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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218화 (1,208/1,794)

템빨 62권 - 05화

지구력 싸움이 될 것이다.

헬가오를 레이드하기 위해선 최소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될 거라고 그리드는 예상했었다.

우선 헬가오의 공격패턴이 너무 까다로웠다. 이토록 다양하고, 광범위하고, 불규칙적인 패턴은 처음 겪어봤을 정도.

초(超)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며 순보를 남발하면 그나마 대처가 가능했지만 그래서야 스태미나의 과소비였다. 자멸을 초래할 뿐이었다.

‘항상 스태미나가 문제네.’

공격력과 생존력은 템빨로 커버가 되는데 스태미나는 어떻게 안 된다는 게 문제다. 항상 스태미나에 발목을 붙잡히다보니 슬슬 짜증이 날 지경이다.

그리드는 결국 메르세데스의 혜안에 의지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의 오더를 따르다보니 메르세데스보다 한 발 늦게 움직이게 됐고, 자신이 직접 전투를 주도할 때와 비교하면 타격 기회를 잡기 힘들었다.

게다가 기껏 적중시킨 천(天)과 5융합 검무를 비롯한 궁극기들이 생각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육신을 잃어 마물의 육신을 빌리고, 마력조차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헬가오의 능력치는 그리드를 상회하고 있었으니까.

비록 말석이라고 하나 한 자릿수 대악마의 위용이라는 것이다.

‘....이대로는 내가 먼저 나가떨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전개가 될 줄이야.

2페이즈에 돌입하자마자 상식을 초월하는 궁극기를 전개한 헬가오의 회심의 일격 덕분에 오히려 레이드가 수월해졌다.

자신이 쏜 33개의 마법을 모조리 되돌려 받은 헬가오의 생명력 게이지가 삽시간에 바닥을 기었다.

모든 공격을 인지하는 초월자의 눈과 시야에 보이는 모든 공격을 반격하는 화회(花回)의 조합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고 표현해도 손색이 없었다.

“큭큭....! 큭큭큭!!”

충격이 너무 커서 실성이라도 한 건가.

피범벅이 된 채 널브러져 있던 헬가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헬가오의 남은 생명력은 10분의 3 이하.

마지막 페이즈에 돌입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적었다.

그래, 아직 레이드는 끝나지 않았다.

진짜 시련은 지금부터다.

그리드와 메르세데스가 긴장하며 무기를 고쳐 쥐는 반면 헬가오는 여전히 제자리에 누운 채 덧없이 떨어지는 푸른 꽃잎들을 바라보았다.

“하찮은 미물 같으니.”

인간들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잠시 빌린 육신의 주인에게 하는 말이었다.

“....!”

“....!”

그리드와 메르세데스가 흠칫 놀랐다.

중얼거린 헬가오가 날카로운 손톱으로 자신의 두 눈을 파버렸기 때문이다.

새빨갛게 충혈 된 눈알이 뽑혀 나와 놈의 손 위에서 뒤룩뒤룩 굴렀다.

“내가 쏜 마법의 속도조차 좇지 못하는 눈 따위 있어봤자 무용지물이지.”

스르륵.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는 불길에 휘감긴 헬가오의 몸이 천천히 떠올라 똑바로 선다.

스스로 뽑아낸 두 눈을 주먹으로 꽉 쥐어 터뜨려버린 놈이 가만히 선 채 심호흡하기 시작했다.

“후우.”

화륵.

“후우.”

화르륵.

헬가오가 호흡을 한 번 고를 때마다 헬가오의 몸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차츰 잦아들었다. 온 세상을 태워버릴 듯했던 기세를 죽이고, 작아지고, 고요해진 끝에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하아아.....”

마지막에 한껏 들이마셨던 숨을 토하는 헬가오의 입과 코에서 새카만 연기가 피어올랐다.

투둑, 툭.

얼굴과 가슴, 목과 등, 어깨와 팔, 골반과 다리.

헬가오의 외피 곳곳이 떨어져나갔다.

그러자 드러난 속살이 용암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꿈틀거리는 혈관들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불꽃 그 자체인 헬가오의 마력.

헬가오가 외부로 배출하던 그것을 체내로 흡수하자 뜨거운 열기를 견디지 못한 마물의 육신이 붕괴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최종 페이즈의 개시였다.

““인간.””

성대까지 녹아버린 헬가오의 음성이 기괴하게 변했다.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찢어지고 가라앉았다.

““네, 이름이. 뭐, 라고?””

간신히 알아들은 그리드가 대답해주었다.

“그리드. 템빨왕 그리드다.”

““기억. 하마.””

내게 이만큼 큰 무력감을 선사한 인간은 뮐러 이후 네가 최초이니.

이와 같은 뒷말은 잇지 못하는 헬가오였다.

성대가 완전히 녹아 사라진 까닭.

놈은 이제 짐승 같은 숨소리만 흘릴 뿐이었다.

“마력으로 신체능력과 감각 기능을 일시적으로 극대화시켰어요.”

헬가오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한 메르세데스가 앞으로 나섰다.

“전하께서 체력을 회복하시는 동안 제가 시간을 벌어보겠습니다.”

메르세데스는 그리드가 상당히 지쳐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보고 있었다.

순보를 몇 번이나 사용한 상태에서 초월경에 진입했으니 지치지 않는 게 이상했다.

세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일 정도로 집중력과 감각을 일깨운 여파는 컸다.

그랜드마스터와 단 1초의 공방을 나눴을 때도 호흡이 가빠지지 않았던가.

“아니, 같이 싸운다.”

그리드가 무거운 다리를 움직여 메르세데스의 곁에 나란히 섰다.

“어차피 저놈도 곧 죽잖아?”

최종 페이즈에 진입한 순간부터 헬가오의 생명력 게이지가 저절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헬가오가 빌린 마물의 육신이 헬가오의 마력을 감당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회광반조.

지금의 헬가오는 마지막에 화려하게 타오르는 촛불과 같았다.

자신을 여기까지 몰아붙인 인간들을 기필코 지옥행 길동무로 삼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저런 놈을 메르세데스 혼자서 상대하라는 건 사지로 떠미는 것이나 다름없다.

“네.”

메르세데스도 굳이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혼자보단 함께 싸워야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그녀가 모를 리 없다.

“헬가오는 속전속결로 처리하려고 할 거에요.”

본래라면 시간을 끌면서 버티자고 해야겠지만 글쎄, 과연 가능할까?

육체능력을 극도로 발전시킨 헬가오의 움직임은....

터엉!!

“....!”

그야말로 전광석화였다.

메르세데스는 혜안으로 헬가오의 의도와 경로를 읽었지만 완벽하게 반응하진 못했다.

콰작!!

순식간에 코앞으로 거리를 좁혀와 발차기를 날린 헬가오에 의해서 메르세데스의 몸이 허공에 붕 뜬다. 울컥 피를 토하는 그녀의 갑옷 옆구리 부분이 움푹 구겨졌다.

크르....

짐승 같은 숨소리가 메르세데스의 귓전에 울렸다.

헬가오가 어느새 그녀를 바짝 뒤쫓은 것이다.

그리고 메르세데스의 방패는 이미 그녀의 심장을 보호하고 있었다.

여기까지의 상황을 미리 읽고 대응했다는 증거다.

만약 그녀가 헬가오의 발차기를 방패로 막았다면 이후 이어진 연격에 심장을 내줬으리라.

꽈아아앙-!!

헬가오의 주먹이 메르세데스의 방패와 충돌하자 거대한 기파가 발생하며 던전이 흔들렸고,

“속전속결을 노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서걱!

열망의 무아검과 염룡검.

두 자루 신검을 하나로 합친 그리드가 헬가오의 등을 극(極)으로 베었다.

뻐억!!

헬가오의 발차기는 그리드의 복부에 꽂혀있었다.

그리드의 초월경을 경계해서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린 놈이 현재 그리드의 속도에 반응하지 못할 리 만무했다.

다만 피하지 않았을 뿐.

공격엔 공격으로 맞수를 뒀을 뿐이다.

실수였다.

그리드에게 부족한 건 생명력이 아닌 지구력이니까.

맞상대해주면 도리어 감사할 따름이다.

“화신의 폭풍.”

화르르르르륵!!

거룩한 불꽃이 범람한다.

헬가오는 지옥불의 주인.

화신의 폭풍이 과연 헬가오에게 영향을 줄지 그리드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화신의 폭풍의 용도는 적을 억압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시전자의 치유 효과를 20퍼센트 증가시키는 이로운 효과를 겸비했다.

콰쾅! 서걱!

쿠콰쾅!! 푸욱!!

외나무다리에서 마주친 원수들이 이런 식으로 싸울까.

그리드의 검과 갑옷이 마력으로 강화된 헬가오의 신체와 쉬지 않고 충돌하며 뒤섞였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을 시도조차 안 했다.

자신보다 먼저 상대방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오직 서로의 살과 뼈를 취할 뿐이었다.

본래라면 헬가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할 양상이다.

보스 몬스터, 특히 네임드 보스의 생명력과 지속력은 플레이어가 감당하지 못하는 영역에 있으니 말이다.

보스 몬스터와 플레이어가 서로 소모전을 벌여봤자 플레이어가 훨씬 일찍 나가떨어지는 게 정상이었다.

애초에 보스 몬스터와 이딴 식으로 싸우는 또라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그리드와 헬가오의 입장은 완전히 역전돼 있었다.

헬가오는 회복하지 못한 채 빠르게 죽어가는 반면,

[브라함식 실드가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25,673의 데미지를 흡수하는 보호막이 생성되었습니다. 보호막이 유지되는 동안 500의 방어력을 추가로 얻습니다.]

[브라함식 실드가 당신의 몸을 감쌉니다. 25,673의 데미지를 흡수하는 보호막이 생성되었습니다. 보호막이 유지되는 동안 500의 방어력을 추가로 얻습니다.]

[브라함식 실드가 당신의 몸을 감쌉....]

....

...

브라함식 실드가 깃든 파(派)와 회(回)의 단일 검무, 그리고 두 검무가 포함 된 융합 검무를 쿨타임이 돌아올 때마다 사용 중인 그리드의 생명력 소모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렸다. 한 번씩 발동해주는 신장 덕분에 실드가 계속해서 펼쳐졌다.

물론,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느리다는 거다.

맞을 때마다 최소 1만 이상의 데미지를 손실시키는 헬가오의 무지막지한 공격력 앞에선 브라함식 실드도 오래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크레이의 힘.”

그리드에겐 입힌 데미지의 100퍼센트를 생명력으로 흡수하는 최강의 흡혈 스킬이 존재했다.

재사용 대기 시간이 5분이나 됐지만 단 한 번의 사용으로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충분했다. 거기에 <엘핀스톤의 반지>의 흡혈 기능까지 보태지니 그리드의 생명력 회복량은 눈부실 지경이었다. 화신의 폭풍이 흡혈의 위력을 극대화시켰다.

그러나....

“쿨럭!!”

그리드의 검무, 크레이의 힘, 엘핀스톤의 반지 모두 재사용 대기 시간이 있는 스킬과 아이템들이었다.

카츠의 흡혈과 달리 그리드의 흡혈엔 분명히 빈틈이 존재했고 어느 순간부터 그를 눈치 챈 헬가오가 빈틈을 완벽하게 공략했다.

“칫!”

흡혈이 막힌 타이밍에 치명상을 입히다니.

회심의 일격을 당한 그리드의 이가 악 물렸고 헬가오의 입가엔 드디어 미소가 걸렸다.

그때였다.

[대왕은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둡니다.]

[<최초의 왕> 칭호 효과로 최근 1분 동안 잃은 생명력만큼의 보호막을 생성합니다.]

그리드가 다시 한 번 새로운 보호막에 휩싸였다.

““.....””

이쯤 되자 헬가오의 미간이 구겨졌다. 만약 놈의 두 눈이 멀쩡했다면 그리드를 바라보는 놈의 눈빛엔 혐오가 가득했을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 바퀴벌레처럼 보였을 테니까.

“하압!”

푸욱!!

메르세데스의 활약 또한 눈부셨다.

그리드가 악착 같이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이 헬가오의 급소를 공략했고 생명력 소모를 가속시켰다. 심지어 절묘한 지점으로 방패를 세워 헬가오의 공격을 몇 번이나 끊기도 했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그리드의 생명력 소모속도는 배 이상 빨랐을 것이었다.

““.....””

어느새 헬가오의 생명력은 10분의 1까지 줄어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헬가오는 초조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리드와 자신이 같이 죽을 거란 사실을 뻔히 알았기 때문.

헬가오가 두 눈과 육신을 버려가면서까지 날카롭게 벼른 감각은 그리드의 호흡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었다.

메르세데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드가 곧 움직이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녀의 혜안이 읽어내고 있었다.

콰앙! 콰앙!!

‘제발....! 제발!!’

비에 맞은 듯 땀에 흠뻑 젖은 메르세데스가 조금씩 더 빨라지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그리드를 지켜야한다는 그녀의 일념이 그녀의 검 끝을 한층 더 예리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녀의 공격력엔 한계가 있었다.

기사의 장점은 모든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 있지만 이는 즉 하나의 궁극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되기도 했기에.

공방일체의 경지에 있는 그녀의 검술은 공교롭게도 위력이 부족해 헬가오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못했다.

하여.

[주인을 지키지 못하는 검엔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달은 당신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새로운 기사도를 씁니다.]

[메르세데스의 공격력과 치명타 확률, 약점 공략 확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전설의 기사는 다시 한 번 진화했다.

쩌어어어엉!!

““끄으....””

메르세데스의 칼에 아무리 찔리고, 베여도 무시하던 헬가오가 신음을 토했다. 그리드에게 한 번에 대량의 생명력을 잃고 오직 그리드에게만 집중했던 놈의 어그로가 드디어 분산됐다.

어쩌면 그리드가 곧 쓰러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방심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헬가오에겐 애석하게도 그리드에겐 비장의 수단이 남아있었다.

“벨리알의 힘.”

불꽃의 권능과 어둠의 권능, 그리고 거짓의 권능.

제32위 대악마 벨리알은 총 3개의 권능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이중 불꽃의 권능은 지옥불의 주인인 헬가오 앞에선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최대 마나의 90퍼센트를 소모하는 필살기 <여왕의 업화>조차도 헬가오에겐 전혀 피해를 입히지 못할 테니까.

한데 그리드는 불꽃의 권능을 사용했다.

이유는 단 하나.

[<불꽃 여왕> 패시브 효과가 활성화 됩니다. 패시브가 유지되는 동안 스태미나가 하락하지 않습니다.]

이 효과를 누리기 위함이다.

불과 몇 달 전의 그리드였다면 눈앞의 강대한 적에게 집중하다가 스태미나가 완전히 바닥날 때까지 싸우고 낭패를 겪었겠지만 이젠 아니었다.

절대신 한울과 유일신 치우를 만나보지 않았나.

제아무리 헬가오가 강해봤자 ‘고작’ 대악마에 불과한 이상 위축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최선의 선택을 도출했다.

‘2분.’

최종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여기서 버티고, 쓰러뜨려야한다.

헬가오도 드디어 초조해진 눈치였다.

강해진 메르세데스를 무시하면서까지 이를 악 물고 덤벼오는 녀석과 몇 차례 공방을 나눈 그리드가 불시에 디코이를 소환했다.

시각을 버린 대신 감각을 일깨운 헬가오를 속이기에 충분한 한 수였다.

헬가오가 마력의 새를 때려부수는 사이 거리를 벌린 그리드가 다시 덤벼오는 놈에게 손을 뻗었다.

마치 더 이상의 접근을 불허한다는 듯, 단호한 표정이었다.

“원덕구.”

쿠르르르르릉....

그리드가 등진 허공에 수백 개의 무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

이젠 짐승의 포효라고 표현하기에도 애매한,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간신히 토해내는 헬가오였다.

놈이 가속했다.

이미 넝마가 된 육신이 자신의 마력을 끝내 견디지 못하고 활활 불타 재가 되기 시작했음에도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만들어지고, 쓰이고, 회자된 끝에 ‘역사’를 담은 저 무구들의 무게를 느끼고 직감한 것이다.

곧 쏟아질 무구의 비 자체가 또 다른 전설임을.

지금의 자신은 그것을 견뎌낼 수 없음을.

투쾅!

투콰콰콰콰콰콰콰쾅!!

무구의 비가 헬가오를 때리고, 꿰뚫고, 부수며 쏟아져 내렸다.

그리드 또한 몸을 날렸다.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발광하는 헬가오의 목을 메르세데스와 함께 베어 떨어뜨렸다.

[<탐식의 룬>이 약화된 대악마 헬가오의 힘을 먹어치웁니다!]

간결하나 강렬한 메시지.

레이드의 끝을 알리는 소식이었다.

[지옥불의 주인 헬가오의 토벌에 성공하였습니다!]

헬가오의 목을 베며 교차했던 그리드와 메르세데스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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