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031화 (1,021/1,794)

템빨 54권 - 8화

콰르르르르릉!!

“....!”

요란하게 등장하는 드래곤이 그리드를 긴장시켰다.

물결치는 비늘과 형형하게 빛나는 안광, 압도적인 크기.

국대전에서 보았던 드래곤의 실물을 꼭 닮은 그것을, 그리드는 잠시나마 진짜 드래곤으로 착각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이건 마법이다.

[<미완의 용>이 뱉는 차가운 숨결이 일대의 모든 해로운 기운을 동결시킵니다.]

[<미완의 용>이 뱉는 차가운 숨결이 당신의 검에 스며듭니다.]

치링! 치리리리리링!!

날카로운 얼음결정이 벚꽃처럼 피어난다.

[<+4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에 일시적으로 <브라함식 프로즌 템페스트>가 귀속됩니다. 당신의 다음 공격이 세계를 얼리고 대상을 파멸로 인도할 것입니다.]

[단, 다음 공격 시 현재 보유 중인 마나 전부를 소모하게 됩니다.]

콰자자자자자자작-!

브라함이 마력으로 빚어낸 드래곤의 대가리.

그리드를 태운 채 펜릴에게 쇄도하며, 전장의 곳곳에 옮겨 붙은 꺼지지 않는 불꽃을 얼려가던 그것이 점차 빠르게 녹아내릴수록 그리드의 검은 도리어 더 강하게 얼어붙었다.

[<+4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이 급격한 냉각 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1,290의 내구력을 잃었습니다.]

[급격히 떨어지는 체온이 당신의 신체와 정신에 이상을 일으킵니다.]

[저항하였습니다.]

[<+3무한한 애정의 발할라>가 당신의 체온 유지를 돕습니다.]

콰르르르르르릉!

급기야 그리드와 펜릴의 거리가 좁혀졌다.

어느새 완전히 녹은 빙결의 드래곤이 형체를 잃자 해일이 되었다.

<섬화>를 사용하여 펜릴의 시야를 상실시키는 빛의 정령이 남기는 궤적이 해일 위로 무지개를 만들었다.

콰앙-!

한 순간 장님이 된 펜릴의 주먹과 발차기가 그리드에게 적중 못하고 허공을 스친다.

“초연살극(超聯殺極).”

마지막 남은 얼음 조각을 박차고 도약한 그리드가 높게 뻗은 천장을 등진 채 검무를 완성시켰다.

[<+4 깨달음을 주는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뇌전 검>에 <브라함식 강화 인챈트 웨폰>효과가 적용 됩니다.]

투쾅-!

십만대군 학살검이 즉발의 회심기라면 초연살극은 약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한 일격필살기다.

적중률과 피해 범위 등을 고려했을 때 십만대군 학살검이 최강의 스킬인 건 맞지만, 단지 위력만 놓고 본다면 초연살극이야말로 일등이었다.

투쾅! 투쾅! 투콰콰콰쾅!!

대상의 방어력을 65퍼센트 무시하고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 3,700퍼센트의 피해를 입히는 살(殺)의 검기가 1초 동안 7회 발사됐다.

그리고 즉시 단점이 드러났다.

아무리 빨리 쏘아져봤자 십만대군 학살검과 달리 즉발기가 아니라는 점.

그리드가 일련의 준비과정을 거친 후 검기를 날리는 동안 시야를 회복한 펜릴이 빠르게 대처했다.

신체능력 면에서 그리드를 초월하고 있는 펜릴 입장에서 멀리서 날아오는 검기의 세례 따위 피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콰쾅!

역시나.

첫 번째 검기가 펜릴에게 적중하지 못하고 스쳐 지면에 처박혔다.

살짝 몸을 비트는 것으로 첫 번째 검기를 회피한 펜릴은 이어서 고개를 우측으로 꺾어 두 번째 검기를 피한 후 그대로 돌진해서 3개의 검기를 동시에 돌파했다.

모든 검기가 브라함식 강화 디텍트 포스로 ‘유도’ 옵션을 지니고 있었지만 펜릴의 속도를 감당하기엔 벅찼던 것이다. 디텍트 포스를 감지한 펜릴이 일부러 아슬아슬한 순간에 검기를 회피하자 한정적인 공간에서 검기는 애꿎은 대상을 때리고 소멸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펜릴이 지닌 ‘투쟁’의 성격이었다.

펜릴의 투쟁심이 검기의 속도를 이기고자 하니 펜릴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호락호락 당해줄 것 같으냐!’

펜릴이 몸을 띄웠다.

그는 각기 다른 궤도에서 날아오는 마지막 2개의 검기마저 돌파한 후 그리드에게 반격을 날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멈추는 수밖에 없었다.

쩌적-!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적!!

지면, 벽면, 천장.

방 곳곳에 처박혔던 초연살극의 검기들이 냉기의 폭풍우를 일으킨 탓이다.

일대의 모든 것이 얼어갔으며 펜릴 또한 그 모든 것에 포함됐다.

검성 크라우젤의 우주 검이 세계를 양단했다면,

[전설적인 대마법이 발현되었습니다.]

[극의에 오른 마법이 세계를 동결시킵니다!]

브라함의 마법은 세계에 빙하기를 도래시켰다.

우주 검의 후폭풍을 대지의 신 가리온이 감당했다면,

[빛의 여신 레베카가 권능을 발휘합니다. 얼어붙었던 모든 만물이 거짓말처럼 수복됩니다.]

브라함의 마법은 빛의 여신이 직접 나서서 감당했다.

“아....!”

차원이 다른 스킬 이팩트.

대륙 곳곳에 흩어진 채 사냥 중이던, 혹은 생활 중이던 모든 플레이어와 NPC, 그리고 몬스터들이 잠시 얼어붙었다가 다시 움직이는 신체를 느끼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선에 선다.

“브라함....!”

태양의 탑.

몸에 남은 한기를 느낀 마법왕 골드히트가 전율하였고,

“이것이 마법의 극의....”

키리누스의 오두막.

검성 크라우젤의 시선이 템빨국이 있는 북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십만대군.”

상체를 기울이며 펜릴의 코앞에 선 그리드는 크게 허리를 비틀고 있었다.

포로즌 템페스트를 사용한 당사자인 그는 얼어붙은 세계 속에서도 움직일 수 있던 몇 안 되는 존재 중 하나.

막 빙결에서 풀려난 펜릴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리드가 그의 앞에 서있었다.

“노옴....!”

사색이 된 펜릴이 황급히 팔을 휘둘러보았지만 무의미했다.

팔이 움직이질 않았다.

아직 남아있던 2개의 검기에 동결 된 상태로 난도질당한 후폭풍이다.

[크리티컬!!]

[칭호 <한 방에 한 놈!> 효과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30퍼센트 추가됩니다!!]

[대상에게 4,950,871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프로즌 템페스트>의 효과로 대상의 신체가 완전히 동결되었습니다! 대상의 신체 기능이 정지하며 저항력과 방어력을 상실합니다. 치유 불가의 저주에 걸립니다.]

[크리티컬!!]

[칭호 <한 방에 한 놈!> 효과로 크리티컬 데미지가 30퍼센트 추가됩니다!!]

[대상에게 26,200,9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끄륵....!”

펜릴이 기괴한 비명을 토했다.

프로즌 템페스트가 깃든 검기에 연속으로 적중당한 대가로 내부에서부터 얼어붙은 신체 탓에 그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허리를 펼치는 그리드의 검이 반월을 그리고 있었다.

“봉쇄검.”

서걱-!

“....!”

압도적인 저항력과 경이로운 회복력이야말로 뱀파이어의 원초적인 힘이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 불꽃에 이어서 프로즌 템페스트까지 적중당한 펜릴은 전투 내내 회복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급기야 저항력마저 잃게 되었다.

그나마 모든 마력을 집중시켜 얼어붙은 장기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저항력을 복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십만대군 봉쇄검을 고스란히 얻어맞은 탓에 모든 스킬과 마법의 사용이 차단되고 말았다.

완전히 무력화된 그를,

콰쾅!

쿠콰콰콰콰콰쾅!!

그리드의 기사들과 펫들, 그리고 템빨단원들이 일제히 공격했다.

펜릴의 생명력이 급격히 소모되기 시작했다.

꿀꺽.

잠시 한 발 물러나 마나 물약을 복용한 그리드가 뒤를 돌아보았다.

꺼지지 않는 불꽃, 마력 장막, 미완룡 소환의 연계로 마나가 완전히 바닥난 브라함이 마나 드레인으로 회복 중이었다.

그리드와 눈이 마주친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너치곤 잘했다.”

“극찬이군요.”

“....흥.”

브라함은 부정하지 않았다.

꺼지지 않는 불꽃과 프로즌 템페스트는 펜릴을 쓰러뜨리기 위해서 반드시 필수로 사용해야하는 마법들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부하들을 지키려는 그리드를 돕고자 프로즌 템페스트의 캐스팅을 취소하고 마력 장막을 펼쳐야했던 브라함은 승기를 놓쳤음을 직감했다.

프로즌 템페스트를 재차 사용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에 휘둘려서 그리드를 도운 탓에 일을 망친 스스로를 탓하며, 그는 마지막 도박을 걸었다.

일종의 보조 에너지 개념인 미완룡에 프로즌 템페스트의 술식을 각인시킨 후 이를 그리드에게 맡긴 것이다.

만약 그리드와 그리드의 무기가 프로즌 템페스트의 냉기를 견디지 못했다면, 그리고 그리드가 용단의 섭취를 통해서 마나를 크게 늘리지 못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 도박이었다.

“마무리를.... 지어라.”

온전치 못한 상태로 고위 마법들을 연속으로 사용한 대가는 컸다.

마나핵에 큰 무리가 온 브라함은 사실 당장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혹 그리드가 걱정할까 염려한 그는 끝까지 표정을 관리하며 목구멍까지 솟구치는 핏물을 간신히 삼키고 말했다.

콰쾅!

봉쇄 상태에서 회복 된 펜릴의 기세가 다시 오르고 있었다.

혈마법을 폭발시켜서 피아로와 메르세데스, 그리고 테루찬을 떨쳐낸 그가 대단위 흡혈 마법 <부활의 수혈>을 전개했다.

그것은 엘핀스톤이 자랑했던 <극한의 수혈>의 완벽한 상위호환 격에 해당하는 마법이었다.

시야에 보이는 모든 대상의 생명력을 빼앗아 흡수, 생명력을 100퍼센트 회복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브라함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그리드의 저력을 알고 있었기에.

“암흑의 룬 개방. 벨리알의 힘, 조롱하고 유린하는 여왕.”

스르륵-

그리드가 2명으로 나뉘었다.

서로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는 그들의 시야가 다각도에서 펜릴을 관찰했다.

콰르르르르륵!!

포효하는 펜릴로부터 피처럼 붉은 마력이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앞서 폭발하며 무작위로 비산했던 꺼지지 않는 불꽃은 어둠과 완전히 동화되는 칠흑의 색이었던 것과 상반되게 색감이 화려했다.

그리드가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화회(花回).”

“화회(花回).”

고작 2개 육체의 시야를 지배하고 의식을 넘나드는 수준의 컨트롤은 지금의 그리드에겐 손쉬운 일이다.

본체에서 검무를 펼친 후 분신으로 이동해 연속으로 검무를 펼치는 그로 인해 허공에 푸른 꽃잎들이 나부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부활의 수혈이 만들어낸 수십 개의 경로를 모조리 차단하고 펜릴에게 역으로 되돌려버렸다.

“큭....! 이노옴!!”

침입자들의 생명력을 빼앗아왔어야 할 마력들이 무의미하게 되돌아오는 광경에 치를 떤 펜릴의 시선이 그리드에게 고정됐다.

여태까지 모든 레이드에서 드러났듯이, 보스 몬스터의 어그로는 결국 그리드에게 향하게 되어있는 것이다.

“죽여 버리겠다!”

여태까지 펜릴은 소극적이었다.

그리드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광역 공격으로 반격하는 식으로 침입자들을 조금씩 소모시키려고 시도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직업 효과로 아이템 지배 효과를 저항하고, 청룡의 부츠 템빨로 공격을 무력화시킨 그리드를 보고 착각해서 그리드를 혈왕이라고 오해한 까닭이다.

승산을 장담할 수 없는 그리드에게 체력을 소모하느니 그의 부하들을 우선 처치하는 것이 펜릴 입장에선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바뀌었다.

펜릴은 현명함을 버리고 본능에 몸을 맡겼다.

혈왕이고 나발이고 간에, 펜릴은 저 얄미운 인간 놈을 당장 때려 죽여야 직성이 풀릴 것만 같았다.

“쿠륵! 못 간다!”

마력의 안배 없이 광역 혈마법을 연속 전개, 루비의 가호가 무색하게도 템빨단원들을 잿빛으로 산화시키는데 성공한 펜릴이 그대로 그리드에게 몸을 날리자 테루찬이 앞길을 가로막았다.

그리드처럼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테루찬의 모든 스탯은 전투 초반과 달리 대폭 상승해 있었으니 공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펜릴은 위축되지 않고 투쟁심을 발휘해서 테루찬에게 똑같이 힘으로 맞섰다.

쩌어어엉!!

“....!”

테루찬이 힘 싸움에서 밀렸다.

투쟁의 권능이 테루찬에게 지지 않는 근력을 펜릴에게 선사한 결과였다.

쿠당탕탕!!

펜릴의 발차기와 충돌한 실패작과 통째로 날아가 버린 테루찬이 피를 토하며 벽에 처박혔고,

“냥!”

“얍!”

딱딱! 딱!!

노에와 랜디, 그리고 템빨골들의 협공은 펜릴을 저지하지 못했다.

녀석들을 한 주먹에 날려버린 펜릴이 싱클레드의 살기투법을 더 큰 살기로 상쇄시켰으며 아멜다 일행의 공세는 육체를 박쥐로 변화시켜서 가뿐히 피해냈다.

“놈을 막아라!!”

놀이 화검을 일으킨 아스모펠, 근육을 부풀린 쥬드와 함께 진형을 짜서 박쥐화한 펜릴의 허를 찔렀다. 직계 뱀파이어답게 박쥐의 본체를 정확히 포착해서 암습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박쥐로 나뉜 몸을 완전히 기체화시켜버린 펜릴은 그들의 공격마저 무력화시켰다.

이제 그의 앞길을 막아서는 건 메르세데스와 피아로 둘뿐이었다.

“불쾌한 놈....!”

메르세데스의 빛나는 눈동자 앞에선 기체화도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펜릴이 기체화를 해제했다.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온 그의 수도가 메르세데스의 방패의 틈새를 파고들었다.

무의미해 보였다.

기술면에선 메르세데스의 상대가 되지 못했던 펜릴이었으니까.

하지만.

“....!”

투쟁의 권능을 발휘한 펜릴은 메르세데스에게 기술로서 이기겠노라 마음먹었고 잠시나마 메르세데스를 압도할 수 있었다.

일부러 빈틈을 드러내 공격을 유도한 메르세데스가 시야의 사각으로 휘둘러오는 검을 예상했다는 듯이 피하더니 메르세데스의 방패를 붙잡아 힘과 지배의 권능으로 빼앗아버렸다.

빠각-!

펜릴의 무릎이 메르세데스의 안면에 꽂히자 혜안이 일시적으로 해제됐다.

그 틈에 다시 기체화한 펜릴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절구가 표적을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피아로는 만만치 않았다.

밭 갈기를 시전해서 땅 전체를 엎어버리자 펜릴은 다시 허공으로 튀어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의 미간에 호미가 꽂혔다.

메르세데스에게 빼앗았던 방패로 호미를 간신히 막아낸 펜릴이 눈살을 찌푸리며 심상세계를 구현했다.

“지배의 영역.”

“....!”

피아로의 의식이 날아갔다. 전혀 다른 공간에 떨어진 그의 의식은 펜릴의 심상과 겨루게 되었다.

“무슨....”

브라함의 부재가 크게 작용했다.

브라함을 의식할 필요가 없게 된 펜릴은 막말로 폭주기관차였고 템빨단의 방위선은 순식간에 돌파당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리드 앞에 도달한 펜릴은 여태까지의 펜릴과 전혀 달랐다.

테루찬을 이기는 힘, 쥬드를 이기는 의지, 싱클레드를 이기는 살기, 놀과 티라멧을 이기는 혈기, 메르세데스를 이기는 기술을 갖춘 상태로 그리드를 대면했다.

“너무 설쳤다, 인간.”

퍼어엉-!

공간을 압축시키며 날아간 펜릴의 주먹이 그리드의 안면에 꽂혔다.

일격필살의 위력을 간직한 공격이었다.

이를, 그리드는 피하지 않았다.

“짐은 너의 안락을 허락하지 않았다.”

순순히 맞아주며 함께 공격했다.

[39,5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상에게 29,3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42,93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대상에게 31,66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뭣...!”

기껏 축적시킨 투쟁의 권능이 갑자기 사라지자 경악하는 펜릴.

그는 위험을 감지했으나 이제 물러날 곳이 없었다.

이를 악 물고 필사적으로 그리드와 공방을 교환했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전설은 쉽게 죽지 않습니다....!]

[대상에게 29,670의 피해를 입혔....]

최초의 왕 등 온갖 생존 관련 칭호나 스킬을 순식간에 소모하고 급기야 불사 상태에 돌입한 그리드.

그가 주시하는 부분은 단 하나였다.

바로 펜릴의 현재 생명력 상태다.

연달아 큰 피해를 입고 부활의 수혈에 실패한 펜릴은 기사들의 방위선까지 돌파하느라 생명력이 바닥을 기는 상태였다.

“같이 죽자.”

“이런 미친놈이....!”

펜릴이 사색이 되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그조차도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또라이를 상대로는 한 수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기세에서 밀린 것이다.

그가 잠시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난 것이 패착이 되었다.

검무를 펼친 여력이 생긴 그리드가 연살화극(聯殺花極)을 전개하였고 펜릴의 눈이 뒤집혔다.

그리드를 보좌하던 갓 핸드들이 마족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성스러운 무기, <리파엘의 창>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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