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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152화 (1,142/1,794)

템빨 59권 - 09화

“모두 고생 많았어. 각자 뭘 얻었는지 나한테 자랑 좀 해봐.”

원탁 앞에 모여 앉은 십공신과 기사들에게 그리드가 권유했다.

그의 벅차오른 얼굴엔 동료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크 왕국 각지를 침공한 대악마들을 토벌하고 세계의 평화에 기여한 그들이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이젠 자신이 없어도 인류의 대적과 싸워서 이기는 동료들의 실력이 너무나도 든든한 그리드였다.

“단탈리안 레이드 팀은 이거.”

“전하께 바치겠나이다.”

쥬드를 제외한 그리드의 기사들, 그리고 유라와 반트너, 후로이와 레가스를 제외한 십공신이 원탁 위에 전리품을 펼쳐놓았다.

유라가 제외된 이유는 그녀가 슈트리온의 손 토벌대에 속해있었기 때문이고 그 외 인원이 제외된 이유는 그들의 공헌도가 10등 밖이었기 때문이다. 순위권에 속하지 못하는 공통 보상의 내용은 비교적 형편없었기 때문에 굳이 자랑할 거리가 못 됐다.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

개봉 시 레어~유니크 등급의 스킬을 하나 습득합니다.

습득하는 스킬의 내용은 무작위입니다.

“이거 엄청나군....”

우선 스킬 습득권이 그리드의 눈길을 끌었다.

랜덤 습득권인 까닭에 레어 등급의 스킬이 나올 확률이 높아보였지만 등급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스킬이야 뭐가 됐든 하나라도 더 많은 편이 좋았으니까.

워낙 많은 스킬을 보유한 그리드의 경우는 좀 달랐지만, 십공신에게 있어서 스킬 습득권의 가치는 천문학적인 것이었다.

“제길, 부럽다....”

대머리를 부여잡은 반트너가 한탄했다.

브라함, 피아로, 메르세데스를 필두로 삼았던 아군 파티의 파괴력은 실로 막강했다. 단탈리안은 살아남기에 급급했을 뿐이고 탱커인 반트너에겐 활약할 기회 자체가 없었다. 콤보를 연계해야 비로소 높은 공격력을 발휘하는 레가스에게도 공헌도를 올릴 시간이 부족했고 후로이의 독설 스킬은 브라함의 위대한 마법에 가려졌다.

아쉬워하는 반트너와 레가스, 그리고 후로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리드를 힐끔 엿본 브라함이 콧방귀 뀌었다.

“내게 잡기술은 필요 없다.”

툭.

얇고 낡은 서적.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이 그리드의 앞에 놓인다.

“저의 공은 모두 전하의 공. 제가 얻은 전리품은 오직 전하의 것입니다.”

피아로 또한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을 그리드에게 헌납했다.

그들의 의도를 읽은 그리드가 인자한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파편을 되돌려주며 말했다.

“내가 받아봤자 아무 의미가 없어. 습득권자에게 귀속 되는 서적이잖아.”

“그렇습니까....”

브라함은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을 하찮은 것이라 치부하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관심을 두지 않아서 자세히 관찰하지 않았고, 물건을 감정하는 능력이 일반인 수준에 불과한 피아로는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이 귀속 아이템이라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반면 혜안을 지닌 메르세데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굳이 그리드에게 파편을 바치지 않은 것이다.

잠자코 있던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전하, 서적마다 숨겨진 페이지가 한 장씩 존재합니다.”

“....!”

깜짝 놀란 그리드가 전설적 대장장이의 감정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숨겨진 기능이 존재하는 아이템입니다!]

[대상 아이템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

개봉 시 레어~유니크 등급의 스킬을 하나 습득합니다.

습득하는 스킬의 내용은 무작위입니다.

★매우 희박한 확률로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

“....!”

그리드와 십공신의 두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자신의 기술에 큰 자부심을 품고 있는 브라함, 피아로, 메르세데스는 서적의 진가를 보고도 감흥을 보이지 않았지만 십공신의 가슴은 크게 벅차올랐다.

레전드리 스킬....!

그것을 얻을 확률은 불과 0.001퍼센트에 불과할 것이다. 아니, 더 작은 확률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이라도 열렸다는 사실이 십공신에게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죄다 전설 뽑아라!”

“전설 못 뽑으면 호구!”

의기소침해있던 반트너와 후로이가 애써 기운을 차리고 소리쳐 동료들의 행운을 기원했다.

지금은 질투가 아닌 응원이 필요할 때였으니까.

두근, 두근!

십공신의 심장소리가 장내를 들끓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드 또한 동료들을 응원했다.

“꼭 대박나라.”

“좋아!”

지슈카, 극검, 페이커, 폰, 크리스, 유페미나, 카츠....

하나 같이 망설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리드의 응원을 등에 업은 그들이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을 촤르륵 펼쳤다.

동시에.

쏴아아아아!

책을 펼친 사람들의 머리를 빛이 감쌌다.

누군가의 머리에는 초록색 빛이, 또 누군가의 머리에는 파랑색 빛이 맴돌다가 그대로 스며들었다.

십공신 전원 똥 씹은 표정이 됐다.

“전설 스킬은 개뿔....”

“....”

레전드리 등급은커녕 유니크 등급의 스킬조차 나오질 않았다.

책을 펼친 7명이 얻은 스킬은 모두 레어나 에픽 등급 스킬에 불과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7명 전원 전투 스킬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레전드리 등급의 낚시 스킬 따위가 나오는 것보다야 비록 등급은 낮아도 전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스킬이 훨씬 더 도움이 됐으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와, 홀딩 스킬 얻었다.”

“난 마스터리 스킬.”

활용도 높은 스킬을 얻은 사람들의 기쁨은 배가 됐다.

술렁이는 분위기 속에서.

“어떤 기술이든 결국 내 마법 아래선 평등할 뿐이거늘.”

고작 싸구려 스킬을 얻고 기뻐하는 십공신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브라함이 쯧, 혀를 차며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을 펼쳤다.

어차피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다면 재미 삼아 한 번 읽어보자는 의도였다. 설령 새로운 스킬을 얻더라도 그걸 사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쏴아아....

브라함의 머리에 빛이 맴돌다가 스며들었다.

금빛이었다.

[‘브라함’이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 <쉐도우 스턴>을 습득하였습니다.]

<쉐도우 스턴>

액티브

마력으로 대상의 그림자를 구속해 대상의 본체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듭니다.

스킬의 성공 확률과 지속 시간은 시전자의 지력 수치에 영향을 받습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5분

스킬 마나 소모:2,300

감흥 없던 브라함의 눈빛이 살짝 빛났다.

“뭐, 나쁘진 않군.”

“...실화냐?”

“진심 개망겜이네.”

정작 간절한 사람은 외면하고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최강자 브라함에게 레전드리 스킬이라는 행운이 찾아갈 줄이야....

Satisfy가 출시되기 전, 가벼운 마음으로 모바일 게임을 시작했다가 많은 재산을 탕진한 경험이 있는 일부 십공신이 옛 악몽을 떠올리며 부들부들 떨었다. 멘탈이 완전히 박살난 것이다.

역시 사행성 게임은 이 세계에서 사라져야할 악이었다.

험험, 헛기침한 그리드가 다음 전리품에 감정 스킬을 사용하며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단탈리안 레이드 팀의 전리품은 총 네 가지였다.

첫째, 단탈리안의 지식 파편.

둘째, 단탈리안의 머리카락.

셋째, 단탈리안의 지팡이.

넷째, 단탈리안의 검.

단탈리안의 검은 1등 보상, 단탈리안의 지팡이는 2등 보상으로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이었다.

제32위 대악마 벨리알의 지팡이가 그랬듯이 단탈리안의 검과 지팡이 또한 매우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다. 그리드가 제작한 레전드리 무기보다 위력이 높을 정도.

단, 순수 능력치는 그리드가 제작한 신화 무기보다 다소 뒤떨어졌지만 기능면에선 밀리지 않았다.

지팡이는 마법을 딜레이 없이 연계할 때마다 마법 공격력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마법 사용 시 확률적으로 <단탈리안의 지식>이 쏟아져 나와 마법 외 다른 스킬이 동시 발동했다.

마법을 ‘딜레이 없이’ 연계시킨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렇다.

‘트리플 캐스팅’을 가능케 해주지만 트리플 캐스팅이 가능한 사람이 없어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던 벨리알의 지팡이와 마찬가지로 단탈리안의 지팡이 역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

어디까지나 브라함이 없었다면 말이다.

“그거랑 이거랑 바꾸지?”

단탈리안 레이드에서 1등 무훈을 세운 브라함.

단탈리안의 지팡이보다 조금 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단탈리안의 검을 얻고도 영 탐탁찮은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결국 메르세데스에게 제안했다.

메르세데스의 입장에선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2등 무훈을 세우고 단탈리안의 지팡이를 얻었던 그녀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단탈리안의 검은 메르세데스의 소유가 되었고 지팡이는 브라함의 소유가 되었다.

단탈리안의 검은 백호검과 마찬가지로 변칙적이되 방어적이지 않고 공격적이라 백호검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무기였다.

앞으로 2개의 무기를 상황에 따라서 스왑하며 사용할 브라함과 메르세데스 모두 한층 강해졌다는 뜻이다.

특히 레전드리 스킬을 습득한 브라함은 더욱 더.

큰 기쁨에 휩싸인 그리드가 끝으로 단탈리안의 머리카락을 살펴보았다.

기사들과 십공신이 최소 3개에서 15개씩 확보해온 그것은 ‘천’으로 분류되는 재료 아이템.

매일 팬티를 만들며 재단 기술을 단련해온 그리드는 그것을 통해서 어떤 아이템을 만들면 좋을지 궁리해봤다.

그때였다.

[‘메르세데스’가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 <근력 강화>를 습득하였습니다.]

[‘피아로’가 레전드리 등급의 스킬 <범람하는 파도>를 습득하였습니다.]

<근력 강화>

패시브

근력 스탯이 10퍼센트 영구히 상승합니다.

<범람하는 파도>

액티브

파도처럼 범람하는 기를 일으켜 반경 30미터 내에 있는 모든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수속성 공격력의 1,50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힙니다.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스킬 마나 소모:3,000

“게임 접을까?”

“.....”

장내의 분위기가 다시금 술렁였다.

S.A그룹에게 조롱당하고 있음을 확신한 십공신이 도끼눈을 뜨고 발광했다.

그리드가 급히 화제를 돌렸다.

“유라가 얻은 보상은 뭐야?”

“이거에요.”

슈트리온의 손 레이드에서 1등 무훈을 세운 유라.

그녀가 얻은 보상은 <슈트리온의 손톱>과 <마신의 세포>, 그리고 <마신의 핵>이었다.

슈트리온의 손톱은 제작 재료로 분류됐고 마신의 세포는 제작 아이템에 옵션을 추가하는 용도의 아이템이었다.

반면 마신의 핵은....

<마신의 핵>

등급:신화

???

[대상 아이템의 감정에 실패하였습니다.]

“....?”

재료 아이템으로도, 장비 아이템으로 분류되지 않는 기타 아이템.

하지만 보석이라고 보기엔 단지 까맣고 불길하다.

감정에 실패한 그리드가 당황하자 유라가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이건 아무래도 퀘스트 아이템일 것 같아요.”

“퀘스트 아이템?”

“네, 어쩌면 데빌 슬레이어의 퀘스트 아이템이 아닐까 싶어요.”

유라는 슈트리온의 손과 싸우면서 직감했다.

이것을 없앨 수 있는 건 오직 데빌 슬레이어 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슈트리온의 손은 스스로 자멸하기까지 폭주하며 아크 왕국을 초토화시켰을 것이다.

마신.

일반적인 대악마와 비교해서 한 단계 높은 격을 보유하고 있는 듯한 슈트리온은 데빌 슬레이어가 해결해야할 과제일 확률이 높았다.

“음....”

설명을 듣고 납득한 그리드가 핵을 조심히 쥐어 유라에게 되돌려줬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도중에 힘든 일이 생길 땐 꼭 나를 부르도록 해. 알았지?”

“네.”

“좋아.”

이후 자신이 살레오스에게 얻은 보상 목록을 동료들에게 공유한 그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해산 명령을 내린 뒤 동료들이 수집해온 제작 재료들을 모조리 챙겨서 대장간으로 이동, 아이템을 제작하려다가 멈췄다.

‘여유 부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드워프의 도시 탈리마.

염룡 트라우카의 영역에 속하는 그곳은 이방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야탄교는 탈리마에 잠입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모자라 그곳에서 소환한 대악마들과 함께 다시 세상 밖으로 뛰쳐나왔다.

이를 놓고 황제 바사라는 트라우카의 부재를 논했다.

그리드는 이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본래 엘리테르 광산을 점거하고 있었다는 슈트리온의 손까지 레이드한 지금, 그리드는 탈리마를 찾아가 새로운 대장기술을 배우고 에테르 다이아몬드까지 확보해야했다.

본래는 동료들의 아이템부터 만들어준 뒤 행동에 나설 생각이었지만, 트라우카가 언제 다시 복귀할지 모르는 마당에 여유를 부려선 좋을 게 없다.

스틱세이만 있으면 언제,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해이해졌던 것 같다.

“스틱세이!”

서둘러 채비를 갖춘 그리드가 스틱세이를 소환했다.

여전히 피로를 회복하지 못해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스틱세이는 힘겹게 매스 텔레포트를 전개했다.

덕분에 탈리마 인근의 화산지대에 떨어진 그리드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무렵....

“그리드 님!!”

성녀 루비와 함께 교인들의 응급처치를 마친 데미안이 대장간을 방문했다.

“그리드 님? 저기요? 그리드 님~? 안 계세요? 그, 그리드 님...?”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그리드.

라인하르트에 있는 모든 대장간을 수색해봤지만 끝내 그리드를 발견하지 못한 데미안이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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