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3권 - 12화
“이걸 왜 이제야 말해주는 겁니까!!”
희소식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똥줄 타느라고 낭비했던 시간과 심력이 아깝다.
안도감이 드는 것은 잠시일 뿐이고, 억울해서 화가 솟구친다.
그리드가 씩씩거리자 비반이 황당해했다.
“아니, 왜 나한테 따지는가? 자네가 말할 기회를 줬어야 말을 하지?”
“말할 시간 많았습니다만?”
“자네의 정체를 모르는데 다짜고짜 본론부터 꺼낼 수도 없잖은가?”
“처음엔 잘만 말씀하시던데요.”
“그건 잠시 흥분해서 저지른 실수일세.”
“이미 한 번 저지른 실수, 두 번 저지르지 말라는 법 있습니까?”
“그대는 내가 누구인지 모르나보군. 나쯤 되는 위인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 같은가?”
“그렇게 대단하신 분께서 제 정체도 못 알아보셨습니까?”
“거참, 나이도 어린 아이가 한 마디를 안 지는군.”
“죄송합니다.”
“허....”
비반이 혀를 내둘렀다.
이미 할 말 다 해놓고 쏙 빠지는 그리드가 얄밉게 느껴졌다.
‘제멋대로인 아이를 상대하려니 피곤하군.’
일종의 동족혐오를 느끼는 비반이었다.
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동안 그리드의 가슴은 한껏 벅차오르고 있었다.
‘이런 퀘스트를 얻을 줄이야.’
나보고 나를 찾으란다.
이거 완전히 거저먹는 퀘스트다.
탐욕을 만들고 조금 남은 광룡철을 탑에 갖다 바치는 방법으로 보상을 노려볼 수 있다.
심지어 그 보상이라는 것이 드래곤의 비늘이었다.
‘흐흐흐.’
드래곤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종 위에 군림하는 절대적인 생물체로서 신과 비견되는 권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졌다.
드래곤의 비늘은 사신수의 숨결과 대악마의 부산물 이상 가는 궁극의 제작 재료였다.
하지만 감히 구할 방법이 없어서 막연하게 생각해왔는데 새로운 획득 루트를 얻게 되었다.
희열에 휩싸인 그리드는 상상해보았다.
<드래곤 세트>를 무장한 자신의 모습을.
‘그때쯤 되면 가람도 쌈 싸먹겠군.’
사실, 비반이 처음 등장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리드는 절망의 수렁에 빠져들었다.
지치지도 않고 새롭게 등장하는 강자들....
가람만큼, 혹은 가람보다 강한 실력자가 끊임없이 나타나는 마당에 내 무력에 정녕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매 순간을 발악해서 강해져봤자 끝내 약자에 불과하다면, 굳이 발악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리드는 의욕을 되찾았다.
비반이 기연이었음을 알게 되자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었다.
‘여기서 바로 광룡철을 주면 의심 받겠지?’
퀘스트에 시간제한은 없다. 적절한 시기를 노려서 클리어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판단한 그리드가 공손히 읍했다.
“임무를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임무를 해결하고 탑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탑과 선구자는 상호 협력하는 관계일세. 그렇게 아랫사람마냥 굴 필요 없어. 뭐, 선배에게 예의를 갖춰주는 거라고 생각하면 고맙군.”
조금 전까지만 해도 탐탁찮은 표정을 짓고 있던 비반이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단순한 인물답게 화를 쌓는 성격이 아니었다.
“새겨 듣겠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임무를 수행하러 떠날 테니 다음엔 탑에서 뵙도록 하죠.”
“적극적인 태도가 아주 마음에 드는군. 과연 영웅왕답게 영웅의 기상이 느껴져.”
“칭찬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잠깐.”
그대로 자리를 떠나려는 그리드를 비반이 불러 세웠다.
“탑의 위치는 듣고 가야지 않겠나? 받게.”
[<지혜의 탑>의 지도를 획득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또한.”
“....?”
[탑의 전통대로 선구자의 실력을 가늠해봐야겠네. 본래 선구자가 탑을 등반하는 과정에서 겪게 될 일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내가 약식으로 진행하도록 하지. 마침 자네 또한 검사인 듯하니 나와 대련하는 걸 행운으로 알게.]
“그렇습니까....”
그리드는 비반의 정체를 몰랐다.
전대 검성도 아니고 2대 전 검성은 사람들 사이에서 잘 회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먼 과거의 인물이기도 했고, 전대 검성 뮐러가 ‘역대 최강의 검성’이라고 칭송 받는 상황이었으니 굳이 2대 전 검성에게 관심 갖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것이 커다란 기회임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초월자의 격이 그에게 비반 또한 초월자임을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실제로 비반은 메르세데스보다 강했다.
‘한 수 배울 기회를 마다할 필요는 없지.’
“자, 그럼.”
촤르륵-!
비반이 날카로운 기운을 일으키자 그것이 장막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라인하르트의 한 작은 길목에 불과했던 장소가 원구형태의 공간으로 변해갔다.
여전히 긴장한 표정으로 사태를 살피고 있던 메르세데스와 노에의 모습이 그리드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결계?’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 된 공간.
이것은 결계가 확실하다.
일부 네임드 보스 몬스터들이 다루는 능력을, 비반은 갖고 있었다.
그리드의 놀라는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 득의양양하게 웃은 비반이 설명해주었다.
“검기로 만든 공간일세.”
“헐. 검기로 이런 일도 가능합니까?”
“나쯤 되는 위인에겐 쉬운 일이지.”
“.....”
그리드가 공간의 외벽에 손을 가져가보았다. 날카로운 예기가 느껴졌다. 손을 대는 순간 그대로 손목이 잘려나갈 것만 같았다.
이 거대한 장막은 수천, 수만 개의 칼날로 이루어져있음이 분명했다.
“....선배님께서는 누구십니까?”
검에 대한 집착.
메르세데스를 상회하는 검술 실력.
그리고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할 검기의 활용 능력.
비반의 정체를 어렴풋이 유추한 그리드가 설마, 설마하는 마음으로 질문하자 비반이 순순히 대답해주었다.
“내 이름은 비반. 2대 전 검성일세.”
“....!!”
그리드가 망치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전대 검성 뮐러조차도 수백 년 전 인물인데, 2대 전 검성이라니?
“살아 계신 거 맞죠?”
“멀쩡히 살아있는 사람을 시체 취급하지 말게.”
“설마 지혜의 탑은 옛 전설과 초월자들의 모임 같은 겁니까?”
“맞네. 홀로 멈춘 시간에 고독감을 느끼고 속세를 떠난 늙은이들이 모여 만든 조직일세. 뭐, 그렇다고 해서 노인정 같은 분위기는 아니야. 이래 뵈도 우리는 세계를 수호하고자 싸우고 있으니 하루하루가 나름 치열하다네.”
“혹시.... 혹시 전대 전설도 그곳에 있습니까? 예를 들면 파그마라던가.”
그리드는 파그마에게 별로 호감이 없다.
세계의 평화를 위한다는 이유로 친구 브라함을 배신하고 다른 전설들을 데스나이트로 만들어 모욕한 그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파그마에게 감사했다.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파그마의 기서 덕분이었으니까.
또한, 그리드는 파그마를 동정하고 있었다.
신들에게 배신당하고 홀로 세상을 위해서 싸웠던 그의 모습은 그리드의 뇌리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그리드는 파그마를 만나보고 싶었다.
적어도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 정도는 전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비반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죽은 자가 탑을 어찌 등반하겠나?”
“....죽은 게 확실하단 말씀이시군요.”
“맞네. 왜? 그자에게 뒤통수 맞은 사람이 복수라도 부탁했는가?”
“큼....”
바로 뒤통수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걸 보니 지혜의 탑 또한 파그마에 대해서 잘 알고 있나보다.
“이유야 어찌됐던 바알과 계약한 자.... 설령 그자가 살아있었더라도 탑은 등반하지 못했을 걸세. 바알의 계약자는 바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니 탑은 그자를 멀리해야만 했어.”
비반의 표정이 씁쓸했다.
“뭐, 그자를 너무 원망하진 말게나. 그자는 이미 충분한 죗값을 치르고 있을 게야.”
“죗값이요?”
“갈기갈기 찢겨진 영혼이 되어 영겁의 고통 속에 지옥을 헤매고 있겠지. 그것이 바알과 계약한 자의 업이니까.”
“....!”
바알과 계약한 대가로 발생하는 업보.
파그마는 그것을 모르고 바알과 계약했던 걸까?
아니, 몰랐을 리 없다.
그는 알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바알과 계약한 것이다.
‘파그마는 그런 사람이니까....’
유일한 벗 브라함을 배신한 순간부터 모든 죄를 짊어지겠노라 결심했던 파그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홀로 고독하게 싸워나가고 있었다.
알면 알수록 가여운 사람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친구 좀 믿고 의지해볼 것이지.’
꾹....
그리드가 이를 악 물었다.
표정이 무너지지 않게끔 노력하는 것이었다.
비반은 오해했다.
“이까지 갈면서 화를 내다니.... 그자에 대한 원한이 매우 깊나보군. 하지만 이미 죽은 자를 원망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정하고 평정심을 되찾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킨 그리드가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제 실력을 가늠해 보겠다고 하셨죠? 혹시 제 실력이 미달이라고 판단되면 선구자의 자격을 박탈하시는 겁니까?”
“아닐세. 실력을 입증했기에 선구자가 된 인물을 굳이 탑에서 또 시험할 필요는 없지. 탑은 선구자를 전적으로 신뢰하네. 단지 탑은 선구자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뿐이야.”
“도움을....?”
“번헨 열도가 전설들을 위한 계승의 장이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겠지? 지혜의 탑은 선구자를 위한 계승의 장쯤으로 생각하면 쉽네. 앞으로 탑의 결사들은 자네의 실력을 평가한 뒤 자네의 실력에 맞는 기술을 전수할 걸세. 단, 너무 실망시키진 말게. 그럼 쥐뿔도 없을 테니까.”
“....!”
“자, 그럼 시작하세.”
비반이 검을 뽑음과 동시에 퀘스트가 시작됐다.
[<9좌의 시험>이 진행됩니다!]
[대련 모드가 활성화됩니다!]
<9좌의 시험>
난이도:???
지혜의 탑의 9좌 ‘비반’이 당신의 실력을 평가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끔 최선을 다하십시오.
퀘스트 클리어 조건:대련에서 최대 1분을 버틸 것. 불사 발동 시 탈락으로 간주.
퀘스트 클리어 보상:
10초 내에 탈락 시 보상 없음.
10초 이상을 버틸 시, <용단> 획득.
30초 이상을 버틸 시, <무쌍심법> 획득.
“최선을 다하게나. 용단은 드래곤 하트로 제조한 영약 중의 영약. 자네는 10초만 버텨도 유래 없는 기연을 얻게 될 것일세.”
유래 없는 기연?
파그마와 브라함, 그리고 마드라라는 기연을 만나온 나를 상대로는 너무 광오한 표현이다.
그리드는 용단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무쌍심법이란 것은 뭡니까?”
“내가 만든 심법인데 꾸준히 연마한다면 메마르지 않는 검기를 얻게 될 걸세.”
“....!”
“뭐, 용단을 얻는 일에나 집중하게. 여태껏 나를 상대로 10초 이상을 버텼던 선구자는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
“전대 선구자는 몇 초를 버텼습니까?”
“허허, 크라우젤을 의식하는 겐가. 젊어서 좋군. 아쉽지만 그 친구는 채 2초도 버티지 못했었네.”
‘그야 그렇겠지.’
당시의 크라우젤은 고작 200레벨이나 300레벨 대였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400레벨이다.
“1분을 다 버티면 뭘 주실 겁니까?”
“그건 생각해보지 않아서 모르겠군.”
“지금부터라도 생각해보셔야겠네요.”
스르륵-
그리드의 주변으로 갓 핸드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저마다 검과 도, 그리고 망치를 쥐고 있었다.
“....?”
단순한 검사가 아니었다?
‘한 수를 숨겨두고 있었군. 누구의 후인이지?’
다양한 병기를 다루는 것을 보아 기사? 어쌔신?
물체를 손도 안 대고 움직인다는 것은 마법사인가?
뭐, 누가 됐든 상관없다.
어떤 기술을 부릴지언정 나를 상대로 10초를 버틴다는 건 무리다.
“선공은 양보하도록 하겠네.”
비반이 무쌍검 일초의 기수식을 취하며 말했다.
기수식을 취한다는 것은 진심전력으로 대련에 임하겠다는 뜻이었다.
응당 그래야 마땅했다.
이것은 탑의 기록에 남을 공식 시험.
메르세데스를 상대했을 때와 달리 놀이가 아닌 것이다.
“대장장이의 분노. 신속한 몸놀림. 흑화.”
그리드는 기껏 잡은 선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처음부터 온갖 버프를 두르고 청룡의 부츠의 <전광>까지 활성화시켜서 비반에게 쇄도했다.
“초연화!”
쏴아아아아아-!
그리드와 비반의 거리가 좁혀지기도 전에 검기가 휘몰아치며 꽃잎이 나부꼈다.
콰쾅! 쿠콰콰쾅!!
최고 속도에 도달한 그리드의 귓전을 쉬지 않고 울려 퍼지는 파공성이 때린다.
그리드의 시야는 어지럽게 회전하고 있었다.
그리드는 비반을 시야의 중심에 넣은 채 계속 위치를 바꿔가며 검기를 날렸다. 비반의 사각을 최대한 배제시킴으로서 진로를 강제시켰다. 나부끼는 꽃잎의 세례를 받게끔 유도하는 것이었다.
비반이 탄식했다.
“그랬군.... 그대가 파그마의 후인이었어. 이 손들도 그대가 직접 제작한 아티팩트겠군.”
덥썩.
시야를 교란하는 갓 핸드 중 하나를 맨손으로 붙잡아 세운 비반이 반대편 손에 쥔 검을 조금. 정말로 아주 조금 기울였다.
“파그마가 바알과 계약했던 이유가 뭔지 아나? 스스로의 실력엔 한계가 있음을 알았기 때문일세.”
써겅-!
“....!?”
기울어졌던 비반의 검이 위로 솟구치며 사선을 그리자 온갖 궤도에서 쏟아지던 수십 개의 검기와 꽃잎이 일시에 흩어졌다.
깊은 묘리를 지닌 비반의 검초가 검기와 꽃잎이 이어지는 틈새를 갈라놓는 것으로 그리드의 검무를 파훼시킨 것이다.
“검무란 본디 의식(儀式)에서나 사용하는 것으로 행례의 연출 수단에 불과하네. 검사가 아닌 제사장이 익히는 수법이지.”
“....!?”
“정신적으로는 깊은 의미를 지녔을지 몰라도 형(形)이 없으니 검술이라 할 수 없으며, 결코 검술을 이기지 못....?”
그리드의 검무를 파훼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설명해주던 비반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경로를 잃고 사방으로 흩어졌던 검기들이 마치 의지가 깃든 것처럼 궤도를 바꾸더니 자신에게 쇄도해온 까닭이었다.
대상을 추격하는 성질을 지닌 마법, <브라함식 디텍트 포스>가 검기에 깃들어있으므로 발생한 현상이었다.
쩌저저저정-!
‘마법....?’
검으로 횡을 그려 검기들을 베어나가던 비반이 검기 사이에 깃들어 있는 날카로운 바람을 간파하고 또 한 번 놀랐다.
‘고작 이 정도 위력의 마법이 내 마법저항력을 무시한다고?’
비반의 동공이 떨렸다.
바람에 살짝 베인 그의 뺨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수십 년 만에 보는 피였다.
‘저항력을 무시하는 마법.... 설마!’
비반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백광에 휩싸인 그리드가 하늘을 날고 있음이 보였다.
“그대 설마, 파그마와 브라함의 공동 전인인가?”
“어설프게 배웠을 뿐입니다.”
겸손하게 대답한 그리드가 허리를 크게 비틀었다.
또 다시 마법이 깃든 검무가 날아올 거라고 판단한 비반이 검 끝에 검기를 실었다.
그리드의 검무와 마법을 동시에 베어버릴 의도였다.
‘벌써 10초가 지났다.’
용단은 흔쾌히 내어줄 수 있으나, 심법은 아니다.
비반은 이 한 수로 대련을 끝낼 각오였다.
한편 그리드는 검무가 아닌 검술을 준비하고 있었다.
검무는 파훼당할 가능성이 높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리드가 사용하는 검술이야 뻔하다.
“십만대군.”
무패왕 마드라의 검술이었다.
열화판에 불과해서 위력은 약하지만, 제아무리 검성이라도 마드라의 검술은 파훼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그리드에겐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마드라를 모를지언정, 그리드만큼은 마드라의 위대함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학살검.”
“....!!”
콰쾅!
쿠콰콰콰콰콰쾅!!
거대한 폭음과 함께, 비반의 결계가 통째로 흔들렸다.
한편 결계의 바깥쪽에서는....
‘힘내세요, 전하.’
메르세데스가 그리드를 응원하고 있었다.
그녀의 혜안은 결계 속 상황을 훤히 들여다보았다.
그렇다.
비반은 외부인에게 계속 탑의 정보를 유출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