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549화 (1,537/1,794)

템빨 77권 - 9화

<목단룡 크란벨의 머리>

등급:신화(초월)

세트 아이템

내구력:24,600/24,600 방어력:3,510

*체력, 매력 각 300 상승.

*약점 방어 확률 50퍼센트 상승.

*치명타 저항 확률 30퍼센트 상승.

★실명, 침묵, 참수 면역.

★대악마, 대천사, 신, 드래곤과 전투 시 내구력의 일부가 방어력과 치명타 저항 확률로 치환.

★눈, 코, 입을 통해 쓰는 스킬의 위력과 발동 확률이 상승하고 캐스팅 시간 감소.

★두상 피격 시 20퍼센트 확률로 <은신> 발동.

★피격 시 10퍼센트 확률로 <절대방어> 발동.

★공격, 피격 시 25퍼센트 확률로 <드래곤 블레싱> 발동.

★스킬 <다소 불완전한 브레스> 생성.

★드래곤 아머 세트 효과

드래곤 비늘로 만든 방어구를 추가로 장착할 때마다 방어력 추가 상승, 절대방어의 발생 확률이 대폭 증가.

착용 조건:그리드, 드래곤 슬레이어, 드래곤 나이트.

무게:520

<드래곤 블레싱>

패시브

절대종의 뿔은 강력한 의미를 지닙니다.

스킬 발생 시 <힘의 상징>, <권위의 상징>, <생명의 상징>, <영원의 상징> 중 하나의 효과가 적용됩니다. 상징 효과 중첩 가능.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각 5분

<힘의 상징>

양쪽 뿔이 적색으로 물들고 이번 공격에 ‘파쇄’ 효과 발생.

<권위의 상징>

격이 부족해 개방 실패. 정보 열람 불가.

<생명의 상징>

격이 부족해 개방 실패. 정보 열람 불가.

<영원의 상징>

격이 부족해 개방 실패. 정보 열람 불가.

그리드가 바랐던 것 이상으로 훌륭한 작품이 탄생했다.

날아갈 듯이 큰 기쁨을 느낀 그리드는 환호성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신들의 시선을 의식해서다.

고귀한 신들 앞에서, 앞으로 그들을 이끌어 갈 주신이 체통을 잃을 순 없었으니까.

‘아니...’

앞으로 쭉 함께할 동반자들이다.

그들 앞에서 감정을 속이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진실 된 나를 보여줘야만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 되지 않을까...

“...아자아앗!!”

잠시 고민해본 그리드가 솔직하게 감정을 표출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함성을 내지르더니 공중제비까지 돌았다.

드비리온은 어안이 벙벙해지는 반면 라스는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가리온은 인자한 얼굴로 웃었다.

각자 성격에 따른 반응이 다를 뿐, 세 신은 그리드의 진실 된 모습을 온전하게 받아들였다. 함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고 기꺼워했다.

주신의 체면?

그따위 것은 주변을 이롭게 만드는데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

웃고 싶을 때 웃고, 기쁨과 행복을 주변에 전염시키는 그리드의 태도가 세상에 훨씬 더 이로울 터였다.

맑은 호수 주위로 극광처럼 번진 주황색 신성 속에서.

템빨계의 신들은, 아득히 오랜 벗처럼, 가족처럼 서로에게 교감하고 가까워졌다.

아무런 흑심 없이 세상의, 인류의 평화를 바랄 뿐인 그들은 서로를 의심하거나 경계하지 않았다.

다만 솔직하게 마주하고 서로의 진심을 엿보니 서로를 달갑게 여길 따름이었다.

평화.

그리드를 만나고 비로소 얻게 된 현재의 안위가, 그리드가 만든 작품을 통해서 비로소 엿보게 된 미래의 가능성이, 지상의 신들이 짊어져온 마음 속 불안감을 조금쯤 덜어내 주었다.

***

‘사람들에게 자칫 오해를 사겠어.’

나흘 후.

남은 비늘 전부를 투자해서 <화룡 이프리트의 어깨>까지 완성한 그리드가 문득 걱정을 품었다.

그리드는 총 3종류의 브레스를 다루게 됐다.

첫째, 염룡검에 귀속 된 염룡의 브레스.

아이템 합체를 적극 활용하는 그리드 입장에서 염룡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징 중 하나다. 매번 공격할 때마다 5퍼센트의 확률로 브레스를 뿜어댔다.

둘째, 이프리트의 팔에 귀속 된 약소 브레스.

격 보정 효과 덕분에 염룡의 브레스보다 위력이 훨씬 높다.

위의 검무를 만든 계기가 됐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아서 애용했다.

셋째, 크란벨의 머리에 귀속 된 브레스.

가장 강력한 브레스다.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방출 위치.

그리드의 입, 혹은 투구에서 쏘아지므로 그리드와 눈높이를 맞추고 싸우는 적들은 상시 위험에 노출된다고 봐야 옳았다.

의식하지 않는 순간 미간에 구멍이 뚫리고 제대로 낭패를 겪겠지.

다 좋다.

다 좋은데...

‘너무 많이 쏘는 거 같단 말이지.’

그리드가 쓰는 브레스의 파급력은 위력보다 연출 효과에 있다.

직선으로 쭉 뻗어나가는 빔.

이펙트가 워낙 화려해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강렬하게 각인 됐다.

칼과 건틀릿으로도 모자라 투구에서까지 브레스를 쏴대면...

빔-맨 따위의 별명을 얻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사람들이 워낙 별명 짓는 걸 좋아하니까.

‘...쓸데없는 걱정이군.’

어차피 그리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가만히 있어도 별명은 계속 생겼다.

새로운 별명이 생길 걸 걱정해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애초에 빔맨은 좀... 멋진 거 같기도 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그리드였다.

이프리트의 어깨가 그의 움직임에 맞춰서 물결치고 있었다.

붉은 미늘 견갑.

이프리트의 팔과 일체 된 것처럼 결착 된 상태다.

백호의 견갑과 마찬가지로 어깨를 둥글게 감싸는 형태여서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다.

성능은... 주작의 가호가 깃든 백호의 견갑을 가볍게 초월했다.

방어력이 약한 부위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2,100의 방어력을 지녔고 상반신 피격시 방어력 추가 상승, 어깨 부상 면역 효과 등등.

완벽한 방어구였다.

이프리트의 팔엔 <드래곤 피어>가, 크란벨의 골반엔 <드래곤 레이지>가, 크란벨의 머리엔 <드래곤 블레싱> 스킬이 귀속 됐듯 드래곤의 권능도 일부 구현됐다.

<드래곤 차징>

절대종의 권능입니다.

지정 범위의 대상을 강하게 밀쳐서 내부를 진탕시킵니다.

강력한 내상 유발.

자원 소모:마나 20,000

*어깨로 직접 타격 시 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1분

*어깨로 직접 타격 시 없음.

강력하다.

드래곤 아머 세트 효과 덕분에 상승한 추가 방어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백호의 견갑과 종종 스왑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었다.

지형을 바꿔버리는 <지신> 등의 특장점을 지닌 백호의 견갑을 완전히 버릴 순 없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활성화되는 스킬을 운영하기 위해 아이템 스왑을 진행한다는 건, 운의 영역을 논해야 할 정도로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일이었지만, 그리드에겐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다.

주작의 가호가 깃든 백호의 견갑은 그리드가 지난 몇 년 동안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해왔으니까.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스킬을 작동시킬 자신감이 있었다.

애초에 그리드는 아이템 스왑의 스페셜리스트다.

아이템을 스왑할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크게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한가하신가 보죠?”

거의 열흘 만에 신전을 벗어나 시원한 공기를 쐬고 있을 때였다.

메르세데스가 다가오며 말했다.

표정이 몹시 냉랭했다.

한기가 피부를 감싸는 듯해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드가 슬그머니 등 뒤를 바라보았다.

메르세데스의 시선이 꽂힌 방향이다.

가리온이 방그레 웃고 있었다.

자신을 차갑게 노려보는 메르세데스를 마치 사랑스러운 자식 보듯 인자하게 대했다.

“항시 대지를 돌보는 제가 한가할 리 없겠죠?”

“그렇겠죠.”

메르세데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만 졸졸 쫓아다니는 주제에 바쁜 척하기는.

표정만 봐서는 그런 말이 튀어나올 법 했는데 의외로 입을 닫고 수긍하는 모양새였다.

혜안의 힘인 듯했다.

여기서 한 마디를 더 했다간 자신이 손해를 볼 것을 예측한 눈치였다.

신경전을 펼치는 두 여인 사이에서 눈치를 보던 그리드가 문득 얼마 전 일을 떠올렸다.

도미니언과 대치했을 당시.

그리드는 자신이 도미니언의 창에 터져 죽는 미래를 예측했었다.

높은 통찰력과 맞물린 초월의 격이 혜안의 능력을 비스무리하게 발현시킨 걸까?

혹은 마안이 이상하게 변질된 건가?

그리드는 제법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잠시뿐이었다.

‘그건 초능력 따위가 아니야.’

누적 된 경험과 정보를 토대로 예측한 미래다.

같은 게임을 수천 번, 수천 시간 이상 플레이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도달하게 되는 경지.

적의 스킬 타이밍과 경로를 예측하고 미리 회피한다거나 하는.

그런 지극히 평범한 현상이 유별나게 구체적이고 선명하게 다가왔을 뿐이다.

굳이 왜 유별났던 건진 모르겠다.

단순한 우연일 수도, 가상현실 게임의 특별한 무언가에 영향을 받을 걸 수도 있다.

‘...너무 깊이 생각하진 말자.’

그때의 경험에 쓸데없는 의미를 부여하고 몰두했다간 괜한 심력만 낭비할 것이다.

직감적으로 느낀 그리드가 메르세데스의 손을 붙잡았다.

상냥하게 감싸며 깍지를 꼈다.

수줍은지 귀를 붉히는 메르세데스가 귀엽다고 생각하면서.

“훈련은 잘 끝났어?”

그리드가 새로운 드래곤 아머를 만드는 동안 메르세데스는 훈련에 몰두했다.

어렴풋이 들려왔던 소란의 규모를 돌이켜보면 사도들과 무위를 겨룬 것 같았다.

“네, 귀중한 경험을 쌓았습니다.”

대답하는 표정이 당찼다.

승률이 높았나 보군.

기특해서 메르세데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순간이었다.

-지상의, 존재들은, 경청, 하라.

현장의 모두에게 아니, 지상의 모두에게 또렷한 음성이 각인됐다.

머리에 직접 스며드는 목소리였다.

뇌가 저며지는 느낌.

“윽...!”

그리드를 수행하던 기사들이 신음했다.

병사들은 머리를 감싸 쥐며 괴로워했고 거리의 백성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주저앉았다.

그리드는 구역질을 삼켰다.

[세상에 스며든 마기에 저항합니다.]

고통을 느끼진 않았다.

다만 극도의 혐오를 느낄 뿐이다.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사악하고 불길한 기운.

평생토록 몰랐어도 될 무언가를 마주하게 된 기분이어서, 역겹다.

-나는, 지옥 2위의 군주, 아모락트다.

“이게 무슨 조화일까요? 지상 어디에서도 아모락트가 출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데요.”

가리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신들과 함께 사람들을 챙기면서다.

그들의 신성이 고통 받는 백성들을 우선순위로 회복시켜갔다.

“놈은... 지옥에 있군요.”

메르세데스의 혜안이 얼음처럼 투명하게 반짝였다.

땅 밑 지하를, 지하 너머의 다른 차원을 엿보는 시선.

신들조차 경계하는 두 눈이 지옥의 아모락트를 마주했고,

츠카아앙!!

붉게 물들었다.

메르세데스가 다짜고짜 뽑아 휘두른 검이 가리온의 목덜미를 베기 직전에 그리드에게 가로막혔다.

분쟁의 대악마.

아모락트의 권능은 강력하고 악랄했다.

그리드에겐 망설일 틈이 없었다.

즉시 금의 성역을 펼쳤다.

맞물린 검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메르세데스의 방패를 지배했다. 이어서 검마저 빼앗고 광란하는 메르세데스를 품에 안았다.

-내가, 너희를 구원하리라. 너희는, 나의 강림을, 열망, 하여라.

아모락트의 헛소리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드가 이를 가는 그때였다.

“죄송합니다.”

마침 메르세데스가 정신을 차렸다.

혜안을 발동하더니 지옥을 재차 투시했다.

“어리석은...! 아모락트의 권능은 세상을 멸망시키는 규모의 재앙입니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가리온이 탄식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메르세데스를 도통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옥의 아모락트는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주제 파악을 못하고 또 다시 자신과 시선을 마주친 인간을 비웃으며 현혹했다.

사아아...

메르세데스의 투명한 눈이 이번에도 역시 붉게 물들었다.

움찔 놀란 가리온과 신들이 뒷걸음쳤다.

반면 그리드의 표정은 평온했다.

메르세데스를 믿었으니까.

그의 믿음에 호응하듯 알림창이 떠올랐다.

[당신의 사도 ‘메르세데스’가 분쟁의 원인을 일부 해독하였습니다.]

[당신의 사도 ‘메르세데스’가 분쟁의 권능에 저항합니다!]

-뭣...!

아모락트가 황급히 입을 닫았지만 늦었다.

당황한 놈이 흘린 침음이, 세상에 고스란히 전파됐다.

어둠으로 물들어가던 세계가 갈라진다.

삭막한 겨울밤을 닮아가던 하늘이 푸름을 되찾았다.

봄이었다.

흩날리는 꽃잎들의 중심에, 기사들의 왕이 있었다.

“...우리의 봄은 당연한 봄이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라우엘이 넋 나간 표정으로 읊조렸다. 풀 엘뤼아르의 시였다.

어둠에 물들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는 자.

메르세데스의 봄은 당연한 봄이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