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71권 - 20화
제4위 대악마 가미긴.
지옥에서 절대자로 행세해온 놈은 인류에게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항거 불가의 존재감.
대항할 의지 자체가 꺾였다.
병력이 온존한 상태에서 마주했어도 마찬가지였을 텐데, 지금은 군대마저 철수시킨 상황이다.
고작 수천 명의 플레이어가 용기 따위를 등에 업고 덤빌 계제가 아니었다. 온갖 상태이상 탓에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비켜라.”
“안 된다니까요?”
중앙 막사가 시끄럽다.
알람 마법을 작동시키며 출진을 준비하는 브라함과 그를 말리는 십공신에 의해서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퇴각하라는 라우엘의 지시입니다.”
“...”
지금 내게 타인의 명령 따위를 들이미는 건가.
조소하는 브라함이었지만 별 말은 없었다.
라우엘이 그리드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라우엘의 뜻은 대부분 그리드의 의지였다.
“확실히, 개죽음 당하기에 딱 좋은 상황이긴 하다.”
브라함이 전황을 살폈다.
전설의 영혼을 무려 셋이나 동반한 가미긴의 뒤편에서 새로운 악마와 마물들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안 그래도 추악한 것들이 득실거리는 꼴이 꼭 똥통의 벌레들 같았다.
반면 아군은 무리 잃은 짐승이다. 군대를 잃어 정신적으로 내몰렸고, 고독한 전투의 대가로 몸엔 상처가 가득했다. 가미긴과 벌레 떼에게 맞서 싸울 상태가 아니었다.
콰아앙!!
메르세데스는 가미긴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다. 가미긴이 등장함과 동시에 시작 된 바르바토스의 저격에 대응하고 있었다. 그녀가 저격을 막아주지 않으면 아군은 순식간에 궤멸할 터였다.
‘유페미나와 카일 저놈도 한계인가.’
무저갱에서의 열흘은, 기실 브라함에게도 벅찼다.
직계의 힘을 되찾았음에도 그랬다.
리치의 마력을 흔히 무한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론 무한이 아니듯, 직계 뱀파이어의 체력도 무한하진 않았다.
애초에 마물의 피는 질이 낮다. 흡혈해봤자 간에 기별이 가기는커녕 토악질이 나올 만큼 역겨웠다.
하여 브라함은 내심 동료들에게 의지해왔다.
타인에게 의지한다는 것.
혈족과 살아갔을 땐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건 브라함의 성격이 문제라기 보단 혈족의 능력과 가치관에 하자가 있어서였다.
실제로 파그마와는 벗으로 지내며 의지하지 않았나.
메르세데스와 유페미나, 카일, 제국의 공작들, 심지어 극검 등의 십공신까지도 브라함이 의지할 수 있는 실력자들이었다.
브라함은 그중에서도 특히 카일을 주목했다.
왜인지 나를 두려워하는 녀석.
인간으로선 드물게 권능을 타고난 돌연변이다. 심지어 만능에 가까운 뇌전의 권능이다. 이명에 신(神)이 들어간 게 썩 과장은 아니었다.
거기에 초월의 격까지 쌓은지라 최강을 논해도 좋을 실력인데 나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한다.
그를 의아해하면서도 브라함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안목이 꽤 출중하구나, 하고 넘겼을 뿐이다.
무무드와 격전 중에 카일의 팔을 찢어놓은 일이 그에겐 별 대수롭지 않은 사건이었다. 카일이 그 사건 탓에 자신을 두려워하는 거라곤 짐작하지 못했다. 팔 좀 잘린 게 뭐 대수라고. 심지어 카일의 두 팔은 겉으로 봤을 때 멀쩡히 달려있었다.
‘안목과 실력에 비해 체력이 형편없다.’
퀭한 눈으로 가미긴을 바라보는 카일.
퇴각이 결정되자 안도하는 그의 두 다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다.
브라함이 그를 평가했다.
‘권능의 격이 과도하게 높아.’
초월자가 쉽게 지치는 이유는 그들의 움직임이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이다. 육체 또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섰다지만 부족하다.
단적인 예가 순보다.
그 정도 수준의 움직임은 육체에 큰 부담을 주고 뇌가 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다.
하물며 카일은 보통의 초월자보다 더 우월하게 움직였다. 뇌전의 공능이 너무 훌륭한 나머지 역설적으로 금방 지치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다. 극복하기 힘들다.
하지만 브라함은 해결책을 알고 있다.
“카일, 우리가 퇴로를 열 동안 가미긴의 발을 묶어라.”
“...”
카일의 표정이 굳었다.
현재 가장 멀쩡한 사람은 브라함이다. 게다가 그가 가장 강했다.
가미긴의 발을 묶기에 그보다 적합한 사람은 없건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수만 마리의 마물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위험할 텐데요. 차라리 제가 퇴로를 열 테니 당신께서 가미긴의 시선을 끄시는 게...”
“잔말이 많다.”
‘사악한 뱀파이어 같으니.’
인간의 피를 식량으로 삼는 종족이라서 그런가.
브라함은 너무 가혹한 면이 있었다. 인간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가축 취급하는 게 분명했다. 그를 부하로 길들인 그리드가 새삼 더 대단하다 느껴졌다.
불만을 짓씹은 카일이 한숨 쉬며 가미긴을 돌아보았다.
네 개의 다리로 땅을 딛고 선 모양새가 거목을 연상시킨다. 대지에 뿌리를 내린 듯했다. 놈이 한 발을 내딛는 순간 갈라진 대지가 격랑처럼 밀려올 터였다.
‘염병.’
이번에야 말로 죽을 확률이 높다.
직감하면서도 카일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명령을 거부해서 즉결 처형을 당하느니, 가미긴과 난전을 유도하는 편이 그나마 생존 확률이 생긴다는 판단이었다.
‘싸우면서 도망칠 기회를 만들...’
꽈아아아앙!!
“...”
카일의 생각이 멈췄다.
눈앞에 떨어진 파이어 볼이 대지를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광경을 본 여파다. 설마 내핵까지 도달하는 건 아니겠지.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며 고개를 든 카일이 로브를 걸친 영혼 병사와 눈이 마주쳤다.
반투명한 푸른 육신을 지닌 존재.
생김새가 흐릿했지만 카일은 그의 정체를 대번에 눈치 챘다.
브라함과 비견되는 위력의 마법을 구사하는 존재.
역사상 저런 존재는 단 둘밖에 없다.
극점 마법의 창시자 학센과 메아리 마법의 창시자 제시카.
브라함 이전 시대에 활동했던 전설의 대마법사들이다.
‘마력의 밀도를 보아 학센인가. 가미긴의 시선을 끌기도 전에 저놈에게 죽게 생겼군.’
심지어 저놈과 동격의 존재가 둘이나 더 있다.
제 키보다 큰 대검을 어깨에 짊어진 놈과 가미긴보다 더 큰 거인. 신장이 4미터에 육박했다.
‘생전에 설마 거인족을 보게 될 줄이야.’
정확히는 죽은 거인족의 영혼이지만 아무튼.
파지직!
유페미나와 루비에게 버프를 받은 카일이 전광이 되어서 쏘아졌다.
마법의 세례를 돌파하고, 횡으로 파고드는 대검을 자기력으로 흘린 뒤, 거인의 양손 건틀릿에서 쏘아지는 탄환 세례는 순보로 피했다.
참으로 개 같은 상황이었다.
체력을 아끼려고 순보를 안 썼던 건데 기껏 고생해놓고 써버렸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건틀릿으로 기관총을 쏴댈지 알았겠는가.
마장기를 꺼낼 가능성만 고려했었을 뿐이다.
‘고대의 유물을 대량으로 보유했다고 봐야하나.’
카일의 추측은 정확했다.
가미긴의 권능은 영혼의 생전 모습을 구현하고 지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생전 모습이란 전성기이며, 당시 사용했던 아이템도 대상에 포함된다.
애초에 맨몸만 부활시켜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나.
가미긴이 ‘대상의 기억을 읽는’ 악마를 권속으로 삼고 영혼 보관소를 지키게 만든 이유는, 자신의 권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콰아아아앙!!
대마법사 학센과 거인, 그리고 대검을 쓰는 검사.
세 명의 전설을 돌파하고 가미긴에게 도달한 카일의 몸이 허공으로 높이 솟구쳤다.
순보로 도착함과 동시에 가미긴의 뒷발에 차인 것이다.
4위 대악마에게 순보의 경로를 읽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체력이 아닌 마나만 소모해서 무한 텔레포트를 쓰는 브라함 정도여야 가미긴에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런, 개 같은...’
끝이다.
답이 아예 없다.
차라리 브라함에게 반항이라도 한 번 해볼 걸 그랬나.
멀어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추락하는 카일.
뒤늦게 후회하던 그가 어떤 감각을 느꼈다.
몹시 낯설었다.
누군가의 마음이, 등을 떠받치는 느낌.
하물며 한두 명의 마음이 아니다.
수천수만 명의 의지가 그를 지탱했다.
특이한 체질 탓에 부모에게 외면 받고, 이후 쭉 세상에 벽을 세워온 그는 느껴보지 못한 따스함이 가슴에 번졌다.
“네놈도 내 병사가 되어라.”
어느새 코앞까지 쫓아온 가미긴이 사형을 선고했다.
카일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
‘최후의 순간에 이런 감각을 느끼다니.’
설마 나는 혼자인 게 싫었던 걸까.
사람들과 평범히 함께하며, 따스한 인정을 나누길 바랐나.
애써 외면했지만 무의식에 각인 된 그 바람을, 죽는 순간에야 비로소 인정하고 환상으로나마 체험하는 것일까.
“나쁘진 않군...”
푸우우우욱!!
씁쓸하게 웃는 카일의 심장을 가미긴의 손톱이 관통한다.
“카일!!”
브라함과 함께 퇴로를 열던 플레이어들이 날 선 비명을 질렀다.
그들에게 있어서 카일은 열흘 동안 함께 사선을 넘어온 동료였다.
심지어 목숨을 몇 번이나 빚졌었다.
지금만 해도 그가 시선을 끌어준 덕분에 퇴로를 열 수 있었다.
카일의 성격이 냉담한 것과 별개로 플레이어들은 이미 그에게 깊은 정이 들었다.
앞으로 은혜를 갚을 일만 남았는데, 여기서 죽어 버리다니.
격앙 된 플레이어들이 얼굴을 붉힌다. 누군가는 이를 갈며 분노했고, 급기야 몇 명은 눈물을 글썽였다.
크롸라라라라라!!
때마침 들려온 포효와 함께 드래곤이 출현했다.
어처구니없는 전개에 사람들의 의지가 완전히 꺾였다.
어차피 도망칠 수 없음을 깨달으며, 카일의 최후를 두 눈에 똑똑히 새겼다. 영웅의 최후를 잊지 않기 위함이었...
파지직!
회색용의 환영에 정신이 팔렸던 가미긴이 황급히 시선을 돌린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아찔한 통증 탓이었다.
“...네놈?”
불가해의 연속이 가미긴을 당혹시켰다.
심장을 꿰뚫린 카일의 몸이 백열하고 있었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자신의 가슴을 관통한 가미긴의 손목을 한 손으로 꽉 붙잡은 채다.
세계가 경악했다.
[전설의 뇌전사가 탄생하였습니다.]
전쟁 기간 동안 카일이 죽인 마물의 숫자는 족히 수십 만 단위다. 브라함에게 필적하는 수치였다. 전광을 흩뿌리며 전장을 질주하는 능력 자체가 대량학살에 특화되어 있었다.
게다가 워낙 화려해서 이목을 끌었다.
누군가는 그를 영웅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그를 구원자라 불렀다.
업적, 실력, 인지도.
모든 면에서 카일은 전설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최후의 희생은 기폭제에 불과했다.
“아슬아슬했구나.”
브라함이 피식 웃는다.
하얗게 불타는 전광으로 가미긴의 전신 혈맥을 불태우는 카일의 뒷모습을 격려하듯 지켜본 뒤, 하늘 위로 시선을 돌린다.
“가라, 그리드.”
말이라는 건 끊임없이 들려오는 법이다.
특히 브라함은 대기 중의 마나를 자신의 감각으로 삼는 괴물이다.
전쟁 기간 동안 두문불출했던 그리드와 관련한 구설수를 거의 전부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드를 신뢰했지만, 극히 일부는 그리드가 명성을 잃을까봐 함부로 나서지 못하는 게 아닐까 추측했다.
아무래도 전 세계가 지켜보는 전쟁 아닌가. 만약 전쟁 중에 그리드가 패배하는 모습을 보였다간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 거라며, 그리드가 겁쟁이가 된 거라고 제멋대로 해석했다.
합당한 추측이긴 했다. 본래 지위가 높을수록 잃을 게 많아 신중해지는 법이니.
하지만 브라함은 알고 있다.
그리드가 패배하기엔, 적들의 수준이 너무 낮다는 사실을.
“최강이 뭔지 보여줘라.”
콰아아아앙─
하늘이 격동했다.
대기의 파동이 폭풍처럼 번지고, 상층운이 내려앉는다. 급격히 불어난 하층운이 조금 전 나타났다가 사라진 회색용의 환영처럼 거대했다. 함께 치솟는 습도가 카일의 뇌전을 강화시켰다.
카일의 판단은 빨랐다.
예상치 못하게 전설이 되고 얻은 5초의 유예.
그건 일종의 회광반조였다. 바보처럼 안도하지 않았다. 사력을 다해서 전광을 분출해 가미긴을 떨쳐냈다.
동시에 신이 강림했다.
[템빨신 그리드가 출현하였습니다.]
“놈!”
가미긴이 이를 갈았다.
안 그래도 최근 그는 생소한 경험을 해왔다.
일이 뜻대로 풀리질 않는, 대단히 불쾌한 경험이었다.
브라함에게 패퇴한 걸로 모자라 영혼 보관소에서 동력의 역할을 하는 외부 심장을 잃지 않았나.
그 탓에 전설의 영혼을 무려 6개나 소실했다.
이 분노를 해소할 곳이 필요하던 차였다.
스아아아악!!
용의 환영을 발생시켰던 검격에 베인 상처는 그리 크지 않았다.
가미긴은 쥬다르의 가호를 받고 있다. 무려 절대방어의 가호다.
물론 드래곤의 절대방어처럼 완전하진 않다. 급소가 존재했다. 하지만 국소 부위로 한정되며, 그마저도 철저히 방비해놓았다.
지금의 가미긴은 가히 무적이라 할 만했다. 드래곤도, 주신도 두렵지 않았다. 조금 전 용의 환영에 놀랐던 건 단순히 당황해서였다.
상대가 바알의 자아 파편을 쓰러뜨린 템빨신이라고 해서 위축 될 리가 만무한 것이다.
퍼퍼퍼펑!!
일점으로 뻗어지다가 분절하는 가미긴의 주먹이 그리드를 수십 회 타격했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꺾이다가 뒤로 크게 젖혀진 그리드의 뒤통수로 소닉붐이 폭발했다. 그 여파에 휩쓸린 마물 수십 마리가 죽어나갈 정도였다.
하지만 정작 그리드는 뒤로 한 걸음도 밀려나지 않았다.
타격을 허용한 시점에 그의 검은 이미 가미긴의 가슴을 갈랐다. 회색용의 환영이 가미긴의 거체를 통째로 훑고 지나갔다.
“...!?”
이번에도 역시 상처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가미긴은 뒤로 크게 물러났다.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단순히 용의 환영에 위축 되서가 아니다.
‘뭐지?’
아프다.
아까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자각하지 못했던 사실인데, 명백한 통증이 느껴졌다.
급소를 베인 것도 아니건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뭐가 잘못 됐나?’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느낀 본능이 분노를 억제한다. 잃었던 이성이 움튼다.
어째서 쥬다르의 가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가.
가미긴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드와의 거리를 최대한 벌리며 학센과 쯔단, 그리고 파일볼프를 전진시켰다.
전설들의 영혼은 가미긴의 의지에 즉시 호응했다. 브라함과 유페미나의 마법을 무시하고 그리드를 최우선 공격 순위로 삼았다.
쿠우우우웅!!
지하에서 스며나온 투명한 마장기가 파일볼프를 태운다. 거대한 질량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며 전장의 중심에 우뚝 섰다. 사람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한 모습이었다.
한데 곧바로 주저앉았다.
하늘에서 떨어진 탐욕 덩어리에 짓눌려서다.
그리드는 학센에게 도달한 상태였다.
서른 개의 갓 핸드로 쯔단을 떨쳐내며 수백 개의 검로를 그렸다. 학센을 도화지 삼아 연의 파생 검무들을 그림처럼 연계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리드는 학센의 신체 모든 부위를 베었다.
그에 호응해 겹겹이 나타난 회색용의 환영이 전장 전체로 퍼졌다가 사라졌다. 수만 마리의 마물이 겁에 질려 주저앉는 광경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빠직! 빠지직!!
학센의 영혼이 바스라졌다. 수천 갈래의 균열과 함께 와르르 무너지더니 잿빛으로 산화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찾았다.”
뭘?
‘설마?’
번들거리는 그리드의 눈이 가미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가미긴은 뒷걸음치고 있었다. 자각하지 못한 채 범하는 추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