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97화 (892/1,794)

템빨 48권 - 22화

‘고작 이 정도라고?’

그리드는 밀림을 돌파하는 내내 마음이 찝찝했다.

무신의 유적지.

Satisfy가 오픈하고 무려 6년이 돼서야 공개 된 신대륙이니만큼 난이도가 엄~청 높아야 정상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탐사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각오했었다.

한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별거 없다.

만능 열쇠 하나 있답시고 일이 너무 수월하게 풀렸다.

‘차라리 갈구노스의 사원이 더 어렵네.’

유적지의 추종자들은 사원의 추종자들과 비교해서 레벨이 50이나 높았고 사용하는 스킬도 많다.

하지만 일반 몬스터라는 점, 그리고 한 마리씩 등장한다는 한계점 때문에 위협적이지 못했다.

언데드가 득실거리는 사원쪽의 체감 난이도가 훨씬 더 높을 지경.

‘...하긴. 갈구노스도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라고 하니까.’

적해에 있는 장소라고 해서 무조건 더 난이도가 높다, 라는 공식은 성립할 수 없는 것이다.

서대륙, 동대륙, 적해라는 지역을 나누기에 앞서서 장소마다 설정이 달랐으니까.

드래곤은 서대륙에 산다.

이 한 마디면 모든 설명이 될 것이다.

‘....아직 속단하지는 말자.’

밀림은 유적지의 1관문에 불과하다.

이후부터는 난이도가 크게 상승할 수도 있다.

“흐음.”

개인 막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검게 돌아가고 있는 노에의 털을 쓰다듬으며, 그리드는 고민을 시작했다.

템빨골들이 자신의 뼈를 이용해서 제작할만한 아이템.

어떤 형태로 창조하면 좋을지 정말 신중히 생각해보았다.

템빨골1은 ‘검’, 템빨골2는 ‘투구’라는 대분류는 시스템이 정해놓았지만 정확히 어떤 형태의 검과 투구를 만들게 할지는 순전히 그리드의 몫이다.

앞으로 평생 함께할 템빨골들이니만큼, 그리드는 녀석들에게 최적의 아이템 제작법을 선물하고 싶었다.

“...아, 어렵구만.”

템빨골들이 습득할 수 있는 제작법은 현재로서 단 1개.

그래서 더 어렵다.

“냐옹.”

노에가 그리드의 손을 핥아주었다.

그리드의 표정이 일그러진 것을 보고 걱정하는 눈치다.

‘귀여운 녀석.’

사랑스러운 애정표현 덕분에 마음이 한결 풀린 그리드가 미소 짓는 순간이었다.

“그리드 전하!”

헐레벌떡 달려온 라우엘이 소리쳤다.

“잠깐 나와 보셔야겠습니다!”

***

콰아아아아아아---!!

귀가 먹먹하다.

밀림의 끝에 존재하는 계곡.

그 거대한 중심부에는 53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쏟아지고 있었다.

특히 2개의 폭포가 무척 컸다.

폭만 해도 30미터에 달했고 수압이 무척 강해 계곡 밑바닥에 구멍을 뚫을 기세였다.

그래서일까.

폭포 뒤에 숨어있는 추종자의 존재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었다.

스컹크가 그를 발견한 것도 순전히 우연에 불과했다.

폭포와 폭포가 충돌하며 틈새가 발생하는 찰나, 마침 달빛이 강하게 내려와 추종자를 비춰준 덕분이었다.

“....10개의 비급을 익힌 추종자.”

일부 십공신들이 침음했다.

5개의 비급을 익힌 추종자만 해도 상대하기 벅찬데 10개의 비급을 익힌 추종자는 얼마나 강할지 감도 안 잡혔다.

특히 방어력을 관통하는 <발경> 계열 비급을 습득한 추종자에게 큰코 다쳐본 경험이 있는 반트너는 사색이 됐을 지경이다. 그는 10개의 비급을 익힌 추종자가 제발 발경만큼은 익히지 못했기를 빌고 또 빌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그리드가 물었다.

“저놈은 언제부터 저기에 숨어있었던 거야? 이쪽이 방심할 때 기습할 계획이었나?”

나쁘게 말하면 음흉한 놈이고, 더 나쁘게 말하면 최소 네임드급 인공지능이 탑재 된 놈이다.

폭포수의 시야 방해와 적잖은 거리 때문에 이름의 색깔을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최악의 경우 보스 몬스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근데 가만히 있는 걸 보니까 우리에게 발각 당했다는 사실을 아직 모르나 본데?”

“그런 것 같아. 폭포 안쪽에서는 폭포 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릴 테고 이쪽이 잘 보이질 않을 테니까.”

추종자는 마치 수양 중인 도인 같았다.

온몸으로 폭포줄기를 맞으며 눈을 감은 채 석상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게 확실했다.

“이틈에 빨리 없애는 게 좋겠군. 나를 보조해줘.”

그리드가 밀림을 시시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감상일 뿐이다. 약간의 스릴을 바라는 마음은 있었으나 위기까지 바라지는 않았다.

위험요소는 빠르게 처리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

철컥!

<땡기미>가 설치 된 <검은 귀신>의 소도.

그것에 <신을 겨누는 칼날>을 부착시킨 그리드가 플라이 마법을 전개했다.

폭포까지의 거리는 약 3킬로미터.

힘껏 날아가서 4융합 검무를 전개, 추종자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어그로를 끌어 동료들에게 딜을 할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줄 계획이었다.

그를 그렌할이 말렸다.

“위험하오.”

그리드가 멈칫했다.

“위험하다니? 저쪽이 우리의 동향을 눈치 채지 못한 지금이야말로 공격할 기회 아니오?”

“저자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소.”

“눈 감고 있는데 무슨 소리요? 애초에 우리의 동향을 눈치 챘다면 저렇게 잠자코 있을 리 있겠소?”

“전하께서는 우리가 저자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한 이유가 뭔지 모르시오? 바로 자연경을 이루었기 때문이오. 자연 그 자체와 합일의 경지를 이뤄 기척이 따로 나뉘지 않아 우리의 기감으로도 저자를 포착하지 못한 것이오. 반면 자연과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저자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코앞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것처럼 훤히 알고 있을 게요.”

자연경은 그리드에게도 익숙한 개념이다.

피아로가 이미 수 년 전에 이뤘던 경지이니까.

하지만 그래서, 뭐?

“그럼 뭐 어쩌자는 거요? 저놈이 먼저 공격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싸우자고?”

그리드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짓자 그렌할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저자와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으니 저자의 움직임을 훤히 읽을 수 있소. 더군다나 우리가 수적 우위에 있으므로 미리 전열을 정비하고 기다렸다가 요격하는 편이 좋소.”

“흠....”

확실히 그렇다.

굳이 저 거친 폭포수까지 달려가서 싸워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납득한 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고 칠공작들은 의외로 신중하군.’

칠공작은 서대륙 최고의 실력자들이다.

그리드는 그들이 지독히 오만할 줄 알았다.

세상에 두려울 것 없이 행동하는, 무척 감정적인 인물들일 거라고 예상했었다.

한데 실제로 겪어보니 아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 적국의 왕과 손을 잡을 줄도 알았고, 강적과의 결전을 앞둘 때는 철저한 계획을 짰다. 힘만 믿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 그리드보다 도리어 강하면서도 훨씬 더 신중한 것이다.

‘나도 매번 신중하자고 노력하지만 흥분하면 잘 안 되던데....’

대단하다.

확실히 한 수 위의 고수라는 느낌이 든다.

칠공작과 같은 반열에 들기 위해서는 저들처럼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

아침이 밝아오고.

“.....”

또 하루가 지나고.

“.....”

급기야 이틀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폭포수 너머의 추종자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다.

이쯤 되니 칠공작들도 초조해졌다.

“저놈이 왜 가만히 있는 거지?”

설마 이틀이나 제자리에 가만히 있을 줄이야?

추종자가 언제 습격해올지 몰라 이틀 내내 긴장하고 있던 기사들은 이미 탈진 상태에 빠졌다. 템빨단원들 또한 지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맹수왕 모르이즈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더 이상 못 기다려. 템빨왕의 말대로 우리가 먼저 칩시다.”

스컹크가 모르이즈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폭포 너머에 보물이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저 추종자는 보물을 지키는 가디언이기 때문에 폭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거고요.”

“으음....”

그렌할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가 그리드에게 시선을 돌리자 그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놈을 이대로 놔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오. 언제 저놈이 우리의 뒤를 칠지 모를 일 아니오?”

실체가 불확실한 보물이 탐나서가 아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추종자는 반드시 쓰러뜨려야했다.

그리드가 말하자 그렌할이 드디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대신 전하 혼자만 보낼 수는 없소.”

밀림을 함께 돌파하는 동안 그렌할은 그리드의 실력을 충분히 엿봤다.

천공왕 리갈을 무슨 수로 이긴 건지는 솔직히 잘 납득이 안 됐지만, 그래도 꽤 강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소중한 전력임은 분명했다.

...악수했을 때 기분도 나쁘지 않았고.

그리드가 혼자서 사지로 향하는 꼴은 못 본다 이거다.

이는, 그리드가 지니고 있는 매력 스탯과 ‘쉽게 인정 받는다.’는 직업 칭호의 효과가 시너지를 일으킨 결과다.

“우리와 함께 갑시다.”

그렌할과 모르이즈, 그리고 바사라가 나란히 그리드의 뒤에 섰다.

그 모습에 템빨단원들이 전율했다.

제국의 공작들.

어지간한 랭커들도 만나보지 못할 하늘 위 존재들이 마치 그리드를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에.

그리드도 꽤 기분이 좋았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현존하는 최악의 위협이었던 인물들이 자신의 등을 받쳐주고 있었으니 신기하고 든든했다.

‘가람하고는 달라.’

어쩌면 라우엘의 말처럼 될지도 모른다.

제국과 굳이 싸우지 않고 확실한 동료로 거듭날 수도 있다.

그럼 템빨국은 안전해진다.

나를 믿고 따라주는 백성들이 언제 죽을지 몰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좋아. 갑시다.”

격양 된 그리드가 플라이를 전개하자.

투콰앙-!

칠공작들이 그의 뒤를 쫓아서 도약했다.

지슈카와 유라는 미리 확보해놨던 저격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고 유페미나와 라우엘은 마법을 캐스팅했다.

페이커, 크리스, 폰, 레가스, 극검, 반트너, 카츠, 휴렌트가 계곡 사이사이를 누비며 그리드와 칠공작을 뒤를 따라붙었다.

그리고.

“초연화!!”

<흑화>를 전개하여 가장 먼저 폭포수 앞까지 도달한 그리드가 40줄기의 검기를 쏘아냈다.

동시에.

“.....”

폭포수를 맞으며 서있던 추종자가 슬그머니 눈을 떴다.

퍼어어어어어어엉-!

거대한 폭음과 함께, 지난 며칠 동안 추종자를 때리고 있던 폭포수가 사방으로 흩어져나갔다.

추종자가 몸에 두른 호신강기가 자연의 힘을 압도하며 밀쳐낸 것이다.

[대상에게 3,50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3,320의 피해를 입혔습니다.]

[대상에게....].

“....!?”

10개의 비급을 익힌 추종자의 호신강기는 무지막지한 방어력을 자랑했다.

검기 하나당 물리 공격력 122퍼센트+마법 공격력 20퍼센트를 자랑하는 초연화가 방당 3천대의 피해를 입히는 게 고작인 수준이었다.

공격력 하나만큼은 칠공작과 비교해도 안 꿀린다고 자신해온 그리드 입장에서는 충격적인 결과다.

퍼어어어엉!!

그리드의 몸이 계곡 아래로 추락해버렸다.

호신강기에 튕겨져 나온 폭포수에 떠밀린 까닭이다.

“어푸!”

급히 헤엄을 친 그리드가 다시 물 위로 나왔을 때는.

퍼펑-! 쿠콰콰콰콰쾅!!

추종자와 칠공작들의 혈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4융합 검무만큼이나 화려한 스킬들이 파괴적으로 격돌하며 사방팔방으로 물기둥이 치솟아 올랐다.

칠공작 셋이 협격을 펼치자 추종자가 빠르게 수세에 몰린 형국이었다.

무려 10개의 비급을 익힌 보스 몬스터라고 해봤자 서대륙 최고의 실력자 셋을 동시에 상대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아 놔. 어차피 지들이 이길 거면서 자연경이니 뭐니 그런 소리는 왜 했던 거야?’

칠공작들은 대체 왜 위축됐던 걸까?

황당함에 혀를 내두른 그리드가 서둘러서 연살화극의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앞서 전개한 초연화가 남긴 표식을 이용해서 추종자에게 크게 한 방 먹여줄 계획이었다.

아이템과 경험치를 최대한 많이 분배 받기 위해서는 기여도가 중요했으니까.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앙!!

53개의 크고 작은 폭포수들이 자연의 법칙을 거슬렀다.

그저 아래로 떨어질 뿐이던 녀석들이 마치 살아있는 용처럼 변해서 각도를 꺾더니 칠공작들에게 쇄도했다.

“큭!”

“쿨럭!”

수십 줄기 폭포수에 직격당하기 시작한 칠공작들이 대번에 생명력을 잃고 쓰러졌다. 자신들에게 집중되는 수압을 감당하지 못하고 옴짝달싹 못한 채 피를 토했다.

자연경의 힘이다.

자연경의 초입에 불과한 피아로는 자연의 마나 중 일부를 자신의 힘으로 치환시키는 게 고작인 반면 추종자는 자연 그 자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다룰 수 있었다.

힐끔.

멍하니 선 그리드에게 시선을 돌린 추종자가 말했다.

“너희들은 내게 도전할 자격이 없다.”

스윽.

추종자의 손가락이 칠공작들을 가리킨다.

“이미 모든 재능이 소비 된 빈껍데기들.”

스윽.

추종자의 손가락이 허공 어딘가를 가리킨다.

은신 중인 페이커를 지목하는 것이다.

“이제야 막 수련을 시작한 애송이.”

스윽.

추종자의 손가락이 먼 곳을 지목했다.

저격수 모드의 유라가 있는 장소였다.

“아직 본분을 이루지 못해 힘이 억압 된 반푼이.”

스윽.

추종자의 손가락이 마지막으로 지목한 대상은, 바로 자신의 정면에 서있는 그리드였다.

“이미 진즉에 한계를 초월한 대장장이.”

“....!”

“너희들은, 약하다. 진정한 무의 길을 걷는 내게 도전할 자격이 없다.”

여태까지 만나온 추종자와 달리 ‘대화’가 가능한 추종자.

그의 발언이 그리드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불안을 싹 틔웠다.

‘이미 한계를 초월했다.’라는, 추종자의 자신을 향한 평가가 조성한 불안이었다.

무슨 말인지 눈치 챈 그리드가 이를 악 물고 현실을 부정했다.

“한계를 초월하기는 개뿔. 내가 평범한 대장장이 같아? 나는 파그마의 후예다.”

사실 오래 전부터 불안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하게 개화 중인 <데빌 슬레이어>의 전투 스킬들과,

“나는 앞으로 더 강해질 수 있어.”

처음부터 강했던 <검성>을 보면서.

“아직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파그마의 후예>의 직업 고유 전투력은 정말 초라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종종 느껴왔다.

내가 그간 온갖 사건을 겪었기에 한계를 초월했을 뿐, 어쩌면 난 여기까지 강해지는 게 불가능했던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종종 들었었다.

힘들게 앉은 지존의 자리에서 결국 내려오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은연중에 피어올랐었다.

하지만 애써 외면했다.

아직 난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유지한 채.

힘들게 이룬 지금의 현실이 한낱 과거로 전락하지 않게끔 이를 악 물고 노력해왔다.

그 노력을, 추종자가 부정한다.

“대장장이에게는 무인의 자격이 없다. 네가 말하는 파그마도 결국 자신의 한계를 알고 악마와 계약하지 않았던가?”

“닥쳐!”

도끼눈 뜬 그리드가 연살화극을 날렸다.

초연화의 영향으로 5개의 표식이 남아있던 추종자는 호신강기가 무색하게도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보스 몬스터의 방어력과 생명력은 초월적인 법.

추종자의 생명력 게이지는 여전히 건재했다.

“너는, 결국 검을 버리게 될 것이다.”

순간.

<제라툴>

“....?”

<10개의 비급을 익힌 추종자>의 이름이 짧은 세 글자로 변했던 것 같다.

심지어 무신의 이름과 닮은.

콰르릉-!!

쿠콰콰콰콰콰쾅!!

53개의 폭포수가 광란을 일으키는 현장.

칠공작들과 십공신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그곳에 선 그리드의 혼란이 극도로 치솟는 순간.

[브라함의 영혼이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드의 뇌리에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놈도 참 여기저기 꼬리를 치고 다니는구나. 무신에게는 또 언제 관심을 얻었던 게냐? 네놈은 참 지조 없는 놈이다.

“....!”

지독한 무심.

그리드를 감흥 없이 바라보던 추종자의 눈빛이 변했다.

브라함이 그리드를 진정시켰다.

-쓰레기의 말은 한 귀로 흘려라. 타락할 생각일랑 마라. 네놈은 강하다.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리드는 파그마와 다르다.

스스로 의지할 상대를 버리고 결국 악마와 손을 잡았던 그와 달리, 그리드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네 곁에는 내가 있다.

[히든 피스가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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