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073화 (56권) (1,063/1,794)

템빨 56권

=======================================

템빨 56권 - 1화

쏴아아아아━

비가 내렸다.

남방 전역을 뒤덮는 불의 비였다.

“아... 아아아...”

집밖으로 뛰쳐나와 하늘을 올려보는 초국 신민들의 동공에 이글거리는 화염이 번진다. 열기를 느낀 숲의 동물들도 일제히 활동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오오오오오━

짐승들이 울었다.

“신께서....! 우리들의 신께서....!”

사람들도 울었다.

불의 비를 재앙이라 여기고 두려워 우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짐승 모두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의 비를 반겼다.

두 팔을 활짝 벌려 불의 비를 맞았다.

그것이 오래토록 잊어온 옛 신의 축복임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남방의 만물에 <주작의 가호>가 깃듭니다.]

[남방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레벨과 능력치가 크게 오르고 회복력이 상승합니다.]

[약해진 신수 중 일부가 힘을 회복하였습니다.]

[산재해 있던 ‘거짓 신화’의 흔적들이 불타 사라집니다.]

[남방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환국을 적대합니다.]

[환국의 방해로 파, 씽, 가야 세 국가에는 이 소식이 전해지지 않습니다.]

“....그리드 님!!”

“....!”

초국 수도 카라스.

가람을 쓰러뜨리고 감회에 젖었던 그리드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시야 한쪽에 갱신되고 있는 알림창을 제쳐두고 시선을 돌려 보자 초왕과 그의 신하들이 읍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드 님 덕분에 초국이 지켜지고 주작 신께서 부활하실 수 있었습니다. 초국의 모든 신민들을 대표하여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초왕이 한없이 공손해졌다.

아무리 큰 은혜를 입었다지만 왕이 왕을 대하는 태도를 넘어섰다.

심지어 무릎까지 꿇는 그를 그리드가 황급히 일으켜 세웠다.

“나 자신을 위한 싸움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초왕께서도 함께 싸워주시지 않았습니까?”

그리드의 태도도 덩달아 공손해졌다.

백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릎 꿇은 초왕을 존중해주지 않으면 초국 전체를 욕보이는 꼴이었으니 당연했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저토록 겸손하시다니.”

“양반들과는 완전히 다르시군.”

“바로 저것이 진짜 신의 모습인 게지.”

변화가 찾아온다.

[초왕과 초국의 모든 신민들이 당신을 신격화하고 있습니다. 신위 스탯이 1 상승합니다.]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

본래 신위 스탯은 반년에 1개 쌓기도 힘든 법인데 동대륙을 찾아오고 며칠 만에 벌써 3개의 신위 스탯을 쌓은 것이다.

더군다나.

[초왕과 초국의 모든 신민들이 ‘브라함’을 신격화하고 있습니다. 브라함의 신위 스탯이 1 상승합니다.]

덩달아 브라함의 신위도 올랐다.

당연한 일이다.

브라함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리드도 무사할 수 없었고 주작은 부활하지 못했다.

양반들을 압도했던 브라함의 위엄을 초국의 신민들은 무신이라 칭송하며 영원토록 회자할 것이다.

“호오...?”

자신의 변화를 감지한 브라함이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생을 되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본 눈치였다.

그리드가 핀잔을 주었다.

“앞으로는 자신을 위해서라도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세요.”

“흥.”

불쾌하다는 듯이 콧방귀 뀌는 브라함이었지만 싫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드에게 구원 받았을 때의 기쁨과 감격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힘 있는 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은 그 또한 변해가는 중이다.

화르륵!

거룩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막 눈을 뜬 주작이 사람들 앞에 친히 모습을 드러냈다.

인류의 염원으로 탄생한 수호신.

‘진짜 신’의 출현이 일으킨 파장은 컸다.

따스한 불꽃으로부터 무한한 자애를 느낀 수십 만 초국 신민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일제히 절을 올렸다.

“감히 신을 잊은 저희를 용서치 말아주십시오....!”

초왕이 오열했다.

끝내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십공신들은 침묵한 채 마른 침만 삼켰고, 주작의 존재감에 압도당하자 자존심 상한 브라함은 이를 악 물었다.

고요 속에서.

『고귀한 이여.』

주작이 입을 열었다.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리드를 마주보았다.

『그대의 용기와 희생이 가짜 신들을 물리치고 이곳 남방을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오직 그대가 있었기에 한울에 의해 강제 된 섭리에 균열이 생겼다.』

모두의 시선이 그리드에게 집중됐다.

특히 헤라를 비롯한 플레이어들이 그리드를 존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감사한 이여. 우리 사신들조차 바꾸지 못했던 섭리에 맞서 싸우겠노라 선언한 이여.』

『나는 남방의 수호를 위해 존재하는 신.... 그대와 동행할 순 없으나 멀리서나마 지켜보며 응원하겠다.』

『나는, 그대를 존경한다.』

스파아앗-!

주작을 형상화하고 있던 거룩한 불꽃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앞으로 남방 전역에 자리 잡을 저 불꽃들은 모든 만물을 축복하는 한편 부정한 것을 불태워 없앨 것이다.

[★히든 퀘스트★ <주작의 수호자>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주작의 숨결>을 육체에 흡수합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주작의 999번째 심장>을 획득하였습니다.]

[<주작의 999번째 심장>이 이미 당신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주작의 9번째 심장>에 흡수됩니다.]

[<주작의 9번째 심장>이 한 단계 성장하였습니다. 생명력 치유 효과 상승률이 20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강화됩니다.]

[<화신의 폭풍>에 새로운 필드 효과가 추가되었습니다.]

[‘청호’와의 호감도가 50 상승하였습니다.]

[‘주작’과의 호감도가 최대치가 되었습니다.]

[주작은 자신이 수호하는 땅과 당신을 동등하게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주작의 숨결>Lv.1

활성화 시 생명력 회복 속도가 2배 상승하고 <생명의 불꽃>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이 스킬은 <불의 화신>과 중첩되지만 <번개의 화신>, <대지의 화신>, <죽음의 화신>과는 중첩 전개할 수 없습니다.

지속 시간:10분

재사용 대기 시간:3시간

자원 소모:없음

<생명의 불꽃>

대상의 스태미나를 불태우고 자신의 스태미나를 회복합니다.

재사용 대기 시간:3시간

자원 소모:없음

“....!”

<불의 화신>은 현재 지슈카가 소유 중인 주작궁 모작에 귀속 된 스킬로써 생명력 회복 속도와 스태미나 회복 속도를 90퍼센트 상승시킨다. 또한 스태미나가 5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보조해주기도 했다.

그리드가 청룡의 부츠를 만들어서 번개의 화신을 얻었듯이 불의 화신을 획득할 경우 주작의 숨결로 인한 생명력 회복 상승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할 거란 뜻이다.

‘불의 화신은 항시 유지되는 패시브.... 주작의 숨결도 레벨이 오를수록 지속 시간이 늘어날 테니 거의 항상 물약 복용 중인 상태가 되는 건가?’

흔히 ‘피틱’이라고 말하는 ‘초당 생명력 회복 속도’는 체력 스탯 100당 2다.

스탯이 각성한다고 해서 피틱이 더 상승하진 않는다.

다른 부가효과들과 달리 피틱의 성장률이 전무한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성장함에 따라서 얻는 칭호, 스킬, 아이템들의 효과 때문이다.

당장 그리드만 해도 탐욕에 깃든 신들의 축복, 화신의 폭풍과 주작의 숨결, 탐욕의 룬에 귀속된 불꽃의 여왕 등으로 피틱을 몇 배나 올릴 수 있다.

덕공 효과로 체력 스탯 자체가 35퍼센트 오르기도 했고 피틱을 올려주는 아이템도 다수 보유 중이다.

그리드가 의도적으로 피틱 세팅을 할 경우, 일시적으로나마 초당 수천 대의 생명력을 자연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탯 각성 효과에 피틱 성장률이 없는 이유다.

만약 피틱마저 다른 부가효과처럼 성장했다면 물약이라는 소모품은 서서히 가치를 잃을 테고 온갖 문제점을 야기했을 것이다.

‘확실해. 지금 당장은 화신의 폭풍과 주작의 숨결을 활성화시켜야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지만 불의 화신을 얻으면 항상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어.’

매 초마다 고급 물약을 복용하는 수준이 될 것이다.

화신의 폭풍까지 활성화시키는 동안에는 최고급 물약을 복용하는 수준이 될 것이고.

S.A그룹의 피틱 견제 노력도 부질없이 보스 몬스터 수준의 피틱을 소유한 플레이어가 탄생한다는 거다.

“.....”

자신의 가능성을 가늠해본 그리드가 잠시 말문을 닫았다.

이젠 진짜로 괴물이 되어가는 기분이랄까....

스스로가 무서울 지경이다.

“....?”

왠지 모를 찝찝함에 고개를 젓던 그리드가 뒤늦게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다.

초왕과 초국의 신민들, 헤라를 비롯한 플레이어들과 십공신들에 이르기까지 조용히 그리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다 멍한 표정이다.

“왜들 넋이 나간 거죠?”

그리드가 곁에 선 브라함에게 속삭여 묻자,

“신의 존경을 받는 인간이 신기한가보지.”

브라함이 대답해주었다.

그러자 주작의 대사를 다시 상기할 수 있게 된 그리드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 자신은 괴물이 되어가는 게 아니다.

올바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

***

초왕이 마련해준 귀빈실.

오래간만에 모여 앉은 그리드와 십공신들이 회포를 나눴다.

그리드와 십공신들 모두 지난 수개월 동안 겪었던 모험담을 즐겁게 떠들며 자연히 정보를 교류했다.

“그래서, 무슨 수로 바알의 의식을 방해했던 거야?”

그리드는 유라의 지옥행에 특히 큰 관심을 보였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에게 받았던 도움이 워낙 강렬했던 탓이다.

유라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대답했다.

“우연이었어요. 그 근처의 마족을 소탕하는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불온한 움직임이 보이기에 방해했죠.”

“바알이 다스리는 지옥은 제1지옥 아니야? 벌써부터 최상위 지옥에 있는 마족들을 토벌하는 퀘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네, 우연히.”

“.....”

우연 아니네.

그리드가 게슴츠레한 시선으로 유라를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고 그리드는 더 이상 깊이 파고들기 난처해졌다.

“나 때문에 희생하지는 말아줘.”

“아무렴요.”

“.....”

너무 쉽게 대답해서 도리어 못 미덥다.

하지만 더 이상 더 말해봤자 잔소리밖에 안 된다.

마침 주작의 숨결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온 것을 확인한 그리드가 다시 한 번 주작의 숨결을 활성화시켜보았다.

반트너가 흥미를 보였다.

“어때? 이번엔 경험치 올랐냐?”

“안 오르네.”

그리드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2번째 주작의 숨결을 활성화시켜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스킬의 경험치가 오르질 않았다.

아무래도 지슈카의 의견이 맞는 듯했다.

주작의 숨결의 스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주작의 숨결을 복용해야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젠장.... 이젠 하다하다 돌덩어리를 씹어 먹으라고?”

그리드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작의 숨결이 성물이라곤 하나 어쨌든 재질은 광물이다. 심지어 그 안엔 활활 타오르는 불까지 들어있다.

무슨 맛일지 상상조차 안 된다.

“일단 먹어봐. 확실히 확인되면 금메달 보상으로 주작의 숨결을 받아올 테니까.”

지슈카가 히죽히죽 웃으며 재촉했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그리드의 속을 더욱 더 타들어가게 만들었다.

“난 지금 심각하다고....”

이걸 진짜 먹어야 돼?

가람이 드롭한 사신의 숨결 중 주작의 숨결을 꺼내 손에 쥔 그리드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이 형태 그대로 섭취하는 게 가능한가 싶다.

왁자지껄.

그리드가 망설이는 동안에도 분위기는 계속 정겹게 유지됐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고 일행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별을 맞이했다.

이제 십공신은 현실 세계로 돌아가 국가대항전에 참여해야했고 그리드는 이후의 모험을 계획해야했다.

“나머지 사신들도 부활시킬 생각이더냐?”

깊은 밤.

주작의 가호 덕분인지 한층 더 맑아진 초국의 공기를 마시며 하늘을 올려보던 그리드가 고개를 돌렸다.

동방의 의복을 입고 있는 브라함의 모습이 보였다.

화려한 자주색 도포가 브라함의 빛나는 외모를 한층 더 부각시켜주고 있었다.

“당장 무리할 생각은 없어요. 하랑이 경고해줬던 다른 양반들의 수준을 가늠해볼 겸 씽에 한 번 들렀다가 안 되겠다 싶으면 다시 서대륙으로 돌아갈 겁니다.”

“잘 생각했다. 때로는 휴식이 더 큰 도움이 되는 법이니.”

“네.”

휴식은 중요하다.

쉬는 동안 스스로를 점검하고 정비하면서 더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리드는 아이린이 보고 싶었다.

‘지금 당장 무리한다고 해서 새로운 서사시가 써질 것 같지도 않고....’

레벨이 오를수록 성장이 더뎌지듯이 서사시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무려 4명의 양반을 해치우고 주작을 부활시켰는데도 서사시가 써지지 않은 걸 보면 확실하다.

“근데 씽에 가기에 앞서 만나야할 애들이 있어요.”

청호와 토순이를 비롯한 신수들을 말함이다.

그리드는 주작의 부활로 인해 옛 기억을 떠올리고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그들을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하다고 믿었고, 그 누군가가 바로 자신임을 알았다.

“동행하시겠습니까?”

그리드가 브라함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제 그는 브라함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이 브라함이었기에.

“역대 최강의 마법사인 나를 이제야 의지해주는 게냐.”

드문 미소를 그린 브라함이 그리드의 손을 맞잡았다.

딸랑, 딸랑.

그윽한 풍경 소리가 두 사내의 재회를 축복한다.

***

『제5회 국가대항전의 참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올해 국가대항전은 유독 많은 위기를 겪었다.

하필 국가대항전을 앞두고 온갖 활약을 펼친 그리드가 화제성을 빼앗아간 탓이다.

반신을 죽이고, 새로운 서사시를 쓰고, 급기야는 주작이라는 옛 신을 부활시키는 등.

고작 며칠 간격으로 말도 안 되는 업적을 남긴 그리드에게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그 반동으로 인해서 국대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떨어졌었다.

하지만 다행히.

정말로 다행히도 제5회 국가대항전 개막식은 여태까지 국가대항전과 큰 차이가 없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드는 지금 어디서 뭐한데요?

-아직 동대륙인 듯.

-그리드 없는 국대전 따위 보이콧해야함.

-갓리드 찬양해!

정작 시청자 채팅창은 그리드 얘기로 도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온통 우리 아들 얘기구만.”

신영우의 집.

개막식을 함께 시청하자고 찾아온 영우의 부모님께서 싱글벙글 웃으셨다.

대진전자에서 출시한 신상 티비에 가득 떠오르고 있는 채팅 내용이 마냥 좋은 두 분이었다.

마침 무대에 대한민국 소속 플레이어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유라와 지슈카.

언제 봐도 예쁜 며느리 후보들이 등장하자 박수치며 응원하던 영우의 어머니가 이내 세희와 예림의 모습을 보고 근심하셨다.

“쟤들은 아직 쪼렙이라고 들었는데 괜찮겠니?”

“쪼렙....”

어머니가 게임용어를 사용하자 재미있어서 웃은 영우가 단언해보였다.

“쟤들 쪼렙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엄청 셉니다.”

세희와 예림은 듀오 종목에만 출전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벌써 갈구노스의 사원에서 사냥이 가능할 정도로 성장한 성녀와 성녀의 기사 콤비를 그 누가 막으랴....

흐뭇하게 웃으며 콜라를 기울이는 영우에게 아버지가 질문했다.

“그래서 올해 국가대항전은 어디가 우승할 것 같으냐?”

“우리 나라요.”

영우는 고민 없이 대답했다.

얼마 전 재회했던 십공신들의 성장은 가히 충격적인 수준이었으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유라와 주작의 축복을 받은 지슈카의 발전이 눈부셨다.

영우는 확신했다.

“크라우젤과 크리스가 아닌 이상 유라와 지슈카를 막을 사람은 없어요.”

“허허....”

영우의 부모님이 묘한 미소를 그리셨다.

영 께름칙한 반응에 영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어머니께서 호호 웃었다.

“벌써부터 와이프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래. 얘, 그래서 둘 중에 누군데?”

“아니 무슨....”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시청자들이 미국의 우승을 높이 점치는 상황이다.

그리드가 없는 이때 미국이 우승하지 못하면 이상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언론도 많았다.

하니 부모님께서는 오해하실 수밖에 없다.

영우가 콩깍지가 제대로 씌어서 사견을 내놓는 거라고 받아들이셨다.

“....며칠 뒤에 놀라지나 마세요.”

얼굴을 붉힌 영우가 밥상을 치웠다.

이제 곧 접속 제한이 풀리는 시간대였으므로 설거지를 해놓고 캡슐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매일 일하시느라 어깨가 뭉치기 일쑤인 어머니의 가사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은 그였다.

‘이참에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볼까? 기왕이면 얀페이 같은 메이드를....’

아니, 현실에서 그랬다간 사달날 거다.

내일 바로 가사도우미 업체에 연락해봐야겠다고 결정한 영우가 설거지에 집중했다.

***

“그리드가 오는 게 확실하다 이거지?”

“확실한 정보입니다.”

“그래....”

템빨단의 척살령 이후 모든 걸 잃고 은거했던 네크로맨서 베라딘.

몬스터 군락이 자리 잡고 있는 숲의 어귀에 수십 마리 강시들을 거느리고 선 그가 살의를 불태웠다.

동대륙으로 피신 온 이후 사악한 도사들을 만나 힘을 키운 그는 이번 복수의 기회를 놓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