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3권 - 6화
“12테는 가주라고 들었소. 가주가 자리를 비워도 되는 게요?”
피아로는 그리드와 달랐다.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드는 모태 솔로 출신인 반면 피아로는 미녀들에게 사랑 받았던 영웅 출신이니까.
긴 연애 끝에 혼인해 가정까지 꾸렸던 그는 누구와 달리 연애고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방황한 끝에 라플레시아의 뱃속에 들어갔을 때도 우리 가문은 잘 유지됐어요. 저 한 명 없다고 해서 가문에 해가 될 건 없습니다.”
“후계자를 잘 육성했나보군.”
“후훗, 그렇죠.”
아직 어린 데루야루를 제외한 12테는 각 1명씩의 후계자를 두고 있다.
그리고 후계자들의 역량이 데루야루를 제외한 테들보다 뛰어났다.
데루야루를 제외한 테들은 ‘남성 엘프’들의 교육을 받았던 반면 데루야루와 후계자들은 ‘여성 엘프’들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럼 안심하고 그대를 빼앗아가도 되겠군.”
“네?”
나약하고 게으르다 못해 동포들까지 팔아넘긴 비열한 남성들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던 베니야루가 귀를 쫑긋 세웠다.
피아로의 깊은 시선이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는 그대에게 반했소. 그대가 템빨국에 완전히 정착하도록 반드시 그대의 마음을 빼앗아 보이겠소.”
피아로는 알고 있었다.
베니야루가 자신에게 반했다는 사실을.
하지만 엘프족의 특성 상 그녀가 먼저 마음을 고백하긴 어려울 터.
그렇기에 베니야루의 마음을 모르는 척 선수를 빼앗아버렸다.
“다, 당신....”
베니야루가 얼굴을 붉혔다.
팔랑팔랑.
그녀의 뾰족한 귀가 나비의 날개마냥 팔락였다.
당황하면 나오는 습관인 듯했다.
“진심인가요? 저는 엘프이고 당신은 인간인데?”
“사랑에 종족이 무슨 관계가 있소? 나는 그대가 좋소. 내 비록 그대보다 짧게 살다 가겠으나, 짧은 시간이기에 더욱 더 소중히 여기며 그대를 사랑하고 그대와 행복하고 싶소.”
베니야루의 처량한 눈빛을 목도했었을 때, 피아로는 그녀의 마음 속 깊이 자리 잡은 어둠을 엿보았었다. 그녀가 입은 상처가 내가 입었던 상처만큼이나 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아로는 그녀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무리 깊은 상처라도 지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는 행복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이는 값싼 동정심으로부터 비롯된 감정이 아니다.
“내 마음이 너무 어두워 너를 착각하게 만들었구나. 미안하다.”
베니야루가 라플레시아에게 했던 말이다.
그녀는 자신을 잡아먹었던 라플레시아를 원망하지 않고 이해해주었다.
현명한 것이다.
본능에 의거한 행위를 비난하고 원망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더군다나 얼굴도 예쁘다.
애써 강한 척 보이려 눈에 힘을 주는 습관이 귀엽다.
피아로는 베니야루의 많은 부분이 좋았다. 그녀에 대해서 더 많이 알아가며 함께 행복하고 싶었다.
“그대는 나를 사랑하게 될 게요.”
조용하고 따뜻한.
그러나 강인한 피아로의 음성이 베니야루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어느새 귀까지 붉어진 베니야루가 피아로와 차마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조, 좋아요. 과연 그렇게 될지 두고 보죠.”
‘참나.’
피아로와 베니야루의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그리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템빨국과 엘프족이 동맹을 맺느냐, 마느냐.
동맹을 맺는다면 어느 범위까지 서로에게 관여하느냐를 놓고 회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프로포즈라니?
그것 참....
‘너무 멋지잖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랑에 충실한 피아로의 모습이 그리드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리드는 피아로가 진심으로 멋졌다.
특히 자신과 베니야루의 수명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이기에 더욱 소중히 여긴다라....’
그리드가 후회에 휩싸였다.
아이린과 자신의 수명이 다르기에 아쉽고 슬퍼 때때로 그녀 앞에서 슬픈 표정을 지었던 스스로를 책망했다.
나보다 슬픈 사람은 도리어 아이린일진데, 그녀를 안심시켜주기는커녕 마음에 더 큰 상처를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라도 나도 피아로처럼....’
서로 다른 시간을 원망하지 말자.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충실히 보내자.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아이린을 안심시키자.
그녀가 슬퍼할 겨를조차 느끼지 못하게끔 열렬히 사랑하자.
다짐하던 그리드가 문득 메르세데스를 바라보았다.
“.....”
정말로 놀랍게도, 메르세데스는 소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피아로와 베니야루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녀는 전설의 기사가 아니었다. 자신 역시 사랑을 꿈꾸는 한 명의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가 마음을 품은 대상은 다름 아닌 그리드다.
그리드 또한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
만인의 귀감이며 강인한 기사.
오로지 자신에게 충성하는 아름다운 그녀가 싫을 리 없다.
다 떠나서, 애초에 그리드는 메르세데스에게 첫눈에 반했었다.
“메르세데스.”
“네, 주군.”
흠칫 놀란 메르세데스가 다시 엄숙한 표정으로 돌아와 대답했다.
“그....”
그리드가 얼굴을 붉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지만 입이 쉽게 떨어지질 않았다.
“.....”
우물쭈물하는 그리드를 메르세데스는 그저 기다려주었다. 늘 그랬듯이, 온화한 눈빛으로 지켜보면서.
“....나는.”
메르세데스의 눈빛에 용기를 얻은 그리드가 망설임을 끊었다.
그는 피아로를 보고 배운 대로 솔직해졌다. 지금 이 순간에 충실했다.
“나는 아이린과 후회 없이 사랑하고 싶어.”
“멋지십니다, 전하.”
반려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은 도리 중의 도리.
흐뭇하게 미소 지은 메르세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이내 귀를 의심하며 얼굴을 홍당무처럼 붉혔다.
“너와도 그러고 싶어.”
“....네?”
“하지만 과연 내가 두 사람과 동시에 후회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아직은 확신이 없어. 그러니까 내게 조금만 더 시간을 줘.”
“.....”
메르세데스는 수애와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리드와 함께 여러 가지 사건을 겪고 그리드를 사랑하게 되었다곤 하나, 그녀는 감히 주군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기사의 자세를 관철해왔다.
“그, 그....”
잠시 멍하니 있던 메르세데스가 말을 더듬으며 뒷걸음쳤다. 그녀의 눈이 빙글빙글 돌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알고 계셨어?’
내가 그렇게 티를 냈었다고?
‘부, 부끄러워.’
두근두근!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
한참을 어찌할지 모른 채 우왕좌왕하던 메르세데스가 이내 그리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왼쪽 눈동자와 오른쪽 눈동자의 위치가 살짝 달랐다. 얼굴은 그리드를 바라보고 있으나, 눈동자는 그리드를 외면하는 것이었다. 너무 긴장되고 부끄러워서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기, 기다릴게요. 죽을 때까지 기다릴게요!!”
“.....”
귀엽다.
두 주먹을 불끈 말아 쥐고, 두 눈을 질끈 감으며 외치는 메르세데스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피시식....
터지기 일보직전까지 붉게 달아오른 그리드와 메르세데스의 머리 위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한편.
“풍기, 풍기가 문란한 나라네요.”
“자유로운 기풍이라고 하자.”
“.....”
타국가와 교섭 중에 다짜고짜 고백을 주고받는 국왕과 기사라니?
듣도 보도 못했을 뿐더러 상상조차 못해본 광경인지라 아멜다 일행은 무척 황당했다. 할 말이 없을 지경이었다.
스컹크 일행은 웃고 있었다.
경박한 비웃음 따위가 아닌, 따뜻하고 기분 좋은 미소였다.
“그리드 님이 의외로 순수하시네.”
“하하, 그러게.”
권력은 사람을 유혹한다.
사람들은 플레이어 최초의 국왕인 그리드가 ‘당연히’ 권력을 이용, 수많은 첩을 거느린 채 주지육림을 누리고 있을 거라고 떠들어왔다.
마음만 먹으면 실행할 수 있는 일을 굳이 안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한데 이제 보니 아니었다.
그리드는 쾌락에 심취하지 않고 진정한 인연을 추구하고 있었다.
분노할 때마다 대살육을 일으켜온 마왕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순수한 인물이었다.
‘저런 성격이니까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따르는 거겠지.’
인연의 가치를 아는 사람....
그리드에 대한 스컹크 일행의 호감도와 신뢰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
그리드와 교섭이 끝난 후, 엘프족은 그리드 일행을 위해서 성대한 축제를 베풀었다.
마을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과일주와 과일 안주, 그리고 채소로 만든 식사들을 대접했으니 그리드는 고마워서 식욕을 잃을 지경이었다.
“저기, 어머니.”
메르세데스와 나란히 앉아 축배를 들던 그리드가 슬그머니 세계수 곁으로 다가갔다.
세계수를 대하는 그의 말투가 점차 친근해지고 있었다.
세계수와 신들의 사이가 가깝다는 사실쯤, 그리드도 알고 있었지만 세계수는 믿어도 좋다는 판단이었다.
신들은 천상에서 인류를 내려다보는 반면 세계수는 늘 인류와 함께하며 인류를 보살펴줬으니까.
라우엘의 말에 따르면 기근은 신벌이요, 풍요는 세계수의 축복이라는 전승이 있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세계수의 호의를 체험해온 그리드는 세계수를 신뢰했다.
-네, 말씀하세요.
“제 기사들에게도 정령과의 계약을 주선해주실 순 없겠습니까?”
세계수는 이미 그리드에게 어마어마한 호의를 베푼 바 있다.
그리드뿐만 아니라 기존의 템빨단원 전원이 정령과 계약할 수 있게끔 축복을 내렸던 것이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를 비롯한 기사들에겐 축복을 내려주지 않았다.
당시의 그리드는 감지덕지하면서 감히 더 부탁하지 못했지만 이젠 입장이 바뀌었다.
아스모펠과 메르세데스, 그리고 아멜다 일행은 엘프족을 지키고자 싸웠고 피아로는 베니야루와 라플레시아를 구했다.
그들에게도 세계수의 축복을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는 것이 그리드의 생각이었다.
한데 예상과 다르게 세계수는 거절했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어째서죠?”
스르륵.
세계수의 가지 하나가 움직였다.
가지는 피아로를 가리키고 있었다.
-저분은 자연 그 자체와 교감하고 있습니다. 자연의 일부에 불과한 정령은 저분 앞에서 무의미합니다.
“정령왕도요?”
-정령왕이라고 해도 자연의 일부분인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지금 당장은 저분께 힘이 될지 몰라도 끝내 무의미해질 것이기에, 정령왕들은 그 사실을 알고 계약을 거부할 것입니다.
세계수의 가지가 이어서 아스모펠을 가리켰다.
-또한 저분은 ‘고독의 왕’의 자질을 지녔기에 정령들과 교감할 수 없습니다. 정령과 계약하기 위한 기본 전제는 정령의 존재를 느껴야하는 것인데 저분은 정령을 인지할 수 없습니다.
“고독의 왕은 또 뭡니까? 설마 평생 독신이라고요?”
그리드는 납득할 수 없었다.
아스모펠은 이미 나와 인연을 맺고 있으므로 고독하지 않다.
아스모펠 또한 느리지만 천천히 마음의 상처를 회복 중이다.
때때로 밝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주장하는 그리드였으나, 공교롭게도 세계수는 침묵했다.
그리드가 힘겹게 물었다.
“설마 아스모펠은.... 언제라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겁니까?”
-.....
또 다시 이어지는 침묵.
긍정과도 같았기에 그리드는 필사적이었다.
“제가.... 제가 노력하면 아스모펠도 바뀌겠죠?”
-제가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군요.
“.....”
그리드는 믿었다.
아스모펠도 언젠간 반드시 상처를 극복할 거라고.
내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어줄 거라고.
“그런데 정령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인가요? 설마 아스모펠의 눈에는 이것도 안 보인다는 뜻입니까?”
그리드가 자신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빛돌이를 가리키자 세계수는 긍정했다.
-네.
“보이는 것 같던데....”
-당신께서 ‘이곳에 정령이 있다.’고 알려주셨으니 믿는 거겠죠.
즉, 그거다.
그리드가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말하면 아스모펠은 믿는다. 그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세계수의 가지가 다음으로 가리킨 대상은 메르세데스였다.
-저분 또한 정령과 계약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왜죠?”
-신들께서도 경계하는 힘을 지녔기 때문이죠. 신의 피조물인 정령들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거부하게 되어있습니다.
“신이 경계하는 힘....?”
떠오르는 거라곤 하나밖에 없다.
“설마 혜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그것은 본래 인간이 가져선 안 될 힘입니다.
‘....하긴.’
일리가 있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힘이란 전능에 가까웠으니 인간보단 신에겐 적합한 힘이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또 신을 만나게 될 때는 절대로 메르세데스를 데려가면 안 되겠군.’
불쾌하다며 해코지라도 했다간 큰일이다.
그리드가 생각하는 사이, 세계수의 가지는 끝으로 아멜다 일행을 가리키고 있었다.
-저분들은 아직 자격이 안 되십니다.
“그렇습니까....”
공헌도에서 밀리나보다. 뭐, 공헌도야 천천히 쌓아나가면 되니까 아쉬워할 건 없다.
‘문제는 아스모펠이군.’
그리드가 세계수에 기대에 섰다.
마을의 전경을 한 눈에 담는 그의 시선이 머지않아 아스모펠을 발견했다.
옛 동료들과도, 엘프족과도 어울리지 않고 밤하늘을 올려보는 그의 모습이 오늘따라 처량했다.
‘고독의 왕....’
왠지 라우엘이 좋아할 것 같은 이명이다.
양반은 못 되는지, 마침 라우엘에게 귓속말이 날아왔다.
-케를 옹이 불가능하다고 하는군요.
<이동식 대장간>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그리드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왜 불가능하다는 거지?
-무게가 문제라는군요. 마차에 건물을 싣고 이동하려면 최소 수백 마리의 준마가 필요한데 항상 큰 길만 이용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말들을 2열, 3열로 쭉 늘여서 배치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마부가 운행하는 게 불가능하답니다. 애초에 건물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바퀴를 만들기도 어렵고요.
-대장간 자체를 작게 만들면 되잖아? 3평 정도의 공간만 확보해주면 충분한데.
-용광로의 열기가 퍼졌을 때 마차를 손상시키지 않으려면 외벽이 터무니없이 두터워야 한답니다. 굴뚝 설치와 환기 문제로 천장도 높아야 하고요. 또한 전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 몇 톤의 물도 늘 상비해야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작게 만들어도 무게는 늘어난다, 이거군.
-네, 그래서 말인데요. 이건 제 생각인데, 차라리 전하께서 직접 만드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케를 옹도 못 만드는 걸 내가 무슨 수로? 애초에 내가 어떻게 건축물을 만들어?
-케를 옹도 대장장이잖습니까?
-....!
-케를 옹의 성 증축 작업은 수월하게 진행 중입니다. 손재주가 높으면 대장장이도 건축술을 배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만약 드워프의 종족 특성이라고 한다면 이족의 왕 칭호 효과로 특성을 획득하시는 방법도 나쁘지 않을 것 같고.
이족의 왕으로 얻는 특성은 그리드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랜덤이다.
그러니까 만약 케를 옹이 건축술을 연마할 수 있던 이유가 종족 특성 때문이라면 포기하는 게 낫다.
하지만 그리드는 희망을 품었다.
‘재단술도 익혔는데 건축술이라고 못 배우리란 법은 없잖아?’
물론 새로운 기술은 손재주만 높다고 해서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재단 기술처럼 퀘스트를 통해서 배워야한다.
그 퀘스트를 케를 옹에게 얻을 수만 있다면?
‘아니, 근데 잠깐.’
-내가 설령 건축 기술을 익힌다고 해도 레벨이 낮을 텐데 케를 옹도 못 만드는 이동식 대장간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까?
-전하께서는 <탐욕>을 재료로 제작하시면 되죠.
-어?
-이동식 비행 대장간을 만들어 보시라는 겁니다. 그럼 케를 옹이 제기한 모든 문제점들이 단번에 해결될 테니까요.
얘, 천재 맞구나.
새삼 깨달은 그리드가 당장 돌아갈 채비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