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3권 - 7화
[템빨국과 엘프족이 동맹을 맺었습니다!]
“뭐?”
“전개가 왜 이렇게 되는데?”
수많은 플레이어들과 기자들.
중요한 순간에 끊긴 레쉬의 방송에 공분하며 세계수의 숲을 찾아 헤매던 그들이 일제히 석상처럼 굳었다.
대륙 전역에 흩어진 채 삽질 중이던 수만 명의 인간이 동시에 멈춰서는 모습은 S.A그룹 운영팀 직원들 사이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명장면이었다.
장면 제목은 바보들의 석상쯤 되려나.
“로, 로그아웃!”
기자들이 서둘러 게임을 나갔다.
‘전투 중’ 판정을 받아 로그아웃이 불가능한 사람들은 일부러 죽어서라도 로그아웃했다.
엘프들의 성격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가?
그 고고하고 까칠한 엘프족과 동맹을 맺은 템빨국의 외교 소식은 특종 중의 특종이었으니 놓칠 수 없었다.
***
“이야, 템빨국은 늘 그랬듯이 잘 나가네.”
펄 섬.
오래 전 패망한 어느 나라의 유일한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다.
제1회 국가대항전 PvP대회의 무대이기도 했던 그곳에서, 두 명의 남녀는 나란히 싸우고 있었다.
여성의 아이디는 지슈카, 남성의 아이디는 봉드레다.
딱히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엘프족과의 동맹은 규격 외 아닌가? 템빨국엔 외교의 귀재라도 있는 거야? 아니면....”
빠직-!
빠지직!!
공기가 얼어간다.
투명한 입자가 순식간에 모여 형체를 완성했다.
콰장!!
얼음의 장벽이 세워지자마자 그 위로 녹슨 철검이 꽂혔다.
‘제길.’
봉드레의 표정이 굳었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저 철검이 내 얼굴을 꿰뚫었을 거라고 생각하자 등골이 오싹했다.
채챙-!
채채채채채챙!!
철검이 폭풍 같은 검격을 뿌렸다.
이에 맞서는 봉드레가 선택한 마법은 기초 중의 기초 마법인 <아이스>였다.
봉드레는 단지 ‘얼음을 만든다.’는 행위에 불과한 마법을 반복 사용해서 철검의 검신을 때려댔는데 이 효과가 무척 컸다. 봉드레를 정확히 노리고 날아오던 철검의 궤도가 조금씩 비틀리는 것이었다.
덕분에 몇 번이고 중상을 면한 봉드레가 물약을 마시며 말을 이었다.
“아니면 단순히 그리드가 사람을 잘 꼬시는 거야? 오크 로드도 간단하게 회유했을 정도이니 순진한 엘프들 꼬시는 것쯤이야 녀석에겐 과자 먹기처럼 쉬운 일이겠군. 안 그래?”
지금쯤 그리드는 엘프들과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런 뜻이 담긴 말이었다.
봉드레는 명백히 지슈카를 도발하고 있었다.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지금 나를 위기에 빠뜨린 당사자가 바로 지슈카였으니까.
“.....”
지슈카는 묵묵부답이었다.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활시위를 당긴 그녀는 극한까지 집중했다.
화살의 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충전 과정이었다.
“칫.”
화풀이라고 하려고 했더니 여지를 안 준다.
조금도 동요하지 않는 지슈카의 모습에 짜증을 느낀 봉드레가 혀를 찼다.
어깨에 칼침을 맞은 그가 어느새 코앞까지 쇄도해온 데스나이트에게 손을 겨눴다.
“절대영도.”
쩌저저저저저저저정-!!
펄 섬이 빙하기에 들어섰다.
풍경이 바뀌었다.
봉드레의 주변 모든 것이 얼어붙었으니 봉드레는 어느새 크고 거대한 얼음의 산을 등지고 서있었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는 봉드레의 코앞에, 꽁꽁 얼어붙은 데스나이트가 검을 휘두르려던 자세 그대로 멈췄다.
하지만 이건 영원히 지속되는 현상이 아니다.
봉드레가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재수도 없지.’
이곳 펄 섬에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는 듣지 못했었다.
벌써 1시간째 싸운 여파로 모든 자원이 소모됐다.
희망이 없는 것 같다.
곧 개죽음 당한다.
지슈카 저 사악한 놈이 내 쪽으로 몹몰이를 해온 바람에....
봉드레가 생각할 때였다.
“자꾸 그렇게 노려보지 마. 우리가 힘을 합치면 잡을 수 있으니까 데려온 거라고.”
타앙-!
온통 얼음으로 변한 세상 속.
봉드레와 파티를 맺은 덕분에 빙결을 면할 수 있었던 지슈카가 드디어 활의 시위를 놓았다.
그러자.
꽈자자자자자자자자자자장-!!
맹렬히 회전하는 화살의 붉은 궤적이 얼음 세상을 붕괴시키기 시작했다.
진로 상의 모든 얼음을 꿰뚫은 끝에 데스나이트에게까지 도달한 그것이 데스나이트의 두개골을 단번에 부셔버렸다.
[사자의 성의 망령, <데오도르>를 해치웠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파티장 ‘지슈카’가 <망령 기사의 각반>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원 ‘봉드레’가 <망령 기사의 두건>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원 ‘봉드레’가 <스킬북:마나 화살>을 획득하였습니다.]
[파티장 ‘지슈카’가 <마법서:얼음 쟁반>을 획득하였습니다.]
“와우! 기가 막히네!!”
봉드레가 격렬히 환호했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적대시하고 있던 지슈카와 손뼉을 마주칠 정도였다.
이대로 죽을 줄 알았는데 레이드에 성공했으니 기쁠 수밖에.
“큼....”
이내 이성을 되찾은 봉드레가 머쓱해져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한껏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마법사는 난데 마법서가 왜 너한테 들어 가냐?”
“바꾸면 되지. 자, 마법서 줄 테니까 스킬북 내놔.”
“마나 화살의 시세가 훨씬 더 높을 것 같다만.”
“치졸하게 고작 물질적 가치에 집착하는 거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운 사이끼리 정 없이 구네.”
“헛소리.”
“쯧쯧, 네가 한국에서 살아봤어야 정을 알지.”
“한국? 핫, 내가 그리드의 나라를 방문하는 일은 앞으로 두 번 다신 없을 거다.”
봉드레는 한때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랭커였다.
하지만 제1회 국가대항전에서 그리드에게 4초 만에 패배한 후부터 쭉 하락세를 걸었다.
페이커 한 명에게 길드원 전원이 몰살당하는 수모를 겪어 길드가 해체 되었고, 제2회 국대전에서 재회한 그리드에게 또 한 번 패배한 후부턴 동네북으로 전락해 아그너스에게 PK나 당하는 등....
봉드레가 그리드와 템빨단에게 원한이 없다면 거짓말이었다. 봉드레는 지슈카의 친근한 태도에 거부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그리드에게 패배했던 것은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며 페이커에게 수모를 겪은 일은 스스로 자처했던 것이다.
그들에 대한 원한에 언제까지고 집착해서야 나 스스로만 부끄러운 짓이다. 내가 7대 길드의 일원으로서 템빨국을 습격했던 사건은 도리어 내가 그들에게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였다.
“후.... 됐다. 그냥 갖고 꺼져. 이걸로 두 번 다신 얽히지 말도록 하자.”
봉드레가 지슈카가 일방적으로 띄어놓은 거래창의 수락 버튼을 눌렀다.
시세 차이가 최소 3배에 달할 얼음 쟁반과 마나 화살의 물물교환이 성사된 것이다.
횡재한 지슈카가 씨익 웃었다.
“신세 졌네. 나중에 갚을게.”
“필요 없다. 두 번 다신 얽히지 말자는 말 못 들었어?”
“기껏 호의까지 베풀어놓고는 쌀쌀맞게 구네.”
“호의가 아니라 사죄의 의미다. 애초에 너 없었으면 성공 못했을 레이드이기도 하고.”
“응, 나도 너 없었으면 레이드 성공 못했어. 그러니까 고마워.”
“.....”
두 사람은 이곳에서 우연히 만났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 협력하지 않고 따로 사냥했다.
그러다가 데스나이트가 나타났고, 지슈카는 봉드레가 있는 장소까지 데스나이트를 데려왔다.
봉드레는 당연히 욕부터 튀어나왔다.
지슈카가 당연하게 건네 오는 파티 신청을 욕하면서 거절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자 어쩔 수 없이 파티를 맺은 것이다.
한데 정작 결과가 좋게 나오자 썩 나쁘지 않은 추억이 됐다.
“봉드레 너 진짜 강해졌더라.”
마법사계의 페이커라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봉드레의 컨트롤 솜씨는 상식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섰다.
특히 얼음 조각을 계속 생성해서 검로를 빗겨가게 만드는 컨트롤은 두 눈으로 직접 봤어도 믿기지 않는 수준이었다. 거의 기적의 경지랄까.
“너도 마찬가지다.”
봉드레 또한 지슈카의 실력을 인정했다.
1시간 동안의 전투로 충분한 데미지를 누적시켜놓았다고는 하나, 아무리 그래도 400레벨이 훌쩍 넘는 데스나이트였다.
놈의 두개골을 날려버리다니....
저 차징 형식의 궁술의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10초 이상의 차징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성립되는 순간 그리드의 공격력마저 초월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드와 오크 로드의 일전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감상했던 입장에서의 평가이니 정확했다.
‘혹시 분 단위 차징도 가능한 건가? 만약 그렇다면 파괴력이 어디까지 치솟을지 상상조차 안 되는군....’
“...근데 너,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사냥을 하던 거냐?”
파티를 탈퇴한 봉드레가 그대로 떠나려다가 멈춰서 물었다.
솔직히 궁금했다.
템빨단의 가장 큰 이점은 레이단의 뱀파이어 도시에서 사냥할 수 있다는 것인데 편하게 사냥할 수 있는 그곳을 놔두고 왜 이 먼 오지에서 혼자 솔플 중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처음부터 보스 레이드를 노렸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지슈카는 궁사.
결코 혼자서 보스를 레이드할 수 없으니까.
레이드를 노렸다면 혼자가 아니라 동료들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을 것이다.
지슈카가 어깨를 으쓱였다.
“수련 중이야.”
“수련이라.... 좋지.”
봉드레가 피식 웃었다. 자신 역시 그녀와 같은 입장이었던지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었다.
“아까 화나서 떠들었던 헛소리들은 미안하다. 그리드가 너랑 사귄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홧김에 그리드를 바람둥이로 몰아갔어.”
그래, 한 마디로 개소리였다.
국가 간의 동맹을 단순 미남계로 성사시킨다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한데 지슈카의 생각은 다른 눈치였다.
“네 추측이 맞을걸? 그리드가 엘프족을 매력으로 회유했을 가능성이 높아.”
“....헛소리.”
“진짜라니까? 그리드가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너한텐 안 좋은 일 아니냐? 네 말대로라면 지금쯤 그리드는 엘프들이랑 놀아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게임이잖아.”
“....?”
“게임에선 그리드가 누구를 만나도 신경 안 써. 오히려 경험을 쌓는 건 환영할 일이지.”
현실과 Satisfy는 다르다.
지슈카는 현실에서 반드시 그리드를 손에 넣고 절대로 누구에게도 양보할 생각이 없었지만, Satisfy에서까지 그리드를 구속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누가 남미인 아니랄까봐 개방적이군.”
“내가 그리드를 좋아했을 땐 이미 유부남이었어. 애초에 내가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닌 거야.”
“그러냐....”
묘하게 납득한 봉드레가 자리를 떠났다.
혼자 남은 지슈카는 연신 떠오르는 알림창을 스킵하고 있었다.
[당신은 전설의 궁사 ‘포비아’의 전인이 될 자격이 충분합니다.]
[세계수의 숲을 방문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12테, 혹은 엘프왕은 당신을 크게 반기며 중요한 힌트를 줄 것입니다.]
“됐다니까.”
지슈카는 이미 오래 전부터 포비아의 후예가 될 자격을 갖췄다.
하지만 그녀가 거부하는 이유는, 포비아가 최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굳이 전대 전설의 등급을 나누자면 포비아는 중하급에 불과했다.
지슈카는 포비아의 후예보다 더 나은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 싶었다.
별이 빛나는 밤.
대륙 각지에 흩어진 십공신들이 발전하는 중이다.
강력한 적을 만나 좌절하고, 극복하며 실력을 쌓았고 동시에 여러 인연을 만들어나갔다.
***
“아이린!”
기사들과 베니야루를 데리고 귀환한 그리드가 아이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원래부터 애정 표현을 잘하는 성격이긴 했지만 오늘은 유독 심했다. 아직 내성문 앞인지라 일반인 플레이어들도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시선을 조금도 의식하지 않고 아이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케를 옹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라우엘이 말하자 정신 차린 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부인도 함께 가시겠소?”
“아니요. 전하의 공무를 방해할 생각은 없답니다.”
“방해라니, 전혀 그렇지 않소. 함께 갑시다.”
아이린의 손을 붙잡은 그리드가 그녀를 이끌고 성으로 들어갔다.
그리드는 그녀의 눈가에 주름이 조금 더 짙어졌음을 눈치 챘지만 마음 조리지 않았다. 흐르는 시간을 두려워하고 원망할 시간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사랑하면 될 일이었기에.
“엄청나군.”
오랜만에 성에 돌아온 그리드가 감탄했다.
케를이 증축 중인 템빨성은 전보다 규모가 커지고 화려해졌다. 놀라운 사실은 심미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인테리어에 있었다.
‘겁나게 멋져졌는데 활동은 훨씬 편해졌어.’
이것이 건축술이라는 건가.
구석구석을 한참 동안 살펴본 그리드가 진지하게 고민했다.
‘만약 건축 기술을 익히게 되면.... 황궁 설계도는 내가 쓸까?’
전 황제 쥬앙데르크 덕분에 얻을 수 있었던 황궁의 설계도.
그것은 <파그마의 기서>의 열화판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히든 아이템이었다.
사용 조건은 ‘건축가’이며, 습득 효과는 장인급 건축 기술의 개방이다.
그리드가 초급 건축 기술만 배우면 순식간에 장인급 건축가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리드는 신중해야했다.
‘섣불리 결정하지 말자.’
누차 말하지만 파그마의 기서의 열화판이다.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녔다.
당장의 욕심에 눈이 멀어 내가 익히기엔 가치가 너무 높은 것이다.
기왕이면 꼭 필요한 인재를 회유할 때 당근으로 던지고 싶다.
‘더군다나 건축물을 짓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야.’
대장장이가 아이템을 만들 때 소요되는 기간은 몇 시간에서 며칠 단위에 불과한 반면 건축가는 몇 주에서 몇 달이 기본이다. 안 그래도 아이템 제작과 사냥을 병행할 시간이 부족한 그리드가 건축가로 대성한다?
그것 참 무의미한 사치였다.
‘작은 대장간을 지을 수 있는 수준의 건축 기술만 익히면 돼.’
과연 익힐 수 있을까?
꿀꺽, 긴장해서 마른 침을 삼킨 그리드가 저 멀리서 석재를 다듬고 있는 케를 옹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혹시 제가 건축술을 배우는 게 가능합니까?”
“전하께서 그 방법을 떠올리셨나 보구려.”
케를 옹은 성격이 괴팍하지만 영민한 구석이 있었다.
이동식 대장간은 불가능하다, 그런 답변을 듣자마자 직접 건축술을 배우겠다고 나서는 그리드의 태도를 보고 그리드의 생각을 간파했다.
“직접 창조하신 광물로 대장간을 지어볼 생각인가 보구려?”
“....정확합니다.”
탐욕은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며 무한한 동력을 지녔다.
탐욕으로 대장간을 건설할 경우 움직이는 비행요새나 진배없었다.
케를이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지만 불가능하오. 대장일과 건축일은 완전히 궤를 달리하므로 대장장이는 건축술을 배울 수 없소이다.”
“이래 뵈도 손재주에 자신이 있는데 여지가 없을까요?”
“건물을 짓는다는 건 손재주만 필요한 게 아니요. 굉장히 수학적으로 접근해야할 일이니 다른 재능이 필요한 것이오.”
결국 진실이 밝혀졌다.
케를이 건축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대장장이라서가 아니라 드워프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리드가 크게 실망했다.
움직이는 비행 요새.... 아니, 대장간.
심지어 별도의 조작이나 동력조차 필요 없는 그것을 타고 전 세계를 누벼볼까 했더니 결국 상상에서 끝나고 말았다.
깊은 상실감에 빠져 멍하니 있는 그리드에게 케를이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그런데 말이요. 탐욕으로 대장간을 만드는데 굳이 건축 기술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소만.”
“....?!”
그리드의 귀가 쫑긋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