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044화 (1,034/1,794)

일일이 열거하자면 자서전 54권 분량이 나올 정도로 여러 가지 사건을 겪어온 그리드는 힘든 사람을 외면하지 않는 인물로 성장해 있었다. 물론 사람 보는 안목이 생겨서 쉽게 호구 잡히지도 않았다.

‘도시에 의원이 늘어나면 좋지.’

더군다나 의원이라는 직업은 그리드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의원은 즉시 회복 스킬을 보유하지 못했지만 ‘시간’과 ‘과정’을 통해서 힐러보다 더 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직업군이었다. 다만 사냥 능력이 전무하고 파티에도 낄 수가 없어 성장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템빨국은 버스 기사가 셀 수 없이 많다.

“앗, 감사.... 앗.”

설마 정말로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제안이었는지 헤라가 잠시 어리바리하게 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리드의 행색을 살피더니 난감한 반응을 보였다.

“케, 켄트릭 님? 님의 호의에 진심어린 감사를 표할게요. 하지만 님이 아직 강시들의 수준을 파악하지 못하신 듯한데....”

진심으로 걱정해서 떠들던 헤라가 입을 다물었다.

어느새 마을 밖으로 나간 그리드가 강시 한 마리와 공방을 교환하더니 비교적 쉽게 해치우는 모습을 보여준 까닭이었다.

‘휴, 한 방에 죽일 수 있는 놈을 일부러 어렵게 잡는 것도 힘들군.’

눈살을 찌푸리는 그리드의 곁에는 어느새 헤라가 다가와 있었다.

“자, 잘 부탁드립니다! 랭커님!!”

“....?”

요즘은 이 정도 수준으로도 랭커 소리 듣나?

그럴 리가.

‘상당히 초본가보군.’

하긴 의원이라면 그럴 수밖에.

헤라를 가엽게 여긴 그리드가 앞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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