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1021화 (1,011/1,794)

“무상농법 제8장, 도정.”

퍼펑-!

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피아로가 터뜨려버리자 테루찬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었다.

쿵-!

테루찬의 거구가 새로운 싹을 틔우기 시작한 논밭에 맥없이 고꾸라졌다.

그리드는 싸움이 길어질수록 강해지며 트롤 같은 재생력마저 자랑하는 테루찬이 금방 다시 일어날 거라고 보았지만, 의외로 테루찬은 쓰러진 채 꼼짝도 못했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서서히 피부가 검게 죽어가고 있었다.

농약을 들이마신 여파였다.

“세희야!”

깜짝 놀란 그리드가 다급히 외치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성녀 루비가 달려왔다.

‘독성이 엄청 강해....!’

루비가 깜짝 놀랐다.

보통의 독은 정화 마법에 즉시 해독되는 반면, 테루찬을 중독시킨 농약은 쉽게 해독되지 않았던 까닭이다. 정화를 몇 번이나 연속으로 사용해야 간신히 해독할 수 있었다.

정말 굉장한 독성이었다.

그리드와 기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피아로가 안타깝게 중얼거렸다.

“끝까지 유기농 농사를 고집하고 싶었으나.... 한계가 있더군요. 하지만 이 또한 농부의 길이라고 믿습니다.”

“.....”

이후.

서열 다툼에 처음부터 의욕이 없었던 아멜다 일행이 빠르게 기권을 선언했다.

호전적인 성격답게 이번에야말로 피아로를 꺾어보겠다던 싱클레드 또한 농약은 사양한다며 백기를 들었다.

메르세데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혜안의 주인답게 자신의 실력이 아직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피아로와 브라함에게 도전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기권했다.

이미 브라함에게 패배했던 아스모펠과 놀 또한 미래를 기약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브라함, 피아로, 쥬드 세 사람뿐이었다.

“쉴 시간을 마련해주지.”

피아로에게 의미심장하게 말한 브라함.

럭스의 모습으로 분하고 있는 그가 쥬드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쥬드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환술을 펼쳤다.

환술은 상대의 지적능력이 떨어질수록 더 큰 효력을 발휘하므로, 브라함은 쥬드가 최소 1시간 이상 헛것을 보다가 제풀에 지쳐 쓰러질 거라고 장담했다.

“흥.”

넋 나간 표정으로 서있는 쥬드의 모습을 확인한 브라함이 태연하게 등을 돌렸다. 피아로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자신 역시 마나를 최대한 모아놓을 계획이었다.

한데 그 순간.

뻐엉-!

쥬드의 바위 같은 주먹이 브라함의 등짝을 힘껏 때렸다.

“큭.... 뭣이?”

브라함의 두 눈이 찢어져라 커졌다.

떨리는 시선으로 뒤를 돌아본 그는 여전히 넋 나간 표정의 쥬드를 목격할 수 있었다.

“쥬드. 첫 번째. 기사.”

‘뭐 이런 놈이?’

미지.

천하의 지공(智公)이 여태껏 체험해보지 못한 미지와 조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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