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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586화 (1,584/1,794)

템빨 79권 - 4화

사람들은 드래곤에 대해서 잘 모른다.

단 한 번의 날갯짓으로 인류의 문명을 파괴하는 초월종을 연구하고 이해할 만한 여력이 없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플레이어들이 접할 수 있는 문헌과 퀘스트 등에서 묘사되는 드래곤의 정보는 몹시 한정적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광룡에 대해서는 안다.

종잡을 수 없이 흉포하고 강력한 용.

즉, 민간에 전해지는 드래곤의 이미지를 형성한 존재가 바로 광룡 네바르탄이다.

네바르탄의 인지도는 드래곤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드워프의 도시 탈리마를 점령하고 있는 염룡 트라우카도, 인간들의 음식을 즐긴다고 알려진 미식룡 레이더스도 인지도 측면에선 네바르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네바르탄의 활동량이 드래곤 중에서 으뜸인 까닭이다.

그래봤자 백 년에 몇 번 활동하는 꼴에 불과했지만, 다른 드래곤과 비교해선 몇 배나 많은 것이다.

하물며 온갖 사건사고를 일으켜왔는데 내용에 일관성이 없었다. 사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전멸하지 않은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인류 역사에 몇 개 없는 드래곤의 기록 상당수가 네바르탄을 주인공으로 삼는 이유다.

“이걸... 이걸 어찌 해야...”

영웅들의 귀환을 환영하기 위해 모인 수백수천 만의 인파가 일제히 패닉에 빠졌다.

극히 소수의 인물을 제외하면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했다.

광기가 전염 된다.

곁에 선 동료를, 벗과 가족을 자신이 두려워해온 악마나 괴물 따위로 착각하고 공격하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리엘이 다급히 신성을 뿌려 진정시키지 않았다면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황도가 멸망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리라.

‘어떤 상태지?’

저 멀리 보이는 동산들을 겹쳐놓은 것마냥 커다란 네바르탄의 거체를 그리드가 빠르게 탐색했다.

지옥에 떨어졌던 시점의 번헬리어가 중상을 입었던 점을 떠올리면서다.

정황상 번헬리어는 네바르탄과 격전을 치른 직후였다.

번헬리어의 상태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나빴단 사실을 고려해봤을 때, 네바르탄이라고 해서 멀쩡할 리가 없었다.

전투 여파로 양측 다 크게 다쳤을...

“...멀쩡한데?”

너무 당황한 나머지 새된 소리를 내는 그리드였다.

예상과 달리 네바르탄에게선 상처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번헬리어에게 뭐라고 따지고 싶을 지경이었다.

반대편 상공으로 고개를 돌린 그리드가 어느새 점이 되어 있는 번헬리어를 발견했다.

시선을 느낀 걸까.

번헬리어의 음성이 그리드의 뇌리에 직접 전달 됐다.

[뭐.]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다는 듯이 당당한 태도.

도리어 따지듯 묻는 번헬리어에게 그리드는 차마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지금 아쉬운 입장은 그리드였다.

“위대한 고룡 번헬리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지옥에서 쓴 20번째 서사시의 보상을 얻은 그의 격은 무려 4단계나 오른 상태였다.

사실상 상위룡을 탔을 때와 비견되는 수준까지 격이 오른 그리드가 자신을 섬기는 인간들 앞에서 번헬리어를 칭송하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심지어 템빨계 옆이었다.

주신의 자격을 위시했다.

파장이 컸다.

번헬리어가 전율했다.

지옥에서 마기를 흡수하고 악룡이 됐을 때처럼 격이 한 단계 오르는 감각을 느꼈기에.

물론 번헬리어의 입장에선 마땅히 챙겨야 할 보상이었다.

지옥에서 저놈을 등에 태우고 얼마나 고생했던가.

[제정신이 아니군.]

번헬리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설마 내가 누군가에게 이딴 말을 지껄이게 될 줄이야.

어떤 감회마저 느끼면서 눈살을 찌푸린 번헬리어가 그리드를 비난했다.

[방금 전에 나를 죽일 거라고 예고했던 주제에 도와 달라고? 염치라는 게 없나?]

“...”

[애초에 내겐 널 도울 이유가 없다. 우리의 동맹은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콧방귀 뀌는 번헬리어의 날갯짓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멀어져갔다.

텔레포트 등의 마법을 쓰진 않았다.

네바르탄의 이목을 끄는 일은 피하고 싶었으니까.

‘운이 좋았다.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돼.’

지상에 도착하고 잠시 후.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네바르탄의 기척을 느낀 번헬리어는 아찔해졌었다.

태초부터 존재해온 자신이 하루 동안 3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네바르탄에게 한 번, 바알에게 한 번, 네바르탄에게 또 한 번.

수치심보단 회의감을 느꼈다.

당연히 누려온 영원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했다.

한데 살아남았다.

정확히는 구원 받았다.

‘제 자식을 알아보고 정신이 팔릴 줄이야.’

네바르탄의 여식에게.

번헬리어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번졌다.

명예를 잃은 대신 거머쥔 행운이 범상치 않다는 생각에서였다.

행운이란 당연히 네펠리나를 말한다.

‘자식... 자식이라. 이용해 먹을 구석이 많겠어.’

네바르탄의 정신은 본래부터 오락가락했다.

늘 미쳐 있다가 아주 가끔 극복하고 제정신을 차리는 식이다.

제 딸을 마주친 순간 제정신을 차린 것이 과연 우연일까?

그럴 리가 없다.

놈이 딸에게 품은 애정은 진짜다.

확신하는 번헬리어의 사악한 미소가 더욱 더 짙어지는 그때였다.

“그대에게도 기회 아니오?”

[...!]

번헬리어의 날갯짓이 멈췄다.

바로 코앞에 떨어진 기파에 휩쓸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우우우우웅...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회색빛의 무리가 점차 규칙성을 띈다. 검의 형상을 빚어갔다.

용살의 의지가 깃든 검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 ‘하야테’가 출현하였습니다.]

“힘을 합쳐 네바르탄을 봉하는 게 어떻겠소.”

죽이자는 말은 하지 않는다.

허황된 말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번헬리어를 설득하기 위해서 온전한 정신을 증명했다.

번헬리어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네놈의 태도를 보니 세계가 멸망할 때가 된 것 같구나. 드래곤 슬레이어가 드래곤에게 협력을 요청해? 심지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숨어 지냈던 놈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당당하게...]

“그리드에게 용기를 얻었소. 그리고 지금 이곳에도 그리드가 있지.”

[...]

“두 번 다신 없을 기회란 사실을 그대가 모를 리 없을 텐데.”

지혜의 탑은 광룡철의 증식을 억제하려고 노력해왔었다.

광룡의 기운이 세상에 드러나는 사태를 경계해서였다.

네바르탄은 고룡들의 공통 된 표적이며 광룡의 기운에 이끌린다.

네바르탄의 활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용들의 전쟁이 열릴 확률이 높았고, 그랬다간 최소 대륙 규모의 재앙이 도래할 터였다.

광룡은... 되도록 빨리 레어로 돌려보내야 옳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종종 활개 쳐놓고도 여전히 무사하단 점을 특히 주목해야 했다.

‘네바르탄은 필시 고룡 중에서도 강한 축에 들겠지.’

그러므로 무사한 것일 터.

네펠리나가 시선을 끌어주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우우우웅...

드래곤의 단말마를 재현하는 걸까.

흉흉하게 울어대는 용살검을 빤히 바라보며 고민하던 번헬리어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

예상외의 답변이었다.

네바르탄의 봉인을 가장 바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번헬리어 아닌가.

네바르탄을 지옥으로 유인해 미치게 만든 당사자가 바로 번헬리어였다.

그 원한으로 지난 수백 년 동안 네바르탄에게 쫓겨 다녔다.

한데 왜 이 커다란 기회를 마다하는 거지?

이유는 단순했다.

[인정하고 싶진 않다만, 저놈의 수준은 나보다 아주 조금 높다. 종이 한 장 정도의 차이랄까. 태생적으로 모든 속성을 능숙하게 다루는 블랙 드래곤의 권능을 법칙으로 내세워 광증마저 힘으로 받아들인 탓이지. 아주 교활한 놈이야.]

버서커.

네바르탄은 상처 입을수록 강해지고 더욱 빠르게 회복한다.

싸우는 입장에선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안 그래도 우월했던 놈이 한층 더 진화하고 말았다...

[게다가 저놈은 드래곤들이 으레 그렇듯 풍류를 모른다. 네놈의 재롱을 잠자코 지켜보며 유희로 즐겼던 나와 크게 다르단 의미다.]

재롱? 유희?

그런 식으로 표현하기엔 제법 필사적이지 않았었나.

번헬리어와 싸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의아해하는 하야테에게 번헬리어가 꼬리를 휘둘러댔다.

[썩 꺼져.]

“...”

가지런히 정돈 된 하야테의 눈썹이 살짝 꿈틀댔다.

번헬리어의 꼬리가 말 그대로 자신을 밀어냈으니까.

살의가 깃든 공격과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

하야테가 보고 들어온 악룡이 할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직접 겪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드와 함께한 시간이 당신에게도 각별했나 보오?”

하야테는 번헬리어의 변화를 눈치 챘다.

바알에게 이용당했단 사실을 깨달은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으리라.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찌 생존해야하나 위기의식을 느끼던 차에 그리드와 서로 의지한 경험이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

번헬리어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단지 지쳤을 뿐이다.

어서 네바르탄을 따돌리고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야테가 오해하도록 놔뒀다.

그래야만 굳이 놈과 충돌하지 않고 어서 이 자리를 떠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역시나.

펄럭!

하야테는 크게 날갯짓하는 번헬리어를 더 이상 가로막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영웅이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악룡의 호의를 사려고 발버둥치는 것이다.

번헬리어는 그런 하야테를 비웃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째선지 웃음이 나오질 않았다. 묵묵히 현장을 떠났다.

“...”

번헬리어를 떠나보낸 하야테의 의식이 지상으로 집중됐다.

네바르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

제정신을 유지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었다.

***

고룡들의 출현을 감지하고 출동한 하야테가 번헬리어를 설득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때.

“아버님...”

지상에선 네펠리나와 네바르탄이 해후를 만끽하고 있었다.

사실 해후라고 표현하기엔 미묘한 부분이 있었다.

네바르탄이 기억하는 네펠리나는 아직 부화하기 전인 알이었으니까.

굳이 따지면 부녀는 오늘 처음으로 만났다.

하지만 네바르탄은 네펠리나가 자신의 혈육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봤다.

[포리오르떼르포로노피뜨노지오르떼베]

“...!”

“...!”

숨죽인 채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기함했다.

등장과 함께 브레스를 쏜 이후.

네바르탄은 공격성을 일절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가 광룡이라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았다.

다짜고짜 괴이한 주문을 외우는 그를 몹시 경계하며 방어태세를 갖췄다.

그리드도 마찬가지였다. 곧장 아이린에게 달려가 그녀부터 감쌌다.

아장아장.

에테르로 만든 썬그라스를 쓴 이등신 꼬맹이가 전면으로 나섰다.

마안족 왕이다.

“태어나자마자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용들 사이에서도 정점에 군림하는 존재답구려. 나를, 마안족을 알고 있었소?”

“...”

그리드가 뜨끔해선 갓 핸드로 세운 장벽을 물렸다.

포리오르떼르포로노피뜨노지오르떼베.

그것이 어떤 주술이 아니라 마안족 왕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낸 것이다.

몇 년 만에 듣는 이름이라 잠시 잊고 있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잊은 게 아니라 기억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

마안족 왕의 상태창에 떠오르는 그의 이름은 ‘마안족 왕’이다.

이름 칸 글자 수 제한에 걸려서 본명이 누락됐다.

그리드는 마안족 왕이 자신을 처음 소개했을 무렵에나 이름을 들었을 뿐이고 당시의 그리드는 기억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애초에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평소에 부를 때도 이름이 아닌 ‘여어’라거나 ‘친구’라는 호칭을 사용했기 때문에 기억할 기회가 적었다...

“지금부터 기억하시면 되죠.”

그리드의 불편한 표정을 읽고 상황을 이해한 아이린이 방긋 웃으며 말했다.

스스로에게 실망하지 말라고 위로하듯 그리드의 손을 꼭 붙잡아 주었는데, 아주 미세하게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애석하게도 그리드의 감각을 속이진 못하는 것이다.

그리드가 그녀의 작은 손을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백성들을 안심시키고자 의연한 척 애쓰는 그녀의 굳건한 마음을 숭배했다.

네바르탄과 마안족 왕의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너희가 내 알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본 적이 있다.]

“...어째서 살려두었소?”

[너희의 목적을 아니까. 너희야말로 내 알을 지킬 적임자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옳았구나.]

네바르탄이 팔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2개를 붙이면 템빨성 첨탑과 크기가 비슷할 것 같은 길고 커다란 손가락이 네펠리나의 작은 머리 위에 조심스럽게 얹어졌다.

[무사히 부화해서 다행이다.]

“아버님...”

[거리감이 느껴져서 마음에 안 든다. 아빠라고 불러라.]

“아, 아빠아...”

네펠리나의 눈물이 급기야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오랫동안 상상해온 아버지의 모습이 걱정과 달리 멀쩡하고 따스해서 기뻤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이 순간이 영원하길 바랐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네바르탄은 곧장 이별을 준비했다.

[트라우카를 조심해라. 놈은 번헬리어와 달라 어수룩하지 않을뿐더러 힘에 굉장히 집착한다. 네가 성룡이 되는 즉시 포식하려 들 텐데, 그 전에 미리 사냥을 시도할 테지.]

사리엘의 신성만큼이나 따스한 음성이 라인하르트 전역에 퍼졌다.

딸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모습.

하지만 광증 때문에 곧 떠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입장이 사람들의 눈시울을 붉어지게 만들었다.

[내가 너를 곁에 두고 지키기엔 여의치가 않으니 네가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

“네...”

[하지만 필시 한계가 있을 터. 아쉽게도 너는 내 알을 낳지 못할 확률이 높구나. 네가 정 위험할 것 같으면 성룡이 되기 전에 내가 너를 잡아먹겠다. 그날이 왔을 때 손색이 적도록 최대한 힘을 키워 놓아라.]

“...??”

“...???”

뭔가 좀...

잘못 들었나?

사람들이 귀를 의심했다.

정작 네펠리나는 당황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예견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게 최선이라면 알겠어요. 노력하고 있을게요.”

[그래, 착하구나. 사랑한다.]

네바르탄의 거대한 발톱이 딸의 머리를 재차 쓰다듬었다.

하지만 네펠리나는 더 이상 웃지 못했다. 소녀의 작은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웠다.

그녀를 끌어당기는 손이 있었다.

“헛소리 집어치워.”

당연히 그리드의 손이었다.

[너는...]

처음으로 그리드에게 시선을 돌린 네바르탄이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째서 개입하지?]

“가족의 일이니까.”

[가족...? 내 딸이? 아아, 번헬리어와 뒹굴었던 인간 암컷처럼 새로운 종족의 시조가 되기를 꿈꾸는 건가? 아서라. 용신족은 반용족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품(下品)일 뿐더러 내 딸의 생식 능력은 성룡이 되기 전까진 형성되지 않는다.]

듣지 마.

속삭이며 두 손으로 네펠리나의 귀를 막은 그리드가 네바르탄을 노려봤다.

“미쳐서 그러는 거지?”

사늘하게 식은 목소리로 묻는다.

템빨계로 유인하면 그나마 승산이 있다는 브라함의 말을 곱씹으면서다.

네바르탄의 황금색 눈동자가 서서히 검게 물들어갔다.

[사랑하는 딸아. 최대한 먼 곳으로 피신해 있어라. 괜한 놈에게 시간을 낭비하여 광증이 도지려 하는구나. 아무래도 오늘 이곳이 소멸할 듯하다.]

사형 선고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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