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9권 - 20화
“잠깐 기다려봐. 일단 대기하자. 조금 더 추이를 지켜봐야겠다.”
키리누스와 레이첼을 대동하고 나타난 크라우젤은 범세계적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레이드 성공을 점치게끔 만들었고, 이로 인해서 한 가닥 한다는 플레이어들은 죄다 테일렌 요새로 향하게 되었다.
어차피 성공할 레이드에 숟가락 얹어보자는 속셈이다.
상대는 대악마.
아주 약간의 공헌도만 올려도 짭짤한 보상을 얻을 테니까.
그렇다.
현재 테일렌 요새에 <전이 마법 차단> 결계가 생성 된 상태가 아니었다면, 대륙 각지에 흩어져 있는 모든 랭커들이 이미 진즉에 테일렌 요새에 집결했을 것이다.
‘근데 왜 멍청하게 결계를 펼쳐서.’
하켄 왕국 소속의 랭커, 박스.
그는 전직 조건이 <아수라> 다음으로 까다롭고 성장 난이도 또한 극악으로 분류되는 <링커> 직업의 1인자다.
지발의 전성기 시절 지발의 최측근으로써, 지발이 스네이크 길드를 버리고 하켄을 떠났을 때 지발의 뒤를 잇게 된 후계자였다.
그런 그가 ‘나도 베리드 레이드에 숟가락 얹어보자’ 외치며 테일렌 요새를 찾아왔다.
그는 마침 테일렌 요새 근처에 머물고 있었기 때문에 제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수천, 수만 명의 랭커들에게 둘러싸인 채 죽어가는 베리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한데 현장에 도착해서 보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베리드를 다구리 놓았어야할 랭커들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었다.
그저 협곡 구석마다 숨죽인 채 숨어있는, 자신과 같은 쭈구리 몇 명이 보일 뿐이었다.
모두 결계 때문이다.
결계 때문에 다른 랭커들이 제때 도착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길.’
상황이 나쁘다.
전 세계 모든 언론이 ‘최강의 NPC’라고 추켜세웠던 대륙제일창과 칠공작이 베리드를 상대로 고전하기 시작했다.
크라우젤 일행은 여전히 악마들을 상대로 사투 중이었다.
악마들 중에도 ‘일반’과 ‘정예’라는 등급의 구분이 있었고, 정예 악마들은 크라우젤의 검술에 좀처럼 쉽게 당해주질 않았다.
특히 여러 개의 관(管)을 몸에 달고 있는 식물형 악마들이 까다로워 보였다.
관에서 뿌연 연기가 뿜어질 때면 전장이 온통 안개로 뒤덮였고, 관에서 피리소리가 흐를 때면 하켄 왕국의 병사들이 세뇌당해 서로를 공격했으며, 관에서 흐르는 꿀을 섭취하는 곤충형 악마들은 일시적으로 대폭 강해져서 크라우젤을 집중 공격했다.
전투력, 유지력, 지능 모든 면에서 어지간한 필드 보스 몬스터보다 나았다.
녀석들이야말로 베리드 군단의 중추를 이루는 핵심 전력 같았다.
이대로는 레이드가 실패할 거라고 판단한 박스가 쯧, 혀를 차며 성벽 위 귀족들을 노려보았다.
‘병신 같은 놈들. 고사리 손이라도 빌려야할 판국에 결계를 쳐놓다니.’
저들이 결계를 친 이유는 박스 또한 알고 있었다.
전쟁 통에 외부인의 출입을 자유롭게 허가할 경우 위험요소가 너무 컸다.
야탄교 신도들이나 하켄 왕국의 멸망을 바라는 모종의 세력들이 기회를 틈타 기습을 걸어왔다가는 레이드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상승할 것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박스는 위험요소를 방지하겠답시고 희망마저 차단한 하켄 왕실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뭐, 하긴 그렇게 소심하고 멍청하니까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소국으로 전락한 걸 테지.
“이거 실패다.”
궁극의 연금술.
날카로운 금속의 비를 쏟아내는 베리드의 광역기 앞에서 키리누스와 레이첼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크라우젤과 하오 남매, 그리고 알렉산더와 러시아 랭커들도 포기한 듯 진형을 바꾸는 중이다. 눈앞에 악마들을 외면하고 키리누스와 레이첼의 퇴로를 열어주고자 몸을 날렸다.
‘이 전투에 끼면 안 돼’
죽어서 아이템과 경험치를 잃는 것은 둘째 치고 레이드 실패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수치까지 겪을 뻔했다. 스네이크 길드의 명성을 잃을 뻔했다.
....길드원들을 죽음으로 내몰 뻔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박스가 길드원들을 이끌었다.
“떠나자. 여기엔 희망이 없다.”
“.....지발 님을 돕고 싶었던 거 아닙니까?”
스네이크 길드.
지발이 세웠으나 현재는 박스가 이끌고 있는 그 명문 길드의 단원들이 눈치를 살폈다.
그들은 박스의 마음을 엿보고 있었다.
겉으로는 숟가락, 숟가락을 외치고 있었지만, 박스가 이곳까지 찾아온 이유는 사실 지발 때문이었다.
자신이 유일하게 섬겼던 사람에 대한 옛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스는 무려 3백 명의 길드원을 이끄는 몸이다.
그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 때문에 길드원들을 죽음으로 내몰 만큼 막무가내는 아니었다.
“지발? 그딴 퇴물, 관심 없다만.”
아무렇지 않은 척 말한 박스가 성큼 걸음을 옮겼다.
협곡을 떠나는 그가 향하는 방향은 본래 머물던 도시와 정 반대였다.
하켄 왕국을 떠나려는 것이다.
‘여태까지 하켄에서 쌓은 명성과 업적이 아깝지만 어차피 망할 나란데 미련 가져봤자 부질없지. 이참에 사하란 제국으로 갈아타야겠다.’
소국은 소국만의 장점이 있다.
활동하는 플레이어가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고등급 퀘스트를 독점할 기회가 많았고 사냥터도 쾌적했다.
인구가 많은 나라들과 비교했을 때 모든 분야의 경쟁률이 낮았다.
박스처럼 어중간한 수준의 랭커에겐 특히 득이 되는 환경이었다.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 라는 것이다.
박스는 제국에서 그저 그런 생활을 하느니 하켄 왕국에서 떵떵 거리며 살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베리드 사태로 인해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로테몬 왕국의 멸망을 보고 깨닫게 된 사실.
국민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를 조국으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사람에게는 더 나은 조국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길바닥에 나앉고 나서 문을 두드리는 것과, 아직 집을 둔 채로 문을 두드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지.’
하켄 왕국이 멸망하기 전에 어서 제국으로 가서 한 자리 꿰차야한다.
나의 가치가 온전할 때 협상해야한다.
생각하며 강가를 따라 이동하던 박스가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
협곡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군데군데 목격 된 까닭이다.
베리드 레이드에 숟가락 얹어보려는 속셈들이겠지.
레이드가 실패할 줄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곧 후회하며 되돌아가겠지. 응?’
박스가 반색했다.
저 멀리,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이동 중인 사람들의 행렬을 발견한 까닭이었다.
피난민들이었다.
하켄의 멸망을 예견하고 조국을 떠나는 사람들.
그들을 보자 박스는 안심이 되었다.
나라를 버린 건 나뿐만이 아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포기했다.
나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지, 결코 매국이 아니다....
그런 생각들이 박스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
우뚝.
길드원들을 이끌며 걸음을 재촉하던 박스가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내가 피난민들의 행렬을 발견하고 안도했다는 것은 즉, 스스로의 선택에 죄책감을 품고 있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그런 의문이 박스의 뇌리에 똬리를 틀었다.
꾸욱....
이를 악 문 박스가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했다.
Satisfy를 시작할 때 최초로 선택한 나라가 바로 하켄이었다.
하켄의 백성들과 교류하며 성장했다.
그 끝에 지발과 스네이크 길드를 만났다.
하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나는 과연 하켄의 멸망을 바라는가.
“.....”
왜 자꾸 어리석게도 미련이 남는 걸까.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왜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것일까.
걸음을 멈추고 동상처럼 굳어 선 박스에게 길드원들이 말했다.
“돌아가자.”
“.....”
“지금 이대로 떠나면 평생 후회로 남을 거라고.”
“.....제길.”
결국.
“그래, 돌아가자.”
매번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도망친다면, 결국 도망칠 장소마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마음을 다잡은 박스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위해서 등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야.”
“....?”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싶더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데, 왠지 귀에 익는 목소리다.
“....!!”
천천히 고개를 돌린 박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산처럼 큰 하마의 등에 올라탄 흑발의 사내가 그를 내려 보고 있었다.
“너, 요새에서 온 거지? 거기 상황 어때?”
“.....”
옛 기억이 떠오른다.
박스는 자신에게 몇 안 되는 실패를 안겼던 눈앞의 사내를 평생 잊을 수 없다.
“...이대로는 전부 죽게 될 거다.”
새로운 지존이 된 사내.
그에게, 박스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서둘러야겠군.”
박스로부터 시선을 거둔 사내가 자신의 동료들을 재촉했다.
“나 먼저 갈 테니까 최대한 빨리 쫓아와줘. 페이커, 피아로. 가자.”
신속한 몸놀림.
스킬의 시동어를 외친 사내가 투쾅, 요란하게 도약하더니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미친 빠르기를 따라잡는 사람이 무려 다섯이나 있다는 점이었다.
살신이라 불리는 거물과, 황금색 이름을 번쩍이는 4명의 NPC가 바로 그들이었다.
한데 NPC들의 이름들이 좀 의아했다.
하나 같이 귀에 익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들어본 듯한....
고개를 갸웃거리는 박스에게 적발의 여성이 다가왔다.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내뿜는, 세계에서 가장 고혹적인 자태의 미녀였다.
“당신, 우리 따라와. 링커 랭커 1위면 제법 쓸만하겠네.”
“...하지만 나는.”
“잔 말 말고 따라와.”
찌릿, 여성이 눈매를 날카롭게 만들자 흠칫 놀란 박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이번 레이드 또한 실패군요. 하지만 저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요. 저들은 충분히 잘 싸워줬습니다.』
화려했던 등장과 달리, 다소 허무한 결과이기는 하다.
하지만 크라우젤 일행의 활약을 부정할 사람은 세상에 몇 명 없었다.
그들은 여태껏 그 누구도 멈추지 못했던 악마 군단의 진격을 멈추게 만들었고, 우습게 사람들을 농락했던 베리드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었다.
존중 받아 마땅하다.
힘든 싸움이 될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나서줬던 그들은, 필시 영웅이었다.
말하며, 세계 각국의 중계진들은 크라우젤 일행을 치하했다.
수억 명의 시청자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환호는 없었다.
““꽤 많은 영혼이 모였네요.””
하켄 왕국 병사들의 시신을 거름 삼은 베리드가 4번째 군단을 소환했기에.
더욱 큰 세력을 구축하게 된 베리드의 행보는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사람들은 그저 눈앞이 깜깜할 따름이었다.
“피하십시오.”
크라우젤은 베리드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아직 키리누스와 레이첼을 넘어서지 못한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앞으로 나섰다. 두 사람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긴 채 홀로 베리드에게 맞섰다.
키리누스가 호통 쳤다.
“나를 조롱하는가! 퇴로는 내가 열 테니 그대야말로 피하도록 하시게!”
나의 유일한 사랑이었던 아리아떼가 황후가 됐을 때부터 키리누스는 삶의 목표를 상실했다.
그녀가 죽은 날, 키리누스의 삶은 의미를 잃었다.
죽어도 되는 사람은 나다.
뒤늦게 받아들인 내 자랑스러운 제자.
인류 최후의 희망인 검성을 희생삼아 도망칠 생각이 그에게는 추호도 없었다.
크라우젤이 고개를 저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불멸자입니다. 제게 있어서 죽음이란 감당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당신에게 죽음이란 끝이다.
그런 눈빛을 보내오는 크라우젤에게 키리누스가 조소를 보냈다.
“제아무리 불멸자일지언정 죽음은 손해라는 사실을 내 알고 있네. 비록 끝은 아닐지언정 퇴보하고 약해지겠지.”
“감당할 수 있습니다.”
“아니, 검성은 무너져선 안 돼.”
“.....”
“검성은 인류의 등불. 그대가 꺾이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네.”
레이첼 또한 키리누스와 나란히 섰다.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 대륙제일창이라는 칭호는 내가 갖을 거야.”
“.....”
크라우젤이 눈살을 찌푸렸다.
플레이어에 불과한 자신을 위해 희생하려는 필멸자들의 모습에 한숨부터 나왔다.
결국.
“두 분을 모셔줬으면 좋겠군.”
크라우젤은 하오 남매와 알렉산더 일행에게 부탁했다.
고개를 끄덕인 하오 남매와 알렉산더 일행이 키리누스와 레이첼의 손목을 붙잡았다.
“가시죠. 크라우젤 님을 위해서라도 당신들이 죽어선 안 됩니다.”
“살아남으세요. 그래서 크라우젤 님을 더 단련시켜주십시오.”
““지랄들을 하시네요.””
칼날 비의 세례를 끝낸 후.
앞에서 저들끼리 떠들고 있는 인간들을 잠자코 지켜보는가 싶던 베리드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당신들 모두를 죽일 것입니다. 당신들끼리 논의해봤자 무의미하다고요.””
파앗-!
파파파파팟!!
베리드의 주변으로 수백 개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여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규모 공격의 전조였다.
““인계란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목장.””
지이이이이잉....
수백 개 마법진의 수식이, 협곡의 전체를 금속으로 변형시키기 시작한다.
모든 지형지물로부터 수만 자루의 칼날이 솟아났다.
““인간이란 우리를 위한 가축.””
뒤룩뒤룩 구르는 베리드의 흰 눈이 반달을 그렸다.
““당신들은 그저 식량이 되면 그걸로 족합니다. 그게 바로 운명이라는 거지요.””
스파아아아앗-!
연금술이 완성됐다.
수만 자루의 칼날이 크라우젤 일행 전원을 조준했다.
제22위 대악마 베리드의 궁극기가 최초로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베리드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수개월 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제길!!”
욕설을 토한 지발이 황급히 레이더스에 탑승했다.
그는 죽을 땐 죽더라도 재수 없는 놈에게 한 방 크게 먹여주고 싶었다.
『아.... 아아....』
경악할 수밖에 없는 장관.
허공에 뜬 수만 자루의 칼날을 목격한 각국 방송사의 중계진들이 침음했다.
그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베리드의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 그들의 알량한 지식과 언변은 무의미한 것이 됐다.
-진짜 돌겠다.
-네, 다음 망겜.
시청자들은 이미 해탈했다.
명성 높은 제국의 공작조차도 쉽사리 압도해버리는 베리드의 모습을 확인한 그들은 꿈과 희망을 버렸다.
4번째 군단마저 소환한 베리드를 과연 그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이제는 사하란 제국이 나서도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국으로 가시길.””
나름 최악의 저주와 함께.
쿠우오오오오오오─!!
반경 수백 미터를 잠식한 수만 자루의 칼날이 크라우젤 일행을 덮치는 순간.
“이십만대군 분쇄검.”
퍼어어어어어엉-!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수만 자루의 칼날이 재가 되어 흩어졌다.
““....!?””
검성의 출현을 목격했을 때보다 더 놀란 표정을 짓는 베리드.
크라우젤 일행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고, 수백 대의 카메라가 그들의 시선을 쫓아 고개를 돌렸다.
전 세계 모든 방송 화면에.
<그리드>
흑발을 나부끼는 사내의 이름이 포착된다.
그의 곁에는 무려 4명의 네임드 NPC가 도열해 있었다.
저들이 바로 그 유명한 그리드의 사천왕인가?
잠시 넋이 나갔던 사람들이 집중해서 NPC들의 이름을 관찰했다.
그러더니 이내 잠시 두 눈을 의심했다.
몇 번 눈을 비비더니 NPC들의 이름을 재차 확인한다.
그리고 이내 현실임을 깨닫는다.
불사왕 그렌할, 맹수왕 모르이즈, 금관 바사라.
사하란 제국의 공작들이 그리드와 나란히 서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들 모두가 그리드를 괴물 보듯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갓겜.
지존이란, 선망의 대상이자 목표인 바.
그리드를 통해서 자신들의 미래를 엿본 시청자들은 더 이상 망겜을 외치지 않았다.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리고 크라우젤은.
“기다리고 있었다.”
여태껏 비축해두었던 힘을 모조리 개방했다.
스르륵-
수십 자루의 검이 크라우젤의 주변으로 떠올랐다.
국대전 당시와는 비할 수 없이 강화 된 이기어검의 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