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78권 - 18화
탑의 결사 베티가 상처 입은 멤피스들의 치료에 성공.
이후 아그너스, 노에와 함께 탈출하던 중 체파르데아와 조우.
사망 확인 직후의 재등장이라 형제라는 설정인가 싶었으나, 능력과 습관 등의 일치성을 토대로 동일 개체라는 것을 확인.
아그너스와 베티를 보고 ‘망가진 장난감’들끼리 뭉쳤다며 비웃는 체파르데아의 모습은 죽기 직전의 비장한 모습과 상이.
조금 전 자신을 죽였던 바알을 재차 찬양하는 괴이한 모습을 보이다가 베티와 아그너스에게 사망.
탑의 결사 아벨리오가 결사 켄과 우연히 합류.
대악마들은 켄을 기피하고 마물들은 아벨리오가 붓으로 한 획을 그릴 때마다 전멸하는 통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진격.
이동 경로를 보아 남하 중인 그리드 일행과 곧 마주칠 것으로 추정.
탑의 결사 제시카, 대악마 바르바토스 추격 중.
아벨리오를 저격하던 바르바토스가 제시카 등장 직후 저격 능력에 허점을 보이고 도주.
메아리 마법의 어떤 효력이 상극으로 작용하는 듯.
탑의 결사 라드볼프가 상공 장악에 성공.
마장기 군단의 마력탄 세례가 새카만 지옥의 하늘을 새하얗게 뒤덮어... 모든 종류의 비행형 마물이 날개를 접고 칩거.
총 3개체의 대악마가 라드볼프를 요격하기 위해 출진했으나 실패.
라드볼프가 탑승 중인 마장기의 순간 가속 능력은 초월자 수준으로, 순보를 구사하는 것으로 추정.
더불어 장갑의 수준과 화력을 보아 대드래곤 병기라는 평가에 이견 없음.
탑의 결사 프론잘츠가 9위 대악마 살해.
그대로 9번 지옥에 머물며 근처를 수색 중.
뭔가 원하는 것이 있는 듯...
여러 개의 악마 군단이 그를 진압하기 위해 출진했으나 개의치 않는 반응.
프론잘츠의 무력은 결사 중 두 번째일 확률이 높다는 게 여러 전문가의 의견.
탑의 결사 쥬르네가 20위대 대악마들과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중.
대화 내용 확인 불가.
다만 은근히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지옥의 살벌한 풍경에 어울리지 않음.
탑의 결사 비반은 계속 오지를 헤매는 중.
지옥에도 여러 종류의 풍경이 있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주는 중이며 오랫동안 전투 이력 없음.
악마들이 그를 피하는 건지 그가 악마들을 피하는 건지 확인 불가.
템빨신의 사도 지크, 템빨단원들과 합류하여 크리스탈성의 안전 확에 성공.
잠시 등장했던 바알이 냉각시켰던 분위기는 반트너와 극검의 활약(?)으로 금방 회복.
후로이의 선전문이 유페미나의 마법으로 전파되어 사람들에게 상황 전달 성공.
지옥 곳곳에 숨어있던 플레이어들 대거 크리스탈성으로 이동 시작.
템빨신의 사도 네펠리나 지옥 귀퉁이에 잠복 중.
플레이어들이 숨어있던 위치와 잠복 포인트가 비슷한 걸로 보아 사람들의 피신을 도울 의도였던 듯...?
해츨링도 불완전하게나마 발휘할 수 있다는 드래곤 피어 때문인지 마물들이 그녀 근처엔 얼씬도 않는 중.
템빨신의 사도 피아로는 지옥에서도 농사에 열중...
이미 지옥의 4개 지역이 황금빛 밀밭으로 물들었으며 플레이어들의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음.
그가 심은 나무 중 유독 크게 자란 나무 한 그루에 열린 붉은 열매에 집착하는 악마들이 있는 것으로 확인.
템빨신의 사도 브라함 대악마 레라지에와 조우.
패왕이라는 이명을 내세우는 레라지에에게 전혀 위축되지 않아...
승자 예측 불가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레라지에가 브라함을 자신의 궁전으로 안내.
브라함을 왕좌에 앉힌 뒤 부복하는 모습과 황홀경에 빠진 표정으로 추측컨대 상당한 얼빠로 보임.
물론 전문가들은 뭔가 다른 숨겨진 설정이 있을 거라고 주장했지만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므로 납득하기 힘든 상황.
템빨신 그리드와 사도 메르세데스는 지하에서 대활약 후 지상으로 탈출 성공.
거대하고 붉은 무언가의 레이드는 후일에 도모하려는 듯.
메르세데스와 접전을 펼쳤던 악마 검객이 그리드를 따르는 것으로 보아 그리드가 또 다시 몬스터 테이밍에 성공한 것으로 보임.
...여기까지가 현재 지옥의 상황이었다.
잠시 등장했던 바알이 사람들에게 선사한 충격과 공포가 그나마 금방 진정된 이유다.
바알이 너무 강하다는 점과 붉은 살덩이가 너무 불길하다는 점 외엔 전반적인 상황이 좋았다.
사도들과 결사들의 활약이 너무 대단했다.
바알과 마주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래, 바알과 마주치지만 않으면...
하지만 그게 과연 정상적인 바람일까?
지옥의 주인은 바알이다.
그리드 일행의 목표는.
아니, 인류의 최종 목표는 결국 바알을 해치우는 것으로 귀결 될 것이다.
그런데 바알과 마주치지 않는 경우를 상정한다고?
그건 너무... 막연한 바람 아닐까.
승전고가 거듭 울리는 가운데 사람들의 불안감은 도리어 커져만 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도 참전할게.”
라인하르트로 엄청난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지옥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겠다는 랭커들과 플레이어들이 막말로 해일처럼 몰려들었다.
템빨단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
함께 싸우겠다는 자원자를 왜 거부하겠는가?
그리드 일행에겐 아직 바알과 싸울 마음이 없다는 사실도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지옥엔 일손이 필요했다.
플레이어들이 크리스탈 성까지 무사히 도망칠 수 있도록 피신 시켜야 할 인력.
그동안 지상에 머물며 지옥의 상황을 면밀히 살폈을 후발대는 플레이어들의 현재 위치와 상황을 꿰뚫고 있다.
그들을 어떤 방법으로 피신시켜야할지 충분히 계획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단, 명심하세요. 기껏 원군으로 간 당신들이 죽어선 안 돼요.”
템빨마탑의 주인 라엘라.
라인하르트의 영주 대행으로 활약 중인 그녀가 사람들에게 연신 주의를 주었다.
“당신들의 죽음이 더욱 강한 악마를 만들고 말 테니까요.”
활활.
염려어린 표정과 상반되게 라엘라의 마력은 불꽃처럼 타들어가고 있었다.
기껏 도우러 갔다가 죽어서 상황을 악화시켰다가는 내가 불태워 죽일 거라는 듯이.
사실상 협박이었다.
아이돌이라서 그런가.
라엘라는 템빨단원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냥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어쩌면 그건 사람들의 바람에 불과한 걸 수도 있었다.
라엘라도 템빨단원이었다.
심지어 전 체다카 길드 출신이다.
그녀 또한 패도적인 기질을 지닌 것이다.
대외적인 이미지처럼 친절하고 상냥하기만 해서는 애초에 랭커가 되지도 못했을 테고 거친 체다카 길드에서 어울리지도 못했을 거다.
새삼 깨달은 사람들이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어준 라엘라가 한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레이단 연금술소에서 생산한 안티 매직 씰을 나눠드릴 거예요. 효과가 강력한 대신 지속 시간은 0.2초에 불과하죠. 엘리베이터가 지옥에 도착해서 문이 열리는 순간 사용하세요. 그럼 강제 전송을 당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강제 전송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라는 확신은 없었다.
레이단 연금술 시설과 템빨마탑이 함께 만든 안티 매직 씰은 제약이 심한 대신 성능이 몹시 강력했으나, 그렇다고 해서 지옥에서까지 온전한 성능을 발휘할 거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라엘라가 지옥 원정대에 참가했을 당시만 해도 강제 전송진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험해볼 여력도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먼저 돌아오지 않는 거였는데.’
바알이 지상에 강림하기 직전.
마침 라엘라가 먼저 지상에 올라왔다.
마탑주의 업무가 워낙 과중한 까닭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녀가 지옥 원정대에 참가했던 이유도 실험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예전부터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오직 지옥에서만 구할 수 있는 자원의 종류가 상당히 많았다.
특히 마법사에게 이로운 자원이 굉장히 많은 걸로 추정됐다.
특정 자원을 확보해오면 새로운 마법을 연구할 수 있다는 마탑주 퀘스트가 끊임없이 떠오르는 걸 보면.
그중에서도 특히 ‘선악의 열매’라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재료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등급이 무려 신화급으로 분류됐다.
밤에는 아주 붉고 낮에는 녹색을 띄는 열매라고 했는데...
저것과 닮지 않았을까?
“...어?”
새로운 자원자들을 엘리베이터에 태운 뒤 다시 하늘을 올려보던 라엘라의 커다란 눈이 휘둥그레졌다.
피아로의 모습을 비추는 영상에서 유독 큰 나무에 눈길이 끌린 것이다.
세계수의 절반만큼 커다란 나무.
그러므로 얼핏 하늘을 지탱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나무에 오직 하나의 열매만 맺혀있었다.
몹시 붉다.
악마들이 눈을 뒤집고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주변으로 펼쳐진 밀밭에 발을 들이는 순간 피아로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거란 사실을 알고도.
“저, 저거...!”
“미, 미친!!”
라엘라가 경악하는 와중에 사람들의 비명과 탄식이 울려 퍼졌다.
워낙 반응들이 격해서 깜짝 놀란 라엘라가 한 발 늦게 보았다.
지옥 상공에 드래곤이 나타났다.
악룡 번헬리어.
한쪽 날개와 꼬리가 뜯겨나간 모습이었다.
하야테와 싸우는 내내 보여줬던 절대자의 풍모가 옅어져 있었다.
크롸라라라라!!
“...!”
“...!”
라엘라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신이시여!”
두 손 모은 사리엘의 비명 같은 기도가 울려 퍼진다.
드래곤이 나타난 지점은 하필 그리드의 머리 위였다.
심지어 등장하자마자 그리드 일행에게 브레스를 갈겨댔다.
그리드가 자각이나 했을지 걱정이 들 정도로 신속한 기습이었다.
쿠콰콰콰콰콰콰콰쾅!!
그리드 일행이 브레스에 휩쓸렸다.
희뿌연 연기가 화면을 완전히 가려버렸다.
상황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더 나빴다.
[바알...!]
번헬리어가 떨어진 자리에 바알이 나타났기에.
번헬리어의 기척을 읽고 진즉부터 날아온 눈치였다.
체파르데아를 죽인 직후.
현장에 있던 지크와 템빨단원들을 무시하고 급히 자리를 떠났던 이유가 밝혀진 것이다.
“너도 참 운이 없는 놈이로구나.”
브레스에 얻어맞고 처박힌 그리드의 넝마가 된 꼴을 발견한 바알이 피식 웃었다.
상황 자체를 즐기는 것 같았다.
그리드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앞서 인계에서 바알을 마주쳤을 땐 공포를 숨기지 못했던 그리드가 오히려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웃고 있었다.
“누구 운이 나쁜지 확인해 볼까?”
높은 행운 스탯에 새삼 감사해지는군.
먼지를 털어내며 몸을 일으킨 그리드가 깡깡, 망치로 갑옷을 두드려댔다.
메르세데스와 악마 검객은 그의 곁에 없었다.
번헬리어가 등장한 순간 갓 핸드로 현장에서 탈출시켰으니까.
“광신광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생각해왔어.”
스카앙.
두 자루 드래곤 웨폰을 뽑아 쥐는 그리드의 자태가 바알과 번헬리어의 눈길을 동시에 끌었다.
아무리 미약한 존재일지언정 드래곤 웨폰과 아머를 무장한 모습은 특별하게 비출 수밖에 없었다.
“광신광룡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드래곤은 네바르탄과 번헬리어일 거라고. 가장 미친 용과 두 번째로 미친 용이잖아. 안 그래?”
그리드의 시선이 상공의 번헬리어에게 향했다.
살기와 분노로 들끓던 번헬리어의 눈빛이 서서히 안정되어갔다.
[부정하진 못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