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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644화 (1,642/1,794)

템빨 81권 - 20화

“우와... 도대체 어디까지 올라가는 거야?”

“저만한 시설이 펄펄 날아오르다니... 보고도 믿기질 않는군.”

“괜히 신화시대라고 언플하겠냐고.”

신화시대.

역사가 있기 이전의 시대를 뜻한다.

Satisfy에서는 현재를 의미하게 됐다.

신들이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이기에.

최근 템빨국에서 건조 중인 초대형 비행선이 새로운 시대를 실감시켰다.

종전의 과학과 마법으론 결코 만들지 못했던 광경이 수많은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근데 왜 만들었지?”

“멋으로...?”

아마도 탐욕을 동력으로 삼는 비행선의 규모는 무지막지하게 컸다.

비행선을 토대로 어지간한 도시를 세워도 좋을 정도로.

필시 대단했지만 쓰임새에 대해선 의문이 생겼다.

도시를 세울 땅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왜 굳이 저런 비행선이 존재해야 하는가?

장거리 이동에 유리해서?

마법공학의 정수인 ‘워프 게이트’가 대중화된 시대에 그런 건 이유가 되지 못한다.

“차라리 갓 핸드를 더 만드는 편이 낫지 않나?”

본질적이 문제는 역시 탐욕을 재료로 썼다는 점에 있었다.

그리드 전용 아이템으로 익히 알려진 탐욕은 곧 그리드의 전력이기도 했다.

절대강자로 군림해야하는 그리드가 제 전력을 깎아가면서까지 비행선을 만든 이유가 뭔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편.

“이럴 수가.”

라드볼프 형제는 무지막지한 충격을 받았다.

무신의 관의 고도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공 5킬로미터까지 순식간에 솟구쳐 올랐다. 속도는 명백히 초월자 수준이었다.

탐욕의 출력이 수십 배 이상 강해졌다는 뜻이 됐다.

거인족의 지식과 기술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을 브라함의 마법이 해결해버렸다.

“학자를 자처해온 게 부끄럽군요.”

허탈감마저 느낀 라드볼프가 자조적으로 말했다.

지혜로운 거인족이라 칭송 받아온 세월이 부끄러워졌다.

브라함이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의 지혜가 없었다면 이 비행선은 날아오르지 못했을 거요.”

브라함은 남의 비위를 맞추지 않는다.

그의 말은 하나하나가 진심이었다.

“탐욕의 배치가 상당히 절묘해. 설계가 조금만 어긋났어도 이 무식하게 큰 땅이 떠오를 일은 없었겠지.”

“허허...”

라드볼프 형제의 얼굴에서 그늘이 걷히고 환한 미소가 번졌다.

거인족 최후의 생존자이자 탑의 결사로서 높은 자부심을 지닌 인물들이 고작 칭찬 한 마디에 흐뭇해졌단 말이다.

브라함이 조금 당황할 정도였다.

‘이게 지금의 내 위상이란 말이지.’

그 위대한 용살자 하야테를 곁에서 섬겨온 자들이 저절로 공경하는 위치.

실감하자 과거에 잃었던 꿈이 새록새록 싹트기 시작한다.

세계 정복.

모든 인간을 발밑에 두고 어머니의 복수 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야망.

고작 파그마 한 명에게 뒤통수를 얻어맞고 죽은 뒤 무력함을 느끼고 접었던 꿈이다.

‘...접자.’

인간들을 발밑에 두는 건 그리드가 바라는 일이 아니다.

인간들의 염원으로 탄생한 신이 해선 안 될 짓이기도 했다.

어머니의 복수를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죄송합니다, 어머님...’

“분위기 왜 이래요?”

잠시나마 그릇 된 생각을 품다니.

자책하던 브라함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드가 강림했다.

무신 제라툴을 꺾고 유일신에 등극한 존재.

전신에 드래곤 아머를 두르고 수백 개의 갓 핸드를 호위로 세운 그는 외관만으로 절대자였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절대자가 됐어도 태도는 여전하다.

그리드는 브라함과 라드볼프 형제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만면에 미소를 지은 채다.

“템빨함이 제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하군요.”

“템빨함...?”

“탐욕도 드디어 진화를 마쳤고.”

조금 전.

그리드는 탐욕이 진화했다는 알림창을 접했다.

몇 년 전부터 바라온 순간이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그리드의 서사시에 영향을 받아 꾸준히 성장해온 탐욕이 이제 완전해졌다.

갓 핸드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그리드의 능력치를 훌륭하게 재현했다.

<탐욕>

유일신 그리드를 상징하는 금속입니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며 주인의 능력을 재현하는 습성을 지녔습니다.

주인의 힘과 속도를 절반 수준으로 발휘합니다.

만물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룡의 기운과 브라함의 마법, 레베카 여신의 축복이 깃들어있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름이 바뀌진 않았군.’

그리드의 ‘그’와 브라함의 ‘라’를 따서 그라비늄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도감보단 아쉬움이 조금 더 크다.

브라함과 함께 만든 작품이라고 인정받는 걸 기대했었기에.

하지만 시스템은 탐욕의 최종 진화에서 브라함이 차지한 비중이 적다고 판단한 눈치였다.

탐욕엔 그리드의 삶 그 자체가 녹아있었으니 당연했다.

“축배를 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브라함이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자부심을 품을 만했다.

탐욕에 담긴 그의 마법은 실로 굉장했기에.

★탐욕으로 만든 병장기로 공격 시 전설의 대마법 <메테오>가 높은 확률로 발동합니다.

대상과 대상의 반경 10미터에 있는 모든 대상에게 마법 공격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를 입히고 대상의 생명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를 추가로 입힙니다. 높은 확률로 대상의 신체를 훼손시키고 보통 확률로 압사, 혹은 폭사시킵니다.

마나 소모:8만

★탐욕으로 만든 병장기로 공격 시 전설의 대마법 <디스인티그레이트>가 발동합니다.

대상에게 마법 공격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를 입히고 대상의 생명력에 비례하는 데미지를 추가로 입힙니다. 또한 대상의 마법 저항력과 치명타 저항력을 대폭 감소시킵니다. 효과 중첩 가능.

마나 소모:10만

“...”

아주 오래 전.

전설의 대장장이로 전직했을 무렵 그리드는 찬란한 미래를 그렸었다.

메테오를 떨구는 검을 휘두르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

헛된 믿음이었다.

사실상 브라함과 드래곤 정도밖에 못 쓰는 대마법을 난사하는 무기를 제작한다는 건 전설의 대장장이라도 불가능했다.

포기한 지 오래였다.

한데 오늘 현실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메테오뿐만 아니라 디스인티그레이트라는 또 다른 대마법까지 휘두를 수 있게 됐다.

“나... 무적이 된 건가?”

탐욕의 정보를 살핀 그리드가 얼떨떨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브라함이 설명했다.

“무적이라기엔 손색이 있다. 굳이 더 긴 시간을 들여가며 2개의 마법을 귀속시킨 이유는 애초에 결함을 감추기 위해서였어.”

“결함이요?”

“너도 알다시피 메테오는 발생까지 딜레이가 생긴다.”

메테오는 운석이다. 우주로부터 떨어뜨리는 별이다. 마법으로 가동하나 물리적인 현상인 것이다. 과정에 시간이 소요됐다.

“적을 완전히 제압해놓은 상태가 아닌 이상 적중시키기가 힘들지. 하물며 앞으로 네가 상대할 적들의 수준을 고려하면 더욱 더.”

“그래서 디스인티그레이트를 함께...”

“맞다.”

디스인티그레이트는 마력으로 빚는 창이다.

메테오와 달리 즉시 발현됐다.

“대신 디스인티그레이트는 발생 후 딜레이가 크다. 창의 형태를 이뤘던 마력이 재차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지니는 탓이지. 그 성질을 강제로 억제하는 건 오직 나만 가능한 일이고...”

연발이 힘들다는 뜻.

메테오는 선딜(캐스팅)이 생긴다는 단점이, 디스인티그레이트는 후딜(쿨타임)이 생긴다는 단점이 있는 것이다.

브라함은 그 단점을 최대한 무마시키기 위해서 2개의 마법을 함께 귀속시켜버리는 무식한 짓을 벌인 것이고.

‘이게... 마법과 지혜의 신?’

혀를 내두른 그리드가 황혼을 뽑았다.

옵션 효과를 실감하긴 위해선 직접 확인하는 게 빨랐으니까.

황혼의 주재료는 악룡 번헬리어의 송곳니지만 다른 신검들이 그렇듯 탐욕도 함유됐다.

스캉!

하나의 갓 핸드를 표적으로 삼은 그리드가 황혼을 가볍게 휘두르자 작은 파열음이 울렸다.

가볍게 휘두른 만큼 여파도 적은 것인가?

의외로 잠잠한 파장에 의아해하던 라드볼프 형제의 얼굴이 이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표적이 된 갓 핸드가 어째선지 수차례 진동을 일으킨다 싶더니,

쿠콰콰콰콰콰쾅!!

충격파가 연쇄됐다.

라드볼프 형제의 감상과 달리 그리드는 검을 가볍게 휘두른 것도, 단 한 번 휘두른 것도 아니었다.

번쩍!

어느새 쏘아진 빛의 창이 갓 핸드를 관통하고 있었다.

쿠르르르르릉...!

하늘에선 운석이 떨어지는 중이다.

무려 일곱 개나.

저마다 새빨간 불꽃과 시커먼 연기를 꼬리처럼 달고 있어서 하늘이 변색되고 있었다.

“뭣...!”

라드볼프 형제는 초월자다. 뒤늦게 발생한 메테오엔 예민하게 반응했다.

라드볼프는 마장기를 꺼내서 스스로를 감쌌고 프론잘츠는 검막을 펼쳐서 보호막으로 삼았다.

꽈르르르르릉!!

거대한 비행선이 아주 살짝 기울었다.

연속으로 떨어진 7개의 메테오에 깃든 파괴력이 그렇게 만들었다.

철갑처럼 두른 탐욕 덕분에 비행선이 파손되거나 추락하는 일은 없었지만 대지에 희미하게 드리운 그림자가 작게 부풀었다.

“확실히 조금 아쉽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라드볼프 형제와 달리 브라함은 쯧, 혀를 찼다.

그를 보고 당황하는 건 그리드였다.

‘아쉽다고? 양심이 없나?’

무신 제라툴과 마주해도 담담했던 그리드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방금.

절대자의 공간을 활성화시킨 그는 총 10회 검을 휘둘렀다.

디스인티그레이트는 첫 번째 검격 때 즉시 발동해서 표적을 꿰뚫었고, 메테오는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표적 위로 떨어졌다.

브라함의 염려대로 디스인티그레이트에는 발생 후 딜레이가 생겼고 메테오는 발동까지 딜레이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을 느끼기엔 위력이 너무 막강했다.

현재 그리드의 지력 수치는 1만을 가볍게 넘긴다.

일부 아이템을 스왑하는 수고를 거치면 1만 6천도 쉽게 노려볼 수 있었다.

여기에 지혜의 물약을 복용하고 버프를 두르면 메테오와 디스인티그레이트의 데미지 기댓값은 ‘최소’ 수십만이었다. 스킬 자체의 위력을 증가시키는 스킬을 활성화시키면 백만 단위가 우스웠다.

대상의 생명력 수치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한 것이다.

표적의 생명력이 높을수록 위력은 뻥튀기 된다...

‘막장 만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군.’

실제론 존재할 수 없는, 막말로 치트키를 두른 사기캐가 된 느낌.

그런 기분을 이제야 느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테지만... 그리드는 자각하지 못했다...

“좋아. 자신감이 붙는데요?”

히죽 웃은 그리드가 재차 검을 휘둘러보았다.

수십 번, 수백 번.

쉬지 않고 휘둘러댔다.

단순히 재미가 들린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달랐다.

일격 일격이 몹시 무거웠다.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이 실려서다.

누군가는 영원을 바쳐야 모을 돈을 시간 단위로 탕진해도 될 정도로 부자가 된 그리드.

그가 여태껏 이렇다 할 휴가 한 번 떠나지 않고 Satisfy에 집중하는 이유는 하나다.

여전히 필사적이었으니까.

여유 따위 없다.

꽈르르르릉!!

그리드는 마법의 평균값을 계산했다.

디스인티그레이트의 발생 후 딜레이와 메테오의 발생 전 딜레이는 각 3초.

디스인티그레이드의 발동 확률은 100퍼센트, 메테오의 발동 확률은 평균 61퍼센트인 점을 확인했다.

‘...뭐지?’

초심을 잃지 않고 필사적인 그리드를 흐뭇하게 지켜보던 브라함의 안색이 점차 창백해졌다.

이질감을 느낀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 거냐?’

마나 소모가 무지막지한 대마법을 남발하고 있다고?

절대자의 경지는 브라함에게도 불가해였다...

한편 세상은 난리가 났다.

라인하르트 상공에 수백 개의 운석이 떨어지고 있다는 속보가 전 세계 언론에서 쏟아졌다.

그리드가 굳이 거대한 비행선을 만든 이유가 저 운석의 폭격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아스가르드의 비열한 습격(?)을 예측하고 막아낸 그리드를 추켜세우는 여론이 형성됐다.

‘메테오가 죄다 신들의 무덤 위로 떨어졌으니 오해할 만도 하지.’

뉴스를 접한 라우엘이 헛웃음을 흘렸다.

앞으로 신들의 무덤이 뻥뻥 쏘아댈 메테오를 보게 될 사람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템빨함, 무신의 관, 신들의 무덤.

그리드는 사람마다 다르게 부르는 비행선의 정보를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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