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714화 (1,713/1,794)

템빨 85권 - 3화

<염룡의 갑옷>

등급:유일

내구력:무한 방어력:5,001

세트 아이템.

★부상 면역.

★체력 1,000 상승.

★근력, 민첩성 각 500 상승.

★생명력 회복 속도 100퍼센트 증가.

★즉사 및 암살 계열 스킬에 면역.

★상시 최적의 체온 유지.

★만독불침.

★파티원 숫자에 비례해서 방어력이 상승하고 이때 상승한 방어력을 파티원 전원과 공유.

★피격 시마다 방어력 20과 체력 10 추가 상승. 상승폭 제한 없음. 단, 추가 된 방어력과 체력의 지속 시간은 각 3초로 제한.

★<충격 완화> 효과 상시 활성화.

★스킬 <회귀> 생성.

★스킬 <절대방어> 생성.

★스킬 <또 하나의 무덤> 생성.

★드래곤 웨폰과 함께 무장 시, 무기 공격력과 갑옷 방어력 30퍼센트씩 추가 상승.

유일신 그리드가 대장장이의 신 헥세타이아, 전설의 대장장이 칸과 삼위일체, 그리고 심상합일을 이룬 상태로 만든 갑옷입니다.

염룡 트라우카의 의념이 잔재하는 뼈와 비늘, 브라함의 마법이 깃든 탐욕을 재료로 삼아 헥세타이아와 주작의 불꽃으로 단련했습니다.

트라우카의 비늘을 159,994 가닥으로 갈라 뼈대에 엮어 만든 것으로, 얼핏 비단으로 만든 제복처럼 보이는 이 붉은 갑옷은 모든 종류의 충격을 흡수하고 완화하는 구조를 지녔습니다.

또한 유일신 그리드의 안전을 기원하는 전설의 대장장이 칸의 의지가 담겨 본 적 없는 기적을 행사합니다.

★드래곤 아머 세트 효과

드래곤 비늘로 만든 방어구를 추가로 장착할 때마다 방어력 추가 상승.

착용 조건:그리드

무게:8,700

<충격 완화>

모든 종류의 데미지를 대폭 경감.

상시 활성화.

<회귀>

염룡 트라우카의 의지를 재현하여 피해를 입기 전의 상태로 역행합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48시간.

<절대방어>

드래곤의 권능을 재현하여 모든 종류의 데미지를 흡수합니다. 단, 절대방어를 무력화시키는 기술이나 격 앞에선 온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스킬 활성화 시 초당 50,000의 마나 소모.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없음.

<또 하나의 무덤>

신들의 무덤을 재현하여 주변에 대규모 폭격을 가합니다.

폭격의 종류와 피해량은 스킬 발동 전 20초 동안 입은 피해 내용에 따라서 다릅니다.

스킬 자원 소모 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1시간.

염룡의 갑옷은 역천과 많이 다르다.

그리드가 아닌 헥세타이아가 주체가 되어 만든 작품이었다.

갑옷 제작 경험이 비교적 적은 그리드는 구현하기 힘든 기술의 정수가 담겼으며, 칸 또한 움직이는 요새를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큰 도움을 줬다.

“놀랍군...”

브라함에게도 아이템 정보가 보일까?

그리드가 벗어놓은 역천과 염룡의 갑옷을 살펴보는 홍옥 같은 눈동자가 몇 번이고 흔들린다.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칸이 정중히 인사했다.

“그동안 그리드를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육체를 되찾기 전부터.

브라함은 그리드에게 몇 번이나 큰 도움을 줬었다.

육체를 되찾은 뒤로는 얼마나 더 많은 도움을 줬을지 굳이 듣지 않아도 알았다.

일단 탐욕에 깃든 마법부터가 브라함의 마음을 대변했다.

브라함이 그리드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칸은 엿보고 있었다.

“...그동안 고마웠다? 흥, 앞으론 필요 없다는 말투로군.”

브라함의 반응이 꽤나 쌀쌀맞았다.

마치 그리드의 보호자인 것처럼 말하는 칸의 태도가 내심 거슬렸던 까닭이다.

경쟁의식을 느꼈다.

솔직히 말해서.

굳이 그리드의 보호자를 자처하자면 칸보단 내가 낫지 않나?

그리드와 함께해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자부하는 브라함에게 칸이 말했다.

“그럴 리가요. 브라함 님께선 앞으로도 영원히 그리드의 곁을 지켜주셔야지요.”

영원은 예비육체를 거느린 대천사의 특권이다.

일개 천사인 칸은 언젠가 소멸하고 말 것이었다.

죽음을 극복한 브라함과는 입장이 완전히 달랐다.

거기까지 염두에 두고 말하는 칸에게 브라함이 더욱 쌀쌀맞게 반응했다.

“우중충하군. 이미 한 번 죽어본 경험 탓에 늘 죽음을 자각하게 된 모양인데 아서라. 내가 있는 한 그대는 못 죽어.”

브라함은 그리드가 슬퍼하는 모습을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자존심의 문제다.

내가 곁에 있는데도 완전한 삶을 주지 못한다?

내 무능을 증명하는 꼴이다. 용납할 수 없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깊이 알수록 상냥한 사람이구나.

그리드가 브라함을 신뢰하고 의지하는 이유를 새삼 알게 된 칸이 흐뭇하게 웃자 브라함이 재차 눈살을 구겼다.

당장 성을 낼 기세.

둘이 놔뒀다간 끝이 없겠다 싶어서 그리드가 중재했다.

“자자, 아까 하던 이야기나 계속 하죠. 지팡이를 심상세계에서 만들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

브라함이 즉답했다.

의지에 호응하는 그리드의 새로운 신검에 깊이 매혹 된 그는 자신도 비슷한 무기를 갖고 싶어 했다.

그리드의 <의념 제작>이 여러 제약을 안고 있단 사실을 듣고도 도전할 만하다면서.

“음... 헥세타이아 님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논할 가치도 없네. 의념 제작이란 제작자의 심상세계에서 제작자의 의념을 불어넣는 것이잖나. 의뢰인의 심상세계는 의념 제작에 그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네.”

“이 갑옷, 사실상 네가 만든 것이지 않나? 그것도 그리드의 심상에서? 실제로도 그리드의 의념보단 칸의 의념이 더 강하게 불어넣어진 느낌인데.”

“우리는 삼위일체를 이룬 상태여서 가능했다. 별개로 취급되는 너와는 달라.”

“별개...?”

아무래도 마리로즈와 혼인하게 됐다는 사실이 멘탈에 큰 타격을 주긴 했나보다.

누가 뭔 말만 했다하면 눈살을 찌푸리는 브라함의 눈치를 살금살금 살핀 그리드가 의념 제작의 스킬 정보를 다시 정독했다.

<의념 제작>

심상세계에서 <아이템 제작>을 진행합니다.

재료에 의념을 불어넣어 특성과 기능을 추가하거나 강화할 수 있습니다.

변경 내용은 당신의 바람을 따릅니다.

스킬 사용 조건:금의 성역 개방

스킬 자원 소모: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여기까진 아주 완벽하다.

단순히 금의 성역만 열면 발동시킬 수 있는 스킬이니까.

단, 까다로운 조건이 하나 있었다.

★경고★

심상세계가 소화할 수 있는 용량엔 한도가 있습니다.

하나의 재료로 같은 부위의 아이템을 2개 이상 제작할 수 없습니다.

말인 즉.

트라우카의 뼈와 비늘을 재료로 삼은 ‘무기’와 ‘갑옷’은 더 이상 의념 제작의 대상이 될 수 없단 뜻이다.

만약 그리드가 역천급의 무기를 한 자루 더 만들기 위해선.

트라우카가 아닌 다른 고룡의 비늘과 뼈가 필요했다.

‘또 다른 고룡의 비늘과 뼈를 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까 역천이 종결템인 거지.’

생각해본 그리드가 입을 열었다.

“과거에는 지공이었고, 현재는 지혜의 신인 브라함 당신이 억지 주장을 펼칠 리 없겠죠. 뭔가 해법이 있는 겁니까?”

“과거에 내가 말했었지. 심상에서 만든 물건은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고.”

“네, 의념체를 현실에 존재시키는 건 무리라고 했었죠. 음...?”

언젠가 보았던 브라함의 심상세계를 떠올리는 그리드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무한의 서고와 거대한 실험실.

그곳엔 수십 수백 만 권의 서적을 비롯해 브라함이 만들고 사용하는 물품이 즐비했었다.

“설마?”

“그래, ‘만드는 것’은 나도 가능하다. 다만 그것을 실존시킬 수단이 없었는데 너와 협력하면 가능할 거라고 본다.”

의념 제작의 개념을 굳이 늘어놓자면 ‘심상세계에서 만든 아이템을 현실로 가져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그리드는 ‘트라우카의 비늘로 무기를 의념 제작할 권한을 잃은’ 상태다. 반면 ‘만든 아이템을 현실로 가져갈 권한’은 여전히 갖고 있다.

“헥세타이아 네가 그리드의 심상세계에서 이 갑옷을 만들 수 있었던 건 그리드와 삼위일체를 이룬 덕분이라고 했지. 하지만 내가 추측하기론 삼위일체가 아니라 심상합일의 여파가 더 컸다.”

의미심장하게 말한 브라함이 그리드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너와 나의 인연이 헥세타이아와의 인연보다 못할 리 없다. 우리의 심상 또한 합칠 수 있어.”

그렇게 합쳐진 심상에서.

“‘만드는 권한’을 네게 양도하도록 하마.”

“궤변을 늘어놓는군.”

브라함의 계획을 잠자코 듣던 헥세타이아가 혀를 찼다.

“의념 제작이란 쉽게 말해서 정신력을 소모하는 것이다. 그리드가 트라우카의 비늘과 뼈로 더 이상 무기를 만들 수 없게 된 이유는 금의 성역의 역량이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서야. 거듭 창조하기엔 모든 발상이 고갈 된 상태지. 그걸 네 심상으로 대체하겠다는 건 지극히 오만한 것으로 불가능...”

“닥쳐라.”

“...”

“나는 너 따위가 규정할 만한 대상이 아니다. 그리드와 닮았지.”

가볍게 일축한 브라함이 심상세계를 소환했다.

총 3개의 구획으로 나뉜 심상.

브라함의 심상은 천상의 신이었던 헥세타이에게도 대단히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건... 단순한 심상이 아니다. 설마 심상을 차원화 시킨 건가?’

“기적을 행사하기 위해 마법을 연구해왔고 태초신이 내린 저주조차 극복해냈다. 급기야 염룡 트라우카의 투지마저 꺾은 내게 불가능을 논한다는 건 무지의 증명밖에 안 된다.”

촤르르르르르륵!!

브라함이 손가락을 튕기자 서고의 모든 서적이 허공으로 떠올라 책장을 펼쳤다. 한 권, 한 장, 한 글자 모든 것이 브라함의 지식과 기억이었다.

“우선 시도해보도록 하자.”

브라함의 거듭되는 제안이 그리드의 망설임을 털어낸다.

‘해서 손해 볼 것도 없고.’

브라함이라면 뭔가 일을 낼 거란 막연한 믿음도 있었다.

‘명색이 지혜의 신이다.’

시스템이 만든 규칙을 벗어날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존재가 브라함인 것이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킨 그리드가 금의 성역을 전개했다.

일단 심상합일이 발생해야만 브라함의 계획을 시도라도 해볼 수 있는 상황.

과연 2개의 심상이 충돌하지 않고 합쳐질 수 있을까...

그리드는 마냥 근심하는 수밖에 없었지만.

[브라함의 심상세계 <일계(一界):지식의 방>이 <금의 협곡>과 동화 될 수단과 방법을 찾습니다.]

[브라함의 심상세계 <이계(二界):탐구의 방>이 <금의 협곡>을 낱낱이 파헤치는 중입니다.]

[브라함의 심상세계 <삼계(三界):실험의 방>이 동화 시뮬레이션을 거듭 반복하고 있습니다.]

브라함은 없는 방법을 만들 기세로 실험을 계속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는 모양새.

그 오만함이 지금의 브라함을 만든 것이다.

끝내.

“됐다.”

턱을 치켜세운 브라함의 입가에 커다란 미소가 걸렸고,

[<금의 협곡>이 브라함의 심상 <세계의 중심>과 동화합니다!]

[<의념 제작>이 활성화 됩니다.]

[마법과 지혜의 신 브라함의 개입으로 <의념 제작>과 관련 된 제한이 일부 해금되었습니다.]

“이제 와서 어설픈 제약 따위에 발목을 붙잡혀선 안 되지. 그리드 너는 뜻하는 바를 당연하게 이뤄야 할 위계다.”

의지에 호응하는 지팡이를 원하는 건 그리드가 아닌 브라함이다.

한데 마치 그리드가 바라고 있다는 양 말하는 태도가 꽤 염치가 없었다.

“...”

평소 같으면 태클을 걸었을 그리드가 잠잠했다.

감격에 벅차서다.

의념 제작.

아이템에 제작자의 의념을 부여하는 스킬.

그리드가 의념 제작으로 만드는 아이템은 본래 그리드에게 최적화되게 마련이었고 그건 엄청난 장점이자 한계였다.

예를 들어 하야테나 비반이 역천을 다룰 경우.

그들은 역천의 가장 큰 강점인 ‘형태 변환’ 옵션을 활성화시킬 수 없다.

한데 이 순간 브라함이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 동화 된 심상의 주체는 브라함입니다. <의념 제작>으로 만드는 아이템에 당신이 아닌 브라함의 의념이 깃들 것입니다.]

‘의뢰인이 심상세계를 보유하고 있고, 그 심상을 내 심상과 동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또한 의념 제작으로 만든 무기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보다 뛰어난 템빨을 보다 널리 전파할 수 있다는 뜻.

하나 같이 역천급의 <전용 무기>를 거머쥔 결사들과 사도들의 면면을 상상해본 그리드가 제작을 시작했다.

이번엔 헥세타이아의 망치와 모루가 아닌 자신의 망치와 모루를 들고.

브라함이 피어올린 불꽃의 도움을 받아 트라우카의 비늘과 뼈를 제련했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