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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206화 (1,196/1,794)

템빨 61권 - 16화

파직!

뇌전권은 아수라의 상징과도 같은 기술이다.

주먹을 직선으로 뻗는 것에 불과했지만 너무 빨라 상대방의 반응을 억제한다.

빠르므로 높은 적중률과 위력을 자랑하며, 대상을 감전시켜 콤보의 포문으로 삼기에 안성맞춤인 스킬이었다.

그것을,

“...?!”

냥멍이가 피해버렸다.

“어휴, 무섭네.”

황제에게 진상한다는 파이루나 천을 덧대 만든 갑옷이 뜯겨져나갈 정도의 위력.

정말 간발의 차로 뇌전권을 피해 목숨을 건진 냥멍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그를 보는 할레의 눈엔 이채가 떠올랐다.

“너도 천운을 타고난 족속이구나.”

몬스터 테이머 계열 직업군의 특징은 몬스터를 세뇌해서 수족으로 부린다는 점이다.

통솔력과 매력에 스탯을 투자해야하는 만큼 육체능력이 약했다.

한데 아수라의 필살기 중 하나인 뇌전권을 피하다니,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천재.’

운 좋게 악마의 재능을 타고난 족속.

그 재능으로 히든 클래스까지 손에 넣었으니 미래야 불 보듯 뻔하다.

강대해지고 또 강대해져서 훗날 다수를 억압하는 소수 중 하나가 되리라.

“너희는 게임을 좀먹는 역병이다.”

도끼눈 뜬 할레의 주위로 새카만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뇌전과 마기의 혼재.

아수라(阿修羅)가 눈을 뜨는 순간이었다.

콰앙! 콰콰쾅!!

전광석화처럼 뻗어나가는 권과 각의 난무.

경로마다 잔광을 남기는 할레의 손과 발이 마치 수십 개로 보였으니 그야말로 귀신들의 왕이었다.

그의 손이 스칠 때마다 성벽이 바스라지고 대기가 찢겨나가 일대가 순식간에 초토화됐다.

하지만 정작 표적은 버티고 섰다.

큰 공격을 허용하는 한이 있어도 콤보의 연계를 허용하지 않아 넝마이되 살아남았다.

‘냥멍이마저도 이 정도였나.’

할레가 짐짓 감탄했다.

그가 이번에 쓴 시나리오에서 냥멍이는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굳이 전설 공략법을 쓰지 않아도, 순수한 실력만으로 충분히 제압 가능한 상대라고 판단했었다.

실제로 냥멍이의 랭킹은 평범했고 무용담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템빨국의 기병대를 강화하거나 몬스터의 침략을 억제했다는 등의 유명한 일화를 몇 개 남기긴 했지만 전투와는 거리가 먼 존재였던 것이다.

한데 그조차도 지금 보니 선(先)을 이용할 줄 아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이쪽의 공격을 한 발 앞서 예측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신체능력의 공백을 순전히 재능으로 메우는 것이다.

“미리 보고 미리 피한다라. 하이랭커 중에서도 극소수만 지니는 재능이군.”

“재능? 그런 거창한 게 아니야. 고생하다 보니까 얻게 된 능력이지.”

“고생....? 하하하핫!! 설마 노력을 논하려는 거냐!!”

운 좋게 타고난 재능을 노력으로 포장하는 행위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법이다.

급기야 살기를 피어올린 할레가 주저앉듯이 몸을 낮췄다.

냥멍이의 눈에는 그가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뻐엉!

지면에 붙은 다리를 횡으로 휘둘러 냥멍이의 정강이를 후려친 할레가 다시 허리를 세우며 손바닥을 올려 치자,

콰작!!

냥멍이의 턱이 박살났다.

회전하며 떠오른 할레가 냥멍이의 안면에 뒤차기를 날렸지만 이미 양팔을 교차한 냥멍이가 한 끗 차이로 막아버렸다.

“과연 천재라는 건가....”

이번에야말로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는데 또 실패다.

할레가 눈살을 찌푸리는 동안 양팔이 축 늘어진 냥멍이가 입을 열었다.

“허억.... 허억.... 고양이는 맹수야. 유전자에 각인 된 사냥본능을 억제하지 못하는 흉포한 맹수.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고양이에게 습격을 당하지.”

“....?”

“숨죽이고 있다가 날아올라 허벅지에 매달리는 고양이를 피하려다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다가와 불쑥 배를 내미는 고양이를 피하려다가, 캣 타워 꼭대기에 엎드려 있다가 앞발로 톡 때리는 고양이를 피하려다가 담이 걸리거나 허리가 삐끗하는 부상을 입는 집사가 한 해에도 수만 명이다.”

“사실이냐?”

“뇌피셜이지만 신빙성이 높아. 내가 아는 어떤 작가는 서재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가 고양이가 떨어뜨린 백과사전에 이마를 찧여 큰 부상을 입기도 했지. 이마하고 눈이 팅팅 부어서 그날 마감을 못하게 됐을 정도로 말이야.”

“....??”

“나 또한 같은 경험이 많다. 어린 시절 처음 고양이를 섬기게 됐을 당시, 갑자기 다가와 배를 내밀며 눕는 고양이를 밟지 않고 피하려다가 발목을 접질리는 중상을 입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 수십 년 동안 온몸에 부상을 달고 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어. 고양이들의 본능과 행동을 필사적으로 분석했다. 위험을 사전에 예측하고 차단하기 위해서.”

“....!”

“알겠어? 나는 천재가 아니라고. 내가 당신처럼 강한 사람을 상대로 여기까지 버틸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노력의 결과물이니까 부정하지 마.”

동시였다.

퍼엉!!

할레의 한쪽 어깨에 구멍이 뚫렸다.

반사적으로 즉시 물약을 마신 할레가 성벽 뒤로 몸을 숨겼다. 그리고 총알이 날아온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첨탑 위에 고고히 서있는 흑발의 여인을 발견했다.

‘유라!’

“제가 좀 늦었군요. 축제는 벌써 끝난 건가요? 냥멍님.”

“아니요,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

“다행이네요.”

유라가 냥멍이 페스티벌에 참석해온 이유는 호위 등의 임무 때문이 아니다. 단지 귀여운 고양이와 강아지들의 행렬을 보고 힐링하기 위해 사적으로 참관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공교롭게도 행사와 조부의 생신이 겹쳤는데 다행히 늦지 않았다.

습격자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뭐, 고맙지는 않지만요.’

타앙! 타앙! 타앙!!

저격이 연사된다.

나선을 그리는 마력의 탄환이 할레가 기대어 선 성벽에 적중하고, 부수고, 구멍을 뚫었다.

“큭!”

믿었던 엄폐물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상처에 붕대를 감을 틈을 놓친 할레가 성벽을 따라서 달리기 시작했다.

성벽에 몸을 숨긴 채 이동하다가 유라가 자신의 위치를 놓치는 순간 역습을 가할 요량이었다.

한데.

“....!?”

설마 투시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은폐가 무색하게도 유라의 총탄은 계속해서 정확히 할레를 노렸다.

‘조력자가 있다. 펫인가?’

제3자가 유라의 눈이 되어주고 있음을 눈치 챈 할레가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압도당했다.

<빛의 정령왕>

여신의 모습을 본뜬 것일까.

시리도록 찬란하고 아름다운 존재가 고요한 시선으로 할레를 내려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조커 카드를 꺼냈다고? 설마 소환 조건에 제약이 없는 건가?’

정령왕은 정령계를 지배하는 초월종이다.

하필 플레이어와 계약을 맺은 까닭에 여러 제약을 받은 상태로 추정됐지만, 대악마와 동격의 존재이니만큼 기본적으로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섣불리 소환하기엔 부담스러운 어떤 페널티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했었다.

하지만 정황상 아닌 듯하자 할레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승자독식! 이게 정녕 옳은 운영이란 말인가!!’

평범한 사람들과 약자들에게 도리어 더 좋은 기회를 줘서 선두주자들을 따라잡게 만들어도 부족할 판국에 이미 많은 걸 가진 사람들이 더 좋은 걸 독식하는 구조가 말이 되는가 싶다.

운영진의 무능함에 치를 떤 할레가 소리쳤다.

“시작한다!”

스파앗!!

할레가 냥멍이와 싸우는 동안 산개해서 주위를 경계하고 있던 혁명단 멤버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첨탑 위 유라를 조준한 그들은 모두 각기 다른 마법과 스킬을 장전하고 있었다.

대부분 위력보다는 상태이상을 거는데 초점을 맞춘 기술들이었다.

상태이상을 무시하는 권리를 당연하게 누려온 유라가 저들의 공격을 경계할 리 없는 것이다.

동영상 녹화 모드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재차 확인한 할레가 정령왕이 휘두르는 빛의 검을 무시하고 도약했다.

츠칵!

빛의 검에 베인 할레의 오른팔이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에겐 두 다리와 왼팔이 남아있었다.

아수라의 보법을 활용해 허공을 몇 번이나 박차 오른 그가 날아오는 총탄을 뇌전의 방벽으로 막아내며 소리쳤다.

“지금!”

퍼퍼퍼퍼퍼퍼퍼퍼펑!!

유라에게 온갖 종류의 마법과 스킬이 쏟아졌다.

폭발에 무너지는 첨탑이 일으킨 흙먼지 속에서 당황하고 있을 그녀의 모습을 눈앞에 선하게 그린 할레가 비릿하게 웃었다.

“잠사각!!”

잠사각은 아수라가 330레벨에 습득하는 필중 스턴기다.

뒤꿈치로 내리찍는 발차기로 대상을 최소 0.5초에서 최대 2초 동안 경직시킨다.

그리고 아수라에게 0.5초란 10회, 20회, 30회를 넘어서는 콤보의 발판으로 삼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시간이었....

“?!”

오늘 대체 몇 번을 놀라는 건지 모르겠다.

할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잠사각에 이어서 연계시킨 공격들이 모조리 무언가에 가로막힌 까닭이었다.

‘스턴이 걸리지 않았다고?’

때마침 걷히는 흙먼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유라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이해가 안 되네요. 템빨국을 건드려서 득이 될 게 없을 텐데요?”

그리드와 템빨단은 이미 몇 차례나 보여줬다.

템빨국에 위해를 가한 자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말이다.

실제로 임모탈은 뿌리 뽑혀 멸절했다.

임모탈의 실권자였던 베라딘은 차세대를 짊어질 유망주라는 평가까지 받았었지만 템빨단의 표적이 된 이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템빨단은 정말로 무서운 세력이었다.

혼자서도 일가를 꾸릴 수 있는 랭커 수십 명이 그리드 아래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였으니 전무후무한 최강의 집단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맞아. 당신 그러다가 게임 접힌다고.”

유라 덕에 한숨 돌리고 회복한 냥멍이가 부연했다.

할레는 냥멍이를 무시했다. 아니, 엄밀히 따지면 냥멍이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방패로 활용된 유라의 마법공학총이 총구에서 연기를 내뿜고 있음을 확인한 그가 상황을 파악했다.

“탄막을 펼쳐서 협격을 막은 건가?”

“눈썰미가 좋네요.”

“굳이 왜 막았지? 내 동료들의 공격은 네게 딱히 위협이 아니었을 텐데?”

“위협적이지 않으니 노림수가 있겠구나 싶었죠.”

“한 수 앞을 내다봤군. 하지만 우리는 두 수 앞을 내다보고 거기까지 고의로 유도했던 거라면?”

“당신들이 열 수 앞을 봤어도 무의미해요.”

촤르륵!

유라의 마법공학총이 형태를 검으로 바꿨다.

“제게는 당신들의 계략을 수포로 돌릴 무력이 있으니까요.”

‘과연 강하다.’

검술에도 일가견이 있다.

본래 흑마법사 출신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이게 바로 재능이라는 행운의 힘이다.

위협적인 찌르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해서 물러난 할레가 탄식했다.

“데빌슬레이어 유라.... 현재 시점에서 우리‘만’으로 사냥할 수 있는 유일한 전설이라고 판단했었는데 아니었군.”

“지슈카가 있을 텐데요?”

그 도도한 얼음 공주가 맞나?

왠지 발끈하는 유라에게 할레가 피식 웃어주었다.

“레벨이 초기화된 쩌리를 사냥해서야 의미가 없잖나.”

오로지 ‘최강’을 사냥해야만 대중에게 전설 공략법의 위력이 전파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는 것이다.

한숨 쉰 할레가 전투태세를 취했다. 외팔이가 됐음에도 날카로운 기세가 인상적이었다.

반 년 전 레가스가 딱 저 정도 수준이지 않았을까, 유라가 자연히 감상을 떠올릴 정도로 할레는 뛰어난 실력자였다.

“어차피 죽을 거 신명나게 싸워보기라도 하자.”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후환이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오늘의 사건은 반드시 그리드의 귀에 들어갈 테고, 그리드는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죠.”

그리드는 동료에게 위해를 가한 적을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지옥 끝까지 쫓아갈 것이다.

할레가 어깨를 으쓱였다.

“안다. 각오했던 바이고.”

“Satisfy에 별 미련이 없으신가보네요.”

“아니, 미련이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싸우는 것이다. Satisfy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지.”

“.....”

타인을 함부로 해치는 자가 품은 신념이라.

굳이 듣지 않아도 궤변으로 점철됐을 것이 뻔하다.

입을 다문 유라가 마법공학총검을 권총의 형태로 바꿨다.

상대는 무투가.

속사를 통해 민첩성을 제압하고 전투를 주도할 계획이었다.

뇌전과 마기를 최대치로 끌어올린 할레가 무릎을 굽혀 돌진 자세를 취했다.

“너희는 템빨단이 이 세계를 지배했다고 믿고 있겠지만 실상은 아니다.”

템빨단이 최강의 단일 세력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드가 지존인 것도, 제국의 비호를 받는 템빨국이 서대륙을 양분하는 강대국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플레이어의 숫자는 20억 명이 넘는다.

그들 전부가 그리드와 템빨단을 두려워한다고 믿는 건 지독한 오만이다.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과 가문들이 이미 수 년 전부터 사병을 조직했다는 사실쯤이야 너도 알고 있겠지? 명색이 대진 그룹의 손녀분이시니까 말이야.”

모를 리 없다.

속칭 가문의 검.

Satisfy가 오픈하고 얼마지 않아 돈 냄새를 맡은 유수의 기업들과 가문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사병을 육성했다.

이름난 하이랭커들, 혹은 여전히 무명으로 지내는 비공식 랭커들 중 상당수가 어느 기업이나 가문, 심지어 국가에서 키워진 사병이라는 사실을 유라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조부 또한 사병을 운영하고 있었으니까.

“로스차일드.”

“....!”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드가 탈리마와 협력을 맺은 것이 화근이 되었다.

템빨국이 제국과 동맹을 맺었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반응하지 않았던 로스차일드 가문이 은막에 올랐다.

전설 공략법도 그들이 준 힌트 덕분에 밝혀낸 것이다.

우리의 혁명을 지지한다며 손을 내밀어주었던 그들에게 할레는 감격했었다.

“우리 혁명단도 그들의 무수한 가지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들이 나선 이상 제2의 임모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아. 템빨단의 독주도 끝이다.”

할레와 그의 동료들은 끈질기다.

체념한 것처럼 연기해놓고 뒤로는 방진을 짜고 있었다.

다수의 힘을 극대화시키는 전법.

할레의 전투력이 자연히 상승했다.

바로 그때.

펄럭!

창공에서부터 거대한 날갯짓 소리가 메아리친다 싶더니 폭음이 울려 퍼졌다.

놀란 할레가 고개를 들어 보자 수백 마리의 비룡들이 브레스를 폭격하고 있었다.

“끄아아악!!”

“크어억!!”

혁명가들이 잿빛으로 산화하기 시작했다.

할레 본인도 브레스의 계속되는 폭격을 미처 피하지 못해 중상을 입었다.

점차 하강해서 장관을 이루는 <템빨비룡단>을 등지고 선 냥멍이가 차가운 시선으로 할레를 노려보았다.

“우리는 템빨단이다.”

최강의 조직이다.

그 누구도 함부로 잣대를 들이대선 안 된다.

템빨단의 저력을 추량하는 건 템빨단원들 본인조차도 못하는 일이니까.

“누가 어떤 수작을 부려도 우리는 싸우고 이길 뿐이야.”

다시금 이어지는 비룡들의 브레스 세례가 할레를 잿빛으로 산화시켰다.

같은 시각....

“내게 용건이 있는 건가?”

동대륙에 도착한 검성 크라우젤이 수수께끼의 집단과 조우했다.

초감각이 드물게 경고를 보내옴과 동시에 황룡이 수놓인 흑포가 요란하게 흩날렸다.

붉게 번지는 피가 푸른 하늘을 적셨고, 때마침 라인하르트엔 석양이 물들었다.

“부인, 이 이기적인 놈의 실수를 용서해주시는 거요?”

“이기라니, 실수라니 당치도 않아요. 전하의 애절한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함부터 표했던 저를 벌해주세요.”

“벌은 내가 받아야지! 부인에게 먼저 상의하지 않았던 내 잘못이오! 순전히 내가 나쁜 놈이오! 자! 이 도리깨로 어서 날 때려주시오!!”

“전하....”

“부인!!”

그리드와 아이린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잠시간의 멀어짐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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