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인벤토리를 오픈하더니 여태껏 아끼고 또 아껴왔던 주문서 2장을 꺼냈다.
묵은지마냥 오랫동안 묵혀뒀던 스킬 강화권이었다.
적용 대상은 당연히 신격이다.
[<신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연속 사용 가능 횟수가 1회 상승합니다.]
[<신격>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연속 사용 가능 횟수가 1회 상승하고 재사용 대기 시간이 감소합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언젠가 성장시키기 힘든 스킬을 얻게 되면 쓰려고 아껴뒀던 스킬 강화권을 정말 절묘한 타이밍에 활용할 수 있게 된 그리드가 기쁨에 몸서리쳤다.
그러다가 이내 얼굴을 굳혔다.
[어떤 존재가 당신의 <화공>에 반응합니다.]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서 다른 누군가를 해쳐야했던 당신의 악업이 <악마력>으로 구현화된 상태입니다.]
[제1위 대악마 바알의 시선을 피하지 못합니다.]
[순수한 흥미와 악의로 물든 바알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화공이라. 파그마의 후예가 아니랄까봐 같은 전철을 밟는구나.
[대악마 바알이 당신을 타락시키고자 시도합니다.]
[<덕공>의 효과로 당신의 악마력이 모두 정화됩니다. 바알의 저주가 수포로 돌아갑니다.]
[악마력이 정화되어 <흑화>의 사용이 불가능해집니다. <덕공>의 효과로 새로운 스킬이 발생합니다.]
-....뭣이? 파그마 따위완 다르구나. 하핫, 재미있어. 하지만 과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악마력으로부터 해방 된 당신을 놓치지 않고자 바알이 의식을 준비합니다.]
[바알의 악마들이 의식을 시작합니다.]
[실패하였습니다.]
[고독히 지옥을 떠도는 데빌 슬레이어가 바알의 의식 재단을 무너뜨렸습니다.]
[바알의 시선이 당신을 놓칩니다.]
-....!!
갑작스럽게 들려왔던 바알의 음성이 더 이상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얼떨결에 악마력으로부터 해방되고 그 반동으로 흑화를 잃은 그리드가 황급히 스킬 목록을 불러왔다. 상태를 점검할 요량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
“....얼굴이 자주 바뀌는구나.”
“....!”
소름끼칠 정도로 싫은 목소리.
깜짝 놀란 그리드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 보자, 목소리의 주인은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과 전혀 달리 그리드의 코앞에 서있었다.
가람이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네 번째 서사시를 써내려갑니다.]
뒤지게 생겼는데 왜 하필 지금?
그리드의 얼굴이 왈칵 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