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86권 - 2화
“그대가 섬기는 신께서 내가 만든 작품을 오랜 기간 애용해 오셨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새카만 도포가 물결처럼 흐른다.
먹물이 번져 파도를 그려가는 느낌.
도사 사백이 만드는 광경이었다.
구사하는 검술이 특이했다. 날카로운 검으로 천천히 태극을 그리는데, 잽싼 마물들이 회피하질 못하고 베이기 일쑤였다.
잠시 흥미롭게 지켜보던 크라우젤이 이내 눈살을 찌푸렸다.
얼마 전 한국의 별장에서 모임을 가졌을 때.
아침에 일어나 나란히 태극권을 펼치던 그리드와 지슈카의 모습을 떠올린 것이다.
‘왜 하필 태극권이었을까.’
중국 공산당에 로비라도 받은 건가.
크라우젤이 잡념을 품는 동안에도 사백의 말은 이어지고 있었다.
“또한 내가 벌한 양반의 숫자가 무려 일곱이지.”
느리게 움직이다가 벌처럼 쏘아진 검극이 마물의 울대를 끊는다.
펄럭이는 도포 사이로 드러나는 사백의 손목과 쇄골에는 문신 같은 표식들이 가득했다.
대량의 스탯을 영구적으로 상승시켜주는 표식.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갖길 소망하는 그 진귀한 보물을 창조하는 자가 바로 도사 사백이다.
심지어 사백 본인은 다수의 표식을 부착하고 있었다.
만약 바알이 사백을 죽여 그의 영혼을 지옥으로 데려간다면.
안 그래도 초네임드급 보스답게 높은 수치를 자랑하는 바알의 스탯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우려가 있었다.
“검성으로 제법 높은 명성을 떨쳐온 그대보다 내가 한 수 위란 말이다. 위계로 보나, 경험과 실력으로 보나, 그대는 내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이 없어. 저기 저놈도 마찬가지고.”
네임드 NPC의 콧대는 본래 높다.
하물며 초월자로 긴 세월을 살아온 상대를 플레이어가 통제한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그리드처럼 독보적인 위계와 명성을 지녔다면 몰라도, 크라우젤은 그리드가 아니다.
크라우젤의 명성이 플레이어 중 두 번째로 높다지만 첫 번째인 그리드와의 격차가 너무 컸다.
‘공교롭게도 라우엘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군.’
아쉽지만 어쩌겠나.
협조적일 거라고 믿었던 황길동이 사백과 똑같이 행동하는 마당이다.
크라우젤은 설득을 포기했다.
이곳이 지름길이라며 점차 짙은 마기가 들끓는 공간으로 나아가는 황길동과 사백을 묵묵히 뒤따랐다.
일행의 행선지는 뇌래의 언덕.
풍경이 온통 노란 구릉지라고 한다.
황길동이 ‘표식의 재료’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을 거라며 사백을 꾀어냈다. 크라우젤에게 속삭여 덧붙이길 거기가 가장 안전한 구역이라면서.
“노검마.”
후위에서 불만어린 표정을 짓고 있던 노검마가 불쑥 말했다.
자신을 저놈 따위로 지칭하는 사백에게 재차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크라우젤에겐 조금 다르게 들렸다.
템빨단에 가입한 이후 후로이를 가까이서 목격해온 여파다.
‘혹시 한국인이신가?’
아니, 그럴 리 없을 거다.
후로이 같은 사람이 세상에 둘 이상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었다.
크라우젤은 자신이 오해하는 거라고 믿었다.
노검마에게 작은 죄책감마저 품으며 듣기 언어 설정을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꿨다.
“노검마. 내 이름은 노검마요. 처음 소개할 때도 밝히지 않았소? 그 작은 머리에 부디 똑똑히 새겨주시오.”
이제야 편하게 들린다...
노검마의 이름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을 수도 있다는 끔찍한 가정을 떨쳐낼 수 있었다.
크라우젤이 안도했고 사백은 콧방귀 뀌었다.
“흥, 민간에선 전설로 추앙 받는다더니 꽤 맹랑한 구석이 있군. 뭐 좋다. 시답잖은 신경전은 관두고 걸음을 서두르도록 하지, 노검마.”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백이 피 묻은 검을 부적으로 닦아냈다.
새파란 검광이 여리는 것이 인챈트 효과가 부여된 듯했다.
‘굉장히 오래 전부터 활동해왔다지. 최소 중위 이상의 초월자일 거라고 하더니 다재다능하군.’
수준급의 검술을 구사하는 동시에 도술과 부적을 부리고, 또한 표식이라는 시그니쳐를 보유한 사백의 가치는 보면 볼수록 높았다.
어쩌면 신선 여울랑과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반드시 지켜야한다.’
맡은 임무의 중요성을 재차 상기하며 사백을 뒤따르던 크라우젤이 우뚝 멈췄다.
보폭을 넓힌 채다.
황혼으로 물든 땅에 비치는 그림자가 기운다.
즉시 발검하며 상체를 숙인 크라우젤의 그림자였다.
쩌어어어어엉!!
폭음이 터졌다.
상투 튼 사백의 머리가 흔들렸고, 크라우젤의 이마에선 주르륵 핏물이 흘러내렸다.
“끄응...”
노검마가 신음했다.
갑자기 큰 충격을 받고 대량의 생명력을 잃은 그는 상황을 잠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상위 랭커답게 몸은 쉬지 않고 움직였다. 버프를 활성화시키고 물약을 마시면서 주변을 살핀다.
상체를 크게 기울인 채 검을 내지르고 있는 크라우젤의 뒷모습이 가장 먼저 보였다.
크라우젤의 검 끝이 도달해 있는 곳은 사백의 왼쪽 뺨.
어떤 ‘손’과 맞물린 채 멈춰있다.
몹시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자색의 손이었다.
마치 그리드의 갓 핸드처럼 허공에 홀로 붕 떠있는.
실체인지 허상인지 분간이 힘들다.
투명한 까닭.
본래 사백의 얼굴을 노렸다가 크라우젤의 황혼에 진격을 가로막힌 그것은, 노을빛으로 아롱지는 검광 너머에서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법을 사용했던 흔적이다.
사백에게 쏘아지는 동시에 크라우젤과 노검마, 황길동을 노렸던 화염 속성 대마법.
‘이젠 마법도 쓰는 건가.’
크라우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아수라의 손.
무후총에서 템빨단과 사도들을 잠시 위기에 빠뜨렸던 그 악신의 일부는, 전보다 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좋아. 예상대로 잘 견디는군.”
저벅, 저벅, 저벅.
음침한 목소리에 이어서 다가오는 발소리가 일행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날카로운 어금니를 반짝이며 웃는 악마.
형상은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르다.
노검마에겐 아주 거대한 박쥐로 비쳤다. 무척 불쾌하고 두려웠다.
[제1위 대악마 바알이 출현하였습니다!]
“큭...”
노검마가 신음하며 무릎 꿇었다.
바알이 유발하는 상태이상에 짓눌린 것이다.
어쌔신 플레이어 중 최초로 100레벨을 달성하고 ‘초대 랭킹 1위 어쌔신’으로 명예의 전당에 등록 된 올드 플레이어.
오픈 베타 시절을 포함해서 장장 9년 가까이 Satisfy를 플레이해온 노검마는, 의외로 최근에야 전설 클래스를 얻었다.
정확히는 전직했다.
잠행을 거부하는 암살자.
클래스 이름이 다소 꺼림칙한 구석이 있었지만, 아무튼 9년간 쌓아온 노력과 업적을 드디어 인정받은 셈이다.
엄청난 전율과 보람을 느꼈었다.
하지만 이제와선 기뻐했던 게 민망해졌다.
‘상태이상에 저항하지 못하다니? 이름부터 영 미심쩍더니 불량품이었나?’
전설 클래스는 상태이상에 면역한다.
그리드가 최초의 전설이 된 이후 독보적인 속도로 앞서나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데 이 순간 노검마는 온갖 상태이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기껏 얻은 전설 클래스가 기본적인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무력화됐다.
성능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동요하는 그에게 크라우젤의 귓속말이 날아왔다.
-절대자들은 상태이상 저항을 무시하는 상태이상 유발 능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습니다. 제가 시간을 버는 동안 평정심을 되찾고 회복하시죠.
-...혹시 나중에 황금마차에서 상태이상 저항을 무시하는 상태이상을 무력화시키는 아이템 같은 것도 판매하나?
1세기 전 온라인 게임들.
노검마에게도 아버지뻘인 세대가 즐겼던 게임들의 유료 아이템 목록이 나열 된 이미지 파일이 옛날 인터넷에서 유명했었다.
그때 본 내용을 떠올리며 질문하는 노검마에게 크라우젤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적어도 제 명성으로 열람할 수 있는 상품 목록엔 없었습니다. 현재로썬 초월의 격을 쌓아 저항 확률을 높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죠.
-그래... 아무쪼록 상황에 집중하시게.
농담도 손뼉이 맞아야 완성되는 법이다.
애초에 농담이나 지껄일 환경도 아니었다.
무려 제1위 대악마가 눈앞에 나타난 상황.
물론 이번에도 파편 쪼가리일 확률이 높았지만, 과거와 달리 영문 모를 ‘손’을 대동했다.
노검마는 아수라의 손을 처음 봤고, 아수라가 뭔지도 몰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손이 몹시 불길하고 위험한 물건이란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위험성이 직관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크라우젤의 검기가 실시간으로 흐트러지고 있었으니까.
검성의 검기.
어쩌면 신성과 견줘도 좋을 최상급의 자원이 아수라의 손과 가까워질 때마다 흐릿해졌고 급기야 소멸하길 반복했다.
크라우젤의 검이 내뿜는 주황색의 기운 또한 마찬가지.
예삿일이 아니었다.
‘크라우젤이 저것을 묶어놓은 동안 길동과 사백이 바알을 처치해야 하는데.’
추측대로 바알이 파편에 불과하다면.
황길동과 사백은 비교적 손쉽게 바알을 처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수는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미리 마련하는 법.
노검마는 바알이 단순한 파편이 아닐 경우를 대비했다.
황길동과 사백이 바알을 처치하기 전에 크라우젤이 손을 놓치는 경우도 좌시하지 않았다.
‘준비해야겠군...’
암살.
어쌔신에겐 ‘업적’으로 남아 성장을 가속시키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노검마는 여태껏 단 1번도 암살을 시도해본 적이 없다.
기록에 남는 탓에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노인네의 어리석은 아집 따위로 치부했다.
바보 같은 늙은이가 비겁한 짓은 거부한답시고 본분을 망각한 것으로 보았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다.
누구보다 강해지고 싶었던 노검마는 스킬 트리를 검술 관련으로 올인했고, 그 탓에 암살할 역량이 안 됐다...
아무튼 이젠 지난 일이다.
‘바알, 존재해선 안 될 거악이여. 그렇게 계속 나를 좌시하라.’
노검마가 자신에겐 눈길조차 안 주는 바알의 동태를 예의주시했다.
지난 9년 동안 단 1번도 실행해본 적 없는 ‘암살’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은밀히 준비하면서다.
바알이 유발하는 디버프 몇 가지가 천운으로 작용했다.
실시간으로 하락 중인 스탯과 생명력, 녹슬고 있는 무기와 갑옷 따위가 패시브 스킬의 발동 조건을 충족시켜갔다.
“검성 크라우젤, 베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검성의 법칙은 더 이상 아수라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네놈에게 한 번 베였던 뒤로 학습한 덕분이지. 아수라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나조차도 예상 못했기에 뜻밖의 수확이었다. 덕분에 새로이 태어날 악신은 최소 고룡과 비견되는 내구력을 갖추게 되었어.”
바알은 오직 크라우젤을 주목했다.
눈치 챈 사백이 슬그머니 물러나려고 했지만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수라의 손이 그를 뒤쫓았기 때문이다.
사백은 아수라의 손에 담긴 염원과 힘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눈치 못 챌 수가 없다. 단지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마력과 도력이 흩어졌으니까. 철저히 무력해지는 감각. 초월자가 된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무력감이 그를 당황시켰다.
“...”
크라우젤은 바알과 굳이 대화하지 않았다.
그가 여태껏 상대해온 악마들은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탁월했던 까닭이다. 하물며 만악의 근원인 바알과 말을 섞어서 좋을 건 전혀 없었다.
“겁먹었군.”
바알이 피식 웃었다.
쥐새끼마냥 살금살금 다가오는 황길동에게 힐끗 고개를 돌려 굳어버리게 만든 직후였다.
고맙게도 자신의 마기와 연결 된 구역을 찾아와준 사냥감들.
바알은 놈들로부터 익숙한 냄새를 느꼈다.
공포가 풍기는 냄새.
바알에게 살아있음을 실감시키는 냄새다.
소멸하지 않는 그의 무한한 목숨은 인류의 공포에서 비롯하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죽는 건 금방이라 고통이 짧거든. 죽어 지옥에 떨어진 너희들의 영혼이 나와 일체해서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편이 낫다. 다만 그때가 되면 고통도 영원하겠지만.”
바알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단지 의지만으로 주변의 마물들을 곁으로 불러 모아 통솔했다.
아수라의 손을 필두에 세웠다.
바알을 제외한 모든 대상의 자원을 흡수해서 무력화시키는 악신의 손은, 간단히 말해서 무적이다.
바알이 직접 나설 것도 없이 사냥을 끝마칠 것이었다.
‘그리드 네놈은 내 사냥을 막을 심산으로 검성을 보낸 거겠지만.’
오판이었다.
나를 막으려면 네놈이 직접 왔어야...
“...?”
그리드의 파렴치한 상판대기를 떠올리며 이죽거리던 바알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크라우젤이 아수라의 손을 날려버린 까닭이다.
단순히 검으로 때려서 날렸다.
베지 못하는 것이 없다는 법칙과 검기를 소실한 상태로, 단순히 검의 위력으로 만든 결과였다.
“그 검...?”
뭔가를 눈치 챈 바알이 여전히 멀리 날아가고 있는 아수라의 손을 대상으로 중력 마법을 작동시켰다. 급히 자신의 곁으로 끌어왔다.
한 발 늦었다.
황혼.
하위룡의 비늘을 제련해서 만든 크라우젤의 황혼이 아닌, 고룡의 이빨로 만든 그리드의 진짜 황혼이 바알의 심장으로 꽂혀들었다.
-그리드가 네놈에게 제 목숨보다 귀한 검을 빌려줬다고?
바알의 의문이 의념으로 전달 됐고,
푸화하하학!!
“착각하는군.”
바알의 가슴으로부터 솟구치는 핏물을 뒤집어 쓴 크라우젤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드래곤 웨폰 따위가 백만 자루 있어봤자 그리드의 목숨 하나가 더 귀하다.”
“그리드가... 어지간히 강해졌나보군?”
효과는 컸다.
크라우젤의 진심을 읽은 바알이 내심 동요했다.
당연히 잠시뿐이었다.
“예상했다. 그래봤자 상정 범위 내...”
비웃으며 크라우젤을 뿌리치던 바알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지척까지 다가온 기척을 뒤늦게 느낀 것이다.
현재 자신이 자아의 파편에 불과하다지만, 또한 검성에게 치명상을 입은 직후라곤 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기척을 읽지 못했다.
서걱.
페이커라는 신성이 등장하기 전까지 어쌔신 랭킹 1위를 지켰던 사내.
비공식 랭커 최강자 중 한 명으로, 무수히 많은 업적을 쌓은 끝에 새로운 전설을 쓰고 있는 노년의 사내가 인생 최초로 암살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바알의 목이 소리 없이 떨어져 차가운 바닥을 뒹굴었다.
그제야 곁에 도착한 아수라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바알의 새빨간 눈동자가 차츰 공허해졌다.
“검성 크라우젤... 네놈이 없는 곳에선... 다를 것이다...”
무후총에 이어서 벌써 두 번째.
자신의 발목을 붙잡은 크라우젤에게 선언한 바알이 잿빛으로 산화한다.
전설과 초월자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아수라의 손 또한 자연히 함께 사라졌다.
“...앞으로 호위 잘 부탁하겠소.”
도사 사백의 태도가 급변했다.
크라우젤이 발휘했던 무시무시한 검력이 그의 뇌리에 강렬하게 못박힌 것이다.
‘결국 템빨이 최고군.’
크라우젤이 새삼 실감했다.
같은 시각.
지상 각지에 등장한 바알의 자아 파편들이 사냥감의 위치를 특정하고 있었다. 저마다 악신의 일부를 대동한 채였다.
특히 머리를 대동한 파편의 기세가 당당했다.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그리드와 대적할 수 있겠다면서 의도적으로 마기를 흘렸다.
반응이 곧바로 나타났다.
“목숨이 무한한 까닭인가? 겁을 상실했군.”
비반이 지상에 강림했다.
바알의 자아 파편은 전전대 검성으로 기억하는 인물이었다.
“실망인데. 그나마 뮐러였다면 요기 정돈 됐을 것을.”
아쉬운 대로 머리의 성능을 시험해볼까.
지껄이는 바알의 기세가 점차로 흉악해져갔다.
비반은 묵묵히 검을 뽑을 뿐이다.
부러진 검.
바알이 실소했다.
“망령이 들었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나. 뭐, 잘 됐다. 탑에 숨어있는 놈들은 사냥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참에 네놈도 사냥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