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69화 (864/1,794)

템빨 47권 - 15화

마리로즈에게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마리로즈에게까지 의지하게 만든 제국에게 감사해야 맞나?

‘설마 이런 방식으로 강해질 줄이야.’

지난날의 그리드는 검기를 반쯤 포기했었다. 얻고 싶어도 힌트조차 없었으니 너무 막연했다.

한데, 마리로즈와의 관계를 강화하고자 찾아온 장소에서 발생한 이벤트에 도움을 받은 것이다.

인(因)과 연(緣).

늘 그랬듯이, 인연이라는 개념은 그리드의 가장 큰 강점이자 무기가 되어 주었다.

‘자, 어디.’

기뻐 날뛰는 가슴을 진정시킨 그리드가 검무의 정보를 불러왔다.

<검호 파그마의 검무>Lv1.

검술에 통달하여 물리 공격력이 40퍼센트, 치명타 확률이 50퍼센트, 치명타 공격력이 80퍼센트 상승합니다.

*도검류 무기를 장착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효과입니다.

*검무의 보폭이 감소합니다.

*융합 검무를 5개 창조할 수 있습니다.

*스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창조할 수 있는 융합 검무의 개수가 늘어납니다.

*이 스킬 효과로는 4융합 검무까지만 창조할 수 있습니다.

<파(波)>Lv.1

높고 세찬 파도처럼 격렬한 검무를 춥니다.

당신의 반경 5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적에게 물리 공격력 325퍼센트의 피해를 입히고 모든 속도 50퍼센트 감소 상태로 만듭니다.

*관련 상태 이상을 저항하는 대상에게는 이동속도 19퍼센트 감소 효과만 적용됩니다.

*대상이 방어할 시, <격동> 효과를 일으켜서 방어 효과를 확률적으로 무시합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8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2분

<제(制)>Lv.1

비장함이 깃든, 절제된 검무를 춥니다.

주위를 압도합니다. 3.5초 동안 그 누구도 당신에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관련 상태 이상을 저항하는 대상은 낮은 확률로 0.1초~0.3초 저지시킵니다.

*언데드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6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5분

<연(聯)>Lv.1

나비의 날갯짓처럼 현란한 검무를 춥니다.

단일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 900퍼센트의 피해를 총 20차례에 걸쳐서 입힙니다.

*1초 동안 시전됩니다.

*이 스킬은 공격 속도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5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분

<살(殺)>Lv.1

증오와 살의를 표현하는 검무를 춥니다.

단일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 1,850퍼센트의 피해를 입힙니다. 공격 적중 시 대상에게 출혈과 절망 효과를 부여하고 일시적으로 <무장 해제> 시킵니다.

*무장 해제:1초 동안 아이템 효과를 받지 못함. 단, 공격이 적중한 부위에 착용 중인 아이템에 해당.

*관련 상태 이상을 저항하는 대상에게는 출혈과 절망 효과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1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0분

<극(極)>Lv.1

천상의 무신을 표현하는 검무를 춥니다.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의 900퍼센트 피해를 입힙니다. 이 스킬은 대상의 방어력을 65퍼센트 무시합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6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분

<회(回)>Lv.1

폭풍의 눈처럼 고요하나 강력한 검무를 춥니다.

흐름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농락하는 것입니다.

시전 후 1.2초 내에 쇄도해 오는 모든 공격에 100퍼센트 위력으로 반격합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5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분 30초

<락(落)>Lv.1

하늘을 원망하는 검무를 춥니다.

깊은 한이 서린 검무가 하늘의 추락한 권위를 세상에 알립니다.

당신의 반경 5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적들에게 물리 공격력의 500퍼센트에 해당하는 피해를 입히고 ‘상태 이상 저항을 50퍼센트 확률로 무시하는’ 상태 이상 <허탈>에 빠뜨립니다. 신성한 존재에게는 400퍼센트의 데미지를 추가로 입힙니다.

허탈에 걸린 대상은 공격 불가 상태가 되며 방어력이 하락합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8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6분

<화(花)>Lv.1

흩날리는 꽃잎을 묘사하는 검무를 춥니다.

<표식>을 남긴 대상에게 물리 공격력 61퍼센트+마법 공격력 10퍼센트의 피해를 입히는 검기를 날립니다.

*하나의 표식당 2개의 검기가 발생합니다.

*대상에게 공격을 적중시킬 때마다 표식을 남깁니다. 최대 5개의 표식을 중첩 가능.

*눈으로 본 대상을 <표적>으로 인식할 시 표식을 남깁니다. 표적 효과로는 하나의 표식만 남길 수 있습니다.

*표식의 유지 시간은 10초이며, 10초 내에 표식을 새로 남길 때마다 유지 시간이 갱신됩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6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1분

<초(超)>Lv.1

상상 속 초월자를 표현한 검무를 춥니다.

당신의 공격력이 2배 증가하며, 기본 공격이 원거리 공격으로 변합니다.

스킬 사용 조건:도검류 무기 장착

스킬 검기 소모:200

스킬 지속 시간:30초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40분

[검무가 개편됨에 따라서 기존에 습득했던 융합 검무는 전부 초기화되었습니다.]

“와…….”

기대 이상이다.

우선, 범위 공격인지라 비교적 공격력이 낮았던 파(派)와 락(落)의 변화가 눈부셨다.

적용 범위가 좁아서 적에게 접근하지 못할 경우에는 효율성이 낮았던 검무, 파는 적용 범위가 몇 배나 커져서 자주 쓸 수 있게 되었고 공격력이 높아진 덕분에 강한 적에게도 충분한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되었다. 상태 이상에 저항하는 대상의 이동속도도 낮춰 준다니 매력이 넘친다.

그리고 락은 범위에 변함이 없었지만 위력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허탈의 적용 확률도 20퍼센트나 올랐다.

상태 이상 저항률이 높은 상대에게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던 제(制)의 변화도 눈에 띄었다.

비록 낮은 확률에 지속 시간도 찰나에 불과했지만, 적을 크라우젤 같은 전설급 플레이어라고 가정해 보자.

상대방의 움직임을 찰나라도, 확률적이나마 봉쇄할 수 있다면 전투의 흐름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

‘연(聯)이 공속의 영향을 받지 않게 된 건 뼈아프지만…….’

연은 열망의 무아검과 시너지가 무척 좋은 스킬이었다. 그리드가 최고 공속 상태에서 연을 발동할 경우 초당 30회를 넘나드는 횟수로 검을 휘둘렀으니 검은 불꽃이 폭발할 확률이 크게 올랐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조건 20회밖에 휘두르지 않는다고 하니 아쉬울 수밖에 없다.

‘만약 내 공격 속도가 느렸다면 오히려 고정 횟수가 매력적이긴 했겠네.’

뭐, 나빠졌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공격력이 크게 올랐고 재사용 대기 시간은 무려 30초나 감소했으니까.

반대로 살(殺)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1분 이상 늘어났고 위력이 엄청나게 강해졌다.

기존의 살은 1레벨일 때 공격력이 1,500퍼센트였지만 새로운 살은 1레벨부터 1,850퍼센트의 공격력을 자랑했고 사용 시 생명력 소모 페널티도 삭제됐다.

무엇보다도 무장 해제 효과가 사기적이다.

‘일단 살을 적중시키면 그대로 골로 보낼 수 있게 됐어.’

안 그래도 최강의 단일기였던 살은 이제 그야말로 일격필살의 기술로 거듭났다.

극(極) 또한 공격력과 방어력 감소 효과가 상승했으며, 초(超)의 효과는 기존과 동일한 대신 재사용 대기 시간이 10분이나 감소했다.

초가 궁극기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10분의 쿨타임 감소는 초월적인 혜택이었다.

하지만 그리드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회(回)의 변화에 있었다.

기존의 회는 적의 공격을 0.5초 내에 반격해야만 효과가 적용된 반면 이제는 1.2초로 늘어나서 활용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재사용 대기 시간도 30초나 감소했고.

‘본래 회는 1레벨일 때 쿨타임이 2분이나 돼서 그게 아쉬웠었지…….’

전투에서 반격기의 응용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최강의 변수이자 위협이었다. 쿨타임이 대폭 감소했으니 그리드는 든든했다.

‘근데.’

정작 문제는 새로이 개방된 검무, 화(花)다.

최대한 많은 대상에게 많은 표식을 남기고 시간까지 고려해야만 최적의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

딱 봐도 ‘생각하면서 써야 하는 스킬’이었으니 그리드는 벌써부터 난감했다.

‘…가만?’

파그마는 수백 개의 빛의 작살 전부를 순식간에 <표적>으로 삼았던 건가? 그래서 화회(花回)로 완벽한 반격이 가능했던 거고?

‘의외로 쉬운가?’

고개를 갸웃거린 그리드가 멀리 보이는 바위들을 표적으로 인식해 보았다.

하지만 지형과 지물은 표적 인식이 불가능했다.

아쉬운 마음에 크레이슐러를 표적으로 삼아 보려 했지만 괜히 오해를 사고 쥐어 터질까 두려워 관뒀다. 빛의 작살을 소환해 달라고 요청하려다가, 그건 진짜로 죽게 될까 봐 관뒀다.

결국, 그리드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템빨골과 노에, 랜디를 소환하고 표적으로 인식해 보았다.

한데 아군은 표적으로 인식이 안 됐다.

‘아, 놔.’

당장 시험해 보고 싶은데 답답하다.

짜증을 느끼던 그리드가 문득 가슴을 쓸어내렸다.

‘생각해 보니까 아군까지 표적으로 인식됐으면 난리 났겠구나. 아군은 인식 안 되는 게 천만다행이다.’

그리드가 크레이슐러에게 양해를 구했다.

“잠시 나갔다가 와도 될까요?”

-나갔다가 안 와도 된다.

“…매정하시네.”

관에 누운 덕분에 호감도가 조금 올랐으나, 3의 호감도는 그저 안면을 튼 수준에 불과했다.

크레이슐러는 그리드에게 딱히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리드는 꿋꿋했다.

“금방 다녀올게요. 혹시 잠드실 수도 있으니까 애들은 이곳에 놔두겠습니다.”

-명색이 전 교황 앞에 마물들을 놔두고 간다고? 뱀파이어에게 처녀를 맡기는 꼴이다, 라는 격언을 들어 본 적이 없는 건가?

“…너희들 다 들어가고 빛의 정령 나와 있어.”

스팟-!

크레이슐러를 뒤로하고 나온 그리드가 동굴 근처 숲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숲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빠르게 시야에 담으며 표적으로 삼아 보았다.

“쉽기는 개뿔…….”

그나마 10마리 내외 정도는 표적으로 쉽게 인식이 됐지만,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자리를 바꾸는 대상 수십 마리를 찰나 동안 표적으로 인식한다는 건 쉽지가 않았다.

실전에서 다수의 적을 상대할 때, 내 시야와 사고가 휙휙 돌아갈 때도 특정 대상들을 골라 표적으로 삼는 일은 굉장히 힘들 것 같았다.

‘그저 파그마가 대단했을 뿐이구나.’

진실을 깨달은 그리드가 분개했다.

‘염병,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오랫동안 고대해 온 새로운 스킬의 난이도가 예상과 달리 높았으니 불만이 가득 쌓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드는 의욕을 잃지 않았다.

앞으로 화(花)를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때까지, 그는 노력하고 또 노력하리라.

“후우.”

스킬들의 달라진 효과를 천천히 살펴보고 확실히 숙지한 그리드.

호흡을 골라 정신을 환기시킨 그가 다시 동공 안으로 돌아왔다.

작은 빛의 정령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크레이슐러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지고의 신성력이 꽤나 존경스러운 눈치다.

‘귀여운 녀석.’

사랑스러운 빛의 정령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은 그리드가 드디어 가장 큰 변화에 주목했다.

가장 큰 변화란 당연히 융합 검무를 뜻대로 창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전에는 직접 일일이 검무를 조합해 봐야 했고, 융합 성공 여부 또한 시스템이 멋대로 결정했다지만 이제는 그리드가 원하는 검무를 의도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그것도 무려 다섯 개나!

‘4융합 검무를 5개나 가질 수 있게 됐다!’

흥분한 그리드는 당장 융합 검무를 창조해 보고 싶었다.

4융합 검무로 스킬창을 도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바보가 아니다.

신중했다.

<실패작> 창조 사건과 같은 실패를 또 한 번 겪을 정도로 그는 어리석지 않다.

‘우선 검기부터 확인하자.’

그리드가 상태창을 열었다.

390레벨부터 차원이 다를 정도로, 정말 더럽게 안 오르는 경험치가 90퍼센트 꽉꽉 채워져 있는, 390레벨짜리 캐릭터 상태창이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생명력, 마나, 투기에 더해서 검기라는 자원이 추가돼 있었다.

검기:1,000

“천?”

정말 의외다.

걱정과 달리 제법 넉넉하다.

새로운 파그마의 검무들이 소모하는 검기가 50~100에 불과하며, 오직 초만이 200의 검기를 소모한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1,000이라는 최대치는 나쁘지 않았다.

‘여기에 부조리의 반지의 효과까지 적용되면?’

모든 자원의 소모량을 50퍼센트 줄여 주는 반지.

이름 그대로 부조리한 그 아이템의 효과는, 무척 공교롭게도 <투기>에 적용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건 <영웅왕>이라는 존재가 오직 하나뿐인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검호는 그리드가 아는 사람만 열 명 가까이 됐다.

그리드가 예상하기로, 검기는 부조리의 반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자원이었다.

역시나.

그리드가 시험 삼아 연(聯)을 펼쳐 보자 부조리의 반지 효과가 적용되면서 검기 소모량이 절반으로 깎였다.

‘좋았어!’

이건 대박이다.

진심, 너무너무 초대박이다.

‘4융합 검무의 검기 소모량이 500 내외일 테니까 실제 소모량은 250 내외. 5개 창조 전부 4융합 검무로… 아니, 역시 그건 오바지.’

그리드는 검기의 회복 방식에 주목해야만 했다.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1의 검기 회복.

자연 회복 된다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다.

검기 또한 투기와 마찬가지로 회복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

욕심 부려서 4융합 검무만 창조하고 검기 소모량을 높였다가는 엿 되는 수가 있다.

‘4융합 검무는 쿨타임도 길어. 검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4융합 검무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2융합, 3융합 검무도 적절히 창조하는 편이 좋다.’

그리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융합 검무는 연회(連回), 혹은 화회(花回)였다.

연회는 확정적으로 수차례 반격할 수 있는 스킬이었고 화회는 상황에 따라서 더 많은 반격을 노릴 수 있는 스킬이었다.

기대치는 화회가 높았지만 평균적인 위력과 편의성은 연회가 압도적으로 뛰어났다.

‘크라우젤이었다면 분명히 화회를 배웠겠지.’

통찰력, 판단력, 피지컬 모든 것을 갖춘 크라우젤은 당연히 화회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리드는 크라우젤이 아니었다.

랭커급의 컨트롤 솜씨를 갖게 되었다고는 하나 지존급 컨트롤 솜씨와는 비빌 수가 없다.

고민 끝에 연회를 창조하려던 그리드가 고개를 저었다.

‘활용하기 쉬운 스킬은 결국 단순하다는 뜻이고 그만큼 쉽게 공략당할 공산이 크다.’

재능이 없다는 핑계는, 이제 먹히지 않는다.

그리드가 발을 들인 세계는 재능의 괴물들만이 득실거렸다.

그리드는 더욱더 발전해야만 했고, 화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새로운 융합 검무 <화회(花回)>를 창조하였습니다.]

[융합 검무 창조 횟수가 4회 남았습니다.]

‘다음은…….’

그리드가 또 다른 융합 검무를 창조하려는 순간이었다.

-언제까지 멍하니 있을 겐가?

“……?”

-자네 말고도 나를 잠에서 깨운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며? 근데 왜 안 물어보고 가만히 있어? 말해 주지 않아도 되는 건가? 나, 너무 졸린데 이만 자러 가면 되는 거지?

그리드가 황급히 손사래 쳤다.

“아니요! 그자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누군지 알려 주십시오.”

-놈은…….

크레이슐러의 답변은 예상외였다.

***

템빨국이 레이단에 병력을 집중한 이유는 충분한 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인족에게 해로가 막힌 제국은 육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제국이 육로를 통해 템빨국을 침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레이단을 돌파해야만 했다.

그렇다.

제국이 이용할 수 있는 경로는 레이단이 유일했기 때문에 템빨국은 레이단에 병력을 집중시킨 것이다.

한데 변수가 있었다.

천공왕 리갈.

제국의 칠공작 중 하나인 그가 이끄는 공군은 템빨국의 대공 감시를 꿰뚫고 템빨국 영내에 잠입할 수 있었다.

무려 5천의 그리폰 부대와 3백의 비룡 부대가 바이란 상공에 나타나자 템빨단원들과 바이란의 백성들은 혼란에 빠졌다.

“모두 멸하라.”

리갈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룡들이 브레스를 토했고 그리폰 부대가 창을 뽑아 휘둘렀다.

“크아아아악!!”

그리드가 아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 온 마을.

아니, 이제는 도시로 격상된 그곳 바이란이 화마에 뒤덮였다.

백성들이 절규했고 템빨단원들은 잿빛으로 산화했다.

그리드가 자랑하는 첫 번째 기사 쥬드.

바이란의 치안대장으로 명망이 높은 그조차도 창공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가해 오는 공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활로 저격해서 템빨단원 2명을 손쉽게 해치운 리갈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번졌다.

“적군을 포로로 잡고 식량을 모조리 빼앗아라. 백성들은 노예로 삼는다.”

위기에 빠진 템빨국.

그 처참한 광경이 각국 방송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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