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55화 (850/1,794)

템빨 47권 - 2화

<템빨골 1의 전직 가능 직업 목록>

1.파괴적인 스켈레톤 광부.

상세정보:(채광을 잘하게 됨)

2.파괴적인 스켈레톤 광대.

상세정보:(잘 웃고 잘 웃기게 됨)

3.파괴적인 스켈레톤 댄서.

상세정보:(춤을 잘 추게 됨)

4.파괴적인 스켈레톤 소드맨.

상세정보:(검술의 숙련도가 올라감)

5.파괴적인 스켈레톤 댄싱 스미스.

상세정보:(춤을 잘 추게 되고 대장일도 잘하게 됨)

<템빨골 2의 전직 가능 직업 목록>

1.수복하는 스켈레톤 광부.

2.수복하는 스켈레톤 광대.

3.수복하는 스켈레톤 댄서.

4.수복하는 스켈레톤 메이지.

상세정보:(마법의 숙련도가 올라감)

5.수복하는 스켈레톤 댄싱 스미스.

상세정보 맞나?

“........”

그리드의 침묵은 길었다.

그는 눈앞에 떠오른 템빨골들의 2차 직업 목록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꿈인지, 현실인지.

경계가 애매하여 구분 짓기 힘들다.

뇌에 lock이라도 걸린 것처럼, 한참을 멍하니 있던 그리드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이 황당한 사태의 원인을 분석해봤다.

‘내가 템빨골들한테 채광을 몇 번 시키기는 했지.’

그리드의 기억으로는 템빨골들에게 그저 가끔, 정말로 노동력이 부족한 부득이한 상황에서만 채광을 시키곤 했다. 그 횟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한데 1차 직업 목록에 이어서 2차 직업 목록에도 광부라는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는 물론 그리드의 주관적인 기억이다.

한때 템빨골들은 소환만 됐다하면 채광일을 하곤 했다. 특히 레벨이 낮았을 때는 너무 약해서 사냥에는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크흠... 그래. 백 번 양보해서 채광 스킬을 습득한 탓에 광부로 전직할 수 있다고 치자. 광대랑 댄서는 웃고 춤추기를 즐기는 템빨골의 기본 습성 때문에 열린 가능성일 테고.’

그래, 이 3개 직업의 발생 원인은 충분히 납득이 된다.

검사와 마법사로 전직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템빨골1은 그리드의 검술을 지켜본 여파로, 템빨골2는 그리드의 마법을 지켜본 여파로 전투력 상승의 여지가 생겼다.

“다 좋아. 다 좋은데....”

....춤추는 대장장이는 뭐냐.

이건 백 번 양보해도 납득할 수 없다.

순전히 억지다.

“내가 대장일 할 때 춤이라도 추디? 어? 참나 어이가 없네?”

템빨골에게 대장장이의 길이 열린 것은 당연했다.

주인이 대장장이이니만큼 대장일을 견학할 일이 가장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냥 대장장이도 아니고 하필 ‘댄싱’이라는 수식언이 붙은 대장장이라니?

‘차라리 댄싱 소드맨이나 댄싱 메이지였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그렇다.

수식언이 붙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좋았다.

다만, 붙은 위치가 영 잘못 됐다는 점이 문제다.

‘2차 전직부터는 제대로 된 전투력을 갖추길 바랐더니만....’

그리드의 원래 심정 같아서야 템빨골들을 소드맨과 메이지로 전직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리드는 수식언의 위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이템만 해도 더 많은 수식이 붙은 아이템일수록 더 강력하거나 유용하지 않던가.

댄싱 스미스 또한 이와 같은 이치로 분명히 높은 잠재력을 지닌 직업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전투력은 낮겠지.

‘하지만 수식이 붙은 직업을 포기해가면서까지 평범한 검사와 마법사로 전직시키는 건 손해 보는 느낌이고...’

한참을 고민하던 그리드가 브라함에게 질문했다.

‘브라함, 어때 보여요?’

답변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없었다.

다시 하나가 된 브라함의 영혼은 예전과 달리 무척 쇠약해진 상태였다. 최근에는 거의 잠만 잤다.

하여, 이번에도 역시 잠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타이밍 좋게도 브라함은 깨어있었다.

-댄싱 스미스로 전직시키는 게 좋을 거다.

브라함이 제시하는 이유는 무척 합리적이었다.

-녀석들의 1차 직업 ‘파괴자’와 ‘수복자’가 2차 전직부터는 수식언으로 적용됐다. 3차 전직 때도 마찬가지겠지. 너도 알겠지만 수식언은 절대적인 마력이 부여 된 개념이기 때문에 많은 수식언이 붙은 존재일수록 ‘격’이 상승한다. 당장 댄싱 스미스라는 직업의 메리트는 적을지 몰라도, 앞날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많은 수식언이 붙은 직업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다.

시조 베리아체의 유산이기 때문일까.

브라함은 템빨골에게 여전히 큰 흥미를 보이고 있었다. 적극적으로 그리드에게 조언해줬고 이는 그리드에게 큰 도움이 됐다.

“좋아.... 이해했어요.”

미래를 위한 투자.

3차 전직 시점의 템빨골들이 ‘파괴자’, ‘수복자’, ‘춤추는’, ‘대장장이’라는 수식언을 갖게 만들기 위한.

고개를 끄덕인 그리드가 결정을 내렸다.

“당장은 손해 보는 기분이지만 어쩔 수 없지. 너희 둘 다 댄싱 스미스로 전직해라.”

캬악! 캬캬캭!!

그리드의 선택이 기쁜 눈치다.

활짝 웃으며 손을 맞잡은 템빨골들이 경쾌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템빨골1의 2차 직업을 ‘댄싱 스미스’로 선택하셨습니다. 맞습니까?]

“맞.....다.”

[템빨골2의 2차 직업을 ‘댄싱 스미스’로 선택하셨습니다. 맞습니까?]

“맞아....”

번쩍-!

그리드가 정정하지 않자, 점차 더 빠른 리듬을 타며 춤사위에 열중하는 템빨골들의 몸에 금빛 휘광이 번쩍였다.

찰나, 그리드는 약간 후회가 되었다.

전투력이 늘어나도 부족할 판국에 전투에는 하등 쓸모없을 댄싱 스미스 2마리가 생겼으니 암담했다.

‘후. 최대한 빨리 300레벨을 찍어주는 수밖에.’

템빨골의 레벨 업이 느렸던 이유는 그리드와의 레벨 차이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어뷰징 방지 페널티 때문에 템빨골들이 분배 받는 경험치가 무척 적었다.

하지만 조금씩이나마 레벨 격차가 좁혀지고 있었으니, 일정 레벨을 달성한 후에는 템빨골들의 레벨 업 속도도 빨라질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템빨골 1과 템빨골 2의 전직이 완료되었습니다!]

[직업 보정 효과로 템빨골 1의 근력과 체력 스탯이 50씩 상승합니다. 추가로 생명력이 2만 상승합니다.]

[직업 보정 효과로 템빨골 2의 지력과 체력 스탯이 50씩 상승합니다. 추가로 생명력이 1만 5천, 마나가 5천 상승합니다.]

[템빨골 1과 템빨골 2의 외형이 변경됩니다!]

[템빨골 1과 템빨골 2의 정보가 갱신됩니다!]

“오오...!”

전직이 완료 됐을 때, 템빨골들을 둘러쌌던 금빛 휘광은 그대로 템빨골에게 흡수되었다.

이제 템빨골들은 누리끼리한 SD해골이 아니라 번쩍이는 황금색 SD해골로 변했다.

이전의 템빨골은 개가 씹어 먹다가 남긴 뼈다귀를 이어 붙인 해골 같았다면, 지금의 템빨골은 황금을 세공해서 만든 고급 해골이었다.

다만, 눈매는 여전했다.

⌓ ⌓ 이러고 있으니, 여전히 장난꾸러기 같고 기품은 없다.

‘...있어 보이면서도 없어 보이는군.’

미묘하다.

‘뭐... 귀여우니까 됐나.’

애써 마음을 다스린 그리드가 녀석들의 정보를 불러왔다.

이름:템빨골1

직업:파괴적인 스켈레톤 댄싱 스미스

레벨:200

생명력:25,824 마나:160

근력:1,015 체력:450

민첩:420 지력:80

-직업 고유 스킬 목록-

<해골 부수기>Lv.4

뼈로 만든 물질(언데드, 아이템, 건축물 등)을 낮은 확률로 파괴합니다.

스킬 자원 소모: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20초

<파괴적인 춤을 추는 대장장이 기술>Lv.1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100퍼센트 ‘뼈’인 무기 제작법을 1개 배울 수 있습니다.

무기를 제작하는 동안 <춤추기>스킬과 <해골의 인내심>스킬을 항시 발동합니다.

제작 무기에 <파괴>의 속성이 깃들며, 템빨골1이 이 무기로 <해골 부수기>스킬을 사용할 경우 뼈 파괴 확률이 3배 상승합니다.

아이템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20분입니다.

스킬 자원 소모: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재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파괴자의 특성으로 인해서 제작 중인 아이템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작 중인 아이템이 파괴될 경우 폭발이 발생하며, 제작법에 명시 된 아이템 공격력x6배의 데미지를 입히는 광역 피해가 발생합니다.

피해 범위는 템빨골1의 반경 10미터 이내이며, 템빨골1 본인 또한 피해를 입습니다.

<춤추기>Lv.1

춤을 춰서 반경 30미터 이내에 있는 적을 도발합니다.

도발 성공 확률 70퍼센트.

스킬 자원 소모: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스킬 발동에 필요한 시간(리듬을 타기까지 걸리는 시간):5초

-학습한 스킬 목록-

<해골의 인내심>

조건부 패시브 스킬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을 보고 본받아 배운 스킬.

발동 시 방어력과 생명력 2배 상승.

스킬 자원 소모:없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없음

<중급 소드마스터리>Lv.7

패시브 스킬

주인의 검술을 보고 본받아 배운 스킬.

<은사...>

....

...

이하 생략.

이름:템빨골2

직업:수복하는 스켈레톤 댄싱 스미스

레벨:200

생명력:19,000 마나:7,090

근력:50 체력:650

민첩:220 지력:1,045

-직업 고유 스킬 목록-

<해골 붙이기>Lv.4

해골 계열 언데드의 생명력을 38퍼센트 회복시킵니다. 이때 대상에게 파손 된 부위가 있으면 수복시킵니다.

스킬 자원 소모:마나 100.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26초.

<수복하는 춤을 추는 대장장이 기술>Lv.1

제작에 필요한 재료가 100퍼센트 ‘뼈’인 투구 제작법을 1개 배울 수 있습니다.

투구를 제작하는 동안 <춤추기>스킬과 <해골의 인내심>스킬을 항시 발동합니다.

제작 투구에 <수복>의 속성이 깃들며, 템빨골2가 이 투구를 무장할 경우 높은 생존력을 발휘합니다.

아이템 제작에 걸리는 시간은 20분입니다.

스킬 자원 소모:아이템 제작에 필요한 재료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30분

★수복자의 특성으로 인해서 아이템 제작이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재료로 사용하는 뼈를 의도치 않게 수복시켜서 제련과 단련 등의 제작 과정이 초기화되는 경우를 뜻합니다.

이때 템빨골2는 아이템 제작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됩니다.

<춤추기>Lv.1

<해골의 인내심>

<중급 매직마스터리>Lv.7

이하 생략.

템빨골은 레벨이 하나 오를 때마다 6의 스탯 포인트를 얻는다.

1레벨 기본 능력치 총합이 10이었던 점, 1차 전직 시 20씩의 스탯 보너스를 얻었던 점을 감안하면, 200레벨을 달성한 템빨골의 능력치 총합은 1,224가 돼야 옳았다.

하지만 현재 템빨골은 2차 전직 보너스, 골격 강화 효과, 그리드가 제작해준 각종 ‘쓸만한 아이템’ 착용 등의 효과로 스탯이 대폭 상승한 상태였다.

스탯 총합이 무려 2천에 육박했으니 이는 평범한 200레벨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수치로서, 템빨골의 성장력이 플레이어보다 못하다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거의 기적에 가까운 발전이었다.

말 그대로 주인을 닮아서 사기적인 스탯 보유량이었다.

근데 지금 이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구려....”

사실, 템빨골들이 1차 전직을 했을 때까지만 해도 그리드는 녀석들의 발전 가능성에 큰 기대를 품었었다.

광역 폭발을 일으키며 적들의 뼈를 분쇄시키는 템빨골1의 모습과 광역 힐을 사용하는 템빨골2의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한데 결과는 상상과 달리 처참했으니 실망감이 너무 컸다.

템빨골1은 아이템 만들다가 자폭할 수도 있었고 템빨골2는 제작 과정 초기화라니...

‘뭔 이런 쓰레기 같은 경우가....’

이렇게 된 이상 3차 전직에 모든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다.

‘파괴적인(수복하는) 춤추는 대장장이 스켈레톤’이라는 수식언을 갖게 될 템빨골들.

3차 전직 때야말로 녀석들에게 비로소 전투 직업군을 부여해준다면, 아직 희망이 있을 수도 있다.

좌절하고 있는 그리드의 귓가에 브라함의 빈정거림이 들려왔다.

-누가 머저리 아니랄까봐 상상력부터가 빈곤하군. 네 생각을 공유한다는 건 정말이지 끔찍한 고통이다. 이대로는 영혼이 회복하기도 전에 속이 터져서 죽을 것 같다.

“....?”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 사람을 이토록 매도하다니?

울컥한 그리드가 눈살을 찌푸리자 브라함이 콧방귀 뀌었다.

-미련한 녀석. 대장기술이 아니라 도발능력에 초점을 맞춰야지. 한 놈은 광역 도발과 범위 피해 능력, 다른 한 놈은 확률성 무한 광역 도발 능력을 갖췄는데 너는 도대체 뭐가 아쉬운 거지?

“....아!”

춤추기 스킬은 적을 ‘구분’한다는 명시가 없다. 심지어 광역기다.

반면 말락서스의 망토에 있는 <피 냄새> 옵션은 언데드 등 후각이 퇴화한 존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또한 말락서스의 망토는 그리드 본인이 어그로를 끌게 되기 때문에 위험성도 컸다. 그러나 템빨골은 죽어도 페널티가 없는 소환수다.

‘이거, 구린 게 아니었구나.’

그리드의 머릿속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4차 전직 시점과 템빨골의 3차 전직 시점이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찾아올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

“.....”

마안족 도시 방어전이 끝난 후.

어느덧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극검의 컨디션은 여전히 최악이었다. 마음이 불편해서 뭘 해도 의욕이 안 생겼다.

늘 호탕한 반트너조차도 그를 걱정하느라 사냥에 집중하기 힘들 정도였다.

“아직도 그 기사가 생각나는 거냐?”

그 기사란, 가우스 왕국 청염기사단의 단장을 뜻함이다.

아플로라는 이름의 젊은 기사였다.

극검은 그의 목숨을 빼앗은 일이 트라우마가 됐다.

조국을 위해서 싸우던 그의 모습에서, 평소 자신의 모습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약소국 국민의 숙명과도 같은 외로운 사투.

솔직히 말해서 극검은 그를 죽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은 템빨국을 위해서, 마안족을 위해서 싸워야만 했다. 그것은 정당한 싸움이었고 반드시 적을 쓰러뜨려야만 했다.

적을 해쳤다고 이제와 후회하는 짓은, 조국을 위해서 끝까지 싸우다가 떠난 상대방을 기만하는 꼴밖에 안 됐다.

그래, 극검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젊은 기사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랐고 후회가 남았다.

“...그 녀석의 목숨은 하나뿐이었으니까.”

플레이어에게 Satisfy는 게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NPC에게는 현실이다. 그들은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없다.

“물론 또 똑같은 상황이 오더라도 나는 녀석을 죽일 거다. 하지만 후회되는 것은, 녀석이 죽기 전에 고생했다는 인사 한 마디조차 건네지 못했다는 점이야. 놈이 너무 강한만큼 경황이 없었어.”

“그럼 다음부터는 인사하고 죽여.”

“...엉?”

“인사하고 죽이라고. 그럼 되잖아?”

“.....”

“어차피 우리는 계속 NPC들과 싸우게 될 거다. 그리드가 나라를 세운 순간부터 그것은 예정 된 미래가 됐지. 앞으로 만나게 될 적들 중에는 분명히 훌륭한 녀석도 있을 거고 죽이기 아까운 녀석도 있겠지. 하지만 그때마다 멘탈이 박살날 순 없잖아? 그래서야 정신이 금방 지치고 말거야. 게임 접을 거냐?”

“큼... 그래, 내 각오가 부족했다. 생각이 짧았어. 앞으로는 적과 싸우기 전에 미리 인사를 해야겠다.”

“좋아. 바로 그거야. 인사하고 죽여.”

“훗... 그래.”

“.....”

마음을 다잡고 손뼉을 마주치는 두 사내.

그들의 대화 내용은 분명히 핀트가 나가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템빨단원들은 황당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때였다.

&제드노스:남쪽 시장에서 폭발이 발생했다는 제보다.

라인하르트에 있는 길드원들이 서로 대화하는 내용이 길드 채팅창에 떠올랐다.

&이벨린:뭔 일이래요?

&제드노스:아그너스가 방문했다는데 아마도 녀석이 소란을 피우는 게 아닐까 싶어.

&툰:아그너스가 이곳에 왔다고? 무슨 염치로? 미친놈 아니야?

&지슈카:응~ 걔 미친놈 맞아~

&이벨린:(/-_-)제가 근처에 있으니까 바로 가볼게요.

‘아그너스 님이?’

갈구노스의 사원.

강시와 언데드를 부리며 무신의 추종자들을 압박하고 있던 불렛의 얼굴이 굳었다.

그가 아는 아그너스는 분명히 미쳤지만 막무가내 무대포는 아니었다. 타개할 수 없는 위기가 찾아왔을 때, 차라리 그 상황을 즐기기는 했지만 애초에 피할 수 있는 최악은 피해왔다.

그가 명백한 적국이라 할 수 있는 템빨국 수도를 방문했다?

소란을 일으킬 의도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요즘 상황이 힘들어 보이던데... 혹시 나를 의지하고 싶어서 찾아오셨던 건 아닐까?’

제길, 친구 목록에서 삭제당해서 귓속말도 못 보낸다.

전투에 집중이 안 된다.

고민 끝에, 불렛은 언데드를 역소환하고 강시를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였다.

“엉? 갑자기 왜 그래?”

함께 사냥하던 템빨단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불렛이 머리를 긁적였다.

“미안한데 좀 쉬고 싶어서. 사냥을 너무 오래했더니 지치네.”

“그 레벨에 잠이 오냐?”

“....이래 뵈도 네크로맨서 랭킹 2위였다만.”

강시 제조에 의외로 많은 시간이 소요돼서 4위까지 떨어지긴 했지만, 불렛은 지금도 템빨단원들의 평균 레벨을 훨씬 웃도는 고레벨 랭커였다.

네크로맨서라는 직업 자체가 사냥에 최적화되어있기 때문이다.

“거봐 과거형이잖아. 랭킹 복구 해야지.”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 다음에 열심히 할게. 그럼 간다. 열렙들 해.”

불렛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귀환 주문서를 사용했다.

아직 템빨단을 위해서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도 나를 오랜 동료처럼, 그리고 친구처럼 대해주는 단원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그는 자신의 옛 우상을 돕기 위해 떠났다.

한 번 마음을 준 상대는 결코 배신하지 않으며, 쉽게 버리지 못한다.

그게 바로 불렛이라는 사람이었다.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