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67권 - 04화
쿠르르릉...!
굉음과 함께 성이 흔들렸다.
몸이 좌우로 기울고 시야가 어지럽게 뒤집혔지만 그리드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창문에서 떨어져! 바르바토스의 저격이다!”
무려 제8위 대악마의 개입.
상황이 심각해졌다. 하지만 도리어 안도감이 드는 건 그나마 다른 대악마가 나선 것보단 낫다는 생각 때문일 터다.
깊은 마경의 군주들 즉, 한 자릿수 대악마들 중에선 바르바토스가 가장 약했으니까.
게다가 그리드는 바르바토스와 이미 한 번 싸워봤다. 어느 정도 대처법을 알고 있었다.
“브라함, 디코이는 소용없어요. 저건 기감에 의지하는 저격이 아니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쏘는 저격이라.”
“원시적이군.”
“놈에게 시야를 제공하는 ‘눈’을 찾아야 하는... 헉!”
꽈아앙!!
다시 한 번 거대한 충격이 성을 덮쳤다.
깜짝 놀란 그리드가 테이블 아래로 기어가 바짝 엎드렸다.
왕좌에선 진즉부터 내려와 있었다.
바르바토스의 저격이 시작된 마당에 멀뚱멀뚱 앉아있을 리 없잖은가. 그건 등신 머저리 같은 자살 행위였다.
지진이라는 재난을 맞이한 인간이 그저 가만히 숨죽이고 있을 수밖에 없듯, 그리드 또한 일단은 몸을 사렸다. 바르바토스의 눈을 찾기 전까진 최대한 조심할 생각이었다.
“...?”
피아로와 나란히 바닥을 기던 그리드가 문득 이질감을 느꼈다.
피아로를 제외한 일행들의 얼굴이 보이질 않았다. 그들의 발과 종아리만 보였다.
다들 서있었기 때문이다.
바퀴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사람은 자신과 피아로 단 둘뿐이었다...
당황하는 그리드의 표정을 엿본 유라가 귓속말을 보냈다.
-이 성에는 워낙 많은 보호 술식이 덮여있기 때문에 고룡급 드래곤의 브레스가 아닌 이상 부수지 못한다고 해요. 대악마 중에서는 바알이나 아모락트 정도나 성에 타격을 입히겠죠.
-원래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은 수정에서 마기가 다 빠져나간 상태잖아? 성분이 바뀌었으니까 방어력도 줄어든 거 아니야?
-아니요... 제가 미리 알려드렸어야했는데... 미안해요.
그리드도 불멸의 성이 겁나게 튼튼하다는 사실쯤이야 알고 있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나. 하지만 정확히 얼마만큼의 피해량을 감당하는 건진 알 도리가 없었다.
마법 술식들의 기능과 위력을 가늠할 제반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피아로도 마찬가지였다.
불멸의 성의 상세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지닌 유라, 혜안으로 성의 정보를 엿볼 수 있는 메르세데스, 고등한 지식을 보유한 다른 사자들과 비교해서 그리드와 피아로는 굉장히 불리한 입장이었다.
“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 그리드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하게 행동했다.
“바르바토스의 눈이 성내에 침투했을 가능성은?”
“성주의 허락 없이는 그 무엇도 성안에 들어올 수 없어요.”
그리드가 내심 감탄했다.
불멸의 성.
처음에는 그 과장 된 이름을 보고 단탈리안이 중2병은 아닐까 의심했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불멸의 성은 이름 그대로 개쩌는 성이었다.
“그래도 안심해서는 안 돼. 바르바토스의 권능은 시야에 보이는 것을 저격하는 거고 이 성에는 창문이 너무 많아.”
바르바토스의 저격은 장애물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설령 성벽 뒤에 숨어있어도 무의미했다. 놈의 저격은 성벽을 꿰뚫는 과정을 생략하고 나타나 대상을 저격하니까. 아무리 튼튼한 곳에 숨어있어 봤자 놈의 시야에 포착되는 순간 저격을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내가 굳이 포복했던 이유가 있는 거지.”
그리드의 어깨가 당당하게 펴졌다.
꼴사납게 기어 다녔던 행동이 합당한 근거에 의거한 포복이었음을 증명함으로써 부끄러움을 떨쳐낸 것이다. 괜히 기가 죽어있던 피아로도 덩달아 당당해졌다.
“정확해요.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이 성의 창문들은 마법으로 코팅이 되어있거든요. 설정하기에 따라서 바깥에서 안쪽을 들여다보는 게 불가능해요.”
“썬팅...인가.”
단탈리안은 프라이버시를 소중하게 여겼나보다, 그렇게 간단히 치부하기엔 바르바토스의 권능을 매우 의식한 장치 같다.
‘단탈리안과 바르바토스의 사이가 나빴나? 굳이 경계해야할 정도로? 아니, 바르바토스를 경계했다기 보단 자신 외의 대악마 전부를 경계했던 것 같군.’
대악마들은 서로 경쟁하는 관계라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단탈리안은 죽기 싫어서 내 사자가 되겠다고 요청했을 정도니까... 안전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건 성격상 당연했겠지.’
단탈리안의 죽음은 6개의 머리를 잃은 후에야 진행됐다. 그리고 머리를 잃을 때마다 지식을 소실했다.
아마도 단탈리안은 천 년 동안 개고생해서 축적해온 지식을 잃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더 상위의 서열을 노리지 않고 영원히 25 지옥에서 안전을 추구할 정도로, 그는 생존에 집착했던 존재였다.
‘이 성을 온전하게 얻은 건... 정말로 개꿀이었군.’
단탈리안 레이드에서 얻은 보상 중 불멸의 성의 가치가 가장 높은 게 아닐까?
그리드가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그때 브라함이 유라에게 질문했다.
“지옥의 억압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없나?”
그리드의 사자들은 25번 지옥에 진입한 시점부터 능력치가 40퍼센트 떨어진 상태였다. 이마저도 붉은 차를 마시고 인큐버스의 양기를 정제한 약을 먹어 페널티를 감소시킨 거다.
“24번 지옥에서 투일라의 알을 구하면 조금 나아질 거예요.”
“투일라? 생소하군.”
“지옥에도 드물게 있는 유황폭포에만 서식하는 마물이에요. 투일라가 낳는 알을 날걸로 섭취하면 육체에 침범하는 마기와 사기를 최대한 정화시켜준다고 해요.”
어찌됐든 24번 지옥까지 이동해야한다는 뜻이다.
애초에 그리드 일행의 목적은 20번대 지옥을 모조리 정벌하는 것이었다. 불멸의 성이 아무리 아늑할지언정 여기서 평생 머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문제는 바르바토스였다.
쾅! 쾅! 콰아앙!!
성을 쉬지 않고 강타하는 놈의 저격이 성안에 숨은 그리드 일행을 겁쟁이라고 도발하는 듯했다.
심리적으로 매우 불쾌했고, 물리적으로 불편하기도 했다.
성이 계속 흔들리고 굉음이 폭발하니까 멀미가 생길 지경이다.
‘짜증나는 놈.’
첫인상부터 최악이었던 놈이다.
그리드는 바르바토스에게 심한 적대감을 느꼈고 그건 다른 사자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브라함이 페널티를 완화시키는 방법을 찾은 이유도 당장 뛰쳐나가 놈을 찢어 죽이고 싶어서였다.
‘...페널티를 완화시키지 않으면 승산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
8위라도 어찌됐든 한 자릿수 대악마다.
바르바토스는 그리드가 상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할 확률이 높았다.
실제로 네펠리나도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기척이 읽히질 않는구나.”
한동안 잠자코 있던 네펠리나가 침음했다.
바르바토스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가 실패한 눈치였다.
그리드가 조언했다.
“굳이 강한 기척을 찾을 필요는 없어. 바르바토스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먼 거리에서 저격이 가능한 놈이라 여기에 직접 찾아왔을 가능성이 낮거든.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역마가 놈의 눈이 되어주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약한 기척을 찾아봐.”
“흐음...”
다소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지은 네펠리나가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리고 장장 20분이 지나서야 두 눈을 번쩍 떴다.
“아주 작은 미물 몇 마리가 성 주변을 배회하고 있는데 그중 한 놈의 움직임이 수상하구나.”
“놈이군.”
브라함이 즉시 마력을 끌어올렸다. 네펠리나가 좌표를 말해주자마자 텔레포트를 써서 사라진 그가 2초 만에 되돌아왔다.
“처리했다.”
“브라함!!”
브라함의 새하얀 상의가 붉은 피로 물들어있었다.
바르바토스의 사역마를 해치우다가 저격을 허용한 것이다.
충격적인 일이었다.
브라함의 갑작스러운 기습은 고작 1초 만에 이뤄진 것.
한데 그걸 순간적으로 포착해서 저격하는 능력이라니...
“실드를 안 쓴 걸 보니 방심했구나.”
네펠리나가 눈살을 찌푸렸다.
실드를 유지한 상태로 텔레포트와 공격 마법을 동시 전개하는 트리플 캐스팅.
브라함에겐 딱히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쯤 네펠리나는 알고 있었다. 한데 역습을 허용한 꼴이 퍽이나 우습고 실망스러웠다.
네펠리나는 내심 브라함의 실력을 인정해오고 있던 것이다.
브라함이 콧방귀 뀌었다.
“실드는 당연히 썼다만.”
뚫렸을 뿐이다, 라는 뒷말은 굳이 필요 없었다.
그리드와 사자들은 당연히 알아들었으니까.
바르바토스가 얼마나 강한지 새삼 깨닫고 심각한 표정을 짓는 그들을 브라함이 재촉했다.
“저격이 멈췄을 때 빨리 이동하도록 하지.”
사리엘의 아리아 탓에 위치가 발각당한 상황이다. 여기에 틀어박혀 있다간 계속해서 적들이 몰려올 테고 고립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드 일행은 일단 투일라의 알부터 확보하기 위해서 24번 지옥으로 이동했다.
***
<십만대군 학살검>
단 한 번의 참격을 휘두릅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적에게 물리공격력의 6,00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힙니다. 하나의 대상이 사망할 때마다 피해량이 100퍼센트 상승합니다. 상승 한도 없음.
스킬 자원 소모:마나 20,000, 검기 3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십만대군 봉쇄검>
단 한 번의 참격을 휘두릅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적에게 물리공격력의 20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히며 최대 8초 동안 ‘봉쇄’ 효과를 줍니다. 봉쇄에 걸린 대상은 이동이 불가능해지고 스킬과 마법의 사용이 차단됩니다. 봉쇄에 걸린 대상에게 이십만대적검 사용 시 추가 피해를 입힙니다.
스킬 자원 소모:마나 20,000, 검기 3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원본 십만대적검의 위력은 그리드의 상상을 초월했다.
검성 비반이 조정해줬던 십만대적검이 ‘원본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한다고 믿어왔건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검성의 역량으로도 십만대적검의 진짜 위력을 끌어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과연 ‘두 번 다시 태어나지 않을 천재’였다는 무패왕 마드라가 만든 검술다웠다.
‘공격력 계수가 2배로 뻥튀기 된 거로 모자라서 부가 효과가 대폭 강화됐어.’
특히 십만대군 학살검의 발전이 눈부셨다.
적과 아군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거로 모자라서 범위가 ‘시야가 미치는 범위’로 바뀌었다.
알다시피 시야 범위 스킬은 활용도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높으며 그만큼 진귀했다.
“...브레스를 쏘는 것 같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네펠리나의 감상이었다.
염룡검으로 휘두르는 십만대군 학살검.
경로상에 있는 모든 적을 불태워 소멸시키는 장엄한 화염은 순수하게 강력했다.
물론 진짜 드래곤 브레스의 위력엔 못 미쳤지만 어렴풋이나마 브레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드물게 표정을 굳힌 브라함이 평가했다.
“마드라가 만약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을 테지.”
마드라가 살아있었다면 드래곤을 모조리 봉인시켰을 거라는 하야테의 충격적인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평가였다.
그리드는 전율을 느꼈다.
세계관 최강의 천재가 만든 검술을, 지극히 일부나마 자신이 재현하게 되었음에 자부심마저 느꼈다.
‘검기 소모가 너무 큰 게 단점이긴 하지만...’
이 위력을 목도하고도 자원 소모량을 운운하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지금보다 소모량이 배는 더 컸어도 납득할 만큼 위력이 뛰어났으니.
쿠와아아아앙!!
염룡검이 다시 한 번 불을 내뿜자 유황폭포 뒤에 숨어 있다가 튀어나온 수십 마리의 투일라가 재가 되어 흩어졌다.
24번 지옥에서 정예 등급 판정을 받는 고레벨 마물이 고유의 방어력과 생존력을 발휘할 틈도 없이 일격에 소각당하는 것이다.
게다가 강해진 건 그리드뿐만이 아니었다.
일단 피아로가 전보다 배는 강해졌다.
그리드가 무패왕의 검술 중 십만대적검만 얻었듯, 피아로가 얻은 무쌍검법 또한 고작 하나의 초식에 불과했지만 파장은 컸다.
무쌍검법을 단초로 삼는 무상검법과 무상농법이 초식의 영향을 받아 진화한 것이다. 게다가 진화한 기술들은 무쌍심법과 시너지를 일으켜 위력이 증폭됐다.
지금의 피아로를 ‘다른 사자들과 비교하면 약하다’고 평가하는 건 이제 어불성설일 지경.
유라의 발전도 눈부셨다.
란스티어의 체술 중 <백환(百環)>을 얻은 그녀는 ‘몸을 쓰는 일’을 전반적으로 잘하게 되었다. 변화무쌍한 움직임을 고리처럼 끊이지 않게 연결하는 백환과 무기의 형태를 실시간으로 변형시키며 ‘모든 거리에서의 전투’를 소화하는 데빌 슬레이어의 특성은 상성이 무척 좋았다. 근접전과 중장거리 전투를 모두 구사해야 한다는 건 사실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했는데 오롯이 강점으로 승화됐다.
다만 문제는 메르세데스였다.
그녀는 광부 기스의 스킬을 얻었다고 밝혔는데 실제적으로 보이는 변화가 아직 없었다.
어째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건지... 그리드는 불안하기만 했다.
‘설마 채광 기술을 배운 건가? 광물을 캐서 나를 도와줄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하는 건... 아니겠지?’
설마, 설마하면서도 불안감이 커진다.
그때였다.
쿠르르르릉!!
하늘에서 암석이 떨어졌다.
암석 하나하나가 집채처럼 크고 숫자도 많아 브라함이 우산처럼 펼친 실드를 가볍게 박살냈다.
“피해라!”
충격파를 써서 암석의 일부를 날려버린 네펠리나가 다급히 소리치자 그리드 일행이 즉시 사방으로 흩어졌다.
단 한 명.
메르세데스만이 가만히 제자리에 서있을 뿐이었다.
한쪽 손엔 어느새 곡괭이를 꺼내든 상태다.
그리드가 선물해준 곡괭이였다.
왠지 불안해서 딱히 주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전설의 광부의 기술을 배웠으니 기념으로 꼭 선물 받고 싶다고 요청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내어줬던 곡괭이.
그 곡괭이가 바닥을 내리찍었고,
콰르르르르릉!!
하늘에서 쏟아진 암석들이 메르세데스를 집어삼켰다.
“메르세데...스?”
경악해서 소리치던 그리드가 그대로 입을 벌린 채 넋을 잃었다.
파티창에 표기 된 메르세데스의 생명력이 MAX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따앙, 따앙, 따앙...
바위더미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와중에 들려오는 곡괭이질 소리가 그리드에게 옛 기억 하나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번헨 열도에서 데스나이트로 등장했던 전설의 광부 기스.
그는, ‘채광 중엔’ 무적이었다...
메르세데스가 배운 스킬은 채광 기술이 맞았던 것이다.
실망해야할지, 기뻐해야할지 그리드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혼란 속에서.
“생각보다 숫자가 많기에 당황. 숫자야 줄여나가면 그만.”
서열 제24위의 대악마 네비로스가 바위더미에 반응하지 못하고 깔려죽은 놈을 비웃어주며 등장했다.
“너희는 나의 힘에 전율. 나는 너희를 살해.”
네비로스는 광물과 식물을 다루는 권능을 지녔다. 놈이 마법을 쓰기 시작하자 산과 땅이 움직이며 온갖 종류의 광물과 식물이 그리드 일행을 덮쳤다.
100만의 대군도 순식간에 궤멸시킬 대단위 공격에 특화 된 놈이었다.
하지만 피아로가 <논밭 개간>을 써서 필드를 지배하자 식물들이 피아로의 통제에 들어갔다. 또한 광물은 그리드의 망치에 얻어맞고 형태가 바뀌어 위력을 잃었다.
네비로스 입장에선 상성이 무척 나쁜 적들을 만난 셈이었다.
“대장장이? 농부? 어떻게?”
네비로스가 간과했다.
여기엔 광부도 있었다.
혜안으로 기회를 엿보다가 바위더미에서 튀어나온 메르세데스가 네비로스를 기습했고 네비로스는 승기를 완전히 잃었다. 24위 대악마답게 높은 전투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비교적 허무하게 당해버린 것이다.
이후에 만난 23위, 22위 대악마도 그리드 일행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대악마 중에서도 네임드로 분류할 수 있는 단탈리안과 비교해서 놈들은 썩 뛰어나지 못했다. 반면 그리드 일행은 단탈리안 덕분에 강해진데다 투일라의 알을 먹고 지옥 페널티를 10퍼센트 감소시킨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