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86권 - 22화
“나의 권한으로 로제 네게 9번째 왕좌를 주마.”
“...!”
로제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한 자릿수 대악마.
여태껏 그 어떤 플레이어도 꿈꾸지 못했던 지위를 손에 넣게 생긴 것이다.
착각 따위가 아니었다.
바알에게 직접 지목 됐다.
하물며 그리드와 마주보고 있는 상황에서.
“...하핫! 아하핫!!”
온 세상의 이목이 집중 된 무대.
그리드라는 ‘주인공’과 나란히 무대에 올랐단 사실만으로 커다란 흥분감을 느끼던 로제가 전율했다.
당당하게 주연을 꿰찬 기분.
물론 악역이다.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마의 앞잡이라며 온갖 비난과 욕설을 퍼붓고 있으리라.
괜찮다.
몰입하는 관중이 많을수록 나의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는 거니까.
‘그리드도 악역부터 시작했어.’
엄밀히 따지면 악역이 아니라 단순히 미친놈으로 시작했던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인지도가 곧 힘으로 직결되는 세상이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한낱 플레이어에 불과했던 그리드가 세계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듯이, 나 또한 오늘을 계기로 제2의 주인공이 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로제의 의욕이 들끓었다.
[제1위 대악마 바알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시야에 떠오른 알림창에 곧장 ‘예스’라는 답변을 내놓으려는 그때였다.
-이토록 빨리 바알의 신뢰를 얻다니 훌륭해. 너의 자질은 그야말로 악마와도 같구나.
누군가의 음성이 뇌리에 직접 울렸다.
익숙한 음성이었다.
제2위 대악마 아모락트.
로제가 본래 섬겼던 주인이다.
-아이야. 놀랍게도 바알이 불리한 상황이다. 주요 거점마다 그리드의 부하들이 활개를 치는 중이고 그리드가 데려온 고룡의 행방 또한 묘연하지. 이때 네게 힘을 주겠다는 바알의 의도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아라. 지금 바알의 뜻대로 움직이는 건 큰 가치가 없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화살받이로 이용당할 게다.
아모락트의 조언은 타당했다.
로제는 어렴풋이 감동할 정도였다.
뒤통수 치고 도망친 부하를 걱정해서 따로 조언을 해주다니...
이쯤 되면 악마가 아니라 천사 아닐까?
‘그러니까 병신이지.’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로제의 두 눈이 사늘하게 식었다.
-저랑 바알을 이간질하실 작정이군요. 분쟁의 대악마님 답네요. 됐어요. 쇠사슬에 묶인 채 아무 것도 못하는 뒷방 늙은이는 평소처럼 구경이나 하세요.
애초에 로제는 아모락트를 신뢰하지 않았다.
분쟁의 대악마.
아모락트의 본질은 다툼을 부추기는 것이다.
분쟁과 관련 된 권능 따위를 로제가 직접 목격한 적은 없지만, 당연히 경계했다.
결국.
아모락트의 이어지는 설득을 무시한 로제가 바알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쿠와아아아아아아아아앙!!
로제를 중심으로 폭발이 발생했다.
강력한 마기의 파동이 만드는 폭발이었다.
제법 먼 거리를 유지하고 선 그리드의 신성이 요란하게 흔들릴 정도로 위력이 컸다.
파직!
파지지지직!!
여전히 용솟음치는 마기 사이로 뇌전이 감돈다.
틈새로 드러나는 로제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새로운 제9위 대악마가 탄생하였습니다.]
[배신의 악마, 로제입니다.]
“...”
연신 위로 솟구치던 마기가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녹아 흐르는 초콜릿처럼 로제의 몸을 타고 흘러내려 굳어갔다.
이내 철갑처럼 단단하게 굳은 칠흑의 드레스를 무장한 로제가 멈췄던 숨을 토했다.
“하아... 황홀하네.”
초월자가 보는 세계는, 로제에게도 어느 정도 익숙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는 초월자가 아닌 절대자에 근접한 존재로 거듭나 있었다.
단순히 한 자릿수 대악마라서가 아니다.
[당신을 탄생시킨 존재가 바로 곁에 있습니다. 당신의 마력과 격이 대폭 상승합니다.]
바알과 나란히 섰다는 이유로 로제는 절대자에 근접해졌다.
바알의 힘이 일부나마 그녀에게 공유되고 있었다.
제1위 대악마의 최측근으로 거듭나고 얻은 혜택이었다.
“그리드.”
허공을 답보하는 로제의 움직임이 잔상을 남긴다.
무지막지하게 쾌속하다는 증거다.
시청자들이 극도로 긴장했다.
“당신을 오랫동안 동경해왔어. 당신이 막강한 권력으로 나를 억압했을 때부터였지. 그 무렵부터 나는 당신처럼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어.”
힘.
누구라도 동경하는 개념이다.
단순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라도, 때때로 힘은 필요했으니까.
하물며 로제는 커다란 야망을 지닌 여자였다.
반드시 큰 힘과 권력을 얻고 남들 위에 군림하고자 했다.
그리드처럼 되고 싶다는 욕구를 누구보다 강하게 느껴왔다.
메마르지 않고 피어나는 주황색 신성을 장발처럼 흩날리는 그리드의 화려한 모습을 담은 그녀의 두 눈에 깃든 것은, 진정으로 순수한 애정이었다.
“그러니까 오늘도, 앞으로도 나는 당신을 쓰러뜨릴 거야. 당신 또한 나를 동경하게 될 때까지.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완성되는 거지.”
‘...미쳤나?’
애초에 로제가 ‘억압당했었다.’고 표현한 시점부터 그리드는 그녀를 정상인으로 보지 않았다.
그녀가 말한 억압의 본질은 보복이었으니까.
로제는 단순히 죗값을 치렀었을 뿐이다.
피해자마냥 지껄여선 안 됐다.
‘정상인이었으면 저 지랄을 하고 다니진 않았겠지.’
본래 초월자나 랭커 중에선 정상인이 드물다.
한 분야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습성 자체가 일종의 정신병 아닐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의문을 품게 만들 정도였다.
그리드의 감상은 딱 거기까지였다.
로제가 뭐라고 지껄이든, 그녀라는 인물 개인에겐 큰 흥미를 품지 못했다.
다만 일말의 감사는 느꼈다.
‘적당히 어울려주면서 또 하나의 무덤의 쿨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벌자.’
“과묵한 태도도 멋지네.”
싱그레 웃은 로제가 새로 생긴 권능과 스킬들을 점검했다.
줄타기.
권능과 스킬마다 그런 이름이 붙어있었다.
배신의 악마라는 칭호에서부터 드러났듯이.
시스템은 그녀가 매번 세력을 바꿔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듯했다.
‘나쁘지 않아.’
줄타기라는 이름답게.
로제가 새롭게 얻은 스킬들은 대부분 ‘확률’에 큰 기대를 걸었다.
평균적으로 뛰어난 위력을 발휘하는 게 아니라 낮은 확률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하는 식이다.
운이 없으면 평범한 스킬보다 수준이 낮아졌지만, 로제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리드와 템빨단.
대부분 자신보다 강력한 그들과 싸우고 이기기 위해선 평범한 수준으론 안 됐으니까.
낮은 확률이나마 승산을 엿볼 가능성이 있다는 게 중요했다.
[줄타기의 권능을 전개합니다.]
[2개의 주요 능력치가 소폭, 혹은 3배 상승하고 2개의 주요 능력치가 소폭, 혹은 3배 감소합니다.]
[크리티컬 확률이 100퍼센트가 되거나 소폭 감소합니다.]
[약점 공격 확률이 100퍼센트가 되거나 소폭 감소합니다.]
[마력이 소폭 상승하거나 대폭 상승합니다.]
로제가 전투태세를 갖췄다.
버프가 될지 디버프가 될지 모를 스킬들을 연달아 중첩시켰다.
표적은 그리드.
그녀의 목적은 승리가 아니다.
아쉽게 패배할지언정 그리드의 신화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미약한 시작이 위대하고 찬란한 미래의 발판이 되어 주리라 믿었으니까.
꽈드득, 꽈드드득!!
버프가 중첩될수록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해가는 그녀에게 바알이 마검을 건넸다.
여전히 강력한 마기가 응축 된 마검이었다.
그것에 깃든 힘을 느낀 로제가 감격했다.
““바알, 당신께 충성하길 잘했어요.””
썩은 동아줄이 아닐까 의심했던 과거의 내가 한심할 지경이다.
로제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이거 어쩌면.
그리드와 호각을 겨루는 게 아닐까, 라고.
사실 그래야 옳긴 했다.
무려 바알의 마력이 응축 된 마검을 손에 넣지 않았나.
바알이 나를 그리드의 대항마로 선택했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싸움이 성립될 만했다.
““드디어... 드디어 그리드 당신과 같은 눈높이가 됐네.””
뒤틀린 동경이 로제의 얼굴을 한층 더 기괴하게 일그러뜨린다.
시청자들의 등골이 오싹해지는 순간이었다.
쿠와아아앙!!
로제가 질주했다.
수십 수백 겹의 잔상을 남기면서다.
그녀의 손에 쥐어진 마검이 그녀가 지나온 경로에 새카만 줄을 아로새겼다.
풍경을 양단시키는 줄이었다.
지평선 위로 새로운 지평선이 겹쳐지는 듯한 광경.
몹시 비현실적이었다.
애초에 모든 상황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
플레이어 출신으로 대악마가 된 존재.
바알에게 직접 하사 받은 마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손끝에서 뿜어지는 마력의 빔은 닿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플레이어의 영역을 완전하게 초월한 것이다.
명백히 그리드를 위협하고 있었다.
결과를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었다.
상황 자체가 잘못 된 까닭에, 그리드가 이대로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아보였다.
쿠콰콰콰콰콰콰쾅!!
로제가 쏘는 마력의 세례가 그리드의 몸을 매번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바알의 버프를 직접 얻고도 끝내 절대자의 경지에는 오르지 못한 로제다.
그녀의 공격이 그리드에게 닿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만, 바알의 의지가 깃든 마검은 달랐다.
화려한 동작으로 회피 기동하는 그리드를 집요하게 추격해서 가슴을 베는데 성공했다.
순간.
우우우우우우우우웅!!
마검에 집약됐던 바알의 마력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마치 새카만 태양이 떠오르는 듯한 광경이었다.
일대를 집어삼킬 폭발의 전조였다.
“아.”
바알 성의 입구.
마안족 왕을 방패로 삼아 아수라의 머리를 억제하는 한편 마물들을 도륙하던 지슈카와 반트너가 탄식했다.
초월자의 반열에 오른 시력으로 그리드의 위기를 목격한 까닭이다.
그리드가 옅어지고 있었다.
주황색 신성이 마검에서 비롯된 새카만 태양에 삼켜져갔다.
로제의 손끝에서 완성 된 공격은, 필시 바알의 전력이었다.
세상사람 모두가 깨닫고 절망하는 그때였다.
스슥.
검은 태양 속에서 꺼져가던 주황색 신성의 잔재가 흔들렸다.
꺼지기 직전의 촛불처럼 미약한 움직임이었다.
결과는 컸다.
서걱!
일도양단.
그리드가 하늘을 끌어내리기 위해 만든 <역천>은, 악마가 만든 인공 태양 따위 가뿐하게 베어버렸다.
쿠르르르르릉!!
새카만 태양이 반으로 갈라졌다.
곧 폭발을 일으켰어야 할 방대한 양의 마력이 사방팔방으로 맥없이 흩어져갔다.
로제의 얼굴이 검은 아지랑이 사이를 떠돌았다.
몸에서 분리 된 채다.
경악한 표정 그대로 떠돌다가 잿빛으로 산화해갔다.
그녀의 죽음이 만든 잿빛은 하늘로 솟구치지 않았다. 어느새 바로 등 뒤로 다가와 있는 바알에게 날아가 흡수됐다.
번들거리는 눈으로 그리드를 노려보는 바알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 같잖은 갑옷이 데미지를 축적하지 못하는군. 예상대로 제약이 있었구나. 마땅히 그래야 옳지.”
로제의 죽음은 오직 바알에게 이롭게 작용했다.
그녀가 활약한 짧은 시간 동안 그리드의 상태를 파악한 바알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제길.’
그리드가 눈살을 구겼다.
본래 시간을 벌 요량이었는데 실패한 것이다.
로제가 휘두른 마검의 위력이 너무 강해서 반격할 수밖에 없었고, 로제는 단 일격에 죽어버렸다.
대가가 참혹했다.
꽈아아아아아앙!!
절대방어를 꿰뚫는 바알의 손톱이 그리드의 안면을 후려친다. 휘어진 손가락이 그대로 그리드의 턱을 낚아채 목을 꺾어버렸다.
그리드가 반격했다.
기이하게 꺾인 시야 탓에 바알의 위치를 눈으로 식별하지 못했지만, 인공 감각에 의지해서 공격을 적중시켰다.
역천은 평타만으로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바알의 살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뭉개지며 핏물이 솟구쳤다.
하지만 죽음으로 인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위력이었다.
바알의 초고속 재생은 어지간한 상처를 즉시 회복시켰다.
“죽지 않는다? 과연 그게 사실일지 내가 직접 확인해주마.”
바알은 5융합 이하의 검무를 면역한다.
그러므로 그리드의 반격을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리드를 발로 차서 날린 뒤 마력의 빔을 쏘고, 빔을 가르느라 행동을 소모하는 그리드의 후위를 점거해 정수리를 팔꿈치로 내려찍고, 어느새 소환한 마검으로 이어서 베기를 반복하는 등.
그리드를 압박하는 바알의 힘과 속도는 처음처럼 건재했다.
반면 그리드는 처음보다 빠르고 강해졌지만 누적되는 상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싸움의 흐름이 점차 바알에게 유리하게 변해갔다.
사람들이 잊었을 정도로 존재감이 옅어졌던 악룡 번헬리어가 난입하기 전까진 그랬다.
“타라! 찍!”
지면에 처박힌 그리드의 얼굴 옆으로 웬 생쥐 한 마리가 달려와서 외쳤다.
진짜 생쥐였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생쥐로 폴리모프한 번헬리어였다.
위대한 고룡이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감추기 위해서 최대한 작아진 것이다.
마력을 숨기고 상황을 살피다가 기회를 엿보고 달려왔다.
“지금이 기회다! 찍! 서둘러!”
“...”
부끄럽지 않냐고 물어보려던 그리드가 관뒀다.
애초에 고룡의 감각으론 인간이나 생쥐나 별 차이가 없을 테니까.
‘그건 아닌가?’
번헬리어는 인간 여성과 짝짓기해서 자식을 낳은 이력이 있다.
그가 인간과 생쥐를 동등하게 취급할 리는 없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였다.
...아니, 지금 그딴 건 중요하지 않다.
어이가 없어서 떠오른 잡념들을 털어낸 그리드가 바닥에 쓰러진 채로 몸을 돌렸다. 번헬리어의 작고 통통한 몸 위에 등을 뉘였다.
바알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애초에 그는 번헬리어가 진즉 이곳을 탈출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고룡의 콧대는 천상의 신들보다 높으니까.
등장하자마자 마법에 족쇄가 채워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워 감당 못하고 자리를 떠난 것으로 봤다.
설마 쥐새끼로 변해가면서까지 기회를 노리고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했다.
“...?!”
마력을 응축시킨 마검으로 그리드를 겨냥하던 바알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방금 전까지 폐허가 된 지상을 나뒹굴고 있던 그리드가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으니까.
광풍이 휘몰아쳤다.
본신을 드러낸 악룡 번헬리어의 날갯짓이 만든 광풍이었다.
화르르르륵!!
역천의 표면이 붉게 달아오른다.
주작의 열기가 염룡 트라우카의 불씨를 살리고 있었다.
다급히 반격하는 바알의 화염 저항력과 마법 저항력을 대폭 저하시키는 효과를 발휘했다. 추가로 그리드의 마력과 의지, 무기 공격력에 비례하는 반사데미지까지 입혔다.
꽈르르르르르릉!!
드디어 활성화 된 드래곤 나이트의 힘을 빌린 그리드의 6융합 검무가 약화 된 바알을 난도질했다.
검로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역천의 형태에 바알은 쉽게 대응하지 못했다.
콰쾅!
쿠콰콰콰콰쾅!!
디스인티그레이트와 메테오가 연달아 폭격을 개시했다.
산산조각나기 시작한 바알의 육신을 꿰뚫고, 짓뭉개며 재생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드래곤 나이트> 효과로 모든 능력치가 3배 상승합니다.]
[<역천>의 옵션 효과로 대상의 방어 스킬, 마법, 권능을 85퍼센트 확률로 무력화시킵니다.]
[<역천>의 옵션 효과로 대악마에게 입히는 피해가 대폭 상승합니다.]
[<역천>의 옵션 효과로 어두운 장소에서 무기 공격력이 추가로 상승합니다.]
데미지 상승효과가 중첩되길 반복했고,
“...크아아악!!”
바알이 재차 죽었다.
끝이 아니다.
곧바로 죽음을 극복한 그가 우선 저주 마법을 발동시켰다.
오직 번헬리어에게 적용되는 저주였다.
감히 다시 나타나 훼방을 놓은 번헬리어를 이참에 지옥에서 완전히 쫓아낼 의도였다.
한데 표적이 지정되질 않았다.
저주마법이 번헬리어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하게 흩어졌다.
찍찍!
멀리서 쥐새끼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 다시 홀로 선 그리드가 모르는 척하기 위해 애썼다.
(86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