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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1005화 (995/1,794)

템빨 53권 - 8화

건축 기술 없이 대장간을 만들 수 있다고?

귀를 기울이는 그리드에게 케를이 실쭉 웃어보였다.

“간단한 문제요. 대장일이라고 해서 어디 수학적 계산이 안 필요하오? 대장장이는 검 한 자루를 만들어도 균형을 고려해야하고, 균형이란 규격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며, 이상적인 규격에 가까운 검일수록 명검의 자격을 갖게 되는 법이지 않소. 하지만 전하께서는 검을 만들 때 일일이 숫자 놀음을 하시오?”

안 한다.

물론 이상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은 한다. 균형을 고려치 않고 만든 아이템은 결국 실패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경험을 토대로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템을 만들 때마다 굳이 복잡한 공식을 대입하진 않았다. 심지어 숫자의 향연인 설계도를 만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스템의 힘이라는 것이다.

수치와 관련 된 부분들은 모두 시스템 보정 효과가 해결해주었다.

플레이어의 특권이다.

하지만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NPC들은 그것을 재능, 혹은 경험이라고 해석했다.

“안 합니다.”

“건축도 마찬가지외다. 건축이라는 것은 고려해야할 부분이 굉장히 많지만, 사실 작은 건축물 따위야 굳이 숫자 놀음하지 않고도 만들 수 있지. 물론 적절한 재능과 손재주가 있어야 하나 전하께서는 전설의 대장장이시니 재능과 손재주는 충분하실 테고.”

“.....”

궤변이다.

NPC인 케를은 이해할 수 없는 개념이겠지만, 플레이어는 시스템의 혜택과 동시에 제한까지 받는 존재였다.

직업이 <건축가>가 아닌 플레이어가 만드는 건축물은 건축물로서의 효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제아무리 그리드가 10년 이상 대장간을 애용해왔고 대장간의 모든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고 있다지만 그가 만드는 대장간은 ‘형태’만 갖춘 빈껍데기가 될 것이었다.

‘....잠깐?’

부정적인 태도로 듣고 있던 그리드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그는 케를이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깔아뒀던 전제를 상기했다.

‘탐욕으로 만들 경우’라는 전제였다.

‘아!’

그리드는 탐욕의 근본적인 성질을 깨달았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특징을 기반으로 삼은 ‘재현’이다.

이해가 편하도록 예를 들면 <갓 핸드>가 있다.

탐욕으로 만든 ‘손’은 그 어떤 과학적, 의학적 근거가 없이도 ‘손’으로서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그리드가 단지 ‘형태’를 잡아줬기 때문이다.

케를은 바로 그 부분을 주목하고 있었다.

‘내가 탐욕으로 대장간의 형태를 만드는 순간 탐욕은 대장간의 기능을 재현할 것이다.’

건축가가 만든 건축물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물로서의 기능을 못한다, 라는 시스템적 제약을 탐욕의 성질이 해소해준다는 뜻.

이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었다.

‘탐욕으로 골렘도 생산 가능하겠군....’

골렘의 제작은 대마법사의 영역.

복잡한 마법 술식과 마나핵이라는 동력을 필요로 하지만 탐욕으로 만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진짜 개사기네.’

사실 진즉부터 눈치 챘어야할 부분이다.

그리드는 탐욕이 아직 파브라늄이던 시절부터 <아이템 변신> 스킬을 애용해왔으니까.

파브라늄은 형태를 복제한 아이템의 성능을 거의 완벽하게 재현하는 저력을 발휘해왔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이를 단지 아이템 변신 스킬의 위력으로만 인지해왔다. 그리고 스킬의 이름 자체가 ‘아이템 변신’이니만큼 재현할 수 있는 대상을 ‘아이템’으로 국한해왔다.

하지만 실상은?

<아이템 변신>

전설의 광물 <파브라늄>, 혹은 파브라늄을 발전시킨 <탐욕>을 소유하고 있어야지만 발동시킬 수 있는 기술입니다.

<파브라늄>, 혹은 <탐욕>의 형태와 성능을 특정 아이템으로 변신시킵니다.

*제작법을 습득하고 있는 아이템으로만 변신시킬 수 있습니다.

*변신 지속 시간은 3분입니다. 변신 해제 후 파브라늄 혹은 탐욕은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갑니다.

스킬 마나 소모: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6시간

애초에 아이템 변신은 파브라늄이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아이템 변신 스킬 덕분에 파브라늄이 특정 아이템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 파브라늄 덕분에 아이템 변신 스킬이 파생할 수 있던 것이다.

또한 여기서 말하는 아이템은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접근해야했다.

사물, 혹은 만물에 가까운.

파브라늄은 그리드의 손마저 재현할 수 있는 물질이었으니까.

‘탐욕으로 ‘나’를 만들 수도 있는 건가....?’

으음, 이건 너무 나갔다.

제아무리 탐욕이라도 플레이어 그 자체를 재현하진 못하겠지.

반드시 제약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시도해볼 가치는 있겠지.’

설령 실패하더라도 ‘골렘’을 만드는 셈이다.

무한한 동력과 내구력을 지닌 골렘....

물론 그놈의 밸런스 때문에 능력치가 저급하게 판정 받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충분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저 손에 불과한 갓 핸드만 하더라도 도구를 다루거나 대상을 붙잡아 구속하는 일이 가능할 정도이니 사지를 전부 지닌 골렘은 여러 가지 기능을 발휘할 것이다.

“고맙습니다, 케를 옹. 덕분에 오늘 내가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허허, 별 말씀을.”

엄청난 기대감에 휩싸인 그리드가 케를 옹과 작별했다.

그리고 아이린의 허리를 끌어안고 말했다.

“날씨도 좋은데 데이트나 다녀옵시다.”

“대장간을 짓는다고 하시지 않았나요?”

“지금은 짓고 싶어도 지을 수가 없소.”

대장간을 짓기 위해서는 탐욕을 충분히 증식시켜야한다.

당장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근데 평범한 대장간으로 만들면 너무 볼품없을 것 같은데.’

하늘을 둥실둥실 떠다니는 대장간.

그것이 평범한 대장간처럼 그저 굴뚝 달린 작은 건물에 불과하다면 웃길 것이다.

기왕이면 멋졌으면 좋겠다.

‘항공모함 같은 형태로....?’

서서히 요새로 만들어나가는 건 어떨까?

거대한 항공모함을 지반으로 삼아, 그 위에 대장간부터 시작해서 각종 필요한 건축물이나 병기를 구축해 나가다 보면 여태껏 존재하지 않던 공중 요새가 탄생할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멋지겠군....’

케를이 증축해 더욱 커진 템빨성 위로 수호신마냥 떠다니는 노에와 공중 요새.

미래의 광경을 떠올려본 그리드가 들떠선 라우엘에게 부탁했다.

“라우엘, 삐까소한테 하늘을 부유하는 항공모함의 모습을 그려달라고 전해줄래?”

삐까소가 화가 랭킹 1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탁월한 미적 감각 덕분이다.

그리드의 지존도를 그려준 뒤부터 큰 발전을 이룩해온 그녀가 멋진 항공모함의 모습을 디자인해준다면 그것을 발판으로 훌륭한 요새를 구축해 나갈 수 있으리라.

“스케일이 점점 커지시는군요. 알겠습니다.”

그리드의 의도를 눈치 챈 라우엘이 콧김을 내뿜었다.

사실 라우엘도 작은 건물 하나가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얼마나 볼품없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한데 항공모함이라니?

‘....멋지겠군. 만인이 내 모습에 심취할 테지. 큭큭큭.’

공중 요새의 선두에 팔짱 끼고 서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등골이 오싹해지는 라우엘이었다.

***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그리드는 늘 가족과 함께했다.

아이린, 로드와 함께 온갖 사냥터를 누비며 소풍을 즐겼다.

갈구노스의 사원.

그리드가 무신의 추종자를 사냥하는 동안 노에, 랜디와 함께 합을 맞춰 해골 병사를 처치한 로드가 땀을 닦으며 활짝 웃었다.

“검술이 빠르게 늘어가는 기분이에요.”

하하, 당연한 말을.

너는 대륙급 천재이니까 당연히 빨리 성장하겠지.

흐뭇하게 웃은 그리드가 로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누구 아들인데 당연하지.”

“헤헤.”

“성인이 되는 순간 주인보다 강해질 것 같다옹.”

“아니, 그렇지 않아 노에야. 아바마마는 하늘만큼 대단하셔서 내가 평생가도 따라잡을 수 없을 거야.”

‘....전혀 그렇지 않은데.’

동경심 가득한 눈빛이 부담스럽다.

민망해서 헛기침하는 그리드에게 마침 구원의 손길이 뻗어왔다.

“잠시 쉬면서 차 한 잔씩 하세요.”

아이린이었다.

사원의 한복판에 융단을 깔아놓은 그녀는 온갖 간식을 마련해 놓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해골 병사들이 덤벼오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로드의 여자 친구들이 만든 방진을 돌파하지 못하고 잿빛으로 산화했다.

심지어 아이린의 곁은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가 지키고 있었다.

이곳은 이미 천혜의 요새다.

이건 해골 병사가 아니라 무신의 추종자들이 다발로 덤벼 와도 못 뚫는다.

“가족 소풍이라는 건 정말로 즐겁군요!”

어머니가 건네주는 우유를 홀짝 마신 로드가 들떠서 외쳤다.

이것이 바로 늘 부모님과 함께하는 평범한 아이들의 삶인가 싶었다.

“.....”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사냥 중인 다른 템빨단원들이 혀를 내둘렀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긴장감 속에서 사냥하던 그들은 갑자기 찾아온 그리드 일가의 행태에 엄청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즐겁다니 다행이다. 며칠 후엔 또 다른 사냥터로 놀러가도록 하자꾸나.”

젖살이 빠지기 시작한 로드의 뺨을 어루만져준 그리드가 메르세데스에게 눈짓했다.

“그대도 앉지? 굳이 그대까지 경계 설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아닙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겠습니다.”

“사방 천지에 우리 사람들뿐이고 노에랑 랜디까지 경계를 세워놨어. 괜찮으니까 같이 차 한 잔 하자.”

“아닙니다. 기사인 제가 어찌 감히 왕가 분들과 함께....”

“메르세데스.”

“....알겠습니다.”

그리드의 강요를 이기지 못한 메르세데스가 결국 자리에 앉았다.

민망하다는 듯이 뺨을 붉히는 그녀를 그리드가 흐뭇하게 쳐다보자 아이린이 살포시 미소 지었다.

일국의 왕비답게 눈치가 빠른 그녀는 그리드가 마음에 품은 상대가 메르세데스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분위기를 살피던 로드가 의욕적으로 외쳤다.

“아바마마! 다음엔 수애 이모님도 함께 모시고 오죠!”

“안 돼.”

단호하게 거절하는 그리드.

실망하는 아들의 시선을 외면한 그가 인벤토리를 열었다.

지난 한달 동안 탐욕의 질량이 제법 늘어있었다.

‘이정도면 아직 용광로는 무리라도 연마석은 만들 수 있겠군.’

연마석을 너무 크게 만들 생각은 없다.

이동식 대장간을 만드는 취지는 대량의 무기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짬날 때마다 소일거리 하는 것에 있었으니까.

‘모루는 기존의 것을 사용하면 되고.... 따로 수로를 설치할 순 없으니 물탱크를 엄청 크게 만들어야할 텐데.’

최소 2달은 더 증식시켜야겠다.

그리드가 판단하고 열흘이 지난날이었다.

[광룡철의 이능으로 인해 <탐욕>이 증식하였습니다.]

이제는 익숙한 알림창이 떠오른다 싶더니,

[광룡철의 마력을 감지한 지혜의 탑의 조직원들이 위치를 추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탐욕이 한 번 더 증식하는 순간 지혜의 탑에 당신의 위치가 노출됩니다.]

[지혜의 탑이 탐욕을 파괴할 것입니다.]

예상치 못한 소식이 이어졌다.

‘지혜의 탑? 위치 추적? 탐욕을 파괴한다고?’

이게 무슨 사태지?

광룡철에는 광룡 네바르탄의 마력이 깃들어 있다.

광룡철이 증식할수록 마력의 부피가 증가하여 다른 드래곤들의 기감에 감지되고 만다.

드래곤의 출몰은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일이니 지혜의 탑은 이를 막고자 광룡철을 수거, 파괴해왔다.

이와 같은 세계의 이면을, 그리드는 모른다.

하지만 불길함을 느낄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이런 빌어먹을.’

그리드가 라우엘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상황을 설명했다.

이를 놓고 대현자 스틱세이와 상의한 라우엘이 답변을 보내왔다.

-아무래도 탐욕의 증식은 거기까지가 한계인 것 같습니다.

“....썩을.”

어쩐지 너무 꽃길이다 싶었다.

그놈의 ‘밸런스’에 또 한 번 발목을 붙잡혀버렸다.

실망하는 그리드였으나, 잠시뿐이었다.

‘항공모함은 날아갔지만 대장간은 아니야.’

더 이상 증식시키면 안 된다고?

그럼 지금부터 소모해버리면 그만이다.

가족과 함께 라인하르트로 귀환한 그리드가 곧장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선 두껍고 커다란 철판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대장간의 외벽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

그리드는 탐욕이 일정량까지 증식할 때마다 떼어내 대장간의 일부를 하나씩 만들어나갈 계획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한꺼번에 조립하자.’

지혜의 탑이 탐욕의 위치를 추적하는 수단은 탐욕에 깃든 <광룡철>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

그리고 탐욕은 ‘순수한 형태’일 때만 광룡철의 성질을 보유한다. 별도의 형태를 갖게 되는 순간 광룡철의 성질을 잃고 <증식> 옵션이 삭제됐다.

즉, 그리드가 제어하기에 따라서 지혜의 탑에 위치가 노출 될 걱정은 없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지혜의 탑이 정확히 뭘 하는 조직인지 확인해 봐야겠어.’

대현자 스틱세이조차도 지혜의 탑의 정체를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선구자> 그리드는 지혜의 탑에 출입할 권한이 있다.

‘일단 그들과 접촉할 수만 있다면.....’

탐욕을 증식시켜서 그쪽이 나를 찾아오게 만들면 편하겠지만, 그들이 탐욕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경고창이 마음에 걸렸다.

‘....크라우젤에게 물어보자.’

대장간의 외벽이 될 철판 하나를 어느새 완성시킨 그리드가 혼란을 진정시키고자 노력했다.

***

지혜의 탑.

“큰일이로군.”

지혜의 탑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계의 수호를 위해 싸워온 비밀 결사 조직이다.

그들은 ‘인간의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사력을 다해왔다.

대악마가 인계에 강림할 때마다 드래곤의 이목을 끌어온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드래곤.

대악마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초월종.

그들을 경계하는 일이야말로 지혜의 탑의 사명이었다.

“누군가가 광룡철을 의도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여러 정황들이 알려주고 있다.

광룡철의 성질을 완벽히 이해하고 이를 제어하는 존재가 속세에 있다.

만약 그자가 ‘악’이라면 큰일이다.

세계는 이미 그자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룡 네바르탄을 적대하는 다른 모든 드래곤이 그가 원하는 순간에 깨어나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다른 국가들에게 협조를 요청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동의합니다.”

원탁을 놓고 둘러앉은 탑의 결사들.

그들은 하나 같이 대단한 실력자였지만 숫자가 제한적이었다.

아슬아슬한 순간마다 광룡철의 마력을 끊고 추적을 피하는 ‘정체불명의 괴한’을 수색하려면 천문학적인 인력이 필요했으니 그들로서는 외부의 도움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탑의 수장은 고민했다.

지혜의 탑이 지난 수백 년 동안 은밀히 활동해온 이유를 재차 상기한 그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될 말일세.”

지혜의 탑이 속세에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 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와 조직들이 경계하거나 탐을 낼 것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접근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때 발생할 변수들을 감당하기엔 지혜의 탑이 지닌 사명이 너무 크다.

한참의 고민 끝에 수장이 결정했다.

“선구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도록 합세.”

“오오.... 크라우젤 공 말씀이십니까.”

약 6년 전, 당대의 선구자 크라우젤이 탑을 방문했던 사건이 있다.

그때 보았던 크라우젤은 대단한 인재였고 성품 또한 훌륭했으니 깊은 신뢰를 느꼈었다.

애초에 선구자란 속세와 지혜의 탑을 잇는 유일한 교두보이다.

이럴 때야말로 그에게 의지해야했다.

그가 우리를 의지했었듯이 말이다.

“제가 만나보도록 하죠.”

원탁의 가장 말석에 앉아있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혜의 탑에서나 말석이지, 당장 속세로 나가면 천지를 진동시킬 초월자였다.

“검(劍)을 다루는 아이니만큼 제 말이 잘 통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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