됐던 그리드의 긴장감이 한 순간 느슨해졌다.

아수라가 속삭이는 말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나의 목적은 붉은 살덩어리를 파괴하는 것이다. 태초부터 존재해온 핵. 사용자의 소망을 단 한 번 이뤄주는 그것으로 바알이 만든 지옥 왜곡의 원흉 말이다. 내가 그것을 파괴하는 순간 지옥의 왜곡 또한 풀릴 거다. 그건 너의 바람이기도 할 테니 우리는 도리어 협력해야 옳은 관계라고 볼 수 있지.]

“...”

[아수라와의 호감도가 10 상승합니다.]

[바알을 쓰러뜨리느라 고생 많았다. 뒷일은 내게 맡기고 푹 쉬어라. 다만 베리아체를 경계하는 건 잊지 말고.]

[아수라와의 호감도가 20 상승합니다.]

[베리아체와의 호감도가 20 하락합니다.]

“...!”

순보를 연쇄해서 나아가던 그리드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자신은 침묵할 뿐인데도 제멋대로 작동하는 호감도 시스템을 보고 이질감을 느낀 탓이다.

“아모락트의 권능인가?”

분쟁을 일으키는 힘.

공교롭게도 그리드는 체험해보지 못한 힘이다.

바알의 그림자에 숨은 채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던 늙은 여우는, 제대로 된 활약 한 번 못 해보고 그리드에게 살해당했으니까.

너무 신중해서 도리어 망한 케이스다.

[흐음...? 나는 다만 너를 배려했을 뿐이다만.]

아수라의 입이 히죽 웃었다.

비반과 마주보고 있을 육신은 지금쯤 태연하게 턱을 긁적이고 있을 듯했다.

“바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놈은 아니다. 찍찍.”

그리드의 어깨 위에 앉은 생쥐가 말했다.

악룡 번헬리어다.

바알을 퇴치한 직후.

아모락트가 워프 게이트를 여는 기척을 감지하자마자 다시 폴리모프해서 그리드의 망토로 숨어들었던 녀석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악의 악이 최악의 악을 낳았어. 더불어 최강이라면 여러모로 난처해지겠군. 찍.”

“...언제까지 그런 모습으로 있을 셈이지?”

“바알이 죽었음에도 나를 속박하는 지옥의 압력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찍. 허약해진 상태로 굳이 나서서 화를 자처할 필요는 없잖느냐? 찍찍.”

“...”

아모락트에 이어서 베리아체, 그리고 아수라에 이르기까지.

번헬리어 입장에선 하나 같이 위협적인 대상들이었다.

본인 말대로 굳이 나섰다가 화를 겪느니 쥐 죽은 듯이 있는 편이 그리드에게도 좋았다.

‘즐기는 것처럼 보여서 아니꼬운 게 문제지.’

“한데 저놈은 진짜 괴물이군. 신체를 조각조각 나눈 상태에서도 감각은 공유해서 순보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듯한데 저런 짓은 고룡도 못한다. 찍찍.”

단지 입뿐이건만 순보를 쓴다.

순보의 사용 조건이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본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번헬리어의 추측대로 아수라의 모든 신체 부위는 감각을 하나로 공유하는 듯했다.

“그래도 납득이 안 돼. 설령 감각을 공유한다 해도 눈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으니까. 눈이 이곳과 전혀 다른 곳을 보는 상황에서 입은 무슨 수로 자유롭게 순보를 쓰는 거지?”

“너처럼 바르바토스의 시야 같은 걸 지녔을지도 모르지. 찍. 아니, 바르바토스의 시야보다 월등히 넓은 시야겠구나.”

결국 전부 하나로 귀결된다.

아수라의 능력이 몹시 탁월하다는 것.

태초신의 자식이자 지옥을 왜곡시킨 주범이오, 모든 공포의 근원이었던 바알이 본인을 공양해 만든 악신이 평범해서도 말이 안 됐겠지만, 아무튼 수준이 너무 높았다.

“각오를 단단히 하는 편이 좋을 거다.”

그리드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곁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번헬리어는 경고했다.

‘진짜 염병.’

덕분에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한 그리드의 눈살이 저절로 구겨졌다.

최대의 난적을 꺾은 직후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아니 애초에.

큰 사건을 끝내면 수습하는 시간을 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게 클리셰라는 거다.

소설이든, 만화든, 게임이든, 영화든.

모든 이야기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었다.

심지어 그리드는 무려 만악의 근원을 쓰러뜨렸다.

영혼들을 해방하고 뒤틀린 지상의 운명을 구원했는데 기뻐할 틈조차 주지 않고 연달아 새로운 시련을 안기는 건 무슨 개 같은 경우란 말인가.

가장 걱정인 건.

이 순간에도 지옥 도처에서 싸우고 있을 사도들과 동료들이었다.

바알이 죽기 무섭게 새로운 악신이 탄생하고 눈앞의 적은 멀쩡했으니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바알을 쓰러뜨릴 때까지만 버티자는 일념으로 싸웠을 동료들이 허탈감에 빠져 위기를 겪진 않을까 염려됐다.

“그 눈빛... 이 순간에도 타인을 걱정하는군.”

번헬리어가 탄식하듯 말했다.

“한... 찍.”

한심하다.

그리드를 비난하려던 번헬리어가 문득 입을 닫았다.

바알과의 전투를 떠올린 여파다.

그리드와 협력하지 않았으면 결코 쓰러뜨리지 못했을 존재.

놈과 싸우는 내내 번헬리어는 그리드가 든든하다고 생각했다. 자연스럽게 의지했었다.

그때의 감정을 돌이켜보면 썩 나쁘지 않았다...

타인을 위한다는 것.

그 결과가 ‘협력’을 이루고, 협력의 결과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결국 다 좋은 거 아닌가?

“...나 또한 동료를 얻을 수 있을까.”

서로를 걱정하고 의지하는 진짜 동료.

번헬리어가 여태껏 상상해본 적 없는 의문을 품는 그때.

“네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면.”

어깨에 앉아 연신 중얼거리는 번헬리어를 개의치 않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던 그리드가 입을 열었다.

“앞으로도 나는 너의 동료다.”

오늘, 우리는 동료였다.

단발성으로 끝내기엔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서로에게 많이 의지했다.

“...큭큭.”

번헬리어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가소롭다는 듯이 웃다가 다시 그리드의 망토 속으로 숨어들었다.

직후.

콰아앙!!

그리드가 지면에 착지했다.

천사들을 등진 채다.

“그리드!!”

“오셨군요...!”

이벨린과 코크가 화색이 되었다. 아스카도 은근히 기뻐하는 눈치였다.

가면 쓴 천사들의 표정은 읽을 수 없다.

그들의 공통점은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가로막고 서있다는 점이다.

본인들의 몸으로 방벽을 이루고 있었다.

마침 뒤따라 도착한 아수라의 입이 중얼거렸다.

[결국 싸우자는 건가.]

저벅.

이어서 걸음소리가 울렸다.

홀로 둥둥 떠다니던 입이, 육신을 되찾은 것이다.

악신 아수라.

놈의 완전한 모습은 ‘매끄럽다.’는 인상을 줬다.

날렵한 근육질 몸매에 자색의 광택이 흘러 잘 빠진 예술품을 보는 느낌이다.

질질.

놈의 손에 쥐어진 무언가가 끌려온다.

비반이었다.

신장이 무려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인간의 몸으로 신(神)의 칭호를 얻은 절대자가 완전히 제압당한 것이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없었다. 내게 품은 적대심을 지우는 계기로 삼아줬으면 좋겠군.]

아수라가 멀쩡히 살아있는 비반의 호흡을 들려주며 말했다.

이어서 비반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푼 놈이 어깨를 으쓱였다.

[재차 말하지만 나의 목적은 지옥을 왜곡시킨 원흉이다. 너의 목적 또한 같을 텐데?]

붉은 살덩어리.

아수라는 그것을 파괴할 작정이라고 연신 주장했다.

그리드의 생각은 달랐다.

“파괴하려는 게 아니라 먹을 심산이겠지. 저것은 너의 근원이니까.”

근원을 섭취함으로써 완전해진다...

그리드의 통찰은 아수라의 진짜 의도를 정확히 간파했다.

그쯤 되자 아수라도 부정하지 못했다.

[정확히 봤다만... 내가 그것을 섭취하면 그것이 파괴되는 것 또한 진실 아닌가? 네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거다. 지옥의 왜곡이 풀리고 지상은 완벽한 평화를 얻겠지.]

“너라는 새로운 위기가 날뛰기 전까진 그렇겠지.”

그리드가 역천을 뽑아 쥐었다.

쉬고 싶다.

그리드에겐 오직 그 생각뿐이었다.

굳이 영양가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가 문득 얼굴을 굳혔다.

이질감을 느낀 까닭이다.

검신 비반.

그리드는 그의 능력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해왔다.

비반은 단지 곁에 있는 것만으로 검의 위력을 상승시켜주는 귀중한 존재였다.

한데 지금은 묵묵부답이다.

역천의 검기가 강화되지 않았다.

‘설마 죽었다고?’

그리드가 여전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비반에게 시선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코앞에 닥쳐온 아수라가 손을 뻗었다.

등 뒤로 환영처럼 떠오른 수십 개의 손이 갓 핸드가 만든 금속의 태양을 짓뭉개고, 헤집으며 태양 안에서 그리드를 끄집어냈다.

아수라.

한 번의 손짓으로 수십 회의 동작을 만든다.

그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경악하는 천사들과 달리,

“너, 갇혔군.”

그리드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제 멱살을 붙잡은 아수라를 무시하고 광야에 세워진 장벽을 응시했다.

장벽의 정체.

비반의 검이다.

‘거대해진 채’로 부러진 검이 전장에 2겹의 장벽을 이루고 있었다.

부르르.

역천이 장벽의 안쪽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반응했다.

가볍게 경련하며 검기를 예리하게 증폭시켰다.

스아아...

죽은 듯 쓰러져있던 비반의 모습이 검으로 바뀐다.

한 자루의 평범한 장검.

비반의 심상세계를 유영하는 무수히 많은 검 중 하나였다.

“밑작업은 대충 끝냈네.”

장벽 위로 나타난 인영이 말한다.

검신 비반이었다.

그의 손에 부러진 검이 쥐어져 있었다.

거대해진 채로 부러진 드래곤 웨폰의 ‘환영’ 따위가 아닌, 그리드와 함께 심상 속에서 만들었던 진짜 드래곤 웨폰이다.

결코 부러질 일 없는.

“안심해도 좋아. 이곳은 내게 맡기고 볼 일 보시게.”

스스스스스스스슥...

거대한 검이 장벽을 이룬 전장.

검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 힌트였다.

이곳은 이미 검의 세계.

비반의 심상이다.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비반이 공간을 장악해버렸다.

또한 그리드는.

“알겠습니다.”

비반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즉시 등을 돌려 지하로 돌입했다.

붉은 살덩이를 파괴하는 게 목적이다.

그래야만 지옥의 왜곡이 풀리고 근원을 잃은 아수라는 급격히 약해지리라.

[이럼 나가린데?]

혀를 내두른 아수라가 즉시 그리드를 뒤쫓았다.

천사들이 놈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찰나에 이르지도 못할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동작을 몇 개 소모시킨 것. 그게 전부였다.

그걸로 충분했다.

비반이 도착해버렸다.

검의 환영이 세운 장벽 너머에서 벼린 검기를 고스란히 검에 담은 채다.

아수라와 천사들이 체감하기론 아주 잠시 동안 생긴 틈을 이용한 힘의 축적이었지만 진실은 달랐다.

비반은 이 세계의 주인이다.

자신에게만 시간의 흐름을 달리 적용시켜 수십 년 분의 검기를 모았다.

오로지 축적만 시켰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르는 과정에서 소실 된 검기는 티끌만큼도 없었다.

검신이기에 가능했다.

“고맙네. 그대 덕분에 내 검의 위력을 알았고, 아직 부족함을 배웠으며, 배움을 토대로 정진할 수 있었으니.”

서걱.

작지만 소름 끼치는 절삭음이 울린다 싶더니 아수라의 매끄러운 육체가 양단 됐다.

푸화하하하하학!!

후둑, 후두두둑...

분수처럼 솟구친 핏물이 검막에 가로막혔다.

비반의 모습은 붉은 피가 내리는 날 투명한 우산을 쓴 신사처럼 보였다.

“그리드, 이만 편히 쉬시게.”

“...아니... 꼭 죽은 사람 취급하는 것 같잖아...요...”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던 아스카가 미간을 찌푸리며 핀잔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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