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7권 - 11화
“회장님의 뜻은 잘 알겠습니다. 대신 이쪽에서도 요구사항이 있다고 전해주세요.”
“무엇입니까...?”
재벌가와의 인맥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기회일지 몰라도 영우 입장에서는 별 메리트가 없었다.
영 마뜩찮다는 표정을 지은 그가 선심 쓴다는 듯이 내건 조건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내용이었다.
“대기업이나 명문가들이 기업이나 가문 차원에서 랭커들을 육성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대진 또한 마찬가지겠죠?”
여기서 말하는 랭커란 당연히 Satisfy 랭커를 뜻한다.
불안한 눈초리로 잠시 주변을 살펴 본 대진 자동차 사장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저희도 육성해왔습니다.”
이진명 회장은 자신의 손녀가 Satisfy에 열중하는 모습을 탐탁찮게 여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라를 후계자 후보로 여겼기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Satisfy의 중요성을 인지해온 이진명 회장 또한 기업 차원에서 은밀히 랭커를 후원하고 육성했다.
그들이 완전히 성장해서 큰 이벤트에 출전하게 될 때, 대진의 명성 또한 자연히 상승할 예정이었다.
뭐, 지금은 유라의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대진이 나서서 대한민국의 기업, 가문 소속 랭커들이 템빨단에 가입하게끔 유도해주세요.”
“....”
대진 자동차 사장의 얼굴이 구겨졌다.
기업들이 큰 투자를 감행하며 키워온 전력을 영우가 날로 먹겠다고 하니 황당했고 다소 불쾌했다. 호구 취급을 당하는 기분이었다.
영우가 손을 저었다.
“그들을 템빨단에 영구히 존속시키겠다는 게 아닙니다. 가능한 일도 아닐 테고요. 그저, 일시적인 용병 형태로 지원 받고 싶습니다. 이건 서로에게 좋은 일이 될 겁니다. 템빨국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만든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과 극상의 사냥터를 제공해드릴 계획이니까요.”
“그 사냥터라는 것이 요즘 말 많은 레이단 국경인가보군요.”
“네, 제국군 병사들을 사냥하면 레벨이 쑥쑥 오를 겁니다.”
제국이 유도 중인 소모전은 결과적으로 템빨국의 전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제국은 템빨국보다 수백 배나 많은 병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계속되는 소모전에서 서로 병사를 잃다 보면 결국 템빨국만 손해를 보는 것이다.
“국경에 배치하는 병력을 NPC가 아닌 플레이어로 채우는 것이 템빨국의 궁극적인 목표입니까?”
대진 자동차 사장은 Satisfy를 직접 플레이해본 경험이 적다. 하지만 대기업의 사장직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인물답게 정세를 쉽게 파악했다.
속으로 내심 감탄한 영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보셨습니다.”
“음... 네, 잘 알겠습니다. 회장님께 전해드리죠. 단, 우리 대진은 몰라도 다른 기업들은 쉽사리 움직여주지 않을 겁니다. 분명히 많은 걸 요구할 거예요.”
“잘 조율해 봐야죠. 일단 그들에게 제 뜻이 전달되기만 하면 됩니다.”
기업들이 원하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리드나 템빨단원들을 기업 홍보 모델로 삼거나 템빨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템을 선점하는 것, 혹은 템빨국 영내에 기업 홍보 간판을 내거는 일 등이 있을 것이다.
영우는 그 모든 걸 감수할 각오였다.
‘어차피 돈도 많이 필요하고.’
내가 잠을 덜 자면 된다.
시간을 쪼개면 기업 홍보야 얼마든지 해줄 수 있다. 거느리고 있는 대장장이가 많으니 아이템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고.
‘나는 기업들의 인력과 재산을 끌어다가 쓰고, 기업들은 내 인지도와 기술을 빌려 쓰고.’
충분히 실현가능성 있는 거래다.
기업들이 평가하는 템빨국의 가치는 매우 높았으니까.
다만, 처음부터 다수의 기업들과 접선할 경우 스스로 가치를 깎는 셈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일단은 국내 기업들하고만 접선하는 것이다.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어.’
각자 기업이나 가문에 속해있기 때문에 도리어 통제하기 쉬운 랭커들.
그들 수백, 수천 명이 레이단에 빼곡히 모여 제국군의 병력을 일방적으로 소모시키는 광경이 머잖아 전파를 탈 것이다.
물론 라우엘이 그린 그림이었다.
***
Satisfy에서 어둠이란 악의 상징이며, 악은 악마다.
이 공식은 정령계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모든 플레이어를 통틀어서 가장 많은 악마를 사냥해온 유라에게 빛의 정령왕이 호의를 표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빛의 정령왕과 계약한 자>
최상급 빛의 정령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최상급 빛의 정령술 레벨:1
-사용 가능 정령술 목록-
*정령왕의 에너지는 무한합니다. 정령술 사용 시 계약자의 자원이 소모되지 않습니다.
<빛의 검>
빛의 정령을 검의 형태로 만듭니다.
빛의 검은 계약자의 곁을 따르며....
<섬화>
빛의 정령이 계약자가 지목한 대상에게 ‘순간 이동’합니다.
대상이 적일 경우 강렬하게 빛나며....
<정령왕 소환>Lv.1
빛의 정령을 매개로 정령왕을 현세에 소환합니다.
빛의 정령왕의 능력치는 계약자의 능력치의 영향을 받습니다.
스킬 레벨이 낮아 빛의 정령왕이 사용할 수 있는 정령술의 위력이 제한됩니다.
소환 유지 시간:10분
재사용 대기 시간:30시간
“.....”
심상치 않은 지옥의 동향을 감시하느라 세계수 방문을 차일피일 미뤄올 수밖에 없었던 유라는 사실 큰 기대를 못했었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하급~중급 정령들과 계약했다기에 자신 또한 그 정도 선의 정령들과 교감하리라 보았었다.
한데 정령왕이라니.
또 다시 그리드에게 큰 빚을 지고 말았다.
그 옛날 어느 신전에서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나는 존재할 수 없었을 테지.
여전히 야탄의 종으로써 사람들을 해치며 레베카교를 상대로, 또 템빨단을 상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을 것이다.
매일매일 후회하면서.
“당신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어요.”
저벅.
오늘, 유라는 지옥으로 향하는 게이트를 열지 않았다.
그녀가 당도한 장소는 사막에 둘러싸인 도시 레이단이었다.
“유라?”
성벽 위.
매일 아무리 죽여도 새롭게 충당되는 제국군의 규모에 질려가고 있던 템빨단원들의 얼굴이 환해졌다.
제4회 국가대항전이 시작되기 한참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거의 항상 지옥 사냥에 열중해왔던 유라가 이토록 이른 시점부터 전쟁에 합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성검 뽑기의 금메달리스트이자 PvP 은메달리스트.
그녀는 템빨단을 대표하는 초강자.
혼자서 상위 템빨단원 4~5명의 몫을 능히 해낼 수 있는 전력이었다.
템빨단원들은 그녀가 앞으로 함께하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든든했다.
하지만 잠시 후.
“지옥 도약.”
유라의 발전을 목도한 템빨단원들은 자신들이 그녀를 얼마나 과소평가했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되었다.
공간 그 자체를 도약, 지옥으로 순간 이동한 유라가 지옥과 현계를 잇는 <게이트>를 소환하자.
키에에에에엑!!
키약! 캬아아악!!
전쟁터 한복판에 악마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어....?”
갑자기 나타난 붉은 차원문과 이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악마들의 모습.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어안이 벙벙해진 제국군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는 일조차 잊고 악마들의 먹이가 되었다.
“악마를 소환할 수 있게 된 거야?”
악마 사냥꾼이 악마를 다룬다?
기이한 모순이다.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 크리스의 질문에, 유라는 고개를 저었다.
“저는 단지 통로를 열었을 뿐이에요.”
지옥 도약.
자신의 육체를 지옥에 일시적으로 전송시키는 스킬.
지옥 어느 곳으로 떨어질지는 시전자 본인도 모르며, 일시적 전송 상태는 최대 1초에 불과하다.
유라는 불과 그 1초 사이에 자신이 떨어진 장소를 파악, 충분한 악마가 근방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지옥에서 탈출할 때 여는 <게이트>를 발동시킨 것이다.
탈출기를 소환기로 응용한 셈.
제국군 입장에서는 문자 그대로 헬 게이트였다.
“으아아아악!!”
“히익! 사, 살려...!”
게이트의 유지 시간은 1분.
충분한 시간이다.
인간을 포식하고 싶다는 본능을 지닌 악마들은 인계와 연결 된 게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전력으로 날아와 인계에 현신했다.
“우, 우와아....”
수십, 수백 마리의 악마가 튀어나와 제국군 병사들을 학살하는 모습에 템빨단원들이 압도당했다.
이대로 제국군이 전멸하고 다음 차례는 우리가 아닐지 걱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유라가 있었다.
제국군 병사들을 잘근잘근 씹어 먹고도 허기지다는 듯이 템빨국 진형으로 눈을 돌리는 악마들을, 유라의 옥빛 탄환이 거침없이 꿰뚫었다.
***
“요즘 사냥감이 너무 안 보이네.”
“교황청이 폐쇄됐으니 손님이 없을 수밖에.”
교황청 인근의 산골 마을.
곳곳에 크고 작은 레베카 여신상이 보이는 특이한 마을이다.
본래 이곳에는 교황청을 방문하려는 관광객들이 줄을 이었었지만 최근에는 먼지만 날렸다.
레베카교와 야탄교의 전쟁이 심화되면서 교황청이 일시적으로 폐쇄된 까닭이었다. 현재 교황청은 외부인을 들이지 않았고 그 탓에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도 없었다.
“쩝.”
덕분에 샤이 일당만 지루해졌다.
어쌔신 랭커 샤이, 커브, 스니퍼 삼인방.
그들은 레베카교 성직자 동파오와 함께 관광객들을 속이고 특정 구역으로 유인해서 금품을 갈취해온 악랄한 PK집단이었다.
단, 그리드에게만큼은 마리로즈의 존재를 알려주고 카심을 주선해준 것으로 모자라 아이템을 마구 퍼준 은인이기도 했다. 물론 원해서 은인이 된 건 아니었지만.
“스트레스 좀 풀고 싶은데 그게 안 되네.”
“오늘도 암살 의뢰나 받으러 가야하나.”
“나 이번 달에 렙업 하느라 의뢰 100개도 넘게 수행했다. 더 이상은 싫어. 귀찮아. 힐링이 필요해.”
“어? 야.”
음식점 테라스에 앉아 음료를 마시던 삼인방의 시선이 마을 입구 쪽으로 향했다.
딱 봐도 저렙인데 돈 많아 보이는 호구가 보였다.
특이한 색안경을 쓴 사내였다.
하관 보호대가 달린 투구를 쓰고 있어서 얼굴과 아이디는 보이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무장 상태를 보니 200레벨 초반으로 추측됐다.
“돈 좀 있는 아저씨가 만든 캐릭터 같다?”
“그러게. 200레벨 제한 아이템들을 죄다 고강화 해놨네.”
“금수저일 수도.”
은은한 휘광을 흩뿌리는 아이템들.
저건 제대로 된 사냥감이다.
음흉한 미소를 그린 샤이 일당이 서로 눈빛을 교환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람 좋은 표정을 짓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테라스에서 내려온 세 사람이 정체불명의 사내를 그냥 지나쳤다.
그래, 그토록 고대해온 사냥감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갔다.
‘X발! 빨리 튀어!’
걸음을 재촉하는 삼인방.
그들에게는 철칙이 있었다.
얼굴과 아이디를 숨긴 사람하고는 말도 섞지 않는다, 라는 내용의 철칙이었다.
왜?
과거, 정체를 숨기고 있던 그리드에게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었으니까.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실로 끔찍한 경험이었다.
그 후로 샤이 일당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대상은 PK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이건 일종의 공포증이었다.
“아오, 옛날 같았으면 저런 먹음직한 호구는 바로 사냥했을 텐데.”
“저런 애들 만나는 건 거의 횡재 수준이지. 하지만 만에 하나라는 경우가 있으니까 어쩌겠어?”
경거망동하지 말 것.
샤이 일당이 한 지역에서 오랫동안 PK활동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는 그들이 신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을 주민들과의 호감도를 극상으로 쌓아놓은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마을 주민들은 친절하고 착한 샤이 일당이 산적이라고는 전혀 의심 못하고 있었다.
하여, 가끔씩 레베카교의 성기사들이 마을로 내려와 산적 무리에 대해 물어도 샤이 일당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이미지 관리의 중요성이다.
“아무래도 오늘은 안 되겠다. 길드로 가서 의뢰나....?”
마을을 빠져나온 삼인방이 그대로 석상처럼 굳었다.
정체불명의 사내가 자신들의 뒤를 바짝 붙어 쫓아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 챈 것이다.
사내가 투구를 벗자 흑발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드러난 이름은....
“그, 그리드!!”
질색하는 샤이 일당.
게거품마저 무는 그들에게 그리드가 이죽였다.
“하여튼 대단들 해. 벌써 몇 년 째 같은 장소에서 이 짓거리 중이었어?”
“그, 그, 가끔... 가끔일 뿐이다...”
“마, 맞아! 요즘엔 여기 말고 다른 곳에서 주로 활동해. 여긴 가끔 힐링을 하러 심심풀이로 들를 뿐이야!”
“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비슷하다고 할까.... 하하하....”
샤이 일당은 <어쌔신>이라는 직업 내에서 한 자릿수에 들었던 랭커들이다.
최근에는 20위권 랭커로 추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뛰어난 실력자들이었다. 특히 PK 경험이 많은 만큼 PK에 한해서는 독보적인 실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리드 앞에서는 순한 양에 불과했다. 그리드에게 이미 몇 번이나 호되게 당한 그들은 그리드가 두려웠다.
그리드가 그들에게 제안했다.
“레이단으로 가라. 그곳에서 제국측 플레이어들을 속이고, 죽이고, 물건을 빼앗으면서 즐겨. 이런 촌구석에서 노는 것보단 큰물에서 노는 편이 훨씬 더 재밌지 않겠어?”
“...우리를 전쟁 도구로 이용하겠다고?”
“우, 우리가 네게 협력할 것 같아?”
“싫으면 죽던가. 일단 나한테 죽고, 그 다음에는 척살령 맞아서 계속 죽고. 그럼 되겠네.”
“....지금 바로 출발하면 되는 거지?”
“요인 암살이 우리의 주특기야. 너도 그걸 아니까 우리를 찾아온 거지? 우리는 네게 분명히 큰 도움이 될 거야.”
“그래, 기대하마. 너희가 활약해주면 활약해주는 만큼 보답도 할 테니 열심히 해줘.”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인맥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그리드는 인맥을 찾아 헤매는 중이었는데 어찌 된 게 대부분 악연이었다.
자신과 악연을 맺을 정도이니만큼 죄다 한 실력 한다는 점이 다행이었지만.
“다음은 부바트... 흠....”
서둘러 채비를 갖추는 샤이 일당의 모습을 확인한 그리드가 귀환 주문서를 사용하려다가 멈칫했다.
여기까지 온 김에 ‘그곳’이 궁금해졌다.
옛 기억을 더듬어 그곳의 위치를 떠올려 보려다가 실패한 그리드가 샤이에게 물었다.
“그 던전, 위치가 어디였지?”
“던전...? 아, 뱀파이어 공작의 봉인처 말이지? 거기가 금지라 지도에 저장이 안 되긴 하지.”
강력한 사기(邪氣) 때문에 마법과 스킬의 사용이 차단되는 공간.
샤이 일당이 플레이어를 사냥할 때마다 적극 활용했던 공간이다.
“여기서 북동쪽으로 3킬로미터쯤 가다가.... 에이, 됐다. 그냥 따라와라.”
말로 설명하려니 복잡하다.
샤이가 앞장서 이동하자 그리드가 뒤를 따랐다.
샤이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소심하게나마 화풀이나 하자는 심산이었다.
‘아무리 네가 대단해도 신속의 주인으로 전직한 내 속도를 따라잡을 순 없겠지.’
쫓아오려다가 놓치고 망신이나 당해봐라.
얼굴 붉힐 그리드의 모습을 상상하자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샤이였다.
스킬을 전개한 그가 극에 이른 이동속도를 발휘했다.
한데....
“....”
그리드는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채 샤이의 뒤를 무리 없이 따라붙었다. 워낙 민첩성이 높은데다가, 최근에는 이동 속도를 올려주는 아이템 세트도 따로 만들어놨던 덕분이다.
샤이는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더러운 새끼. 진짜로 더러운 새끼. 혼자서 다해먹어라.’
빨리 이번 일을 마무리하고 영원히 그리드와 연을 끊으리라. 두 번 다시는 그리드와 엮이지 않게끔 대륙 반대편으로 떠나리라.
‘아니, 이참에 동대륙으로 뜨자.’
샤이는 몇 번이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