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491화 (1,479/1,794)

74권 14화

"지슈카는 대인전 능력도 S급이야. 궁성으로 전직한 후부턴 초근접전에도 강점이 생겨서 약점이 없어."

"지슈카의 근접전 스킬은 대부분 카운터인데? 상대방이 미리 경계하면 적중시키기가 쉽지 않아."

“그건 네 손가락 문제고. 지슈카는 너랑 다르다니까?”

“플레밖에 안 되는 놈이 어딜 감히 다이아 형님의 손가락을 평가하고 자빠졌냐?”

“플레나 다이아나 거기서 거긴데 원 개솔.”

“아,진짜... 제발 지랄 좀 하지마.”

하이랭커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바로 초상권이다.

단순히 방송,광고,화보 등에서 쓰이는 초상권뿐만 아니라 2차 창작물로 사용되는 초상권에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

대표적인 예가 게임이다.

게임.

현대 인류가 가장 선호하는 문화생활.

사람들은 Satisfy 하나로 만족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물리적인 문제에 가깝다.

Satisfy를 플레이하려면 반드시 캡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일과와 병행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또한 이용 제한 시간이 존재하기도 했다.

잠시 비는 시간을 활용해서 즐기거나,방학이나 휴가 때 온종일 플레이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비디오 게임과 모바일 게임 등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가상현실 게임 외의 게임을 다소 시시하다고 느끼면서도 완전히 외면하진 못했다. 대체제로 이용했다.

바로 그들을 노린 게임이 시장에 즐비하다.

Satisfy 온라인,Satisfy 모바일,Satisfy 월드,Satisfy 국가대항전 등등등...

Satisfy라는 게임을 2차 가공한 게임들이 매해 새롭게 출시됐고 그중 일부가 상당한 흥행에 성공했다.

성공한 게임들엔 공통점이 있었다.

하이랭커들의 초상권을 구매해서 그들을 게임 캐릭터로 내놓았다는 점이다.

실존하는 스포츠 선수들을 캐릭터로 제공하는 축구 게임,농구 게임 등과 똑같이 생각하면 쉽다.

게임 회사들은 나름의 규칙과 해석을 가지고 랭커들의 능력치 등급과 개성을 세분화시킨 뒤 게임 캐릭터로 출시했다.

그리고 대중은 캐릭터학 된 랭커들을 플레이하며 각종 게임에 몰입했다.

평범한 관객들,심지어 초등학생 관객들조차 지슈카의 실력을 전문가처럼 분석할 수 있는 이유다.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

Satisfy 랭커들은 셸 수 없이 많은 매체에서 노출되었고 낱낱이 분석당해 왔다.

대중은 자신들이 랭커를 아주 잘 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게임이 지슈카를 압도적 1티어 캐릭터로 묘사하고 있죠.

그녀와 동급의 성능을 가진 캐릭터를 굳이 꼽자면 크라우젤,유라,유페미나,크리스,거기에 마왕 버전 데미안 정도가 고작입니다.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한 치의 오차 없이 5대5로 나눈 가르마가 묘하게 시선을 끈다.

어떤 이질감을 느끼며 자세히 살펴보자,사내의 정장에 주름 한 점 없단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은 자세가 증명하듯 행동에 군더더기가 없고 항시 올바른 자세를 고집하는 듯했다.

“그야 당연히 인기가 많기 때문이 아닙니까?”

지슈카는 거의 매해 10위권 랭킹을 유지해왔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실력자였지만,아무리 그래도 2차 창작물에 선 너무 과도한 OP캐릭터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떨 때는 납득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쯤 되면 전 세계 게임 개발진들이 지슈카에게 사심을 품은 거 아니냐는,그런 의문마저 제기됐다.

사실이긴 했지만 정답은 아니다.

“인기가 물론 중요한 척도이긴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인기를 고려해서 캐릭터의 능력치를 과도하게 포장할 거였다면 라엘라 역시 부동의 1티어 캐릭터로 활약하고 있었겠죠.”

라엘라 또한 10위권의 최상위 하이 랭커다.

게다가 인기라면 그녀 역시 지슈카나 유라 못지않았다.

다소 묘한 사실은,제드노스와 연애를 시작한 이후부터 인기가 더욱 상승했다는 점인데...

연예매체가 아닌 이상에야 굳이 이유를 분석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슈카의 평가가 높은 이유는 바로 ‘시야’에 있습니다.”

베일 듯 날카로운 콧날에 얹은 안경을 고쳐 쓰며 정답을 말하는 사내.

그는 레드문 썬더스통 아트의 대표이사다.

Satisfy를 2차 가공한 수십 개의 게임 중 가장 큰 흥행에 성공한 ‘Satisfy 온라인’의 제작을 직접 총괄한, 게임업계의 신흥 거물이었다.

“궁성의 두 눈은 하늘에 있다고 하죠. 모든 지형과 엄폐물을 무용하게 만드는 시야를 지닌 그녀는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제약 없이 활약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그 엄청난 잠재력을 게임 디렉터들은 좌시하지 못했던 거군요?”

“ 네. ”

수많은 디렉터가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지슈카의 능력을 재해석해서 게임에 녹여냈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지슈카는 거의 모든 게임에서 항상 OP캐릭터로 묘사됐다.

“아마 부담감이 클 겁니다. 특히 저런 평범한 평지 무대에선 강점을 활용하기 힘드니까요.”

첫 번째 선수로 무대에 오른 지슈카.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기대가 여태까지완 차원이 달랐다.

그녀가 무적의 위용을 보여줄 거라고 믿는 사람이 너무 많았다.

거의 그리드를 영접하는 느낌과 닮았을 정도로 왜곡되어 있었다.

2차 창작물과 현실은 엄연히 다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창작물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대가로 현실에서 피해를 입게 생겼군요...”

기자들이 였다.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중들의 과도한 기대로 인해 느낄 심리적 압박.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게 됐을 때 얻게 될 비난.

그 모든 걸 감수해야하는 지슈카가 가없게 느껴졌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세계의 중심에 선 젊은 여성.

온갖 풍파를 과연 저 가녀린 몸으로 견며낼 수 있을까...

관중석의 기자들이 걱정할 때였다.

-응,힘낼게.

지슈카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렇다.

그녀는 들떠 있었다.

게임업계 전문가들과 기자들의 염려와 달리 압박감 따위 느끼지 않았다.

당연하다.

그리드의 응원을 받았으니까.

무엇보다도 그녀에겐 실력이 있었다.

각종 2차 창작물이 표현하는 그녀의 실력엔 딱히 과장이 없었다.

“나한테 너무 유리하겠는 걸. 조금 민망한데.”

지슈카의 상대는 폰이었다.

철갑을 두른 백마 위에 올라 탄 그는 자신이 유리하다고 믿었다.

상식적인 판단이었다.

엄폐물 하나 없는 평지.

고속 이동이 가능한 폰에겐 가장 이상적인 지형이었다.

반면 지슈카에겐 최악이다.

궁사의 저격은 엄폐와 거리를 활용할 때야말로 비로소 극대화된다.

뻔히 보이는 곳에서 쏘아대는 화살은 상대방에게 그다지 큰 위협을 주지 못했다.

‘속사에 섞이는 무형화살과 접근한 순간 시도할 카운터만 주의하면 된다.’

사실 무형화살은 주의한다고 해서 대응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최근의 지슈카는 한 번에 10발 이상의 화살을 쏘기도 하는데,그 틈에 보이지 않는 화살을 섞어 날리면 도무지 기척을 잡지 못했다.

특히 포물선을 그리는 화살이 위협적이었다.

안 그래도 보이지 않는 화살이 머리 위로 떨어지면?

무조건 맞는다고 박야한다.

그나마 위안인 사실은 무형화살의 데미지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

실제 화살을 쏘는 게 아니라 마나로 빚은 화살이기 때문에 데미지에 한계가 있다.

그리드제 방어구로 도배한 폰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히기 힘들었다.

단,방어구의 미세한 틈새를 노린 화살이 급소에 적중하는 경우.

예를 들어 투구 사이의 틈새로 파고든 화살이 눈을 찌르고,실명을 유발하는 상황 등을 주의하면 큰 변수 없이 승리할 거라고 폰은 판단했다.

‘지슈카 너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나의 삶을 긍정할 뿐.

“이럇!”

렘빨단 중에 헛되이 사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었다면 애초에 템빨단에 가입하지도 못했을 거다.

폰은 늘 최선을 다해왔다.

비록 전설 클래스를 얻진 못했지만,언젠간 ‘폰’이라는 인물 자체가 전설이 될 거라는 자부심을 품었을 정도로 노력해왔다.

다그닥! 다그닥!

폰을 태운 백마가 점차 가속했다.

이제 고작 700미터 전방에 선 지슈카.

폰과 함께 전쟁을 누벼온 백마에겐 그녀가 몹시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금방 도달할 거라고 생각했다.

끼히힝!!

보이지 않는 화살이 날아와 무릎에 박히기 전까지의 생각이었다.

“칫!”

폰이 급히 말에서 뛰어내렸다.

급소를 노리고 꽂혀오는 화살들을 쳐내느라 말을 지켜주지 못한 상황.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실제로 낙마로 인해 입은 데미지도 없었다.

예상했던 상황이기에 곧장 낙법으로 대응했다.

타탓!

몇 바퀴를 구른 끝에 몸을 일으킨 폰이 지체 않고 내달렸다.

단 0.1 초의 망설임조차 없었다.

‘적에게 돌진’할수록 공격력이 상승하는 창기사의 돌진 게이지를 잃지 않기 위해 집중력을 유지했다.

“스피어 플라워.”

말에서 내린 폰은 도리어 금제를 푼 느낌이었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단위 스킬을 연사하여 지슈카의 화살세례를 무력화시켰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차 좁혀졌다.

‘이제 주의할 건 카운터.’

여기까지 도달하는데 예상보다 큰 데미지가 누적됐다.

화살 한 발에 말이 고꾸라졌을 때부터 눈치 챈 부분이지만,지슈카의 무형 화살은 인마대전 당시 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가까워질수록 거세지는 화살비 속에서 폰은 뼈저리게 실감했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남들도 노력한다.

또한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제공된다.

내가 강해지는 동안 타인들 역시 강해지고 있었다.

여기서 마주하게 되는 ‘벽’을 뛰어넘고 남들보다 앞서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이 바로 운과 재능.

‘그리고 이번엔 내게 운이 따랐지.’

쿠르르릉!

폰의 창끝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화살을 일점으로 모으는 자력을 생성하면서다.

급기야 수백 발의 화살을 끌어당긴 창끝이 철퇴처럼 부푼 순간.

“디스트로이어.”

공교롭게도 고작 일주일 전.

레벨 업을 계기로 얻은,4차 전직 창기사의 새로운 궁극기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폰 본인도 예상치 못하게 얻은 스킬이었다.

예상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폰은 창기사 랭킹 1위다. 선구자였다.

어떤 레벨에 어떤 스킬이 새롭게 추가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꽈아아아아아앙!!

지난 일주일.

이번 대회를 의식한 폰은 디스트로이어를 단 한 번도 유출하지 않았다.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개인 단련실에서 은밀하게 사용했을 뿐,동료들에게도 비밀로 했다.

대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였다.

히든 클래스를 얻은 동료들,템빨신의 사도들,이족의 군주들,제국 출신 공작들.

폰은 세력 내에서 자신이 점점 뒤처지고 있는 걸 느꼈다.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기필코 실력을 증명할 각오였다.

기왕이면 군주들과 싸워서 그들을 이겨보고 싶었다.

공교롭게도 지슈카와 같은 조가 되고 말았지만,오랫동안 지슈카를 지켜봐온 폰은 그녀가 다른 군주들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도리어 더욱 경계하고 철저히 오늘을 준비했다.

‘오늘만큼은 내가 이기마.’

새로운 궁극기의 확보,그리고 유리한 무대 지형.

마치 하늘이 폰에게 승전의 날을 점지해준 듯했다.

폰은 이길 수밖에 없었다. 그게 당연한 흐름이었다.

디스트로이어가 끌어당겼다가 폭발적으로 방출시킨 화살들이 허공에 거짓말처럼 멈춘 광경을 목도하기 전까진 그랬다.

“...!?”

디스트로이어는 Satisfy에서 귀한 반격기 중 하나였고,그 귀한 반격기 중에서도 ‘궁극기’에 속하는,일종의 초필살기였다.

적의 스킬이나 마법,혹은 투사체를 끌어당겨서 자신의 힘으로 흡수한 뒤 방출해서 몇 배의 데미지로 되돌려주는 구조였다.

한데 파훼 당했다.

그것도 공개와 동시에.

‘역카운터...!’

폰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지슈카가 ‘궁성’임을 떠올리면서다.

감히 궁성을 상대로 ‘화살’의 주

도권을 빼앗으려던 시도가 패착이었다.

“만천화우.”

지슈카 또한 새로운 궁극기를 공개했다.

그녀의 주변에 멈춰 섰던 수백발의 학살이 폭풍을 이루는 광경이 폰의 비대해진 동공에 어지럽게 투영됐다.

‘하극상이 쉽지는 않구만.’

지슈카는 늘 폰의 대장이었다.

어쩌면 그녀와의 대진이 결정 된 시점부터 행운은 끝난 게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폰이 넝마가 되어서 쓰러졌다.

12인의 대장 중 한 명이 지슈카로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지슈카! 지슈카! 지슈카!!”

“...오늘부터 지슈카가 더 0P가 되겠군요. 이러다가 조만간 그리드처럼 히든 캐릭터로 변경 될 수도 있겠습니다.”

자신의 예측이 틀리자 민망했던걸까.

환호하는 사람들 틈에서,레드문 썬더스톰 아트의 대표이사가 구태여 설명했다.

참가자는 총 16명.

첫 번째 대결에서 1승을 거둔 8명은 곧바로 대장이 된다.

남은 8명은 서로 두 번째 대결을 진행하고, 이중 4명의 승자가 남은 4개의 대장 자리를 차지한다.

‘참가자 전원 대장이 될 자격이 있다’는 전제 하에 성립 된 규칙이다.

오늘 대장이 되지 못한 4명은 향후 추가 될 4개 부대의 대장이 될 것이다.

참가자들의 마음가짐과 달리,사실 이번 대회엔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라우엘이 굳이 대회를 연 이유는 일종의 무력 과시였다.

템빨제국이 지상 최고의 전력을 갖췄다는 사실은 이미 세계의 상식이었지만,상식과 별개로 자주 주지시킬 필요는 있는 것이다.

미국,중국 등의 군사강국들이 열병식을 꾸준히 여는 이유와 같다.

“...!”

흐뭇하게 대회를 지켜보던 라우엘이 깜짝 놀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내 뜨겁게 달아올랐던 현장의 분위기가 도서관처럼 고요해졌다.

“미쳤군.”

그리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무대 위.

오크 로드 테루찬이 카츠 앞에 쓰러져 있었다.

테루찬이 흘린 피를 망토처럼 두른 카츠의 위용은 대악마를 연상시켰다.

베리아체의 기사.

태초의 3악을 섬겼던 고대의 존재가 플레이어에 의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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