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5권 - 14화
[파티원 ‘메이샤오’가 사망하였습니다.]
“안 돼!!”
“이런 젠장!”
저항조차 못하고 쓰러지는 메이샤오를 목격한 선수들이 질색하거나 대노했다.
짧은 국대전 기간 동안 메이샤오와 친분을 쌓았다거나 하는, 그런 사적인 관계가 있어서가 아니다.
메이샤오의 능력은 대상을 끈질기게 구속하는 힘.
그녀는 마왕을 토벌함에 있어서 꼭 필요한 전력 중 하나였다.
<십만대군 봉쇄검>으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억압한 그리드가 ‘최대한 많은 선수’를 해치지 않고 굳이 공들여 메이샤오를 저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리드 또한 메이샤오를 위협적인 상대로 인식하였고, 그녀를 최대한 빨리 해친 것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너와 단둘이 남게 될 때까지 쓰러지지 않겠다.’
메이샤오가 남긴 잿빛의 기둥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며, 저 멀리 고고히 서있는 크라우젤을 일별하는 그리드.
플라이를 전개하여 비상하는 그의 귓가로 수많은 파공성이 들려왔다.
수십 자루의 창과 칼이, 또 수십 자루의 화살과 단도가 바람을 가르며 그리드에게 쇄도했다.
긴박한 와중에 정말로 다행인 점은, 마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마법사도 그리드에게 공격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왕 등장 이벤트에서 제대로 발동한 <지공>의 효과 덕분이었다.
‘마왕에게 마법을 사용하면 도리어 독이 된다.’는 왜곡 된 인식이 그리드에게 여유를 주었다.
펄럭-!
찌르기, 베기, 투척 공격으로 받는 물리 피해를 20퍼센트 경감시키고 10퍼센트 확률로 공격을 막아내는 란스티어의 망토.
마왕 버전에서는 <날개>의 모양을 하고 있는 그것으로 몸을 감싼 그리드가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시도하자.
[5,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7,990의 피해를....]
[공격을 차단합니다!]
[공격을 차단합니다!]
[7,54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4,620의 피해를...]
그리드는 무려 ‘월드 클래스’로 분류할 수 있는 선수들의 집중포화를 무리 없이 견뎌내는데 성공했다.
4천왕이 버텨준 시간은 1시간 38분.
총 생명력이 190만을 초과하는 지금의 그리드에게 있어서 높은 방어력은 평소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진짜 환장하겠네!’
‘설마 힐 같은 건 없겠지? 힐까지 쓰면 반나절 이상은 싸워야할 것 같은데.’
선수들은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평타는 아예 차단당하거나 스킬 데미지는 1만 미만으로 들어갔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망치는 마왕을 추적하는 형태인지라 모션이 짧은 기본 스킬을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제아무리 기본 스킬이라도 몬스터에게는 십만 단위 이상의 피해를 입히지 않았던가?
마왕 토벌전에 참가한 선수들 대부분이 고강화 유니크 무기를 착용하고 있으며 소수의 선수들은 레전드리 무기를 착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봤을 때, 마왕의 방어력은 높아도 너무 높았다.
“쓰벌. 무슨 신화급 템이라도 도배하고 있는 거야, 뭐야?”
“그건 너무 오바고 스탯이 높은 거겠지.”
“비켜!!”
마왕의 높은 방어력과 사기적인 특성에 위축 된 선수들의 기세가 죽어가는 그때.
끼히히히힝-!
선수들을 해치고 나아가 바위를 박차고 도약한 백마가 상공의 마왕과 눈높이를 맞췄다.
아름답고 고결한 백마 위에는 템빨국의 십공신 중 하나가 앉아있었다.
귀 아래까지 기른 곱슬머리와 깔끔하게 정돈 된 턱수염. 구릿빛 피부에 깊이 들어간 눈매.
전형적인 남유럽 미남으로 벌써 몇 년 째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폰의 등장이다.
“전력으로 갈 테니까 조심해라.”
템빨단원들은 마왕의 정체를 진즉에 눈치 챈 상태였고 폰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폰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동료들에게 비밀로 마왕이 된 그리드가 서슴없이 적으로 돌아선 것과 같은 이치다.
이곳은 국가대항전.
오로지 명예와 보상을 목표로 참가하는 꿈의 무대인 바, 소속과 우정을 논할 필요는 없었다.
“레일 스피어!”
폰이 꽉 움켜진 창끝에 백색의 기파가 깃든다 싶더니 선이 되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완벽하다 못해 아름답게 뻗어나간 직선이 밤하늘에 백색의 경계선을 만들어냈다.
우주를 관통하는 혜성 같았고, 혜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마왕 그리드가 있었다.
[41,3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큭...!”
레일 스피어의 최대 강점은 속도와 방어력 일정량 무시 관통 데미지다.
미처 피하지 못한 그리드는 허리가 찢겨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하는 백마 위에서, 휘청거리는 마왕을 돌아본 폰이 히죽 웃었다.
“아프지? 우리 대장이 만들어준 창이거든.”
툭툭.
벨리알의 부속품으로 만든 칠흑의 창을 두드려 보이는 폰.
그는 말하고 있었다.
자랑스러워하라고.
지존인 네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나와 지슈카를 비롯한 템빨단원들, 전원 네 덕분에 지금처럼 강해질 수 있었던 거라고.
그리드가 피식 웃었다.
‘내가 그런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너희들 덕분인데.’
지금은 마왕이기에 차마 입 밖에 꺼낼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읊으며.
스파앗-!
팽이처럼 회전, 더 높은 상공에서부터 쏟아지는 비룡들의 브레스 중 일부를 피해낸 그리드가 폰에게 바통을 이어받고 도약해오는 8명의 선수들에게 무기를 겨눴다.
“찢겨나가라.”
연(聯).
핏-! 피피피피피피피피핏!!
“....!?”
폰의 레일 스피어가 1개의 직선을 그린 반면 그리드의 연은 30개의 호선을 그렸다.
레일 스피어와 비교해서 공격력 계수가 낮고 ‘필중’이라는 특성 효과 또한 없다지만.
콰작-!
푸욱!! 콰지직!!
더욱 빠르기에 피하기 힘들고, 횟수가 중첩되는 만큼 위력도 크다.
기본적으로 그리드의 스탯과 아이템 성능이 폰을 월등히 초월했다.
“커헉...!”
“쿨럭!!”
기세 좋게 도약했던 폰이 마왕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모습을 보고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품었던 8명의 선수들이 허망하게 잿빛으로 산화한다.
그들이 죽으면서 떨군 대량의 핏물이 지상에 있는 토벌대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해설진이 침음했다.
『방금 마왕의 공격에 선수들이 반응하지 못했죠?』
『아니요. 어쌔신 계열 선수들은 반응하고 회피까지 시도한 것 같은데 실패했네요. 아무래도 비행 능력이 없다보니 허공에서는 운신이 자유롭지 못했겠죠.』
『완벽한 탱킹 능력을 보유한데다가 그 이상의 공격력까지 발휘 한다라... 저걸 대체 무슨 수로 쓰러뜨려야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선수도 아닌데 제 골치가 다 아플 지경이네요.』
『지슈카 선수와 메이샤오 선수가 연계해서 무력화시키는 방법이 가장 베스트였던 것 같은데 메이샤오 선수가 죽은 시점부터 어렵게 됐죠.』
『음....? 아니, 근데...?』
『....』
상황을 중계하던 각국 해설진이 거의 동시에 의문에 빠지며 침묵했다.
마왕을 분석하다보니 자꾸 한 사람의 플레이어가 떠오른 까닭이다.
단단하고, 강하고, 비행능력과 필드 마법까지 겸비한 사내.
‘...그리드?’
그래, 마왕은 그리드와 꼭 닮아있었다.
하지만 해설진은 차마 그리드의 이름을 입에 담지 못했다.
마왕에게는 스스로 움직이는 황금 손이 없었으니까.
마왕보다 그리드가 도리어 더 강해보였다.
굳이 그리드를 언급하게 될 경우 ‘그리드>마왕>400인 토벌대’라는 말도 안 되는 공식이 성립될 것 같았으니 자제하는 편이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한편, 일부 관중들과 시청자들이 폭동을 일으킬 기세로 공분하고 있었다. 그들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
“크라우젤 뭐하냐! 어째서 구경만 하는 건데!?”
“크라우젤이 메이샤오를 죽게 만들었다! 크라우젤이 중국의 별을 떨어뜨렸다!”
“동료들이 마왕을 지치게 만들면 뒤늦게 나서서 메달을 노릴 셈인가? 소국 출신 놈답게 마음이 참 작구나!”
“나라를 몇 번이나 옮겨 다니는 비열한 놈 아니랄까봐 하는 짓도 역겹군!”
중국인들은 메이샤오가 죽은 원인을 크라우젤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중국의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었던 메이샤오의 죽음에 절망했고, 메이샤오의 죽음을 방관한 크라우젤에게 분노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봤을 땐 황당한 책임 전가였다.
기여도로 경쟁하는 마왕 토벌전 시스템 상 선수끼리는 서로 도울 의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좀 정나미 없어 보이긴 하네.”
“그러게. 다른 선수들은 국적을 안 가리고 서로 협력하는 와중에 혼자서 저렇게 노골적으로 욕심을 부리다니....”
“어차피 지존 자리에서 내려왔으니 이미지 관리할 필요도 없다 이거지. 과연 계획대로 혼자서 금메달을 독식할 수 있을지 두고 보자고.”
“저렇게까지 해놓고도 금메달 못 따면 쪽팔려서 고개 못 들고 다니지.”
결국, 정말로 많은 사람들이 크라우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크라우젤이 예상했던 사태다.
하지만 크라우젤은 개의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그가 국대전에 참가한 이유는 명예 때문이 아니라 그리드 때문이었으니까.
『아앗! 선수들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소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각국 해설진이 목청껏 소리쳤다.
화면 속, 일본 대표 카츠가 동료들이 흘린 피를 손끝에 모으고 있었다.
“블러드 스피어.”
투쾅-! 투콰콰콰쾅!!
8개의 혈빛 창이 마력을 담고 날아가 마왕에게 꽂혔다.
어느새 날아오른 레가스의 정권이 마왕의 명치를 때렸고, 전장을 누비는 지발의 페가수스가 신비한 마력으로 마왕을 압박했다.
[페가수스의 영기가 당신의 마나를 조금씩 소모시킵니다.]
[페가수스의 영기가 당신의 스태미나를 조금씩 소모시킵니다.]
[페가수스의 영기가 당신의 투기 축적 속도를 늦춥니다.]
[페가수스의 영기가 당신의 마나 회복 속도를 늦춥니다.]
[저항에 실패합니다.]
‘까다롭네. 유라를 이긴 게 우연은 아니었군.’
일정 범위 내에 있는 적의 자원을 소모시키는 한편 회복을 방해하는 페가수스의 신묘한 특성은 그리드에게도 큰 위협이었다.
그리드가 마왕으로 얻은 혜택은 순전히 생명력과 스태미나뿐.
마나 관련 혜택은 없다.
안 그래도 마나 소비가 큰 스킬만 갖고 있는 그리드 입장에서는 페가수스가 큰 위협이었다.
초(超)를 전개해서 지발을 저격하는 게 좋을까, 잠시 고민하던 그리드가 금방 생각을 접었다.
전장은 넓고, 페가수스는 빨랐을 뿐더러 마법사들이 몇 겹으로 중첩시키는 실드의 방어력은 쉽게 뚫을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조준할 틈도 없다.
꽈광-!
크리스, 지슈카, 레가스, 폰, 카츠 등의 템빨단원들을 주력으로 삼은 공격대의 맹공이 그리드의 정신을 사납게 만들었다.
“천톤 검!”
크리스의 강력한 일격이 그리드의 가슴에 꽂힌다.
[61,7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슈카의 화살이 허벅지에 꽂혀서 회(回)의 발동에 실패한 그리드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그리드의 대검과 에티마의 대검을 스왑해서 사용하며 폭군의 힘까지 끌어올린 크리스의 단발 공격력은 그리드와 비견해도 좋을 만큼 강력했다.
마왕의 생명력 게이지가 드디어 10분의 1 가까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선수들이 희망을 엿봤고.
[<달콤한 사탕>이 혀끝에서 녹아 사라집니다. 모든 능력치가 정상 수치로 돌아갑니다.]
그리드는 약해졌다.
하지만 그리드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5분.
긴 시간을 충분히 잘 버텼다고, 그리드는 스스로를 치하했다.
여전히 혼자 연주되고 있는 오르간 옆에 세워진 황금색의 대포가 5분 동안 축적해놓은 뇌전을 장전하고 있었다.
<전장을 겨누는 대포>
등급:레전드리
내구력:무한 공격력:6,500~11,300
*최소 1분에서 최대 5분마다 자동으로 포탄을 생성, 장전, 발포. 포탄을 생성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공격력 상승.
*전격 속성 공격력 50퍼센트 추가.
*신성 속성 공격력 10퍼센트 추가.
*인간이나 인간형 몬스터에게 50퍼센트의 추가 데미지.
*성벽 등의 시설물에게 200퍼센트의 추가 데미지.
*발포 지점 반경 10미터에 공격력의 절반에 해당하는 스플래쉬 데미지.
*발포 지점에 일정 확률로 자기장 생성.
신에게 깨달음을 준 대장장이 그리드가 신과 대적하기 위해서 제작한 칼날을 고스란히 녹여서 만든 대포입니다.
<아스타로트의 뿔>과 결합 된 <강화 된 청룡의 숨결>이 생성하는 뇌전의 구체가 포탄의 역할을 수행하고 <파브라늄>의 자아가 스스로 대포를 조작합니다.
*파브라늄의 자아가 조준과 포격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장을 겨누는 대포는 주인을 지키려는 의지를 버린 대신 주인이 겨냥하는 대상에게 포탄을 날리고자 집중할 것입니다.
사용 조건:그리드, 파그마.
무게:6,150.
최대 11,300에 이르는 공격력.
재사용 대기 시간이 최소 1분, 최대 5분에 이른다는 점과 <대포>라는 공성병기의 특징을 감안해서 공격력이 극한까지 책정 된 아이템이다.
최초, 수십 명의 탱커들이 세운 방패와 마법사들의 중첩 실드를 일격에 박살냈던 그 황금빛의 대포가.
끼릭-!
그리드의 시야를 쫓아, 페가수스를 내달리고 있는 지발에게 겨누어진다.
“쏘아라!”
“...!?”
누구를 향한 외침인가?
마왕의 갑작스러운 포효가 선수들을 당황시켰다.
하지만 괜한 호기심에 시선을 돌려보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미 한 번 웃음소리에 낚여서 한 눈 팔다가 마왕을 놓쳤지 않던가.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같은 실수를 반복할 리 없다.
지발도 마찬가지였다.
상공에서 포효하는 마왕의 외침을 무시한 그는 페가수스의 체력을 안배하는데 심력을 쏟고 있었다.
하여, 반응이 늦고 말았다.
“지발!!”
“...뭣이!”
희미한 빛을 두르고 있는 동그란 무엇.
수박만한 어떤 물체가 벼락같은 파공성을 터뜨리며 날아오고 있었다.
그것이 최초의 방진을 무너뜨렸던 포탄이며, 지금 이 순간 정확히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뒤늦게 깨달은 지발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콰작-! 콰자작-!!
허공에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마법사들의 실드를 부수고 떨어지는 포탄.
페가수스의 경로를 읽어내고 조준 된 것이 분명한 그것을 시야에 담으면서, 지발은 소리쳤다.
“레이더스!!”
쿠르르릉-!
하늘에서 거신이 떨어졌다.
키가 5미터가 넘는 백색의 마장기가 지발과 페가수스를 지키는 장벽의 역할을 수행해주었다.
쿠와아아아아아앙!!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폭음.
정체불명의 포탄에 직격당한 레이더스의 거체가 크게 기운다 싶더니 급기야 완전히 무너진다.
“미친!”
전쟁 병기라는 특성상 같은 병기에게 입는 피해량을 대폭 감소시키는 레이더스가 단 일격에 이만큼이나 내구력을 잃다니?
경악한 지발이 페가수스를 회수한 뒤 황급히 레이더스에 탑승하는 순간이었다.
“흩어져라.”
새카만 검기를 사방으로 발출하여 선수들을 물러나게 만든 마왕이 레이더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바알의 눈.”
[대상 아이템의 능력치와 옵션, 제작법을 확인합니다.]
[아이템 복제 스킬이 활성화됩니다!]
[<삼겹갑>을 해제하고 <무한한 애정의 발할라>를 착용합니다.]
[레전드리 등급 아이템 <삼겹갑>을 재료로 유물 등급 아이템 <마장기:레이더스>를 복제합니다.]
[복제 유지 기간은 하루입니다! 유지 기간이 끝나면 복제 아이템이 영구적으로 파괴됩니다!]
마장기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리드는 이 장면을 꿈꿨다.
지발의 화려한 복귀가 자신에게 행운이 되었음을 직감했었다.
탈것.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아이템을 다루기 위해서, 그리드는 여태껏 차마 사용할 수 없었던 어떤 힘을 해방시켰다.
“영혼 구속.”
그것의 정확한 명칭은 <자아 부여>.
번헨 열도를 정화하고 얻었던 히든 피스 스킬이다.
[전설의 대마법사 브라함의 영혼이 <마장기:레이더스>에 스며듭니다.]
마왕의 발아래 선 칠흑의 거신이 눈을 뜨자.
“아... 아아아...”
세상은 도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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