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9권 - 8화
환희의 순간과 위기의 순간.
사람들은 과연 어느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할까?
최소한 그리드는 위기의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한다.
본능의 영역으로, 두 번 다시는 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런 그리드에게 가장 큰 위기의 순간 중 하나를 꼽으라면....
[벤타오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듣기만 해도 침착할 수 없고 화가 끓어오릅니다.]
[냉정을 잃습니다. 전개 중인 모든 스킬이 취소됩니다.]
[광대왕 벤타오는 반신조차도 농락하였던 인물입니다. 저항에 실패하였습니다.]
[1분 동안 상태이상 ‘격분’에 걸립니다.]
[격분이 유지되는 동안 기본 공격력이 소폭 상승하지만 방어력은 소폭 하락합니다. 또한 모든 스킬의 캐스팅 속도와 자원 소모량이 대폭 상승합니다.]
[당신이 냉정을 잃고 있는 동안 벤타오가 마수를 뻗쳐왔습니다. 벤타오의 주인과 당신의 현재 생명력이 바뀝니다.]
아그너스와의 첫 번째 전투였다.
전황이 뒤집혔던 순간에 목도했던 알림창의 내용을, 그리드는 단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했다.
그만큼 충격적이었기에.
반신. 그러니까 칠악성마저 농락했다는 벤타오의 존재는 무엇이며, 아그너스는 어떤 경위로 그의 권능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건지.
그리드 입장에서는 풀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한데 이 순간.
“대장장이 신 헥세타이아가 인류에게 도구를 내려주었다면.”
벤타오가 눈앞에 있다.
하지만 이 벤타오가 과연 그 벤타오와 같은 인물일까?
아그너스가 벤타오의 조롱을 사용할 때 나타났던 광대왕의 허상은 사악하고 표독한 조소를 짓고 있었다.
반면 눈앞의 노승은 절로 신뢰가 가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누가 봐도 선인이었다.
깊은 눈동자로부터 엿볼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애뿐. 광기는 온데간데없다.
“무신 제라툴께서는 인류에게 그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지요.”
“....?”
일행을 사원 내부로 안내해주는 벤타오의 뒤를 따르며, 유심히 벤타오를 관찰하고 있던 그리드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마침 ‘얼굴이 묘사되지 않은’ 어떤 석상 앞에 멈춰 선 벤타오의 말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뾰족한 창으로 짐승을 찔러 죽여라. 일용할 양식으로 너와 네 가족의 배를 불려라. 네 양식을 탐하는 이가 있다면 날카로운 칼로 놈의 손을 자르고 네 안전을 해하는 이가 있다면 배를 갈라라. 칼과 창을 연마할수록 너는 더 안전해질지니.”
짝.
소리 나게 합장한 벤타오가 석상 앞에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든 그가 그리드 일행을 돌아보았다.
“도구란, 폭력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다.”
“.....”
“폭력은 너와 네 가정을 평안케 하는 길이다.”
“.....”
“무신께서 인류에게 무도(武道)를 내리신 일은 인류 최대의 축복일지다.”
그리드 일행의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았다.
벤타오는 더없이 인자한 표정과 음성으로 말하고 있었으나, 그 내용만큼은 무자비하고 흉포했으니 도리어 더 기이하게 느껴졌다.
그렇다.
겉모습은 어떨지 몰라도, 벤타오의 본질은 자애와 거리가 멀었다.
인류의 평화를 위해서 싸웠던 칠악성을 농락했던 광대왕 벤타오와 눈앞의 노승 벤타오는 동일인물이다.
그런 확신을, 그리드가 품을 때였다.
“폭력을 예찬하시는군요. 그것이 제라툴교의 교리입니까?”
동요하는 일행을 대신해서 라우엘이 질문을 던졌다.
벤타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시주들께서도 본교의 교리에 공감하실 테지요?”
“....?”
“시주들께서 여기까지 도달하실 수 있었던 것은, 추종자들을 폭력으로 짓밟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시주들께는 자격이 있습니다.”
순간.
[히든 피스가 발생합니다!]
템빨단원 전원에게 공통 된 알림창이 떠올랐다.
[히든 클래스 <무신의 추종자>로 전직할 수 있습니다!]
[무신의 추종자로 전직 시 근력과 체력, 민첩성이 영구적으로 15퍼센트씩 상승하고 4개의 비급을 랜덤으로 획득하게 됩니다!]
[단, 기존의 직업을 잃게 되며 직업 고유 스킬을 상실합니다.]
[무신의 추종자로 전직하시겠습니까?]
무신의 유적지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 중 하나.
그건 바로 히든 클래스 <무신의 추종자>였다.
시련을 돌파한 끝에 제라툴의 사원까지 도달하고 자격을 증명한 이들에게만 내려지는 기회라 할 수 있었다.
‘이런....!’
곧바로 전직을 거부한 그리드가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누구보다 강해지길 염원하며, 지존을 꿈꾸는 동료들.
그들에게 있어서 무신의 추종자라는 직업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노말 클래스 전직자들에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리라.
“안 돼....!”
그리드는 무신의 실체를 엿보았다.
무신의 추종자가 된다는 것은 평생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의 노예로 전락하는 셈이었다.
만약 플레이어가 무신의 추종자로 전직할 경우, 시스템은 결코 클리어할 수 없는 퀘스트를 제시하는 등의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괴롭힐 것이다.
절대로, 추종자로 전직해서는 안 된다.
당장 얻을 수 있는 비급과 능력치에 눈이 멀었다가는 영원히 고통 받을 것이다.
염려한 그리드가 동료들을 말리기 위해서 손을 뻗었으나.
[무신의 추종자로 전직하시겠습니까?]
이미 늦었다.
템빨단원들은 그리드와 똑같은 시간에 동일한 내용의 알림창을 확인했다. 그리드가 말리기도 전에 이미 선택을 끝내 놓은 상태였다.
그들의 선택은....
“호오....”
벤타오의 두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시주들께서는 모두 다 무신의 추종자가 되기를 거부하시는 겁니까?”
“....!”
그리드가 깜짝 놀랐다.
전원 다 히든 클래스를 거부했다고?
특히 반트너와 폰은 평소 자신의 직업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당황하는 그에게 동료들이 웃어보였다.
“이제 와서 직업을 바꿀 리가 없잖아?”
“난 최강의 수호기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애초에 무신을 추종할 생각도 없고.”
“....아.”
그리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에 깃든 신뢰와 동경을 엿보았다.
보통의 플레이어들이 그리드를 선망하는 것 이상으로, 오래 전부터 그리드와 함께해온 템빨단원들은 그리드를 선망하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무신이 아닌 그리드가 목표였고 꿈이었다.
그들에게 무신의 추종자라는 직업은 조금의 매력도 없는 것이었다.
“큭큭...! 크하하하! 크하하하핫!!”
벤타오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푸근하고 은근한 미소가 아닌, 경박하게 느껴질 정도로 경쾌한 웃음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처음부터 그를 경계하고 있던 템빨단원들이 긴장하며 거리를 벌렸다.
벤타오가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나는 신선 벤타오. 평생의 수행 끝에 무릉도원에 올랐으나 신의 실체를 엿보지 못했던 얼간이다.”
우웅.
우우웅.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하는 벤타오.
그의 퉁퉁하고 둥글둥글한 육신으로부터 백색의 영묘한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영기(靈氣)는 얼음처럼 차가운 한기를 내뿜다가도 봄의 햇살처럼 따스해지기를 반복했는데 놀랍게도 생명을 촉진시키는 힘을 담고 있었다. 낡은 타일이 깔려있는 사원의 밑바닥으로부터 꽃과 나무들이 자라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래 전, 나는 일곱의 악한(七惡)이 날뛰노니 처단해야한다는 신의 뜻을 수행하고자 지상으로 내려갔다. 칠악에게 현혹당한 인간을 구분하고 칠악의 행방을 찾기 위해 광대가 되어서 온 대륙을 떠돌았다. 그리고 그 끝에 본 것은 환한 빛에 감춰진 어둠... 칠악은 악이 아니었다.”
스파아앗-!
벤타오가 한 번 손을 휘젓자 사원의 풍경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일행이 선 장소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로 뒤덮인 낙원으로 바뀌었다.
풍요로운 논밭이 보였고 커다란 연잎이 둥둥 떠다니는 호수에는 사람 팔뚝만한 잉어들이 노닐고 있었다.
저 멀리, 돌담길 뒤편으로 하얀 복숭아가 무럭무럭 달려있는 나무들이 보였다.
달콤한 냄새가 천지에 진동했다.
[플레이어 최초로 ‘무릉도원’을 발견하였습니다!]
[무릉도원 발견 보상으로 ‘백도(白桃)’를 얻었습니다!]
“....?”
갑자기 손에 쥐어진 복숭아를 든 채 멀뚱멀뚱 선 템빨단원들.
그들을 잠시 빤히 바라보던 벤타오가 등을 돌렸다.
“민간에 무신의 유적지가 개방됐다는 소식을 듣고 폭력의 미학에 심취한 악한들이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하였다. 하여 잠시 무신의 눈을 속이고 그대들을 시험해 보았어. 실례했네.”
그걸로 끝이었다.
쏴아아아아아.....
바람이 불어온다 싶더니, 눈앞의 풍경이 뒤집혔고 벤타오의 모습이 안개처럼 사라져갔다.
그리드가 황급히 소리쳐 물었다.
“지상에 당신의 힘을 사용하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자는 어떻게 당신의 힘을 쓸 수 있는 겁니까!?”
“광대왕 벤타오를 죽인 것은 바알....”
희미하게 들려오는 대답이 도중에 끊겼다.
그리고 일행의 시선은 암전됐다.
***
“.....”
정신을 차린 그리드 일행은 산의 정상에 서있었다.
“뭣들 하시오?”
칠공작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들의 모습도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었다.
우리는 도대체 언제부터 벤타오에게 현혹되어 있었던 걸까?
꿈만 같은 일이다.
방금 체험한 일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이 쉽지가 않다.
단체로 잠에 들었던 건가 싶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템빨단원들의 인벤토리 한쪽에는 하얀 복숭아가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까.
<백도>
무릉도원에서만 자라는 신비한 복숭아입니다.
천상의 맛과 놀라운 효능을 자랑합니다.
복용 시 모든 생명력과 상태이상이 회복되고 레벨과 관계없이 캐릭터 경험치가 30퍼센트 오릅니다.
*평생 1회만 복용할 수 있습니다.
무게:없음
“.....”
만약, 무신의 추종자로 전직하기를 선택했다면.
우리는 지금쯤 부활 포인트에 서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템빨단원들을 바사라가 재촉했다.
“이 사원은 아무 것도 없이 텅텅 비었어요. 날이 저물기 전에 다음 장소로 이동하도록 하죠.”
산 아래로, 사람 키보다 높게 솟은 갈대들이 펼쳐진 들판이 보였다.
추종자가 3~4명씩 뭉쳐서 들판 곳곳을 배회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추종자를 각개격파 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
이제부터가 진짜다.
쉴 새 없이 싸울 일만 남았다.
각오를 다진 템빨단원들이 가파른 산을 내려갔고 들판을 배회하던 추종자들이 그들을 맞이했다.
쩌정-! 쩌저정!!
콰콰콰콰쾅!!
비급을 찾아서 들판을 가로지르는 템빨단원들과 칠공작들.
그들의 몸에 아로 새겨지는 상처가 많아질수록 그들은 더 강해져갔다.
***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로테몬 왕국의 수도였던 폐허.
우워어....
워어어어어....
그곳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직 망자와 악마들만이 폐허를 배회했고 무너진 왕성의 왕좌에는 대악마 베리드가 앉아있었다.
[로테몬 왕국이 멸망하였습니다.]
충격적인 월드 메시지.
[2개의 군단을 거느린 22위 대악마 베리드가 새로운 진군을 개시합니다.]
[베리드의 다음 행선지는 하켄 왕국입니다.]
이어지는 경고.
왕좌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하는 베리드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미국통계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번 사태로 4천 2백만 명의 플레이어가 갈 곳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약 2억 8천만 개의 퀘스트가 영구적으로 소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이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현실에도 영향을 끼칠 정도로.....』
-아 씨. 나 하켄 왕국 소속인데 어떡함?
-고향 지키라는 히든 퀘스트 뜨긴 했는데 어떻게 지키라는 건지....
-하켄 왕실 지금 뇌 정지 온 듯. 군대 집결도 안 되고 있음.
-사하란 제국은 뭐하냐? 평소엔 다른 나라 일에 잘만 개입하더니 이럴 땐 입 싹 닦고 있네.
-제국이 뭘 어째. 저거 토벌하려면 제국도 큰 손실을 감수해야할 텐데 굳이 다른 나라 위해서 제국이 나서겠음?
-아니 이게 국가 차원의 사건이냐고. 대륙 전체가 위험할 판국인데.
-이제 템빨단이 나서도 뭐 어떻게 못함.ㅋㅋ 겜 망했네.
-S.A그룹 ㅂㅅ들은 저렇게 센 보스를 무슨 생각으로 내보낸 거지?? 어휴, 개 같은 운영 때문에 진짜 망겜 됐네...
-새 가상현실게임 브리튼인가 그거 언제 출시돼요?
-클로즈 베타 때 혹평만 받고 무기한 연기 됐는데요.ㅎㅎ
-아 진짜 짜증난다.
각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베리드 사태가 대륙의 절반을 멸망시킬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다.
전 세계 플레이어들이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일부 랭커들이 모든 플레이어가 합심해서 베리드를 저지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쉽게 나서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사람들은 그저, 베리드가 자신들의 나라를 침범하기 전에 제국이 나서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얌마! 지발! 미쳤어!?”
사하란 제국 황도 타이탄.
4황자 에단의 직속 부대인 ‘마장기단’이 발칵 뒤집혔다.
마장기단에 단 4명뿐인 라이더 중 한 사람, 지발이 허락도 없이 자신의 마장기를 가동한 까닭이었다.
“...젠장, 난 하켄 왕국 출신이라고.”
통합랭킹 2위 출신인 지발은 하켄 왕국에서 백작위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그가 하켄 왕국에서 만든 인연 중 태반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었기에, 그는 하켄 왕국의 멸망을 잠자코 지켜볼 수가 없었다.
하켄 왕국의 멸망은 그에게 실질적인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마음을 병들게 만들 수도 있었다.
“씨발! 한 번만 봐주십쇼!!”
고향을 지키라는 히든 퀘스트도 뜬 마당.
두 눈 딱 감은 지발이 상관에게 소리친 후 출격해버렸다.
창공으로 사라지는 레이더스를 보면서,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4황자 에단이 피식 웃었다.
“좋은 핑계거리가 생겼군.”
황제는 온갖 이유를 들어서 마장기단의 출격을 막아왔다. 에단에게 공을 세울 기회조차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황제의 처사에 분노가 쌓여온 에단의 입장에선 이번 사태가 도리어 기꺼웠다.
“병사가 제멋대로 탈주해버린 걸 내가 어쩌겠어? 안 그래? 큭큭, 드디어 온 세상이 마장기의 위용을 알게 되겠군.”
같은 시각, 키리누스의 오두막.
“그만하련다.”
창성 레이첼이 창을 집어던졌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선언.
키리누스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승자는 정해지지 않았다만?”
레이첼이 버럭 성을 냈다.
“빌어먹을, 꼬박 두 달 가까이를 싸웠는데도 승부가 안 났어. 근데 승자를 어떻게 정해? 때려 쳐. 나 안 해.”
사실, 레이첼의 의욕은 한 달 전부터 사라졌다.
하지만 검성 크라우젤이 자꾸 은근히 도발을 걸어와서 물러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한계다. 포기다.
완전 동률의 실력을 지닌 키리누스와 싸워봤자 딱히 배울 것도 없었고 승부를 내는 건 불가능했으니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항복했으니 키리누스 님께서 승리하셨군요.”
이번에도 역시나 크라우젤이 끼어들었다.
순간 울컥한 레이첼이었으나.
“....후우. 더 이상 도발에 안 넘어가.”
레이첼은 마음을 다스렸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빨리 유적지로 가고 싶었다.
키리누스를 꺾지 못한 반동으로 무신의 비급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그리고 그건 크라우젤이 말려야하는 일이었다.
크라우젤은 유적지의 보상을 그리드가 독식하길 바랐다. 이 괴물 같은 여자가 유적지로 향해서 그리드의 보상을 빼앗아가는 사태를 원치 않았다.
하여, 제안했다.
“차라리 승부의 방식을 바꾸는 건 어떻겠습니까?”
“뭐, 어떻게?”
“대악마 베리드에게 누가 더 큰 피해를 입히느냐로.”
“....호오.”
키리누스와 레이첼 모두 흥미를 보였다.
레이첼의 기사들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만 말이다.
크라우젤이 한 시름 놓았다.
‘이걸로 하켄 왕국의 멸망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그리드가 무신의 유적지에서 돌아오기까지 고통 받는 사람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그리드가 돌아왔을 때 베리드는 레이드되리라.
나와 그리드의 손에 의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