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513화 (1,501/1,794)

75권 15화

사우디아라비아,제다.

"Satisfy 일로 오프라인 미팅이라... 전용기를 타는 부자의 고약한 취미에 어울려주는 셈 치겠습니다.”

마천루가 보이는 창문을 등지고 앉은 사내.

Satisfy에서 ‘나이트’라는 아이디로 활동하는 그의 기분은 썩 좋지 못했다.

Satisfy 출시 이후.

인류의 편의는 극에 이르렀다.

‘만남’을 성사시키는 필수 조건인 ‘공간’의 제약이 사라졌다.

중동에 있는 사람과 한반도에 있는 사람이 빠르면 몇 초 내에 만날 수도 있었다.

Satisfy가 실현시킨 현상이다.

한데 굳이 현실에서 미팅을 나누고 앉은 것이다. 귀중한 시간을 빼앗긴 격이었다.

물론 성향의 차이에 따른 해석이긴 했다. 굳이 불쾌함을 내색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나이트는 노골적으로 내색했다.

몸값을 올리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라우엘.

템빨단의 2인자이자 대제국의 재상.

만인지상의 위계다. 어떤 뜻을 품는 즉시 이룰 수 있었다.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Satisfy를 제2의 세계,또 다른 현실쯤으로 인식하는 현대사회에서 Satisfy를 좌지우지하는 라우엘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다만 큰 책임을 질어졌다.

내정에 무관심한 그리드를 대신해 동분서주하는 신세로 유명했다.

단언컨대 세상에서 가장 바쁜 인물일 것이다.

오죽하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라우엘을 귀감으로 삼겠다는 우스갯소리를 했을까.

그런 거물이 굳이 오프라인 미팅을 요청했다. 나를 만나기 위해 이 먼 중동까지 날아왔다.

보통 일일 리가 없었다.

‘크라우젤의 행방이 71일째,그리드의 행방이 46일째 묘연하다지.’

혹시 그들과 관련 된 의뢰일까.

나이트의 머리가 바삐 회전했다.

라우엘이 빙그레 웃었다.

관광객 기분을 내려는 듯 머리에 뒤집어 쓴 카피예가 상당히 잘 어울렸다. 단순히 본판이 잘나서다. 뭘 뒤집어써도 어울릴 상이었다.

“나이트님과는 꼭 직접 만나 뵙고 대학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먼 휴양지까지 쫓아오신 걸 보면 솔직히 무섭습니다. 의뢰 내용이 유출될 시 각오하라고 협박이라도 하실 속셈입니까?”

나이트의 국적은 러시아다. 그도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다.

기다렸다는 듯이 뒤쫓아 온 라우엘을 두려워하는 태도가 제법 그럴싸했다.

물론 실제론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죽 급하면 이곳까지 쫓아왔을까.

나이트는 라우엘의 의뢰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녔을지 짐작하느라 오히려 즐거웠다.

“제가 나이트님께 고작 의뢰를 맡기려고 긴 비행을 감수했을까요.”

“...의뢰가 아니다?”

나이트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이 순간.

그는 연기가 아니라 진심으로 겁을 먹었다.

‘내가 템빨단에게 뭔가 잘못한 적이 있던가?’

단연코 없다.

의뢰를 맡을 때마다 늘 철저히 조사했다. 의뢰의 결과가 만에 하나라도 템빨단,템빨국에게 손실을 끼치진 않을지.

나름의 생존 전략이었다.

보복을 당할 이유는 없다...

...아니,과연 그럴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리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 수도…’

고작 찰나 동안.

온갖 잡념이 나이트의 머리를 스쳤다. 눈동자가 갈 곳을 잃고 흔들렸다. 짙은 선글라스를 껴서 다행이었다.

섣불리 입을 떼지 못하는 그에게 라우엘이 손을 내밀었다. 태도가 대단히 정중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려서,저는 당신을 동료로 맞이하고 싶습니다. 나이트님,부디 템빨단과 함께해주십시오.”

"..."

세상에서 가장 바쁜 자가 직접 하늘을 건너온 이유가 밝혀졌다.

대상의 ‘영혼 게이지’를 소모시켜 확정적인 죽음을 안기는 사신.

나이트에겐 라우엘을 움직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라우엘의 긴 설득이 시작됐다.

***

작품 구상과 설계에 보름,작품 제작에 한 달.

그리드는 장장 45일 이상을 탑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동안 모든 대외 활동을 멈추고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리드의 부재에도 제국은 안전했다.

레베카교를 비롯한 각 종교의 잔당들 중 여전히 템빨신을 거부하는 자들이 온갖 계략을 꾸였지만 제국의 치안은 흔들리지 않았다.

메르세데스가 진두지휘하는 기사들이 병사들을 절저하게 단속했다.

그리드가 신벌을 받고 행방불명된 거라는 음해가 남발했지만 동요하는 자가 적었다.

그렌할 공작과 스테임 공작 등이 귀족들의 단결을 이끌고 중심을 잘 잡아줬다.

물론 모든 귀족을 통제할 순 없었다. 이참에 한 몫 단단히 챙기겠다는 듯이 뒤로 수작을 부리는 귀족이 제법 많았다. 그들은 감찰단에게 제대로 털렸다.

라우엘과 바사라는 정치와 경제를 올바르게 주도하였으며 특정구역에서 주기적으로 출몰하는 강력한 보스 몬스터들은 그리드의 사도들이 깔끔하게 처리했다.

지옥의 사악한 악마들은 유라와 지슈카가 이끄는 원정대를 감당하느라 지상에 눈 돌릴 틈이 없었다.

덕분에 그리드는 온전히 집중했다.

제논의 비늘 3개를 제련해서 총 678개의 작은 비늘로 만들고,그것을 또 2개의 방어구로 재탄생시키기까지.

그 무엇도 그리드를 훼방 놓지 못했다.

[템빨신 ‘그리드’가 드래곤의 육체를 창조하였습니다.]

누가 보면 자칫 오해할 내용의 월드 메시지가 떠올랐다.

세상이 발칵 뒤집혀지는 게 여기까지 느껴졌다.

드래곤의 육체.

시스템이 그리드가 만든 방어구를 이와 같이 판정한 배경엔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

<화룡 이프리트의 팔>

등급: 신화(초월)

세트 아이템

내구력:12,800/12,800 방어력:1,895

*근력 300 상승.

*스킬 공격력 20퍼센트 상승.

★ 악력 대폭 증가.

★ 절대 명중률 증가.

★공격 속도 최대치에 도달.

★대악마,대천사,신,드래곤과 전투 시 내구력의 일부가 공격력으로 치환.

★팔 부위 부상 확률 80퍼센트 감소.

★피격 시 10퍼센트 확률로 <절대방어>발동.

★공격 시 30퍼센트 확률로 <드래곤 피어> 발동.

★스킬 <약소 브레스> 생성.

★팔 부위 피격 시마다 마력 순환 발생. 마력 순환 5회 발생 시마다

<약소 브레스>의 재사용 대기 시간 초기화.

★드래곤 웨폰과 함께 무장 시,무기 공격력 20퍼센트 추가 상승.

템빨신 그리드가 ‘제논’의 비늘을 제련하여 구현시킨 화룡 이프리트의 팔입니다.

총 286개의 작은 비늘을 엮어 만든 건틀릿으로 착용자에게 드래곤의 권능을 선사합니다.

★드래곤 아머 세트 효과

드래곤 비늘로 만든 방어구를 추가로 장착할 때마다 방어력 추가 상승,

절대방어의 발생 확률이 대폭 증가.

착용 조건:그리드,드래곤 슬레이어,드래곤 나이트.

무게: 150

<목단룡 크란벨의 골반>

등급: 신화(초월)

세트 아이템

내구력:19,370/19,370 방어력:2,640

*체력 300 상승.

*스킬 방어력 20퍼센트 상승.

★구속 계열 스킬에 완전 면역. 물리적 구속 포함.

★ 대악마,대천사,신,드래곤과 전투 시 내구력의 일부가 방어력으로 치환.

★하반신 부상 확률 95퍼센트 감소.

★ 하반신 피격 시 20퍼센트 확률로 <은신> 발동.

★피격 시 10퍼센트 확률로 <절대방어> 발동.

★공격 시 30퍼센트 확률로 <드래곤 레이지> 발동.

★스킬 <터널> 생성

템빨신 그리드가 ‘제논’의 비늘을 제련하여 구현시킨 목단룡 크란벨의 골반입니다.

총 392개의 작은 비늘을 엮어 만든 각반으로 착용자에게 드래곤의 권능을 선사합니다.

★드래곤 아머 세트 효과

드래곤 비늘로 만든 방어구를 추가로 장착할 때마다 방어력 추가 상승,

절대방어의 발생 확률이 대폭 증가.

착용 조건:그리드,드래곤 슬레이어,드래곤 나이트.

무게: 850

그리드는 이프리트와 크란벨에게 영감을 크게 받은 나머지 그들의 신체 일부를 통째로 만들어버렸다.

물론 자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로.

하지만 형태와 구조만큼은 그가 직접 보고 겪은 두 용의 신체와 꼭 닮았다.

정확히는 용의 신체를 둘러싼 무장(武裝).

즉,비늘의 형태와 구조를 고스란히 재현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화룡 이프리트의 팔>을 장착하였습니다.]

꽈드득!

손부터 어깨까지 감싸는 건틀릿.

제논의 비늘로 만든 탓에 평상시엔 회색이지만 스킬이 발동할 때면 화려한 적색으로 물들었다.

[<목단룡 크란벨의 골반>을 착용하였습니다.]

골반부터 종아리까지 감싸는 각반.

이프리트의 팔처럼 화려한 생김새를 자랑하는 그것 역시 챗빛이었다. 스킬이 발동할 때만 빛을 굴절시켜 투명하게 빛났다.

...투명해진다고 해서 속살을 노출시킨단 의미는 아니다.

온갖 방어와 내성 효과를 발생시키는 일종의 신호에 불과했다.

애초에 그리드는 베리아체의 내의를 항시 착용한다. 갑옷을 전부 벗어도 속살을 노출할 염려가 없었다.

아무튼.

그리드는 이프리트와 크란벨을 비교했을 때 적어도 생존과 관련한 부분은 크란벨이 더 뛰어나다고 해석했었다.

갑옷 다음으로 방어력이 높은 각반을 크란벨 스타일로 구상한 이유다.

엄청 고생했다.

각기 다른 모양의 비늘 678개를 만들어서 하나로 결착시키기까지.

그리드의 집중력과 인내심은 역대 최대치로 소모됐다.

심지어 갓 핸드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그리드의 제작 기술 일부를 계승.

한 갓 핸드조차도 드래곤의 비늘을 능숙하게 제련하지 못해서다.

하물며 678개로 나눈 비늘의 형태를 일일이 다르게 만드는 작업은 엄두도 못 냈다.

그리드는 철저히 고립 된 심정으로 일했다.

과거의 파그마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생각하면서.

[2개의 드래곤 아머 세트를 무장한 효과로 방어력이 추가로 400 상승합니다.]

[2개의 드래곤 아머 세트를 무장한 효과로 절대방어의 발생 확률이 20퍼센트 추가 상승합니다.]

<절대방어>

패시브

절대종의 권능입니다.

자신보다 격이 낮은 대상의 공격을 높은 확률로 완전 면역하며,면역에 실패할 시

일시적으로 대미지 내성이 증가합니다.

자원 소모: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드래곤 피어>

절대종의 권능입니다.

자신보다 격이 낮은 대상의 저항 의지를 높은 확률로 상실시킵니다.

저항 의지를 잃은 대상은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대폭 감소하고 약점을 노출합니다.

자원 소모:없음

재사용 대기 시간: 1 분

<약소 브레스>

마력을 방사합니다.

사용자의 지력 20배에 비례하는 고정 데미지를 발생시키며,사용자의 격이 높을수록

데미지가 추가 상승합니다. 빠른 속도로 인해 절대 명중률 보정을 얻습니다.

자원 소모:마나 10,500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드래곤 레이지>

패시브

절대종의 권능입니다.

지속 시간 동안 사용자의 모든 공격(스킬 포함)이 2회 중첩됩니다. 동종 효과 중첩 가능.

지속 시간:10초

자원 소모:초당 1,000의 마나

재사용 대기 시간:2분

< 터널 >

딛고 선 지면을 뚫고 지하로 파고듭니다.

이때 모든 종류의 공격에 완전 면역하며, 지상에 있는 적의 위치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재차 발동 시 지정 대상의 후위에서 등장합니다.

지속 시간:5초

자원 소모:발동 시 마나 5,000.

초당 3,000의 마나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촤르륵.

그리드의 움직임에 동조하여 물결치듯 움직이는 건틀릿과 각반.

678개의 비늘이 하나하나 살아 숨 쉬는 듯했다.

이 작은 비늘을 하나 만들 때마다 족히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었다.

처음 설계 단계부터 46일 동안 진짜 죽을 맛이었는데,완성하고 보니 엄청난 보람이 느껴졌다.

그리드가 미소 지을 때였다.

벌컥!

방문이 노크도 없이 열렸다.

무기를 무장한 결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

"..."

그리드의 모습을 살피는 결사들의 두 눈이 차츰 커졌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드래곤 레이더가 여전히 요란하게 점멸하고 있었다.

그리드를 표적으로 지정한 채였다.

“어떤 개자식이 감히 그리드로 폴리모프를...! 그리드는 네놈 뱃 속에 있는 게냐!!”

검성 비반이 얼굴을 붉히고 소리쳤지만,다른 결사들에게 즉시 제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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