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50권 - 3화
제4회 국가대항전이 끝난 후.
크라우젤은 ‘앞으로 3년 동안 키리누스의 곁을 떠날 수 없다.’는 제약을 스스로 떠안았다.
활동 범위의 대폭 축소.
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페널티로 작용하여 크라우젤에게 족쇄를 채웠다.
날씨가 맑아도, 흐려도.
눈이 와도, 비가 와도.
그는 단지 키리누스의 곁을 지킬 뿐이었다.
허름한 오두막이 놓인 작은 산 하나가 그의 세계가 되었다.
다른 플레이어들이 대륙 각지의 사냥터를 전전할 때도, 온갖 명성을 쌓아올리며 성장할 때도 산속에 틀어박힌 크라우젤의 레벨만큼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정체를 뜻하는 게 아니었다.
키리누스에게 수학하는 모든 과정이 양분이 되어서 크라우젤을 발전시켰다.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한 끝에 <검성>이라는 직업이 개화했다.
크라우젤은 <심검(心檢)>을 얻었다.
심검은 우주 검처럼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성이 왜 최강인가를 증명해주는 궁극의 검술이었다.
<심검(心檢)>-초입
의지의 검으로 대상을 벱니다.
대상의 현재 생명력의 1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히고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줍니다.
*자신의 공격력이나 대상의 방어력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스킬 자원 소모:최대 검기의 절반.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24시간
현재 생명력의 10퍼센트를 소모시킨다.
소모 자원과 재사용 대기 시간을 고려해 봤을 때, 터무니없을 정도로 낮은 피해량이다.
그 어떤 직업의 궁극기도 이처럼 나약하진 않다.
처음 심검을 얻었을 당시 크라우젤은 굉장히 당황했었다.
버그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로 심검의 성능에 실망했다.
하지만 그는 머잖아 심검의 잠재력을 엿봤다.
뮐러가 단독으로 대악마를 토벌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테스트 과정에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한 까닭이었다.
우선 필중기라는 점.
크라우젤이 대상을 ‘베겠다.’고 마음먹는 순간 대상은 그대로 베였다.
심검은 그 어떤 전조도, 기척도 없이 발동함으로서 대상에게 회피나 방어의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리고 그 효과는 초네임드 NPC인 키리누스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이는 명확한 증거였다.
심검의 힘이 보스 몬스터에게도 통용될 거라는 증거.
언젠가 초입의 단계를 넘고 심화되어 위력이 상승할 심검의 위력은, Satisfy의 모든 스킬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게 되리라.
‘네가 보여줬으니, 이번에는 내가 보여줘야 할 차례겠지.’
본래는 숨겨야할 힘.
훗날 반드시 성사 될 그리드와의 재대결에서, 혹은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는 순간 의지함이 옳은 궁극기를.
“심검.”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 된 지금, 크라우젤은 공개했다.
그건 크라우젤만의 법도.
먼저 자신의 전력을 노출해야했던 그리드를 향한 예의다.
피잉─
[검성의 의지가 대상을 벱니다.]
““....?””
푸화하하하하하하학!!
[대상에게 290,654,0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퍼센트 스킬로 인한 데미지 기록은 업적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베리드의 어깨가 날아갔다.
형용할 수 없는 범주의 충격을 한 번에 입게 된 베리드는 그 어떤 반응조차 못한 채 그저 멍한 얼굴이 되었다.
“....!”
“....!”
“....!”
그리드와 칠공작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특히 그리드는 크라우젤을 귀신 보듯이 보았다.
자신이 몇 분 동안 전력을 다해서 입힌 데미지와 크라우젤의 일격이 입힌 데미지의 수준이 비슷했으니, 직접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시청자들도 난리가 났다.
그저 말 한 마디로 대상을 베다니?
수만 명의 랭커를 좌절시켰던 대악마 베리드에게 일격에 수억 단위의 피해를 입히다니!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상대가 좋았을 뿐이다. 네 검무의 위력에는 훨씬 못 미친다.”
크라우젤은 태연한 표정으로 황당한 헛소리를 지껄였다.
“뭐...?”
뭔 헛소리야?
그리드가 혀를 내둘렀다.
겸손에도 정도가 있지, 이쯤 되면 거의 놀리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피식.
그리드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의 손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마어마한 희열이 그를 엄습하고 있었다.
내 라이벌은 건재하다.
감히 넘보지 못했던 시절의 지존으로 회귀하는 중이다....
이와 같은 생각들이 뇌리를 관통하자, 그리드는 기뻤다.
안심하고 더 강해져도 된다.
앞으로 계속 더 강해지자.
오만의 극치에 이른 안도감이 드는 한편 순수한 열망이 활활 불타올랐다.
“....그 반응, 마음에 드는군.”
자신을 바라보는 그리드의 눈빛에 깃든 감정을 읽은 크라우젤 역시 피식 웃었다.
이 순간 두 사람은 공유하고 있었다.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둘 중 한 명이 사라지는 순간, 남은 한 명은 지독한 고독 속에 시달리게 되리라.
‘너는.’
‘너는.’
‘나의 길잡이다.’
‘나의 목표다.’
투콰앙-!
스탯화 된 초감각.
그리드는 이미 습득한 <초월의 격>을 향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 그 힘이 크라우젤에게 신속을 부여했다.
그는 어느새 베리드의 지척에 있었고,
“호랑이 울음.”
퍼어어어어엉-!
검성의 기(氣)를 머금은 발경은 베리드가 반사적으로 펼친 금속의 벽을 관통했다.
““.....””
베리드의 몸통이 ㄱ자로 꺾였다.
하지만 피를 토하진 않는다.
생명력 게이지는 미동조차 안 했다.
크라우젤의 공격력은 그리드와 달리 상식의 범주에 있는 바.
일반 스킬로는 베리드에게 타격을 입힐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를 무너뜨렸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크라우젤은 그리드와 다른 유형의 강자.
그의 무력은 스팩에서 오는 게 아니라 통찰력과 컨트롤 솜씨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었기에.
“지룡 승천.”
자세가 무너져 금속의 장벽으로부터 살짝 벗어난 베리드의 턱으로 검극이 솟구친다.
1센티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공격에 베리드는 찔렸고, 이번에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았다. 도리어 반격을 가하는 놈의 발톱이 크라우젤의 가슴을 스쳐지나갔다.
[31,5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죽으세요!””
“큭....!”
채챙!
채채채채챙!!
크라우젤과 베리드의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지옥을 벗어난 대가로 약화 된 베리드.
그가 그리드의 움직임에 반응하지 못했던 이유는 그리드가 초월자의 편린 위로 흑화까지 덧씌웠기 때문이다.
약화 상태라고 해도 크라우젤의 초감각에 반응하지 못할 정도로 무능하진 않다.
쩌어어엉-!
베리드의 발톱에 맞물린 백호검이 파르르, 경기를 일으킨다.
기세를 잃는 것처럼 보였지만, 도리어 반대였다.
““....!””
백호검의 무게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베리드의 신형을 무너뜨렸다.
동시에 쇠사슬과 천이 날아와 베리드의 하나밖에 없는 팔을 구속시켰다.
하오 남매의 개입이었다.
러시아 랭커들의 궁극기가 베리드의 거체를 폭격했다.
““이젠 별 쓰레기들까지!””
뜨거운 콧김을 내뿜은 베리드가 팔을 힘껏 휘두르자 하오 남매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하오 남매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천을 버린 메이샤오가 채찍을 휘둘렀고 하오는 반용으로 변신해서 브레스를 쏘았다.
크라우젤은 동료들이 벌어준 소중한 시간을 놓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만에 베리드의 허점을 포착하고 자신의 스킬을 대거 쑤셔 박았다.
그중에는 대상의 방어력 하락을 유발하는 검술도 포함돼 있었다.
크라우젤은,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우러러보는 강자가 활약할 수 있는 초석을 다져놓았다.
“무상농법 극의.”
크라우젤 일행에게 정신이 팔린 베리드의 머리 위로.
쿠오오오오오오오!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청운진!”
베리드로부터 떨어져 나온 크라우젤이 일대에 푸른 구름을 소환했다.
짙은 안개처럼 펼쳐지는 구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베리드의 시야와 감각을 방해했다.
“절구질.”
““....이건!””
크라우젤 일행의 같잖은 재롱에 슬슬 짜증을 느끼기 시작하던 베리드가 표정을 굳혔다.
꾸둑! 꾸두둑!
말대가리에 핏줄이 돋아난다.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강기의 집약체는 현 인류 최강의 무기 중 하나.
대악마라도 좌시할 수 없는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으니까.
““더 이상 방심하지 않는다!””
베리드가 선언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저정!!
일대의 푸른 구름들이 일제히 금속으로 굳어간다.
베리드를 약화시켰어야할 크라우젤의 기술이 도리어 베리드를 지키는 금속의 우산으로 변모했다.
‘크음!’
하늘을 떠받듯이 펼쳐진 거대한 금속의 우산.
그것은 피아로의 얼굴에 낭패가 서리게끔 만들었다.
우산에 가로막힐 절구질의 위력이 크게 약화될 것을, 피아로는 한 눈에 간파했다.
하지만 피아로는 혼자가 아니다.
벨리알 레이드 당시.
피아로는 지금과 비교해서 한없이 약했던 그리드와 템빨단원들을 홀로 떠안아야했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의 곁에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드가 재회시켜준 옛 동료들 말이다.
“피아로 공! 우리가 돕겠소!”
“나도 예전의 애송이가 아니라고!”
그렌할과 모르이즈가 참전했다.
그들에게도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광기의 힘과 야수의 힘은 꺼내지 못했지만,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베리드의 연금술을 파훼할 정도의 능력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콰자자자자자자작!!
대지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거대한 우산을 그렌할의 장검과 모르이즈의 곡도가 나란히 비행하며 갈라놓았다.
어둠에 빠졌던 세상에 다시금 태양이 비췄다.
““방심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베리드가 콧방귀 뀌었다.
그는 유리처럼 산산이 조각나 흩어지는 금속의 파편들을 실시간으로 재구축했다.
세상이 금방 다시 어둠에 물들었다.
하지만 변수가 있었으니.
“제가 부셔드리죠.”
금관 바사라가 눈을 뜬 것이다.
그녀의 두 눈은 신비로운 붉은 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황실의 혈통임을 상징하는 적기(赤氣).
역사상 최강의 황제였다는 하이젠 사하란으로부터 비롯된 힘.
그것은 물질에 침투하는 성질을 지녔다.
적기사들의 갑옷이 붉은 이유다.
적기는 대상 물질을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킨다.
쏴아아아아아....
마치 수천 년이라는 세월을 겪은 것처럼, 크게 펼쳐져있던 금속의 우산이 빠르게 녹슬고 풍화되어갔다.
그리고 하필 그때 강기의 집약체가 베리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이 타이밍, 정확히 노린 것이 분명하다.
이를 간 베리드가 재차 우산을 펼쳤으나.
콰아아아악-!
아슬아슬하게 늦고 말았다.
우산은, 커다란 절구가 베리드의 몸통을 짓뭉갠 직후에야 펼쳐졌다.
움찔...! 움찔!!
우산 아래 그늘진 대지 위.
절구에 깔려 뭉개진 베리드의 육신이 기이한 각도로 꺾인 채 경련한다.
흰 피는 강물처럼 흘러내려....
휘리리리릭!!
대규모 금속의 덩굴로 솟구쳐 피아로와 크라우젤 일행, 그리고 칠공작들의 몸을 꽁꽁 묶어버렸다.
“큭....!?”
데미지는 약하다.
한데 물리적인 속박을 유도하는 성질을 지녔다는 점이 문제였다.
‘이거 알면 알수록 엄청난 놈이잖아?’
세상의 중심은 사하란 제국이다.
대악마가 모든 인류를 파멸로 몰아넣을지는 몰라도 제국만큼은 예외다.
황궁에 출현했던 아스타로트가 토벌 당했듯이, 대악마는 제국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이와 같은 확신을 품어왔던 모르이즈의 생각이 바뀌었다.
자신의 사지를 구속하고 있는 금속 덩굴에 깃든 마력을 느낀 그가 제대로 긴장했다.
‘이건 나도 변신하지 않으면 뿌리치기 힘들 것 같은....’
오싹!
문득, 모르이즈는 상상했다.
베리드가 황도 타이탄을 침공하는 모습을.
황도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이 금속으로 변해 백성들과 병사들을 덮친다면....
과연 제국이 감당할 수 있을까?
일단, 당최 무슨 생각을 하고 살아가는지 모를 그랜드마스터 놈은 죽어가는 백성들을 외면할 것이다. 흥미로운 실험도구를 발견한 표정을 지은 채 구경이나 하고 있겠지.
마법왕 골드히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베인은 폐하의 곁을 지킬 뿐이며 끽해야 카일이랑 첸슬러 정도만 나설 텐데.’
그 둘이면 퇴치할 수 있을까?
가능은 할 거다.
얼마 전 유적지에서 만난 카일은 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 있었고, 첸슬러야 ‘절대 죽지 않는’ 놈이니.
둘이 힘을 합친다면, 몇날 며칠의 격전 끝에 베리드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싸움이 끝났을 때 황도의 백성들은 모조리 죽어있을 터.
이제는 다섯 명밖에 남지 않은 칠공작 전원이 황도를 지키지 않는 이상, 베리드가 황도를 침공할 경우 발생할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는 뜻이 된다.
‘제기랄!’
모르이즈가 드디어 깨달았다.
대악마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 귀로 흘려 넘겼던 과거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이놈은, 반드시 이곳에서 토벌해야 한다.
‘그리드 전하, 당신 덕이야!’
변신하겠다.
내 힘을 공개함으로서 약점이 노출되고 제국 공작의 입지가 약화될 수도 있다는 근심을 우선순위에 놓을 상황이 아니다.
결심한 모르이즈가 그리드에게 시선을 돌렸다.
국가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인류 전체를 위해서 대악마 토벌에 나선 영웅.
그를 쫓아온 덕분에 제국의 재앙이 될 수도 있을 대악마를 미리 토벌할 수 있게 되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꽈득-!
꽈드드드득!!
목을 옥죄어오는 금속의 덩굴을 두 손으로 힘껏 거머쥐는 모르이즈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 위로 은백색의 털이 솟아나려는 순간이었다.
쿠화하하하하하항!!
샛노란 화염이 파도처럼 밀려오더니 모르이즈를 구속하고 있는 금속의 덩굴들을 녹여버렸다.
모르이즈를 비롯한 모두가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되찾았다.
“바사라 공, 전투 중에 당신이 지켜야할 위치는 후방일 텐데요. 그래야만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적기로 대처할 수 있죠. 도리어 같이 휩쓸려서 어쩌자는 건가요?”
창성 레이첼.
야수화한 모르이즈의 전력과 동급의 힘을 상시 간직하고 있는, 칠공작 최강의 실력자 중 하나.
“당신답지 않은 실수에요. 무엇이 당신을 흥분시켜서 당신의 총기를 해쳤을까요.”
여태껏 한 마디도 안 한 채 멍하니 있던 그녀가 드디어 앞으로 나서 모두를 위기로부터 구했다.
그러더니 한다는 게 바사라의 실수를 지적하는 일이었고 모르이즈를 지탄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모르이즈 공, 당신은 무슨 생각으로 그 힘을 쓰려고 했던 거지?”
“.....”
“개가 되면 지능까지 낮아진다는 약점을 동네방네 소문내려고?”
“...개가 아니라 늑대라고.”
“뭐, 됐고.”
레이첼의 날카로운 시선이 피아로에게 향했다.
그리드가 등장한 이후 내내 멍하니 있던 그녀가 화려하게 복귀했으니 시청자 모두의 이목이 그녀에게 집중됐다.
백억 개의 눈동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음을, 그녀는 꿈에도 모른 채 말했다.
“전 적기사단 단장 피아로. 공께서 템빨왕을 섬기고 계셨을 줄은 몰랐네요.”
『....!』
-....!
“뭐.... 살아계신 줄은 알았어요. 나의 영웅이자 제국의 최강자였던 당신을 그 누가 감히 해칠 수 있었겠어요?”
『....!?』
-....!?
템빨국의 그 미친 농부가.
다름 아닌 그리드의 기사가 사실은 제국의 최강자였다고?
저 대단한 창성 레이첼이 자신의 영웅이라고 부를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고?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된 전 세계 시청자들이 먹고 있던 맥주나 콜라를 주르륵, 흘릴 정도로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치킨을 김치에 싸먹고 있던 한 한국인 시청자는 사례가 걸려서 눈물을 흘렸다.
역시, 치킨을 김치에 싸먹는 행위는 위험한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제국과 전쟁 중이던 그리드가 도대체 무슨 경위로 칠공작들과 동행하게 된 건지.... 그 미스터리가 드디어 풀린 것 같군요....』
중계진의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았다.
알고 보니 제국의 전 최강자를 휘하에 두고 있던 그리드.
그는 피아로를 이용해서 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계획을 대체 언제부터 세워둔 것일까?
어쩌면, 몇 년 전 황제가 그리드를 초대한 사건도 그리드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일 중 하나가 아닐까?
한 수, 두 수 앞을 내다보는 수준이 아니다.
그리드의 통찰력은, 이미 미래를 관측하는 지경에 도달해 있었다.
꿀꺽....
중계진이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스피커와 헤드셋을 타고 시청자들의 귓전에 스며들었다.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서 쉬고 있을 뿐인 그리드로부터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한편 그리드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진실 왜곡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잃었던 직업과 칭호, 그리고 모든 스킬과 특성이 복구됩니다.]
[단, <서사시의 마검사>의 격이 <파그마의 후예>보다 높으므로 <그리드의 검무>가 활성화 상태를 유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