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3권 - 20화
『Satisfy 오픈 이래 최고로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CNV는 235개국 4억 가구에 전파를 보내는 세계 최고의 뉴스 브랜드이다.
24시간 뉴스 채널의 선두 주자답게 트렌드를 읽는 능력이 탁월하여 Satisfy 전문 프로그램을 앞장서서 개설했고, 한국의 OGC 방송국과 함께 시장을 선점했다.
『무려 드래곤 하트입니다, 드래곤 하트!』
Satisfy 월드.
CNV의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자리매김한 Satisfy 토론 프로그램이다.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당일 Satisfy에서 발생한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을 중점 해부하는 프로그램인데,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매너리즘에 빠져서 시청률 추이가 정체된 상태였다.
Satisfy 월드를 CNV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는 안데르센 PD의 포부는 요원하기만 했다.
한데 오늘 제대로 운이 터졌다.
『그리드가 그 무시무시한 괴물의 심장을 집어삼켰다고요!』
금일 Satisfy 월드의 토론 주제는 ‘알 수 없는 누군가’ 즉, 그리드의 세 번째 서사시.
‘그가 용의 심장을 삼켰다’는 문장이 전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킨 만큼 Satisfy 월드의 시청률은 역대 최고를 찍었다.
하필 방송 시작 직전에 그리드의 서사시가 써내려진 덕분이었다.
지금 이 방송은 실시간 속보나 다름이 없었다.
‘이 행운을 제대로 잡아야한다.’
안데르센 PD가 패널들에게 계속 신호를 보냈다.
자극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신호였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패널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흐음.... 글쎄요. 은유적인 표현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요? 여러분도 익히 아시다시피 Satisfy 세계관에서 드래곤은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3차 국대전에 출현했던 악룡이 그리드와 크라우젤을 압살하는 장면을 우리 모두가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그리드와 템빨단이 불과 2년 만에 드래곤을 레이드하고 그 심장을 취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맞습니다. 아직 대악마도 다 토벌 못했는데 무슨 벌써 드래곤입니까? 그리드가 집어삼켰다는 용의 심장이 진짜 드래곤 하트이거나 그와 관련 된 아이템일 가능성은 한없이 제로에 가깝습니다.』
『으음....』
침묵하는 패널이 굉장히 많았다.
그리드와 관련 된 사건에서 함부로 입을 뗐다간 전문가가 아니라 X문가 소리를 들을 여지가 컸기 때문이다.
패널들의 소극적인 태도가 안데르센 PD를 애타게 만들었다.
‘개소리라도 좋으니까 계속 떠들으란 말이야! 국장님도 지켜보고 계신다고!’
방송계에서 그리드는 흥행 보증 수표로 취급 받는다.
그가 직접 방송에 출현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그의 이름만 떠들어대도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얼마 전 어떤 연예프로그램은 그리드의 그간 행적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그리드가 싫어하는 과일이 뭔지를 밝혀냈는데, 그딴 3류 가십방송이 동시간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싫어하는 음식도 아니고 과일....’
미지근한 수박과 차가운 복숭아.
그리드가 싫어하는 과일들이 밝혀지자마자 SNS가 뜨겁게 불타오르며 온갖 현상이 발생했다. 3류 가십방송의 SNS계정 팔로워는 하루아침에 100배나 늘어났다.
그 황당한 사태를 지켜본 안데르센 PD는 결론을 내렸다.
답은 그리드다.
무조건 그리드다.
그리드라는 물이 들어왔을 때 죽어라 노를 저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오늘이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드 관련 이슈 중에서도 압도적인 화제성을 불러일으켜온 서사시 시리즈.
안데르센 PD는 몇 달 만에 찾아온 서사시 찬스를 허무하게 날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패널 중 상당수가 침묵하는 꼴을 보니 노 젓기 힘들 듯했다.
-그래서 드래곤 하트라는 거야, 뭐야?
안데르센 PD의 근심이 커지고, 채팅창에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폭주할 무렵이었다.
『꼭 드래곤을 사냥해야만 드래곤 하트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죠.』
패널 중에서 인기가 가장 많은 게임전문가 쥴라탄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다른 패널들이 떠드는 동안 묵묵히 생각해보던 그가 나름의 분석을 끝낸 것이다.
『우선 드래곤에 대해서 면밀히 고찰해봅시다. 이미 많은 고서를 통해서 드러난 사실은 ‘드래곤이 신에 버금가는 존재’라는 것인데 과연 사실일까요? 드래곤이 전지전능한가를 논하자면 아무도 섣불리 대답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안 그렇습니까? 우리는 이미 광룡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드래곤의 불완전성을 목격해왔으니까요.』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광룡 네바르탄은 말 그대로 미친 용이었다. 광기에 사로잡혀서 이지를 완전히 상실했다.
드래곤 또한 병이나 저주를 피할 수 없다는 증거다.
『애초에 드래곤은 신에 버금가는 존재이지 신 그 자체가 아닙니다. 또한 성정이 포악해서 서로 간의 세력 다툼으로 쇠약해지거나 죽을 가능성이 있고 자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죠. 대륙 어딘가에는 드래곤의 시체가 잠들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것이 설령 죽은 용의 심장일지라도 그리드가 삼킨 용의 심장은 드래곤 하트가 맞을 거라는 말씀이군요?』
『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죠. 서사시가 용의 심장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물론 온전한 드래곤 하트는 아닐 겁니다. 드래곤 하트의 힘이 일부나마 깃든 영약을 섭취했을 거라고 보는 편이 타당하겠죠.』
『근거는요?』
『S.A그룹은 게임 밸런스를 굉장히 의식하고 있습니다. 3차 전직 이후부터 노말 클래스 전직자들이 히든 클래스 전직자들을 가파르게 뒤쫓고 있으며 4차 전직부터는 그 격차가 현격히 줄어들 거라는 암시가 곳곳에 퍼져있음이 대표적인 증거죠. S.A그룹이 벌써부터 드래곤 하트를 게임 내에 풀어서 누군가 압도적으로 치고나가는 상황이 발생하도록 의도할 리 없습니다.』
『말인 즉, 그리드가 드래곤 하트를 섭취한 것은 맞지만 그것은 불완전한 것이며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네, 엘릭서와 비교하면 최소 몇 배에서 최대 10배쯤의 효과를 발휘하는 수준의 영약 정도로 추측함이 옳겠군요.』
『엘릭서의 10배 효과면 10레벨 업 수준의 효과인데요? 390레벨부턴 레벨 업이 사실상 힘들다는데 10레벨 업 효과의 영약이라...? 그거 완전히 밸런스 파괴 아이템 아닙니까?』
『글쎄요. 대부분의 상위랭커가 엘릭서 구매에 혈안이 되어 있는 실정이고 실제로 다양한 루트에서 엘릭서 거래가 성사되고 있는데 고작 그 정도로 밸런스 붕괴를 논하는 건 새삼스럽군요.』
“너무 무난한 거 같은데....”
안데르센 PD 곁에서 방송을 지켜보던 국장의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패널들이 조금 더 자극적으로 떠들어야 시청률이 크게 오를 텐데 너무 냉정하게 분석하는 바람에 기대만큼의 흥미가 안 생겼다. 그리드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데 실제 결과는 그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이미 시청률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시청률이 높아?”
“그리드가 싫어하는 과일이 미지근한 수박이라고만 지껄여도 시청률이 견인되는 세상입니다. 서사시 관련은 당연히 그보다 높을 수밖에 없죠. 도리어 다른 방송국들은 너무 호들갑을 떨고 있어서 차분한 진행이 높이 평가 받는 것도 있는 것 같고.... 뭐? 그게 사실이야?”
국장에게 설명하던 안데르센 PD가 화들짝 놀랐다.
스탭 한 명이 달려와서 전해온 소식 때문이었다.
“전설의 대마법사가 부활했다고?”
동시에 소식을 전달 받은 패널들이 죄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있었다.
『전설의 대마법사가 부활했다고요? 전설의 대마법사의 후예가 등장한 게 아니라?』
『초유의 사태....!』
『이거야말로 Satisfy 오픈 이래 최고로 충격적인 뉴스군요!!』
『동의합니다. 그리드가 처음 등장해서 야탄의 종을 때려잡았을 때와 비견되는 충격이군요. 도대체 어떤 경위로 전설의 대마법사가 부활한 걸까요?』
『브라함은 전대 전설 중에서도 5순위에 드는 강자로 추정되는 인물인데....』
여태껏 Satisfy에서 발생했던 큰 이슈들은 대부분 그리드와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예외였다.
그리드와 전혀 접점이 없는 이슈이니만큼 더욱 충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안데르센 PD에게 국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오늘 특집으로 방송 시간을 2시간 늘리도록 하게.”
“괜찮겠습니까?”
“사장님께서 지시하신 사항이야. 그리드의 서사시와 전설의 대마법사의 부활.... 오늘 다룰 이야기가 원체 많지 않나? 어디 한 번 마음껏 날뛰어 보게.”
“맡겨주십시오!!”
원래라면 특집 편성이 아니라 긴급 뉴스에 밀렸어야할 상황이다.
하지만 마침 그리드의 서사시를 주제로 방송을 다루고 있던 덕분에 상황이 역전 됐다.
실제로 대부분의 다른 방송국들은 긴급 뉴스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CNV만 Satisfy 월드의 방송을 강행했다.
안데르센 PD는 정말로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그리드 만세!!’
한국과 멀리 떨어진 뉴욕에서 또 한 명의 그리드 추종자가 탄생했다.
***
“브라함...!”
미련한 놈이었다.
모든 혈족이 저주에 몸을 맡긴 채 잠들어 있을 때에도, 녀석만큼은 손등에 말뚝을 꽂아가며 수마에 저항했다.
1초라도 더 생각해야한다며.
하나의 글자라도 더 읽어야한다며.
어차피 금방 다시 잠 들기를 반복할 거면서, 놈은 미련하게도 몸에 상처를 늘려갔다.
“네가 어떻게....!”
어리석은 놈이었다.
지극히 짧은 하루를 살아감에 있어서 충분하고도 남을 위대한 힘을 타고났음에도, 녀석만큼은 만족하지 않고 더 큰 힘을 탐구했다.
저주마저 부셔버릴 정도로 강해지겠다며.
좁은 관에 갇혀 계신 어머니를 해방시켜드리겠다며.
결코 이뤄지지 않을 헛된 꿈을, 놈은 자그마치 수백 년 동안 유영했다.
“네가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그리드의 소환에 응해 템빨성으로 날아온 놀.
브라함과 마주친 그가 현실을 의심했다.
어머니께 물려받은 탐구욕에 지배당해 급기야 혈족마저 해치는 금기를 저지른 역적.
끝내 어머니께 버림받고 마리로즈에게 영생을 잃어 추방당한 놈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
한데 수백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큭....!”
브라함과 눈이 마주치자 흠칫 놀란 놀이 시선을 떨어뜨렸다.
깊은 혐오와 동정.
혈족을 바라보는 놈의 눈빛에 깃든 감정들은 무척 불쾌한 것이었으니까.
한데.
“저주를 극복했군.”
“....?”
부활한 브라함의 눈빛은 예전과 바뀌어 있었다.
혐오와 동정 따위 없었고, 그저 무심했다.
이젠 너 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그리드가 쌓아올린 혈왕의 자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자극 받은 덕분이겠지. 흥, 운이 좋은 녀석이군.”
“.....”
“그래도 오랜만에 형제끼리 재회하는 건데 너무 냉담한 거 아닙니까?”
그리드가 사늘하게 식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애썼다.
예전 같았으면 별 효과가 없었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형제는 무슨....”
“불쾌하군.”
브라함과 놀 모두 투덜거리면서도 더 이상 분위기를 악화시키지 않았다.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그리드의 뜻을 거스르기엔 그들이 그리드에게 품고 있는 호감이 너무 컸다.
상황이 진정되자 그리드가 기사들의 면면을 차분히 살폈다.
피아로, 메르세데스, 아스모펠, 쥬드, 놀, 테루찬, 싱클레드, 아멜다, 켄트릭, 단테, 그리고 브라함....
본래 십공신이 앉아있어야 할 원탁에 둘러앉은 그들은 각기 다른 표정으로 서로를 관찰하고 있었다. 서로의 역량을 가늠하며 감탄하거나 흥미를 품는 눈치였다.
단 한 명, 쥬드만 제외하고.
멍하니 천장을 올려보고 있는 그는 아무 생각 없는 듯했다.
‘그래도 매일 열심히 수련했나보군.’
크게 오른 쥬드의 레벨을 확인하고 흐뭇하게 웃은 그리드가 선언했다.
“우리는 펜릴의 도시를 습격한다.”
“펜릴? 펜릴을 치겠다고?”
놀이 경기를 일으켰다.
“자살 행위야! 놈은 어머님의 권능을 2개나 물려받았다고!”
아스모펠이 의아하다는 듯이 반응했다.
“그래봤자 대악마보다는 약한 거 아닌가?”
“....!”
싱클레드와 아멜다 일행처럼 비교적 늦게 템빨국에 합류한 기사들이 황당해했다.
홀로 세계를 파멸시킬 수 있다는 대악마를 아스모펠이 너무 대수롭지 않은 말투로 언급했기 때문이다.
물론 템빨국이 벌써 2마리의 대악마를 소멸시켰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결코 쉽지 않은 싸움들이라 했었다.
놀이 콧방귀 뀌었다.
“어머니께서는 3등위 대악마셨다.”
“....!”
“10등위 바깥의 대악마가 모조리 몰려와도 감히 어머니를 해할 순 없었다. 펜릴은 그런 어머니의 권능을 무려 2개나 물려받은 거다.”
놀이 그리드를 똑바로 바라보고 말했다.
“인계에 소환된 대악마는 지옥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약화된다는 사실쯤 알고 있겠지? 하지만 펜릴은 인계에서 태어난 존재라 인계에 있어도 아무런 페널티를 받지 않아. 특히 자신의 영지에 있을 때 펜릴은 엄청나게 강하다. 그가 이어받은 권능 중 하나가 바로 ‘지배’니까. 그리드, 재고해라. 펜릴은 아직 너무 일러. 진짜야.”
“....”
베리아체가 상위 대악마 출신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제3위 대악마였을 줄이야.
악신 야탄이 친히 그녀를 경계하고 저주까지 심어서 인계에 추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괜찮은 겁니까?”
그리드가 브라함을 쳐다보았다.
“아시겠지만 저는 이들 중 누구라도 희생당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흥.”
콧방귀 뀐 브라함이 이죽거렸다.
“마리로즈가 나타나기 전까진 내가 최강이었다. 심지어 그땐 아직 마법의 정수도 깨우치지 못했을 때지. 그리고 어머니께서 자식들에게 물려주신 힘은 권능이 아니라 ‘성격’에 가깝다. 성격으로부터 비롯되는 자질이 있으니 많은 성격을 물려받을수록 더 우월한 건 사실이지만, 내가 어머니께 물려받은 성격은 하나뿐이라는 걸 명심해라.”
“....!”
“나태는 가장 큰 죄악이다. 그렇기에 야탄이 우리 일족에게 나태의 저주를 내린 거다. 나태한 자는 발전하지 못하며 그 대표적인 예가 펜릴이다. 어머니가 위대하셨으니 그 자식들도 당연히 위대하다? 그야말로 벌레 새끼가 지껄일법한 개소리군. 단지 어머니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위대한 존재는 단 한 명, 마리로즈밖에 없다.”
“브라함! 그 재수 없는 성격은 여전하구나! 네놈이 옛날에는 뛰어났을지 몰라도 지금은 힘을 잃은 반푼이에 불과하잖아!! 나보다 약한 주제에 건방 떨지 마라!!”
다짜고짜 벌레취급을 당한 놀이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리드가 진정시키려고 하자 브라함이 휙휙 손을 휘저었다.
다소 경박한 손짓이었는데 나른한 눈빛과 묘하게 어울려서 도리어 위엄이 느껴졌다.
“이참에 서열 정리를 해두는 편이 좋을 듯하군. 그렇지 않나?”
“....?”
그리드가 당황했다.
브라함이 놀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피아로를 보고 물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서 피아로가 대답했다.
“공감하는 바이오.”
“이 개자식들이!”
결국 참지 못한 놀이 마법을 사용했다.
선혈로 빚어진 무구들이 순식간에 생성되더니 브라함에게 날아갔다.
그것을,
파스슥.....
브라함은 관조하여 소멸시켜버렸다. 놀의 마법에 대입 된 공식과 원리를 역행시켜서 없던 일로 만든 것이다.
“....!”
경악하는 놀.
그를 바라보는 브라함의 눈빛은 여전히 무심했다.
“저주를 극복해봤자 노력을 안 하면 끝까지 벌레인 거다.”
노력.
브라함과는 정말로 거리가 먼 단어 같았지만, 그리드는 알고 있었다.
브라함은 누구보다도 노력해온 사람이다.
스스로 저주를 극복했다는 것이 첫 번째 증거이며, 일족에서 추방당하고도 전설이 됐다는 것이 두 번째 증거였다.
어쩌면 그는 그리드와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