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645화 (1,643/1,794)

템빨 81권 - 21화

<탐욕으로 건조 중인 비행함선>

등급:???

무신 제라툴과 그를 섬기는 신들의 신화가 묻힌 무대를 토대로 건조 중인 함선입니다.

탐욕을 동력으로 삼으며 도시를 건설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합니다. 최대 속도는 음속을 가볍게 초월합니다.

멀쩡히 움직이는 비행선이 미완성 판정을 받는 이유가 뭘까?

각종 병기와 시설물이 설치되기 전이라?

아니, 단순히 조종 기능이 없어서다.

현재 이 비행선은 순전히 탐욕이나 그리드의 의지로만 움직였다.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단 말이다.

‘예상대로야. 비행하는 대지 위에 선 느낌이군.’

비행선 중앙에 선 그리드의 감상이었다.

사방팔방으로 광활하게 뻗은 대지.

그 어떤 시설물도 없는 비행선의 현재 모습을 표현하기에 ‘땅’만큼 적합한 표현도 없었다.

순백의 땅이다.

탐욕은 대부분 비행선의 하단부에 설치 된 터라 비행선 위에선 식별이 힘들었고.

‘최후의 난제가 골치군... 필요한 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사람들에게 맡기면 된다지만 조종 기능은 무슨 수로 탑재해야 하지?’

탐욕은 살아있는 생물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그리드 외엔 누구에게도 길들여지지 않는 생물.

탐욕을 조종하는 기능을 만드는 게 과학으로 가능한 일일지 의문이었다.

우려를 표하는 그리드에게 라드볼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탐욕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조종 장치를 설치하는 건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탐욕이 호응을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에...”

“그거라면 맡겨주십시오.”

그리드가 탐욕에게 명령을 내렸다.

내게 허가를 받은 조종사가 템빨함을 움직이려고 하면 그에게 호응해서 움직이라는 명령이었다.

탐욕은 당연히 받들었다.

결과.

[그리드의 가호와 브라함의 마법과 지혜, 고대 거인족의 기술로 초대형 비행함선 <신들의 무덤>이 탄생합니다.]

시스템이 비행선의 완성을 판정했다.

<신들의 무덤>

등급:유일

유일신 ‘그리드’의 초거대 비행함선.

요새와 성은 물론 도시를 세울 수 있을 만큼 거대하다.

별도의 자원을 소모하지 않으므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하다.

“...!”

“...!”

완성 된 함선의 간략한 정보가 온 세상에 공개됐다.

마치 사람들을 끌어 모으듯이.

명백히 시스템의 호의였다.

실제로 신들의 무덤엔 많은 인력과 자본이 필요했기에.

“저런 무지막지한 비행선을 만들어 내다니...”

사람들이 감탄을 연발했다.

신들의 무덤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인식하고 즉시 행동을 옮기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오직 한 사람.

“...시비 거는 건가?”

그리드의 반응만 떨떠름했다.

신들의 무덤.

제멋대로 정해진 비행선의 이름 때문이었다.

“이름이 뭐 이따위야?”

시스템의 호의가 정작 그리드에겐 전해지지 않았다...

같은 시각, S.A그룹 본사.

“티, 팀장님!”

“왜 그래? 모르페우스가 또 울기라도 해?”

“아니요. 화났는데요?”

[-_-^]

“...”

이젠 숨길 생각이 아예 없구나.

운영팀 직원들은 모르페우스의 감정 표현에 익숙해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

움직이는 도시의 탄생!

신들의 무덤은 무지막지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리드가 무신을 쓰러뜨리는 광경을 목격한 이후.

템빨단과 제국에 재산을 아낌없이 투자할 계획을 세웠던 상인들의 자본이 모조리 신들의 무덤으로 유입됐다.

기술자들의 행렬도 끝없이 이어졌다.

공백의 도시.

그곳은 모두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경>신들의 무덤 출항식<축>

“...축제를 아주 거창하게 연 건 이해해. 이게 보통 경사도 아니고 엄청난 경사니까.”

라인하르트 외곽엔 빈 터가 많다.

브라함이 지난 날 먼지로 만들어버린 산이 워낙 많은 까닭이다. 인위적으로 만든 광야가 막말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신들의 무덤을 정박시킬 장소로 적합하다는 의미다.

선착장 입구.

요란하게 걸린 현수막을 물끄러미 올려보던 그리드가 참지 못하고 의문을 제기했다.

“근데 왜 신들의 무덤에 쓰인 글자만 폰트가 다른 거냐?”

유난히 크고 굵다.

심지어 경축이라는 글씨보다 몇 배는 더.

싱글벙글 미소 짓고 있던 라우엘이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야 너무 멋진 이름이잖습니까? 한 사람이라도 더 봐주길 바라는 심정으로 신경을 좀 썼습니다.”

“...그래...”

앞으로 수십 만,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활동하거나 살아갈 함선의 이름이 ‘무덤’이라는 게 찝찝하지도 않나?

진심으로 기뻐하는 라우엘의 정신세계를 그리드는 영 이해하기 힘들었다.

정상과는 거리가 먼 취향을 지닌 라우엘의 미래가 새삼스레 걱정 될 지경이었다.

‘취향이 괴상해서 결혼도 이상한 여자랑 하게 될 것 같은데...’

매일 바가지 긁히다가 울화병으로 요절하지 않도록 내가 잘 챙겨줘야겠다...

다짐한 그리드가 슬그머니 한 걸음을 옮겼다.

순간.

선착장 입구에 있던 그의 신형이 단상 위에서 나타났다.

순보와는 느낌이 달랐다.

아무런 파장도 발생하지 않고 본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풍경에 녹아들었으니까.

수천 명의 인파가 술렁였다.

전원 템빨단원임에도 그랬다.

절대자의 경지는 그리드의 친구들과 동료들에게도 아직은 낯선 것이었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느낌이구만.”

“그러게. 하하...”

유일신 그리드는 여태까지의 그리드와 완전히 다른 존재였다.

그와 10년 가까이 함께한 동료들도 거리감을 느끼게 될 정도로.

쉬지 않고 고강해지는 그리드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과 별개로 기분이 복잡했다.

“반트너.”

“넵...! 어, 어!”

단상 뒤편으로 늘어선 십공신의 좌석.

그리드의 늠름한 뒷모습을 멀뚱멀뚱 바라보던 반트너가 힘차게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태도.

동료들은 반트너의 바뀐 태도를 이해하고 씁쓸해했다.

그리드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다소 굳은 그의 얼굴이 서운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었다.

“좀 더 가까이 와서 앉아.”

“그, 그럴까?”

의자를 앞으로 당기는 반트너의 얼굴이 헤실헤실 녹아내렸다.

거리감 느끼지 말라며 챙겨주는 그리드의 태도에 감격한 것이다.

‘그래, 그리드는 여전히 그리드야!’

‘눈 부셔서 힘들었다.’

다소 굳었던 그리드의 얼굴이 드디어 평온해졌다.

반트너를 상징하는 기술, <선 가드>.

머리로 빛을 반사해서 대상의 눈을 멀게 하고 명중률 하락과 스킬 캐스팅 취소를 유발하는 스킬이다.

뱀파이어의 도시를 토벌할 무렵부터 숙련도가 눈에 띄게 오른다 싶더니 종국에는 마스터하고 진화시켜버렸다.

무려 지옥에서 대악마들의 눈을 멀게 만들 정도로.

반트너가 새로이 쓴 전설 <광명의 수호자>의 근간이란 말이다.

이제 반트너는 굳이 스킬을 쓰지 않아도 대부분의 빛을 무지막지하게 반사해댔다. 선 가드가 전보다 강력한 상태로 패시브화 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심지어 그리드의 시야를 아주 약간 거슬리게 만들 정도여서 그리드는 굳이 반트너를 자신의 신성 안에 들인 것이다.

“라우엘.”

“예.”

그리드와 반트너의 우정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라우엘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곧 사라질 미소였다.

“여기 주변 풍경이 너무 황량한데.”

“아무래도 브라함 님께서 생태계를 완전히 파괴하신 까닭에... 그렇다고 여기까지 농업지대로 만들기엔 식량 생산량이 충분했고요. 하지만 이젠 선착장으로 이용하게 됐으니 상권이 조성될 거고 풍경도 바뀌어가겠죠.”

“아니, 명색이 선착장인데 바다는커녕 강물조차 흐르지 않다는 게 어색하잖아.”

“그야... 말만 선착장이고 사실은 비행장으로 봐야 옳으니까요...”

“강을 만들도록 하자.”

“...예?”

본래 산이 있던 자리.

수맥까지 통째로 날아가고 사막화가 되어가는 장소에서.

“강을 만들자고.”

그리드는 태연한 얼굴로 자꾸 헛소리를 해댔다.

극검이 몸을 벌벌 떨었다.

군인 시절.

저기 보이는 산이 거슬린다던 군단장의 한 마디 때문에 수천 명의 장병들이 희생당했던 순간을 떠올린 것이다.

‘유일신이 되더니...’

‘...꼰대가 됐다고?’

외부인 없이 오직 템빨단원들만 모인 자리.

이곳에서 보여지는 그리드의 모습이야 말로 진짜 그리드의 모습에 가깝다.

가식 하나 없는 진심이기에.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따악.

그리드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신들이 강림했다.

대지의 신 가리온과 어획의 신 라스, 그리고 3일 전 미르가 구출해온 물의 신 달비다였다.

“여기에 강을 만듭시다.”

그리드의 뜻이었고,

“예.”

이루어졌다.

황량했던 광야에 크고 맑은 강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이쯤 되면 운영자 위에 그리드 아닌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템빨단원들에게 그리드가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템빨계에서 신이 얻는 혜택은 무척 커. 이런 기적을 쉽게 행사할 정도로.”

그래, 신계의 위력은 모두 알고 있다.

그게 썩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가 아스가르드를 넘볼 수 없는 이유다.”

아스가르드엔 몇 명의 신이 살아가고 있을까.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최소 수백으로 유추할 뿐.

그들을 이끄는 주신들은 당연히 절대자의 위계에 있을 것이다.

순수한 전력부터 템빨계를 가뿐히 압도하는데 아스가르드에서 버프까지 받는다면?

전혀 승산을 엿볼 수 없다.

“그래서 템빨함이 중요한 거야.”

“신들의 무덤입니다.”

“그래 아무튼... 내가 저 무식할 정도로 큰 무대를 굳이 비행선의 토대로 삼은 이유는 저걸 영토로 인정받고 템빨계에 포함시키기 위해서였다.”

신들의 무덤이 템빨계 판정을 받을 경우.

신들의 무덤을 타고 아스가르드를 침략하면 공간적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선...”

“신들의 무덤을 타고 업적을 쌓을 필요가 있다는 거군?”

“맞아.”

템빨계에 편입 된 라인하르트와 동대륙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드와 그의 동료들이 엄청난 활약을 펼친 무대라는 점.

“그러니까 즉시 출항이다.”

목적지는 뻔하다.

템빨단의 가용 인원을 전부 소집해야 할 정도의 대적이라면 지상엔 단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목적지는 무후총. 지상을 깔끔하게 먹어치우자.”

물론 지상에는 드래곤이라는 변수가 존재했지만 진짜 말 그대로 변수다. 드래곤은 재앙으로 인식해야 옳았고 미리 대응하려고 애써봤자 벌집을 건드리는 꼴밖에 안 됐다.

우와아아아!!

그리드의 선언에 기세가 오른 템빨단원들이 함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

물의 신 달비다는 벌벌 떨고 있었다.

고작 3일 전.

무후총의 사냥꾼들에게 끌려가기 직전에 미르에게 구출 됐던 그녀는 무후총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걱정하지 마.”

그리드가 말했다.

고즈넉한 시선을 단상 아래 동료들에게 둔 채, 곁에 선 달비다에게 속삭였다.

“내 친구들은 아주 강하거든.”

다름 아닌 그리드야말로 시대의 변화를 가장 절실히 체감했다.

동료들의 성장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기에.

쿠르르르릉...!

잠시 후.

드디어 신들의 무덤이 출항했다.

거대한 비행선을 맞이한 도시의 사람들은 불쑥 찾아온 밤에 혼비백산하다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템빨단의 무운을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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