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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311화 (1,301/1,794)

무신의 사도를 뜻하는 4장의 천사 날개를 이식해 강제로 천사가 되는 방식.

일시적으로 인간을 탈피하는 까닭에 ‘나’를 잃고 상실감이라는 후폭풍을 얻으며 인간의 육신으로 천사의 힘을 빌린 대가로 극한의 고통을 치르게 되는 주술이다.

애초에 인계와 천사의 상성은 최악이다. 날개를 이식하는 순간부터 정신력과 체력이 마모된다. 수명이 깎여나갈 정도다.

‘이정은 아직 습득하지 못했던 주술.’

그리드는 이 주술의 존재 자체를 모를 터이니 허를 찌를 수 있다.

해각이 판단하는 동안 그리드는 난감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복병을 준비해놨으면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겠는데.’

소란을 듣고 달려오고 있을 기사들과 병사들의 합류도 막아야할 판국이다.

이곳에 나타난 무신의 추종자들은 최소 8개의 비급을 익힌 놈들.

평범한 기사와 병사들은 떼거지로 몰려와도 놈들에게 썰려나갈 뿐이다.

소수정예로 맞서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고 마침 이곳엔 최정예 4인방이 모였다.

자신과 메르세데스, 지크프렉터와 지발의 마장기... 아니, 지발.

이렇게 4인으로 충분히 추종자들을 몰살시킬 수 있다. 추종자와 싸울 때 급격히 상승하는 스킬 숙련도는 덤이다. 운 좋으면 무신의 비급을 얻을 수도 있다.

“복병은 무슨. 우리로도 충분하다.”

응, 복병 그런 거 없어.

속내를 감춘 그리드가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순간이었다.

콰장창!!

사방의 창문과 벽면들이 부서지면서 새로운 무신의 추종자들이 현장에 난입했다. 족히 스물은 되는 숫자였다. 적의 숫자가 순식간에 2배로 늘어난 것이다.

“너희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하하! 그래 어디 감당해보아라!!”

해각이 소리치자 40명의 추종자가 일제히 지크프렉터에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칠악 지크.

천상의 신들에게 반역을 일으키고자 온갖 수작을 부리는 위험요소를 없애는 것이다.

쩌엉!

메르세데스가 추종자들을 가로막았다.

방패로 선두의 추종자들을 밀쳐낸 후 회전, 지면에 몸을 밀착시킨 그녀가 검을 휘둘러 추종자들의 아킬레스건을 끊었다.

추종자들은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동료들을 해치는 틈에 돌파해서 지크프렉터에게 온갖 무공을 펼쳤다.

지크프렉터가 서서히 수세에 몰렸다. 나태의 저주 탓에 긴 잠에 빠졌다가 깨어난 그의 육신은 약화된 상태였고 룬어를 이용한 고대의 마법은 전개에 시간이 걸렸다. 전 방위에서 쉬지 않고 쇄도해오는 추종자들의 협공을 쉽게 감당하지 못했다.

그리드가 그를 돕기 위해 나섰지만.

“어딜 가시나.”

해각이 그리드의 앞길을 가로막는다.

콰쾅! 쿠콰콰콰쾅!!

단지 뻗고, 뻗고, 뻗을 뿐인 행위.

반동의 도움 없이도 고속으로 연사되는 해각의 오른쪽 주먹이 그리드에게 초월경을 강요한다.

놈의 공격을 피하느라 발이 묶인 그리드는 놈의 오른팔이 왼팔보다 훨씬 더 발달한 근육을 지녔단 사실에 주목했다. 외팔로 물구나무를 서는 습관을 괜히 들인 게 아닌 듯했다.

추종자가 두 눈을 가리고, 양손과 양발을 구속하고, 외팔로 물구나무를 서는 등의 기행을 벌이는 이유는 모두 수련의 일환이었다. 그 비정상적인 강도의 수련들이 그들의 육체와 무예를 발전시켜온 것이다.

그리드도 이해하고 있다.

그렇기에,

철컥!

여태껏 <이정의 수갑>으로 두 손을 구속하고 있던 거고.

[<이정의 수갑>을 해제하였습니다. 공격 범위와 명중률, 착용 무기의 공격력이 정상 수치로 회복됩니다. 봉인됐던 일부 스킬들이 해금됩니다.]

“큭큭! 크하하하하!!”

수갑을 푼 그리드가 손목을 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해각이 대소를 터뜨렸다.

가소롭다는 반응이었다.

촤르륵, 쿵!!

해각이 손목을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을 풀자 바닥에 떨어진 쇠사슬이 땅을 진동시킨다.

철컥, 쿠웅!!

해각이 발목을 구속하고 있던 족쇄를 풀자 바닥에 떨어진 족쇄가 땅속으로 파고들었다.

“이정의 수갑은 내 수갑보다 2배 가볍다.”

스르륵.

끝으로 해각은 안대를 벗었다.

수련을 위한 금제를 모조리 푼 것이다.

스팟!!

해각의 신영이 연기처럼 꺼졌다.

동시에 그리드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그리드의 코끝을 해각의 발차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1,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주르륵, 코피가 흐른다.

그리드는 확실히 느꼈다.

해각은 조금 전보다 몇 배 이상 빨라지고 강해졌다. 초월경이 발동해도 온전히 피하기 힘들 정도로 공격 적중률이 상승했다.

대상의 반응을 예측하는 무예의 깊이가 개방된 시야와 맞물려 놈을 괴물로 만든 것이다.

“삼제... 허명은 아니었군.”

그리드가 솔직하게 감탄했다.

그 반응에 어깨를 으쓱이는 해각이었지만 방심하진 않았다. 수명을 대가로 날개를 이식해야할 수도 있다고 각오한 그가 그리드를 만만히 볼 리 없다.

“천(天).”

최강의 단일 검무가 달빛의 물결을 가른다.

초(超) 상태에 돌입한 그리드가 제(制)의 기운으로 해각을 억누른 뒤 해각의 후방에서 나타났다. 살(殺)과 극(極)의 검로가 이어지며 해각의 동작을 제약한다. 푸른 꽃잎이 나부끼는 공간을 수십 회의 베기가 잠식한 뒤 파도 같은 기세로 폭발시켰다. 피를 흩뿌리며 도약하는 해각을 용(龍)이 된 그리드가 따라붙어 꿰뚫었다.

[천상의 신들이 당신을 주목합니다.]

천의 검무에는 새로운 하늘의 탄생을 알리는 뜻이 담겨있다.

신들의 주목은 당연한 것이며 그 관심은 적개심으로 직결된다.

융합검무와 비견해도 좋을 만큼 강력한 천의 검무를 그리드가 남발하지 못하고 억제해온 이유다.

하지만 옛날이야기다.

지금의 그리드에겐 망설임 따위 없다.

천상의 신들이 헥세타이아를 투옥시킨 시점부터 그리드와 천상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어졌으니까.

콰쾅!!

쿠콰콰콰쾅!!

그리드와 해각의 전투가 급격히 심화됐다.

그리드는 점차 더 강한 검무를 사용하며 기세를 높였고 해각은 자신이 연마해온 수십 개의 무공을 모조리 활용해서 응수했다.

콰르르릉!!

그리드를 적중시키지 못하고 외부로 뻗어나간 해각의 장풍이 첨탑 하나를 부순다.

꽈창!!

해각의 장격에 튕겨진 갓 핸드들이 무기째 땅에 처박힌다.

서걱!

검무를 차단한 대가로 허벅지를 베인 해각이 오히려 몸을 숙이며 파고들었다. 그대로 그리드의 멱살을 붙잡아 금나수를 펼쳐 멀찍이 집어던졌다.

하지만 순보를 쓴 그리드는 어느새 다시 해각의 코앞에 나타나 검을 휘둘렀다.

쩌정! 쩌저저저저저정!!

온갖 궤적을 남기는 그리드와 해각의 동작이 얽히고 충돌할 때마다 발생하는 충격파가 성을 통째로 뒤흔들었다.

한참을 집중하던 해각이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내게 너무 집중하는 거 아니냐?”

장내에 피비린내가 가득하다.

수십 명의 추종자에게 둘러싸인 지크가 흘린 피일 것이다.

“네가 내게 발이 묶인 동안 6악은 죽어가고 있...”

상황을 느긋하게 음미하며 지껄이던 해각이 두 눈을 부릅떴다.

고요하다.

자신의 음성 외에는 현장에 작은 소음조차 없다.

이질감을 느낀 그가 고개를 돌려보았다가 기겁했다.

추종자들이 모조리 시체가 되어있었다.

은발의 사내가 시체의 산을 옥좌 삼아 앉아있었고 좌우엔 농부와 천사가 시립해 있었다.

“뭐...?”

이게 무슨 해괴한 조합이란 말인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섣불리 이해하지 못하던 해각은 자신의 주변 그림자가 요동치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착각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림자에서 솟아나온 2명의 어쌔신이 그를 덮쳤다.

그리드가 짓궂게 웃었다.

“복병을 조심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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