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4권 - 16화
“50만 이상이라.”
네메시스 왕이 창틀에 걸터앉았다.
딱 좋은 날씨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상쾌하다.
정원에 심은 나무들이 과실을 맺은 것을 보아 레이단의 사막은 뜨겁게 달아올랐을 무렵이었다.
“예상대로 오크들의 참전률이 높구려.”
가우스 왕국은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도 역사와 전통을 유지해온 나라다.
유구한 역사가 증명하듯이 결코 만만한 국가가 아니었고 국가의 중심에는 유능한 왕실이 있었다.
정세에 밝은 네메시스 왕은 새로운 황제가 개혁을 입에 담았던 시점부터 이변을 직감했다. 템빨국의 정복전쟁을 예견하고 대비해왔으며, 오크 로드가 템빨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이미 오크 군단의 침략까지 각오하고 있었다.
대비책을 마련해놓을 시간이 충분했다는 뜻이다.
“아슬아슬하겠어.”
스파앙.
네메시스 왕이 손을 휘두르자 작은 충격파가 발생하면서 앵두나무의 가지를 때렸다.
허겁지겁 달려가 앵두를 거둬오는 시중의 머리를 토닥여준 네메시스 왕이 그것을 소매로 대충 닦아 입안에 넣었다.
“흐음.”
앵두의 맛과 향이 입안에 퍼지며 여운을 남긴다.
가우스 왕조 또한 누군가에게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생각해본 네메시스 왕이 곁에 선 재상에게 말했다.
“달콤하고 새큼하니 입맛을 돋우는구려. 백성들이 좋아하겠어.”
“다행입니다.”
귀족과 왕족에게 있어서 정원이란 권위의 상징이다.
최대한 크게, 그리고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 자신의 권력과 재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정원이었다.
하지만 네메시스 왕은 예외였다.
그의 정원은 크되 아름답지 않고 울창했다.
과실을 맺는 나무들만 잔뜩 심어두었으니 과수원을 보는 듯했다.
이를 본 제국의 대사관은 왕의 취향이 고상하지 못하다며 은근히 비웃기도 했었다.
하지만 가우스 왕국의 귀족들은 네메시스 왕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왕께서 과실을 여는 나무들을 심으신 이유는 백성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베풀고자 하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기에.
“슬슬 시작되었겠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는 늘 사이가 좋지 않은 법이다.
가우스 왕국과 에트날 왕국의 악연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졌으며 템빨국이 그 악연을 고스란히 계승했다.
가우스 왕국민들은 잊지 못한다.
3천 명의 젊은 병사가 무참히 살해당했던 ‘보르네오의 비극’을.
항복한 3천 병사를 학살한 라우엘이 템빨국의 재상이 된 시점부터 양국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던 것이다.
오래 전부터 예견 된 전쟁.
기필코 승리해야하는 전쟁의 승리 방책을, 가우스 왕국은 무려 6개나 준비해놓고 있었다.
***
“역시, 방심해선 안 된단 말이지.”
<탐지경>은 마법과 과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연금술의 총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연금술을 멀리하는 국가들조차 탐을 내는 발명품이라 할 수 있었다.
연금술 시설을 세울 돈으로 탐지경 하나를 구입하는 게 이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
하지만 탐지경은 제국에도 몇 개 없는 아이템이었다.
최소 고급 이상의 연금술시설에서나 제작할 수 있는 물품인데다가 제작 성공률도 극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제국은 정확히 23개의 탐지경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대부분을 전선의 사령관들에게 보급하고 있었다.
한데....
“저, 저. 성벽에 매달리는 꼴들을 좀 보라지.”
라인하르트 북쪽 관문.
외성벽 위 기둥에 모습을 감춘 채 침입자들을 지켜보는 이들은 템빨국의 병사였다.
지극히 평범한 병사.
한데 그들 중 몇 명이 탐지경을 소유하고 있었다.
제국에서도 보지 못할 황당한 광경이다.
“거북이보다 느리네.”
“한 걸음 이동할 때마다 숨을 죽이고 주변을 살피니 느릴 수밖에.”
“엄청 신중하구만. 저러니까 농부들의 시선을 피해 여기까지 도달한 거겠지.”
탐지경은 탐지 대상을 시각화할 수 있는 연금품 <다각의 수정>과 <마력 탐지> 마법, 그리고 천리경의 혼합품이다.
구조 자체는 천리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 비교적 간단했지만 주시자의 수정의 제작 성공률과 마법 부여 성공률이 매우 낮아 쉽게 생산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그리드 덕분에 레벨이 급격히 성장한 레이단의 연금술 시설은 무려 50개가 넘는 탐지경을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시설 레벨이 오를 때 일시적으로 연금 성공률이 상승하는데 연금소장이 그 타이밍을 노리고 탐지경을 일괄 생산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50개의 탐지경 중 대부분이 일차적으로 라인하르트 관문에 보급됐다.
고참 병사 일부가 탐지경을 갖고 있는 경위다.
이미 진즉부터 침입자들을 지켜보고 있던 그들은 숨죽인 채 때를 기다렸다.
침입자들이 성벽의 중간쯤에 올라 이도저도 못하는 형국이 됐을 때 성벽 위, 아래서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 일거에 소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병사들이 나설 차례는 없었다.
“어....?”
악취가 코끝을 스친다.
몇 달 전, 피아로 님께서 성벽 아래 깊숙이 매장하신 썩은 꽃이 풍기던 악취와 닮아있다.
시들다 못해 썩어버린 기괴한 꽃을 왜 굳이 성벽 아래에 매장하신 걸까?
병사들은 그 이유를 알지 못했었는데 이 순간 알게 됐다.
꿀렁. 꿀렁꿀렁.
죽어서 매장된 줄 알았던 꽃은 사실 살아있었다.
땅을 파헤치고 슬금슬금 나타난 다량의 덩굴이 은밀하게 움직여 침입자들의 발목을 일제히 휘감더니,
플라아아아아!!
비명과 같은 외침과 함께 기괴한 꽃잎이 땅을 꿰뚫고 등장했다.
다짜고짜 나타난 덩굴에 붙잡힌 침입자들은 물론이고 성벽 위 병사들까지 질리게 만드는 생김새였다.
“히익!!”
“괴, 괴물....!”
침입자들이 발광했다. 발목을 붙잡고 있는 덩굴을 어떻게든 베어내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저항이었다. 그들이 몇 번 움직이기도 전에 그들은 전원 라플레시아의 입속에 꿀꺽 삼켜졌다.
무려 수십 명의 인간을 한꺼번에 집어삼키자 연신 꿀렁이는 줄기의 모양새가 악마의 식도를 보는 듯하다.
온 몸에 소름이 끼치고 머리가 하얗게 탈색될 정도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마른 침을 삼키고 있는 병사들을 힐끔 바라 본 라플레시아가 입 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덩굴을 흔들었다.
마치 웃으며 인사하는 것 같았다.
이내 다시 땅속으로 사라지는 녀석을 보면서, 병사들은 중얼거렸다.
“우리는 대체 하는 일이 뭐냐....?”
***
‘지금쯤이면 발각됐겠군.’
북쪽 관문이 있는 방향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던 뷰랑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의 이동 방향은 남쪽.
병사들이 출동할 방향과 정 반대에 위치한 지점이었다.
‘어쌔신들이 병사들의 주의를 끄는 사이에 신속히 처리한다.’
뷰랑은 대악마 베리드가 멸망시킨 로테몬 왕국의 난민이다.
베리드를 토벌한 템빨왕 그리드가 난민을 대규모로 받아들였을 때 그 또한 템빨국의 국적을 취득했다.
그리고 지난 수개월 동안 라인하르트에 머물면서 평범한 사람들과 평범한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뷰랑의 일상은 오늘로써 끝이다.
이제 그는 ‘네메시스의 보검’, 혹은 ‘가우스제일검’이라고 불렸던 본래의 신분을 되찾고 최후의 임무를 수행해야했다.
‘길었다.’
뷰랑의 잠입 임무는 베리드가 로테몬 왕국으로 진격했을 때부터 설계된 것이다.
멸망을 코앞에 둔 로테몬 왕국은 혼란에 빠졌고 통제가 되질 않았다.
로테몬 왕국민이라는 신분을 금화 몇 닢으로 간단히 취득한 뷰랑은 왕국의 멸망을 조용히 기다렸고, 이어 자연스럽게 난민이라는 신분을 얻었다.
그래서 큰 의심 없이 템빨국의 국민이 될 수 있었다.
‘나의 위대한 왕이여.’
뚜벅. 뚜벅. 뚜벅.
평소와 어김없이 활기로 넘치는 대로를 묵묵히 걸으며, 네메시스 왕의 보검 뷰랑은 결의를 다졌다.
‘반드시 전하의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뷰랑의 시선이 저 멀리, 번화가 너머에 조성되어 있는 인공 숲으로 향했다.
숲 안엔 작은 저수지가 있다.
템빨왕비 아이린이 부모 없는 고아들을 모아 먹을 것을 나눠주고 동화책을 읽어주는 장소였다.
이날을 위해서 몇 달 동안 아이린의 경로를 관찰해온 뷰랑은 그녀가 존경 받아 마땅한 왕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이다.
반드시 그녀를 납치해 서쪽 관문에서 기다리고 있을 동료에게 전달해야한다.
결국 나는 죽게 되겠지만, 상관 없다.
내 가족과 조국, 그리고 왕을 위해서라면 나 하나의 목숨쯤 골백번도 더 바칠 수 있다.
바스락.
뷰랑이 숲에 발을 들이자 메마른 낙엽들이 바스러졌다.
그러자 곳곳에 잠복해 있던 기사들이 일제히 나타나 그를 포위했다.
“돌아가시오. 오늘 이곳은 출입이 금지.....”
기사들의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뷰랑의 쾌검이 그들이 말할 틈조차 주지 않은 것이다.
채챙-! 챙!!
“실력자다....! 모두 조심해라!”
뷰랑의 실력을 한 눈에 알아본 기사들이 이를 악 물고 맞서 싸웠다.
뷰랑은 그들을 순식간에 해치고 돌파할 계획이었으나....
‘왕비의 호위 기사들의 실력이 이 정도라고?’
피아로와 아스모펠에게 단련 받고 메르세데스를 귀감으로 삼아온 기사들의 실력은 뷰랑의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뷰랑이 몇 달 동안 관찰하며 엿본 실력보다 최소 2배 이상씩은 강했다. 기사들이 평소엔 실력을 감추고 있었다는 뜻이 됐다.
‘이럴 수가!’
뷰랑의 눈빛이 흔들렸다.
피아로, 메르세데스 등 템빨국을 대표하는 기사들도 아닌 평범한 호위에 불과한 기사들을 상대로 가우스 왕국의 최고 실력자 중 하나인 자신이 이런 난전을 펼치게 될 줄이야?
당황하는 그의 귓가로 문득 어린 아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무슨 소란인가요?”
“....!”
뷰랑의 시선이 등 뒤로 돌아갔다.
흑발 청안의 예쁘장한 소년이 보였다.
템빨왕자 로드다.
막 숲에 들어온 듯한 왕자의 곁에는 호위가 없었다. 늘 데리고 다니는 여자 친구 몇 명과 함께일 뿐.
“전하! 위험합니다!”
기사들이 다급히 외쳤을 때는 이미 뷰랑의 신형이 로드에게 쇄도하고 있었다.
‘하늘이 내려주신 기회다!’
로드 왕자는 다른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야할 시간이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평소와 달리 이곳에 나타났다.
그야말로 천운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던 뷰랑은 희망을 엿보며 왕자에게 검을 찔렀다.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인질은 살아있어야 비로소 가치가 되는 법이니까.
“감히 왕자님을!”
‘뭣이?’
뷰랑이 질색했다.
그가 로드에게 파고드는 틈에 로드의 곁에 서있던 여성들이 철퇴를 뽑아 들고 휘둘러왔는데 그 기세가 조금 전까지 상대했던 기사들의 검술보다 뛰어났던 까닭이다.
쩌어어어엉!!
저토록 가녀린 몸으로 이런 괴력을 발휘하다니?
로드에게 찌르던 검을 거둬 철퇴를 막아낸 뷰랑이 몇 걸음이나 뒤로 밀려난 후에야 간신히 멈춰 섰다.
‘평범한 여자들이 아닌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뷰랑이 이를 악 물었다.
뒤에는 기사들이, 앞에는 철퇴를 든 여성들이 버티고 서있었으니 그는 어느새 포위당해 있었다.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던 로드가 명령을 내렸다.
“죽이지 말고 생포하세요. 왕도에 얼마나 더 많은 간자들이 남아있는지 그를 통해서 조사해봐야겠어요.”
“핫! 나를 죽이지 않고 붙잡는 게 가능할 것 같소!!”
임무가 실패했음을 깨달은 뷰랑이 전력을 드러냈다.
기사들과 레베카의 딸 후보자들을 모두 긴장시킬 정도로 강력한 기세였다.
로드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고생하셨습니다, 사부.”
사부?
갑자기 뭐라는....
“...어?”
뷰랑의 시야가 기울어졌다.
그리고 뒤늦게 목에서 강렬한 통증을 느낀 그가 떨리는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숲의 어둠과 완전히 동화되는 새카만 피부의 사내가 그를 물끄러미 내려 보고 있었다.
그림자의 왕 카심이었다.
뷰랑의 그림자는 이미 진즉부터 그에게 제압당한 상태였다.
“이럴... 수가....”
털썩, 쓰러진 뷰랑이 깊은 절망에 빠졌다.
그는 직감하고 있었다.
나의 조국은, 이제 곧 멸망한다.
***
-4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국에서 태어났으면서 소국 왕 노릇이나 하는 저런 파렴치한을 따르고 싶을까? 자존심도 없나?
-보상에 눈이 돌아간 거겠지. 쯧, 정말 부끄러운 매국노들이다.
-하나의 중국은 쉽게 이루기 힘든 꿈이야. 중화에는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저런 쓰레기들이 천지에 널려있다고.
레이단에 집결한 40만 오크 대군의 모습에 중국인 시청자들이 공분했다.
그들은 중국의 자랑이 됐어야할 오크족 플레이어들이 도리어 그리드의 편에 서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공정하게 방송을 진행해야할 앵커들조차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금 이 광경을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한국의 작은 거인이 40만 중국인을 쥐락펴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인들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까요? 비웃겠죠. 네, 분명히 비웃을 겁니다. 세계의 중심에 있는 중화 민족이 고작 한 명의 한국인에게 좌지우지되고 있으니 얼마나 웃기겠습니까? 정말이지 수치심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실로 최악의 날입니다. 오늘의 사태는 유구한 중국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수치로 남을 것입니다.』
“.....”
중국이 발칵 뒤집어진 이때, 정작 레이단 현장은 고요했다.
그리드의 단 한 마디가 60만 병력을 침묵시키자 이를 보러 몰려왔던 수만 명의 구경꾼들 또한 덩달아 조용해진 것이다.
세계 각국의 방송사에서 보낸 수천 대의 카메라가 그 광경을 적나라하게 촬영하고 있었다.
중국이, 그리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리드는 우선 템빨국 병사들에게 말했다.
“템빨국을 지탱하는 기둥 피아로와 아스모펠이 군대의 선두에 설 것이며 메르세데스의 방패가 그대들을 지킬 것이다. 두려워 말고 용맹히 전진하여 적군을 섬멸해라.”
“충!!”
사막이 쩌렁쩌렁 울린다.
함성만으로 흙먼지가 휘몰아칠 지경이었다.
그리드의 시선이 오크군에게 돌아갔다.
“후회하지 않을 거다.”
한 마디로 족했다.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이해한 오크족 플레이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심란한 마음을 다잡았다.
스윽.
역대 최대 규모의 전쟁을 코앞에 뒀다고는 믿기지 않게도 간단히 연설을 마친 그리드가 사막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멋대로 국경을 넘어 사막에 진입한 수만 명의 가우스 왕국군이 사막 중앙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가우스 왕국이 만만치 않다는 증거다.
가우스 왕국의 수뇌부는 검은 피부를 지닌 어스름족 오크가 더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우스 왕국은 이곳에 병력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사막을 전쟁의 무대로 만들어 오크의 저력을 최대한 억제할 의도일 테지.
적의 원군이 도착하기 전에 사막을 돌파하는 것이 이번 전쟁의 관건이다.
콰앙-!
그리드가 사막을 박차고 도약했다.
전광으로 청룡의 기운을 몸에 씌워 비행 상태에 돌입한 그가 흑화와 신속한 몸놀림을 전개, 이동 속도를 극대화시켰다.
쿠와아아아아아앙!!
그리드가 지나가는 경로를 따라서 발생하는 모래폭풍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모습이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용과 같았다.
“신격. 아이템 합체.”
적군의 일렬을 시야에 담은 그리드가 두 자루 검을 하나로 합친다.
가우스 왕국군의 시야에 그리드는 아직도 점처럼 작게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스파앗-!
그리드는 가우스 왕국군의 코앞에 서게 됐다.
공간이라는 개념은 그를 구속하지 못했다.
『순보?』
“십만대군.”
그리드의 허리가 크게 꺾였다.
“학살검.”
스파앗-!
단 한 번의 참격이 전장을 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