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24화 (819/1,794)

템빨 45권 - 13화

그리드는 집단을 무너뜨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다.

7대 길드와 임모탈 길드, 에트날 왕국군과 사하란 제국군, 뱀파이어들과 적기사단 등.

집단과 싸워본 경험이 두 손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그가 집단을 공략하는 방법을 습득하지 못했다면, 그게 더 이상하거나 혹은 슬픈 일이다.

그리드는 느리지만 착실히, 제대로 학습해왔다.

그렇기에.

[<달콤한 사탕>을 입 안에 넣었습니다.]

[사탕이 녹기까지 5분 동안 모든 능력치가 30퍼센트 상승합니다.]

[<대장장이의 분노>를 사용합니다. 1분 동안 공격력이 25퍼센트, 공격속도가 40퍼센트 상승합니다.]

끼이이익---

4천왕의 비명을 재현하듯이 비참한 음향을 내며 열린 내성문을 통해 선수들이 입장한 순간, 그는 전력에 가까운 힘을 끄집어냈다.

공포.

집단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자극하기 위함이었다. 단순하고 부정한 감정이야말로 빠르게 전염되는 법이었으니까.

‘극살(極殺).’

물리 공격력 2,000퍼센트의 피해를 입히는 궁극의 스킬이.

“사형.”

다른 이름으로 드러난다.

그것은, 언어가 지닌 힘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예시였다.

푸우욱-!

베어오는 공격을 보고 황급히 검을 세우는 수에론이었지만 막지 못했다. 마왕의 공격 궤도가 절대 불가능할 것 같은 방향으로 꺾이더니 수에론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리티컬!]

사형 선고가 현실이 되었다.

잿빛으로 산화하는 수에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리드는 그의 의구심 어린 시선을 담담히 받아 흘렸다.

수에론은 결코 모르겠지만, 이는 명백한 용서였다.

치질설을 유포한 것은 이 한 번으로 용서해주겠다, 하는.

과연 지존답게 너그러운 그리드였다.

“.....”

그리드의 시선이 사람들을 꿰뚫고 나아가 저 뒤편에 꽂힌다.

팔짱을 끼고 선 크라우젤이 보였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 얽힐 때.

“미친...!”

“다들 침착해! 포위해라!!”

선수들이 고래고래 악을 쓰며 그리드를 둘러쌌다.

핵심 전력 중 하나인 수에론이 일격에 죽은 것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지만, 선수들은 단 한 명의 죽음에 공포를 느낄 정도로 겁쟁이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분노를 느낄 정도로 의리가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그들은 최대한 냉정하고자 노력하며 마왕을 공격했다.

방패를 세워 반격에 대비한 채 창과 검을 찌르는 연계가 날카로웠다.

몇 번의 공격을 허용한 마왕 그리드는 반격을 시도해보았지만 방패에 가로막히자 허공에 떠올라 피신했다.

‘포스 보소.’

‘생긴 거 하나는 진짜....’

꿀꺽.

짧은 교전 이후 잠시간의 교착 상태.

허공에 떠오른 마왕을 가까이서 올려보는 선수들이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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