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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172화 (1,162/1,794)

템빨 60권 - 07화

단일 대상에게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는 검.

그리드가 꿈꿔온 두 번째 신검의 포지션이다.

열망의 무아검과 포지션이 겹치지 않기를 바랐던 것이다.

염룡검의 포지션이 애매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열망의 무아검과 마찬가지로 다수를 학살하기에 적합한 염룡검의 특징이 그리드는 조금 아쉬웠다.

‘대검으로 만드는 게 좋았을 텐데.’

그러기엔 화석의 질량이 너무 적었다.

더 많은 탐욕을 섞으면 해결 될 문제였지만, 탐욕의 성질이 너무 강해질 경우 ‘브레스를 쏜다.’는 화석의 고유 특성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함부로 시도하지 않았다.

‘뭐, 어쩔 수 없지.’

애초에 브레스를 쏘는 검이다.

다수를 상대로 강한 게 당연하다.

단일 대상을 상대로는 다소 아쉬운 무기이다, 라고 평가하기엔 8만의 고정 데미지를 입히는 옵션이 너무 사기적이기도 했다.

‘사실은 단일 대상과 다수 대상 모두에게 강력한 검이라고 평가하는 게 더 정확하지.’

공격력부터가 넘사벽이다.

+4까지 강화한 열망의 무아검보다 높을 정도.

심지어 용족을 처치할 때마다 공격력이 영구히 1씩 상승한다고 하니 시간이 지날수록 열망의 무아검보다 강력해질 것이다.

열망의 무아검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진다는 뜻은 아니다.

열망의 무아검은 여러 속성 공격력을 증가시키는 고유의 특성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꾸준히 애용할 예정이다.

아쉬움을 털어낸 그리드가 고대의 강화 주문서를 꺼냈다.

대상 아이템을 ‘반드시’ +1~+3까지 강화하는 궁극의 강화 아이템.

그것을 염룡검에 바르려던 그리드가 멈칫했다.

‘용족을 사냥해서 공격력을 올린 다음에 발라야하나?’

아니면 미리 강화해도 괜찮은 건가?

‘순서는 상관없겠지?’

Satisfy에서 강화의 가치는 무척 높다.

무기 강화 수치가 하나 오를 때마다 무기의 고유 공격력이 5퍼센트나 상승했다. +6 강화수치부터는 무려 7퍼센트가 올랐고 말이다.

그러니 신중해야했다.

‘이게 상식적으론 순서가 상관없어야 정상인데....’

상대가 유저 엿 먹이기 좋아하는 S.A그룹이라 영 못 미덥다.

‘....불안하니까 강화는 미루고 용족부터 사냥할까.’

점점 깊어지는 고민에 휩싸이는 그리드에게 옥구슬 같은 목소리가 속삭여왔다.

-강한 존재가 다가온다.

염룡검의 음성이었다.

중년 남성을 연상시키는 갓 핸드의 걸걸한 목소리와 달리 염룡검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여성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갓 핸드와 함께 제멋대로 인벤토리에서 빠져나와 곁을 맴도는 염룡검의 음성을 따라서 시선을 돌린 그리드가 한 사내를 발견했다.

교황 데미안이 저 멀리서부터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드 사마앗!!”

“....아.”

이 순간 그리드는 ‘최상급 에고’의 진가를 알게 됐다.

갓 핸드와 염룡검에게는 수준 이상의 무력을 지닌 대상의 기척을 파악하고 경계하는 능력이 있었다.

인공 정령왕들이 브라함에게 꼼짝도 못하고 벌벌 떨었던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이다.

‘강자를 알아보는 구나. 앞으로 기습당해서 죽을 일은 없겠네.’

물론 최상급 에고의 감각이 초월자의 감각보다 뛰어날 가능성은 낮다.

만약 데미안이 기척을 숨기고 접근했다면 갓 핸드와 염룡검보다 그리드가 먼저 데미안의 접근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드의 신경은 항상 곤두 서있는 게 아니다. 경계심을 잃고 빈틈을 드러낼 수가 있는데 앞으론 갓 핸드와 염룡검이 그 빈틈을 메워줄 테니 든든했다.

“헉헉, 아이템....! 아이템을 만들어 주시겠다고....!”

‘이런.’

데미안의 다급한 외침이 그리드가 잊고 있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데미안에게 아이템을 만들어주겠답시고 데미안이 힘들게 싸워 얻은 국가대항전 보상을 받아뒀었다.

‘탈리마로 떠나느라 잠시 잊었네. 오늘 바로 만들어주도록 하자.’

하지만 그 전에.

“마침 잘 왔어. 이거, 위력 테스트 좀 도와주라.”

“.....”

데미안은 국가대항전에서 좀비 마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뛰어난 생존력을 자랑했었다.

바퀴벌레를 연상시킬 지경이었으니 정말이지 굉장했다.

영상을 통해서 목격한 그리드조차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였다.

“몇 대만 맞아봐.”

무기의 위력을 테스트하기에 데미안만큼 좋은 상대가 없다.

판단하고 부탁하는 그리드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데미안이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버프 스킬들을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예전하고 달라요. 이제 저는 쉽게 쓰러지지 않습니다.”

데미안은 여신의 대행자이다.

빛의 여신 레베카와 직접 교감하는 그의 잠재력은 어떤 면에선 레전드리 클래스 전직자를 초월한다.

“버프를 없애는 당신의 마안도 지금의 제게는 통하지 않아요.”

데미안은 매일 여신께 기도를 올린다.

그리고 기도의 대가로 신탁을 받는다.

신탁을 받는 횟수는 1년에 2번 내외로 무척 적었지만, 횟수가 적다고 아쉬움을 느끼기엔 신탁의 가치가 너무 높았다.

“여신께선 말씀하셨죠.”

쏴아아아아.....

레베카를 상징하는 황금색의 빛무리가 데미안을 감싼다.

한 겹, 두 겹, 세 겹.....

급기야 눈을 부시게 만들 정도로 찬란하게 폭사하는 빛 속에서, 데미안은 경건한 얼굴로 말했다.

“앞으론 그 어떤 시련도 당신의 가호를 해치지 못할 거라고.”

버프 삭제 저항.

데미안이 새롭게 얻은 특성이다.

이제 데미안은 그리드의 거세안이 두렵지 않았다.

방어력 상승, 마법 저항력과 속성 저항력 상승, 생명력 상승, 생명력 회복량 상승, 퍼센트 데미지 감소, 데미지 확률적 무효화 등등.

모든 버프를 두른 데미안이 그리드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 검은 눈동자를 어디 한 번 붉게 물들여 보라고 도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리드는 처음부터 거세안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가 쓰는 스킬은 단 하나.

-신속한 몸놀림.

이상적인 단검을 거머쥔 갓 핸드를 통해서 효과가 20퍼센트 상향된 속도 상승 버프를 부여 받았을 뿐이다.

스파앗!

순보는 발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리드는 빨랐고, 데미안을 곧바로 사정거리에 넣었다.

‘브레스의 발동 확률은 5프로.’

낮다.

하지만 초월의 격을 쌓아올려 플레이어의 한계를 돌파하고 <알렉스의 신속 장갑>을 무장, 거기에 신속한 몸놀림까지 사용한 그리드의 초당 공격 횟수는 무려 10회 내외.

확률의 벽을 깨뜨리기에 충분하고도 남는 빠르기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정!!

“저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 아닙....!”

이런 정직한 공격이라니?

그리드의 찌르기를 모조리 방패로 막아내며 소리치던 데미안의 안색이 급격히 굳었다.

그리드가 검을 찌를 때마다 쏟아지는 화염의 파도에 위축된 것이 아니다.

뜨거운 화염이긴 했지만, 모든 속성 저항력이 100퍼센트를 초과하는 데미안 앞에선 하찮은 것에 불과했다.

다만 문제는.

[화염 저항력이 20퍼센트 감소합니다.]

[화염 저항력이 20퍼센트 감소합니다.]

[화염 저항력이 20퍼센트....]

그리드의 검이 일으키는 불길이 몸에 닿을 때마다 확률적으로 화염 저항력이 감소한다는 점과,

찌링-!

맑은 공명음을 터뜨리는 그리드의 검신이 점차 붉게 물들어 간다는 점에 있었다.

‘뭐?’

데미안이 불길함에 휩싸임과 동시였다.

콰르르르르르륵!!

그리드의 검 끝에서 화염이 뻗어 나왔다.

여태까지 쏘아댔던 화염과는 규모와 열기의 격이 다른, 마치 신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불꽃이었다.

‘이건?!’

데미안의 등골이 오싹해진다.

몇 년 전 국가대항전의 한 장면이 그의 눈앞에 재현되고 있었다.

그리드와 크라우젤이 대결할 때 난입했던 거대한 드래곤의 포효.

모든 플레이어에게 무력감을 선사했던 그 절대적인 힘을, 그리드는 도리어 자신의 것으로 삼아버린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강력한 충격에 의해서 데미안의 시야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땅과 하늘이 계속해서 뒤집히는 듯한 착각 속에서도 데미안은 방패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너무 강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완전한 방어에 실패하여 27,5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알림창에 이어서 레전드리 등급의 방패가 내구력을 3분의 1이나 손실했다는 경고창이 이어진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쾅!!

데미안이 방어에 실패한 공격은 엄밀히 말해서 그리드의 찌르기였다.

그리드의 찌르기와 함께 쏘아진 브레스의 후폭풍은 뒤늦게 밀려왔다.

[15,3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어?’

화염 저항력이 40%대까지 떨어져서 바짝 긴장했는데 의외로 견딜만하다.

플레이어가 재현한 브레스의 위력은, 진짜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교해서 미약한 찌꺼기에 불과했다.

안도한 데미안이 방패를 다시 곧추 세우며 물약을 꺼내 마시는 순간이었다.

콰르르르륵!!

쉬지 않고 재차 휘둘러지는 그리드의 검이 다시금 붉게 물들어 있음이 보였다.

‘딜레이가 없다고?’

쩌엉!

반복되는 찌르기의 위력을 감당 못한 데미안이 방패와 함께 뒤로 밀려나갔고,

[물리 공격력을 화염 속성 마법 공격력으로 치환합니다.]

그리드는 1차 공격 때와 달리 실수를 범하지 않았다.

염룡의 브레스가 발동하는 타이밍에 정확하게 공격의 속성을 변환시켰다.

여파는 컸다.

[대상에게 45,9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커헉....!”

브레스의 위력이 급격히 상승했다.

모든 플레이어를 통틀어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맷집을 자랑하는 데미안조차 위협할 정도의.

하지만 그리드의 반응은 영 탐탁치 못했다.

“이대로는 제대로 테스트가 안 되네.”

방패가 거슬린다.

그리드가 생각하는 순간 기적이 행사됐다.

산양의 뿔이 달린 면갑을 꺼내 쓴 그가 데미안을 노려보자 데미안의 손에서 방패가 떨어져나간 것이다.

에고 없는 무구를 탄압하는 <왕의 부정>의 위력이었다.

탈수의 명령에 의해서 데미안의 방패가 강제로 무장해제 됐다.

콰르르르륵!!

브레스를 쏘고 투명해졌던 염룡검이 다시금 붉게 충전되고 있었다.

“이대로 다시 맞아봐.”

강압하듯 단호한 음성.

어지간한 나라의 국왕보다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황 데미안조차도 그리드의 뜻은 거역할 수 없었다.

방패를 잃은 상태로 염룡의 브레스에 피격당한 그는 8만의 고정 된 데미지와 6만에 육박하는 폭발 데미지에 휩쓸리고 말았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그대로 자리에 大자로 뻗어버렸다.

단 한 번의 반격할 기회도 잡지 못하고 대련에서 패배한 것이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채 2분이 안 됐다.

“.....”

아니, 대부분 플레이어의 만피가 아직도 8만이 안 되는 마당에 8만의 고정데미지라니?

이건 너무 사기다.

“여신 님.... 고정 데미지에 면역하는 가호를 내려주소서....”

잠시 넋이 나가 멍하니 있던 데미안이 중얼중얼 기도를 올리는 그때였다.

[전설의 궁사가 탄생하였습니다.]

[궁성의 화살은 표적에게 반드시 명중하여 표적을 파멸로 인도할 것입니다.]

놀라운 월드 메시지가 떠올랐다.

뒤늦게 데미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그리드와 넋 나가 있던 데미안 모두 동시에 깜짝 놀라서 눈을 껌뻑였다.

“이거, 지슈카 님 맞죠?”

“그래....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

포비아의 후예가 아닌 궁성.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한 지슈카의 위업은 존경 받아 마땅했다.

“저도 의욕이 생기는군요!”

조금 전까지 좌절하고 있던 데미안이 새로운 열정을 품었고,

“후훗.”

그런 데미안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드는 괜히 자신이 흐뭇해졌다.

이상하리마치 뿌듯했다.

입이 귀에 걸린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데미안이 중얼거렸다.

“팔불출.”

“...다음 테스트를 시작하자.”

염룡검이 허공 위로 떠올랐다.

스스로 움직이는 에고 소드.

그리드는 염룡검 혼자서 데미안을 어디까지 몰아넣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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