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1권 - 21화
“으음....”
신영우.
한 세계의 지존이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졌다.
아침부터 상추쌈이 먹고 싶었던 그는 식사 시간이 되자마자 참치캔의 뚜껑을 뜯었지만 정작 중요한 상추를 씻기가 귀찮았던 것이다.
‘씻지 말고 그냥 먹으면 되지, 뭐.’
과학기술의 발달은 인류를 나태하게 만들었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개발한 유기농 농약 덕분에 요즘 채소들은 안 씻어 먹어도 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었다. 다만 흙을 좀 씹을 우려가 있었지만 편의를 위해서라면 흙 좀 씹어도 되는 게 현대인의 자세였다. 단 한 번도 유행에 뒤처져본 적이 없는 현대인 신영우가 상추를 씻어 먹는다는 건 언어도단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중얼중얼.
자기 최면을 걸며 안 씻은 상추 위에 밥 한술을 떠올리던 신영우가 문득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 곧장 싱크대로 달려가 상추 수십 장을 깨끗이 씻어냈다.
‘이래선 안 돼.’
Satisfy에 모든 정력을 쏟아 붓고 있기 때문일까.
언젠가부터 평범한 일상에 소원해지고 있다.
‘사소한 일마다 미루다간 편의에 익숙해지고 게을러질 거야. 이참에 밥 먹고 청소도 한 번 싹 해놓자.’
“냠냠. 쩝쩝.”
위잉~ 위이이잉~~
전설의 대장장이이자 템빨단과 템빨국의 소유자.
신영우는 세계적인 재벌을 노려볼 수 있는 인물이다.
한데 왜 매번 간단히 식사를 때우는 것이며 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 걸친 채 직접 집안일을 하는 걸까?
그야 당연히 좋고 편해서다.
식사?
영우는 힘든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니만큼 입맛이 서민적이었다. 상추에다가 캔참치를 싸먹는 게 최고급 참치 회를 먹는 것보다 맛있었다.
과시욕?
이미 충분히 충족한 경험이 있으므로 더 이상 허세를 부릴 이유가 없다.
애초에 세상사람 모두가 영우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영우 그 자체가 명품이었으니 굳이 명품으로 치장할 필요가 없었다.
가정부?
집안일이야 직접 해도 좋았고, 거의 대부분 동생 세희가 도와줬다.
“좋아, 완벽해.”
식사를 끝낸 후 깔끔하게 청소까지 마친 영우의 표정이 한결 개운해졌다.
설거지하고, 빨래하고, 청소하는 시간 동안 복잡한 머릿속이 정리됐다.
“결정했다.”
증식한 탐욕으로 제작할 첫 번째 아이템은 무엇으로 할까.
그동안 고민해온 끝에 내린 결론은 역시 ‘신발’이다.
브라함의 부츠.... 정말로 오래도 신어왔다.
Satisfy 시간으로 따지면 10년도 넘었다.
물론 중간에 그리드의 부츠를 만들어 쓰기도 했지만 브라함의 부츠에 귀속 된 마법 ‘플라이’의 효용성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우선순위에서 밀렸었다.
‘브라함의 부츠는 분명 최고의 아이템이지만 레벨 제한이 낮은 만큼 기본 성능이 너무 떨어져. 사실은 진작 바꿨어야 맞았지.’
알고 있지만 못 바꿨던 이유는 당연히 플라이 마법 때문이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은 지형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므로 매력이 너무 컸다.
‘아이템에 마법을 귀속한다.’는 행위는 대마법사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 가능했기 때문에 영우로서는 대체품을 만들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탐욕으로 만들면 된다.
탐욕의 기본 옵션이 바로 ‘비행’이니까.
물론 플라이를 사용하는 것과 느낌이 많이 다를 테지만 <용의 날개>까지 함께 활용하면 아쉬운 부분을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 미스릴에 마법이나 스킬도 귀속시킬 수 있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바사라가 지원해준 대량의 블랙 미스릴.
그것들을 소모해가며 실험하는 과정에서 영우는 한 가지 아쉬운 사실을 파악했다.
블랙 미스릴이 모든 종류의 속성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녔다곤 하나 마법이나 스킬까진 흡수하지 못했다.
뭐 애초에 기대는 적었다.
속성과 마법은 별개의 개념이니까.
하지만 어쨌든 조금 아쉽다.
‘됐어. 모든 속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충분히 사기야. 그 이상 바라는 건 너무 큰 욕심이지.’
욕심 맞다.
이미 밸런스 파괴 수준의 온갖 사기적인 옵션을 보유한 탐욕에 그 이상을 바란다는 건 양심이 없는 수준이었다. 거의 도둑놈 심보다.
“자, 그럼 가볼까.”
팔굽혀펴기 200회를 가볍게 마친 영우가 찬물로 샤워한 후 캡슐에 누웠다.
템빨왕 그리드가 될 시간이다.
***
그리드가 Satisfy에 접속한 직후였다.
“바이올렛 왕국 측에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국가에게 사신을 보냈습니다. 연합군을 만들자고 발의하더군요.”
대장간으로 찾아온 라우엘이 보고했다.
그리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합군? 설마 오크 때문에?”
최근 시작 된 이종족 에피소드는 당연히 그리드도 알고 있었다.
어스름족 오크의 바이올렛 침공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었으며 바이올렛 왕국이 큰 난항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
“원군을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뭔 연합군? 그 와중에도 손해는 보기 싫다 이거야?”
타국에 원군을 요청하는 것은 큰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행위다.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물론 언젠가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했다.
바이올렛 왕국은 위기에 빠진 이 순간에도 그 대가를 지불하고 싶지 않아서 원군이 아닌 연합군을 운운하는 것이었다.
“바이올렛 왕국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오크족이 바이올렛을 정복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대로 다른 나라까지 침략할 가능성이 높다. 오크의 번식력은 대단해서 국가라는 울타리를 갖게 되는 순간 인구가 급증할 테고 더 많은 영토를 탐하게 될 것이다. 오크가 인류 전체의 적으로 거듭나기 전에 모두가 힘을 합쳐서 놈들과 맞섬이 옳다.”
“일리가 있군. 심지어 오크로 종족 변경하는 플레이어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던가? 확실히 위험하긴 하겠어. 근데 말이야.”
그리드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오크가 그토록 호전적이고 위협적인 종족이라면 제국은 왜 오크를 해방한 걸까?”
아무리 화합 정책을 펼친다지만 정도가 있는 법이다.
바이올렛 왕국의 주장대로 오크가 인류 전체를 위협할 정도로 흉포한 종족이었다면 바사라가 그들을 해방시켰을 리 없다. 제국은 오크라는 종족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테니까.
라우엘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드의 발전에 감동마저 느낀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대로 짚으셨습니다. 제국이 오크를 순순히 해방했다는 점이 바이올렛 왕국의 주장에 허점이 있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른 국가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연합군 발족은 없을 겁니다.”
“대신 대가를 받고 원군을 보내는 왕국 정도는 몇 개 있겠군.”
“네, 한탕 제대로 할 기회니까요.”
“네가 나를 찾아온 이유도 거기에 있겠네. 궁지에 몰린 바이올렛이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원군을 요청하면 응할 것이냐, 말 것이냐 내게 의견을 물으려는 거지?”
“오늘 무슨 약이라도 잘못 드셨습니까? 어지간해서는 두 번, 세 번 말해야 대화가 통하던 분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이해가 빠르십니까?”
“상추를 씻어 먹었더니....”
“....?”
“험험, 어쨌든 난 반대.”
“이유는요?”
“건국식 때 바이올렛 사절 놈이 까불어댔던 게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 이름이 비듬, 뭐랬나? 아그너스한테 맞아 죽은 놈.”
“비즈 남작이었을 겁니다.”
“그래, 그놈. 바이올렛 왕국은 그 사건 후로도 무례를 사과하기는커녕 도리어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잖아. 몇 달 전에 유페미나가 아그너스의 무죄를 증명하고 석방하라고 했을 때도 인정 안 하고 도리어 역정 냈었고. 진짜 글러먹은 놈들이야.”
“원군을 보내지 않는 건 일종의 보복인 셈입니까?”
“물론. 굳이 다른 이유를 덧붙이자면 다른 국가들의 군사력을 소모시킬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들고.”
플레이어까지 합류하고 있는 어스름족 오크는 결코 손쉬운 상대가 아니다.
바이올렛 왕국에 원군을 보내는 국가 모두 큰 피해를 감수해야할 것이다.
급증하고 있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영토 확장을 고려해야하는 템빨국 입장에선 매우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었다.
라우엘이 피식 웃었다.
“굳이 덧붙인 이유 쪽이 훨씬 더 합리적이군요.”
정복 전쟁.
이에 대해서 그리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품고 있지 않을지 라우엘은 근심해왔다.
하지만 다행히 그리드에겐 야망이 있었다.
그리드가 제국을 넘보지 않았던 이유는 ‘먹어봤자 감당 못할’ 거대한 세력이었기 때문일 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세력 확대는 그리드도 바라는 일이었다.
“드디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드는 겁니까?”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안도하던 라우엘이 흥미를 보였다.
그리드가 증식 성질을 억제하고자 대충 아무 검의 형태로 만들어놓았던 탐욕 하나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응, 꽃길만 걷자는 의미에서 새신 신으려고.”
“일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하고 싶군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대장일에 몰두하는 그리드의 모습이야말로 그리드의 본질.
용광로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무두질할 때의 그리드는 거대한 마력을 발산했다.
그리드의 도전과 열정이 지켜보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리드의 인내와 집중이 지켜보는 이들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그리드가 작업할 때마다 대장간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드가 싸우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리드를 인정하지만, 그리드가 대장일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리드를 존경했다.
“바빠서 구경할 시간 없지? 정말 네겐 늘 미안하고 감사할 뿐이야. 아이템 만들면 가장 먼저 너한테 정보 공유해줄게.”
“네, 우리의 운명이 이끌릴 때까지 은하를 배회하던 시절처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크크큭.”
“빨리 가라.”
닭살을 털어낸 그리드가 축객령을 내렸다.
‘정말로 기대되는군.’
대장간에서 쫓겨나 왕궁으로 돌아가는 길.
라우엘의 표정은 한껏 들떴다.
필시 어떤 부작용이 생길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사기적인 옵션들이 가득한 광물.
그리드가 창조한 <탐욕>은 과연 어떤 아이템을 탄생시킬 것인가.
‘필시 대단하겠지. 아무리 성능이 좋아봤자 브라함의 부츠를 완전히 대체하진 못하겠지만.’
플라이는 정말로 특수한 마법이다.
발동 시 계속 마나가 소모된다는 점 외엔 단점이 거의 없다. 장점은 엄청나게 많은 주제에 말이다.
의외로 지력이 높아 마나가 많고 방어력이 무자비하게 높은 그리드의 입장에서 브라함의 부츠만큼 찰떡궁합인 신발도 없었다.
라우엘은 그리드가 얼마나 사기적인 신발을 만들지라도 브라함의 부츠의 가치는 쭉 보존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3일 후.
“끄으응....”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서류더미에 파묻혀 아침을 맞이한 라우엘이 기지개를 폈을 때.
-완성했다.
피곤에 찌든 그리드의 귓속말이 날아왔고 라우엘의 예상은 깨졌다.
[플레이어 ‘그리드’가 <천지를 발밑에 둘 오만한 청룡의 부츠>의 정보를 공유합니다.]
“....?”
부츠의 상세 정보를 열람한 라우엘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천지를 발밑에 둘 오만한 청룡의 부츠>
등급:신화
내구력:무한 방어력:1,030
*이동속도 +10%
*회피율 +15%
*전격 속성 내성 +60%
*암흑 속성 내성 +40%
*하반신을 이용한 공격 시 공격 속도 +30%
*하반신을 이용한 공격 시 높은 확률로 <분쇄> 발동.
*하반신 피격 시 낮은 확률로 피해 무시.
*하반신 피격 시 높은 확률로 <재구성> 발동.
*신장 +3센티미터.
*스킬 <내리쳐라!> 생성.
*패시브 스킬 <번개의 화신> 생성.
*지형이 협곡인 장소에서 방어력 10퍼센트 상승.
*지형이 협곡인 장소에서 광역 스킬의 위력이 20퍼센트 상승.
*22위 이하의 대악마와 조우 시 대상의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을 10퍼센트 저하.
*파괴에 이를 정도의 손상을 입을 시 5초 동안 내구력이 최소치로 고정. 이 효과가 끝난 후 내구력 10퍼센트 복구. (재사용 대기 시간 24시간)
★스킬 <전광> 생성.
★스킬 <뇌신> 생성.
신에게 깨달음을 준 대장장이 그리드가 제작한 부츠입니다.
무릎 아래까지 올라오는 긴 부츠이지만 재료로 사용한 <탐욕>의 탄성이 유연하여 움직임에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강화된 아스타로트의 뿔>로 만든 보호대와 <강화된 아스타로트의 뼈>로 만든 밑창이 덧대어져 더욱 높은 방어력과 멋진 외관을 겸비하였으며 보호대와 밑창에서 발생하는 자력이 금속에 반발력을 일으킵니다. 평범한 병장기는 이 부츠에 닿을 수 없는 것입니다.
<강화된 청룡의 숨결>이 아스타로트의 뿔과 뼈의 뇌속성을 더욱 강화시켰고 탐욕이 이를 온전히 흡수하는 과정에서 사방신 중 하나인 <청룡>의 능력 일부가 우연적으로 구현되었습니다.
강화된 청룡의 숨결이 착용자에게 신화적인 가호를 내립니다.
그리드의 서사가 담겨있습니다.
착용 조건:그리드
무게:600
<분쇄>
대상이 무장하고 있는 방어구의 내구력을 대폭 감소시킵니다.
<재구성>
내구력이 하락하거나 형태 손상 시 원래의 상태로 복구시킵니다.
<내리쳐라!>Lv.1
강림하는 청룡의 분신을 소환합니다.
청룡의 분신이 동반하는 벼락이 소환자의 발밑에 존재하는 모든 대상에게 각 30,000의 고정피해를 입히고 높은 확률로 감전시킵니다. 감전 된 대상은 최소 0.5초에서 최대 5초 동안 마비됩니다.
*신화 등급 아이템에 귀속된 스킬은 레벨 업이 가능합니다.
마나 소모:2,000
재사용 대기 시간:12시간
<번개의 화신>Lv.1
지속형 패시브
청룡의 가호로 인해서 번개에 친숙한 몸을 갖게 됩니다.
비행 활동 시 스태미나가 소모되지 않습니다. 비행 상태로 사용하는 마법, 스킬의 자원 소모량이 20퍼센트 감소합니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씨에는 자원 소모량이 10퍼센트 추가 감소하며,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에는 20퍼센트 추가 감소합니다.
전격 속성의 공격을 받을 시 보통 확률로 이로운 효과가 발생합니다. (스태미나 소폭 회복, 마나 대폭 회복, 스탯 중 하나 소폭 상승 효과 중 하나 랜덤 적용. 재사용 대기 시간 10초)
공격 시 일정 확률로 대상의 마나를 불태웁니다. (대상 총 마나의 5퍼센트)
*신화급 아이템에 귀속된 스킬은 레벨업이 가능합니다.
<전광>Lv.1
청룡의 기운을 몸에 씌웁니다.
비행 상태에 돌입하며, 신계에 도달할 정도로 높은 고도에서도 호흡이 가능해집니다.
*이동 속도 20퍼센트 상승.
*최대 제한 속도 돌파 가능.
*전격 속성 공격에 완전 면역.
마나 소모:초당 300.
재사용 대기 시간:3초.
*신화급 아이템에 귀속된 스킬은 레벨업이 가능합니다.
<뇌신>Lv.1
조건부 발동 패시브
청룡의 기운과 동화합니다.
최대 속도에 도달 시 낮은 확률로 신체가 번개로 변합니다. 이때 모든 공격이 전격속성으로 변경되고 대상을 타격할 때마다 마나를 대량으로 불태웁니다. (대상 총 마나의 10퍼센트)
모든 물리공격에 면역하지만 마법공격에는 방어력, 저항력이 적용되지 않은 2배의 피해를 입습니다. 또한 이동하는 경로에 지력의 10배에 해당하는 피해를 주는 전류를 남깁니다. 전류 지속 2초.
속도가 하락할 때까지 해제되지 않으며 최대 속도에서 벗어날 시 즉시 해제 됩니다.
*뇌신 상태에서 사망 시 청룡의 분노를 삽니다.
*신화급 아이템에 귀속된 스킬은 레벨업이 가능합니다.
“아....”
선마다 금테가 둘러진 흑색의 롱부츠.
그 신비한 금속의 부츠는 성별, 나이, 취향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압도적인 외관을 자랑했다. 누구라도 보면 감탄할 정도로 멋지고 품격이 있었다. 여태까지 그리드가 제작한 수천 개의 아이템 중에서도 수위에 꼽을 정도로 훌륭한 생김새였다.
하지만 라우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외관이 아닌 성능에 있었다.
본래 신발이란, 장갑과 함께 방어력이 가장 낮게 책정되는 부위의 방어구다.
한데 그리드가 새롭게 제작한 부츠의 방어력은 평범한 전설급 갑옷의 방어력조차 초월했다.
내구도가 무한인 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나만 있어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기막힌 옵션이 무려 10개가 넘는다는 점이 경악스럽다.
탐욕과 사신수의 숨결, 그리고 대악마의 부산물의 조합에 그리드의 서사가 더해져 탄생한 결과물은 라우엘의 예상조차도 훌쩍 뛰어넘는 것이었다.
-축하드립니다. 근데.... 그런 걸 앞으로 몇 개나 더 만드시겠다고요...?
-몇 개가 뭐냐? 최소 수천 개는 찍어내야지.
-양심이라는 단어를 혹시 모르시는 겁니까?
-남한테 피해주는 것도 아닌데 뭐 어때.
그리드의 목표는 <탐욕의 군단>을 만드는 것이다.
탐욕의 사용 조건이 그리드인 점은 문제없다.
사용 조건이 그리드로 한정 된 이유는 파브라늄의 영향인 바.
광룡 망치와 광룡 모루를 써서 탐욕의 고유 특성들을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다.
당연히 탐욕의 성능이 크게 떨어지겠지만 사용 조건을 조절하기 수월해질 테니 템빨단원 전원을 탐욕으로 무장시키는 건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옵션이 삭제 된 탐욕이라고 해도 아다만티움보다 단단하니까 충분히 가치는 있지. 뭣보다 때깔이 맞춰지면 보기도 좋잖아?’
그리드는 확신한다.
내가 있는 이상, 이종족의 등장과 함께 닥쳐오기 시작한 해일과 폭풍이 아무리 거셀지라도 템빨국은 건재할 것임을.
-자칫 <뇌신> 스킬 때문에 트롤이 될 우려가 있어 보이지만 정말 재수가 없지 않는 이상 걱정할 부분이 아닌 것 같고. 보면 볼수록 정말 멋진 아이템이네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