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808화 (803/1,794)

템빨 44권 - 18화

“한국인 DNA가 부활한 거 맞다니까?”

제4회 국가대항전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그리드가 없는 한국.

올해 국대전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 못할 거라고 예상했던 동방의 작은 나라가 벌써부터 2개의 금메달을 챙겨 간 것이다.

한국의 첫 번째 금메달은 <성검 뽑기>에서 유라가, 두 번째 금메달은 <광산 탈환전>에서 코크가 차지했다.

“코크인지 나발인지 하는 저 괴물을 보라고. 2세대 루키 출신 주제에 배틀 필드에서 마지막까지 생존하고 광산에서는 금메달이라니? 저건 유전자 단계부터 다른 생물이야. 슈퍼 울트라 천재라고.”

배틀 필드와 광산 탈환전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종목이었다.

배틀 필드는 순수한 개인의 기량에 초점을 맞춘 게임인 반면, 광산 탈환전은 20명의 광부에게 실시간으로 다중 명령을 내리고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야 하는 지휘 게임이었으니까.

전혀 다른 역량을 요구하는 2개 종목에서 정점을 찍은 코크의 데뷔전은 지나치게 화려했다.

모조리 힘으로 찍어 눌렀던 그리드와 크라우젤의 데뷔전만큼 강렬하겠느냐마는, 그들 다음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는 수준이랄까.

“유라와 그리드에 이어서 극검과 족발… 그리고 또 코크……. 지난 몇 년 동안 나타난 한국인 랭커들의 실력을 보라고. 비록 숫자는 적어도 금메달을 여러 개 따도 이상하지 않을 SS급 인재들만 나오고 있는데 이게 DNA 파워가 아니면 뭐겠어? 따지고 보면 크라우젤도 한국인이고 말이야.”

타국 선수들의 동요가 컸다.

최소 올해의 한국만큼은 적수가 아니라고 단언해 왔던 그들의 입장에서 코크의 출현은 골치가 아팠다.

자국 언론 매체와 인터뷰할 때마다 ‘그리드가 버린 한국보다는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던가.

한데 첫날부터 이 모양 이 꼴이다.

자국민들에게 또 어떤 비난과 조롱을 받게 될지 각국의 선수들은 벌써부터 스트레스였다.

특히 중국이 난리가 났다.

중국은 손무(孫武)를 낳은 나라.

고대 최고의 병법서 중 하나인 손자병법을 공부한 일부 중국인 랭커들이 뭐라고 지껄였던가.

올해부터 새롭게 채택된 <광산 탈환전>은 <공성전>과 함께 우리 중국을 위한 종목이다. 전략과 전술을 논하는 종목들의 금메달은 당연히 중국의 것이다, 라고 인민들에게 단언하지 않았던가.

중국 인민들은 분통이 터졌다.

-당연히 금메달 따 올 거라더니 동메달 가져오는 수준 보게.

-중국 랭커들은 죄다 주둥이만 살았다니까? 저게 다 배가 불러서 그래. 온갖 기업들이 스폰이랍시고 거금을 지원해 주니까 처절함이 없어. 현재에 안주하고 노력을 안 하는 거야.

-하필이면 한국 빵쯔 놈들한테 금메달을 내줄 건 또 뭐래? 중국 인민 숫자가 빵쯔 놈들보다 30배는 많은데, 왜 국대전 때마다 빵쯔 놈들한테 탈탈 털리는 거냐고! 인구 비율로만 따져도 당연히 중국 쪽에 우수한 인재들이 많아야 정상 아니냐!

-노력이 부족해서라니까. 중국 e-스포츠는 너무 오랫동안 최고였기 때문에 선수들이 방심하고 나태해졌어. 반면 한국은 어떻게든 중국을 따라잡고 싶어서 수십 년 동안 발악해 왔고. 그 차이가 큰 거야.

-그런 되도 않는 핑계가 언제까지 먹힐 것 같냐? Satisfy 국대전이 시작하고 벌써 4년째인데, 그 4년 내내 중국이 힘을 못 쓰고 있는 게 단지 노력이 부족해서라고? 애초에 중국과 함께 e-스포츠 강국이었던 미국은 지난 4년 동안 1위와 2위라는 성적을 거둬 왔어. 중국인들이 무능한 거야. 이쯤 되면 유전자 레벨의 차이다! 정신 승리 작작 하자!

“너무해. 동메달도 대단한 건데.”

중국 선수 대기실.

무릎을 모으고 앉은 채 인터넷 반응을 살피던 소녀가 휴대폰을 꺼 버렸다.

깜찍한 더블 번 헤어가 눈에 띄는, 아기 판다처럼 귀여운 작은 소녀 메이샤오.

그녀는 장찌앤, 랴오위와 함께 중국 인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신성(新星) 중 하나다.

그녀가 광산 탈환전에 출전했다가 동메달을 따고 돌아온 리쮠드어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저씨, 고생하셨어요. 사람들은 모르고 하는 말이니까 너무 심려치 마세요. 아저씨가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선수들은 알고 있어요.”

“고맙구나.”

백날 노력해 봐야 소용없다.

결과가 전부다.

나이 마흔의 리쮠드어가 사회의 진리를 모를 리 없다.

소녀의 풋풋한 위로에 씁쓸한 미소를 그린 그가 이어서 사죄했다.

“그리고 미안하구나.”

리쮠드어가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는 이유로 다른 선수들까지 ‘무능한 중국 선수’ 카테고리에 묶인 채 싸잡혀 욕먹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 착하고 상냥한 소녀 메이샤오는 코크와 같은 2세대 루키 출신이었다. 그녀 입장에서는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대에게 금메달을 빼앗기고 성공적인 데뷔를 시켜 주었으니 리쮠드어는 마음이 무거웠다.

“메이샤오 너야말로 화려한 데뷔를 할 계획이었을 텐데 동기에게 순서를 빼앗겼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내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구나.”

“괜찮아요.”

도리도리 고개를 저은 메이샤오가 만개한 꽃처럼 미소를 활짝 피었다.

그녀는 비록 어리지만 알고 있다.

자신의 꿈은 스스로 이루는 것이지 타인에게 의지해서 이루는 게 아니다.

‘내가 잘하면 되는 거야. 무대는 늦게 오를수록 유리한 법이기도 하고.’

나흘 동안 진행되는 제4회 국대전에서 메이샤오가 출전하는 종목은 마지막 4일 차에 몰려 있었다.

<영웅 깨기>, , <마왕 토벌전>이 바로 그것이다.

모두 메이저 종목이었다.

PvP는 부동의 인기 1위 종목이었고, 올해 영웅 깨기의 영웅은 그리드이니만큼 영웅 깨기에 대한 관심도 또한 PvP 못지않게 높은 상황이다.

끝으로 마왕 토벌전이 대박이었다.

국가별로 3~4명의 선수만 참여할 수 있는 단체전이었는데, 경기 특성상 PvP보다 흥행할 여지가 컸다.

메이샤오는 확신했다.

다른 그 누가 대회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지라도,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대중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져 갈 거라고. 마지막 무대에서만 잘하면 된다고.

‘오라버니를 위해서 나는 잘해 낼 거야.’

영웅을 격파하고 PvP에서는 결승까지 올라 크라우젤과 자웅을 겨룬 후, 화룡점정으로 마왕을 토벌한다면 세계에 내 실력을 각인시킬 수 있다.

다시 한 번 다짐하는 메이샤오는 올해 국대전에 불참한 하오의 동생이었다.

그녀는 별 볼 일 없는 고아였던 자신을 입양해서 번듯하게 키워 주신 부모님과 자신을 친동생처럼 아껴 준 오빠를 위해서 반드시 화려한 데뷔에 성공할 계획이었다.

중국의 영웅이 돼서 인민들에게 비난받고 고립된 오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솔직히 불안하기는 했다.

다짜고짜 레전드 하스터가 나타난 바람에 PvP 결승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2세대 루키 최초의 금메달리스트가 되겠다던 꿈은 코크에게 빼앗겼다.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느낌.

“우웃! 괜찮아! 할 수 있어!”

두 주먹을 불끈 말아 쥔 메이샤오가 자기 자신을 응원했다.

대기실 한쪽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는 장찌앤과 랴오위의 입가에는 조소가 걸려 있었다.

‘크라우젤의 개가 된 하오의 동생 따위가 뜻대로 굴게 놔둘 순 없지. PvP에서 만나면 한 방에 해치워 주겠어.’

‘내가 저 계집보다 빠르게 영웅을 격파하고 마왕 토벌전에서도 활약하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할 수 있다.’

올해 중국의 젊은 신성들은 자신감부터가 남달랐다. 수십억 인민 중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갖췄고, 그렇기에 돈이 차고 넘치는 중국의 부호들을 스폰서로 둔 그들이 자신감이 없다면 그것도 문제였다.

반면 한국의 젊은 피 코크는…….

“네에? 어째서 영웅 깨기에 출전 안 하냐고요? 그야 당연히 안 하죠. 영웅 깨려다가 뚝배기 깨질 일 있나요?”

…무척 겸손했다.

아니, 정확히는 주제 파악을 잘했다.

되도 않는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그였다.

***

국대전 2일 차는 첫날과 다르게 무난하게 진행됐다.

미국과 캐나다, 중국이 나란히 2개씩의 금메달을 획득했고 영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의 강국들이 대량의 동‧은메달을 확보했다.

한편 약소국 브라질에서는 1개의 귀중한 금메달이 탄생했다.

당연히 <표적 맞추기>에서.

지슈카의 활약이었다.

눈에 띄게 발전한 그녀의 보우 마스터리 스킬은 어쩌면 마스터 레벨에 근접한 게 아닐지 많은 사람들이 추측했다. 그 유명한 <주작궁>이 없더라도 표적 맞추기에서 지슈카를 위협할 수 있는 인물은 몇 없을 거라는 게 사람들의 평가였다.

-지슈카 센스 미쳤다. 저 상황에서 저 각도로 화살을 날리네.

-엄폐물 이용하는 능력 보소…….

-공격이 날아오는 방향을 어떻게 아는 거지? 예측인가?

-다 떠나서 지슈카 너무 예뻐.

-활시위 당기면서 미간 좁힐 때가 특히 섹시하지 않음?

-지슈카 님은 언제나 아름답고 섹시하십니다만?

-하! 그리드 개새.

-그리드 죽어라.

“쩝…….”

“좋아!!”

한국에서는 극검과 툰이 은메달을 땄다.

극검은 금메달을 딸 수도 있었지만 이야루그트의 폭주 탓에 은메달에 그쳤으니 아쉬운 눈치인 반면, 툰은 본인의 잠재력을 엿보는 계기를 얻어 상당히 기뻐했다.

확실히, 장애물 경주에서 툰의 직업 활용 능력은 무척 훌륭했다. 장애물의 형태와 특성을 고려해서 각종 동물로 변신하며 대처한 그의 순발력과 판단력은 극찬받아도 손색이 없었다. 내년에는 더 큰 활약을 펼칠 거라는 평가를 들었다.

-극검 진짜;; 쟤 뭔데 혼자서 허공에 칼질하다가 뒈지냐?;;

-은메달 딴 건 충분히 대단한 일이고 자랑스럽기는 한데 아쉽기는 하네.ㅡㅡ;;

-극검은 트롤인지 거물인지 구분이 안 되더라.

-툰이 극검 보고 그 껌? 이라던데. 엌ㅋㅋ

-님아… 그건 아직 한국어 발음이 안 좋아서 그런 거고요.

-네, 다음 진지충.

-근데 툰은 진짜 든든하다. 한국으로 이민 와 준 게 감사할 지경임.

-맞아. 저쯤 되면 이민 와 줘서 고맙다고 정부에서 군 면제 시켜 줘야 됨.

-……?? 원래 면젠데.

-농담 정도는 구분해라.

-툰ㅋㅋ SNS에다가 맨날 짬뽕 먹는 사진 올리던데.ㅋㅋㅋ

-그리드가 짬뽕 좋아한다고 맨날 짬뽕만 먹인다 함.ㅋㅋㅋㅋ

-그러고 보니까 툰이 한국으로 이민 온 이유가 그리드 때문이었지? 그럼 다른 템빨단원들도 툰처럼 한국으로 이민 올 수 있는 건가?

-제발 지슈카 와라.

-유페미나 오면 청혼한다.

-페이커가 오는 게 진짜 대박이지.

-하지만 대머리가 온다면?

-반트너 대머리 아닙니다. 삭발한 거예요.

-대머리라고 했지, 반트너라고 안 했는데요.

-윗윗 분 반트너 본인인 거 같은데.

과연 올림픽과 월드컵, 슈퍼볼을 뛰어넘는 최고의 축제다웠다.

제4회 국가대항전은 그리드의 불참과 상관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거두고 있었다.

매해 그랬듯이 새로운 이슈가 발생했고,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또 누군가는 좌절하고 오열하며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국가대항전 3일 차.

사람들이 애타게 기다렸던 거물들이 드디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보스 레이드>를 복귀 무대로 삼은 지발은 사냥해야 할 보스 몬스터의 등에 ‘올라타’ 말처럼 다루는 황당한 광경을 연출했고, <절벽의 꽃>을 데뷔 무대로 선택한 하스터는 절벽 사이사이를 휘감는 바람의 ‘소리’를 듣고 몬스터의 출현을 포착하는 묘기를 선보였다.

두 사람 다 정상은 아니었다. 상식을 넘어섰다.

금메달을 목에 건 그들은 당연한 일을 해냈을 뿐이라는 것처럼 태도가 담담했다.

미국인들은 아쉬움을 느꼈다.

크라우젤, 하스터, 지발.

어떤 종목에 출전하더라도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그들이 출전권 하나를 PvP에 때려 박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PvP는 자존심을 건 성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셋 중 두 명은 금메달을 놓치게 되었으니 안타까울 수밖에 없었다.

『앗! 떴습니다! 미국의 크라우젤 선수가 휘두른 칼집에 다섯 명의 선수들이 떠올랐습니다!!』

『이야! 선수들이 별이 되어 사라지는군요. 저대로 대기권을 돌파할 기세인데요? 저건 도대체 무슨 기술일까요?』

『적을 전장에서 이탈시키는 종류의 스킬 같군요. 솔로 플레이를 선호하는 크라우젤 선수에겐 꽤나 유용한 스킬일 것 같네요.』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인물.

크라우젤은 여전히 독보적이었다.

라우엘과 함께 <공성전>에 참전한 그는 ‘세계를 가르는 검’조차 꺼내지 않고 일당백의 위용을 선보였다.

전술과 전략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무력이 전 세계인들을 전율하게 만들었다. 그리드는 저 괴물을 도대체 어떻게 쓰러뜨렸던 건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속출할 정도였다.

그리드의 최측근인 라우엘조차도 긴장하고 있었다.

“큭큭큭! 고작 1년 사이에 이기어검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 겁니까? 작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무위가 발전하셨군요. 과연 하늘이랄까……. 저를 여기까지 흥분시킬 수 있는 사람은 그리드 전하와 당신뿐일 겁니다.”

“얼굴을 다쳤나?”

“네? 아니요…….”

한 손으로 얼굴의 절반을 가리고 웃던 라우엘이 민망해져서 손을 내렸다. 일명 <흑염룡 태세>를 보고 크라우젤처럼 진지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에 중2력의 기세가 죽었다.

험험, 헛기침한 라우엘이 지휘봉으로 지도의 북쪽을 가리켰다.

“한국 공성전 대표는 유라 님과 코크 님입니다. 그들의 전술 능력이라면 북쪽의 일곱 성을 능히 정복하고 서쪽의 일본과 동맹을 맺었겠지요. 우리는 전선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병영을 중심부로 옮길 필요가 있고, 이때 크라우젤 님께서 맡아 주실 역할은…….”

“잠깐, 한국과 일본이 동맹을 맺는다고?”

“아아, 의문은 이해합니다. 일본 공성전 대표가 카츠 님이나 데미안 님이라면 또 모를까, 사쿠라 길드의 마스터인데 과연 한국과 동맹을 맺었을까 싶으신 거겠죠? 당연히 맺었을 겁니다. 이유는 총 일곱 가지가 있지요. 첫째로는…….”

“…….”

크라우젤은 새삼 그리드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아는 것만큼이나 말 많고, 심지어 말투도 오글거리는 이 젊은 천재를 어떻게 몇 년이나 곁에 두고 길들인 걸까.

안 그래도 솔로 플레이를 선호하는 크라우젤 입장에서는 라우엘과의 궁합이 무척 나빴다.

단, 어디까지나 성격적인 궁합일 뿐이다.

최고의 두뇌와 최강의 무력.

능력적인 궁합은 완벽했다.

공성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국가는 미국이 되었고, 중국은 은메달, 캐나다는 동메달에 그쳤다.

한국과 일본 연합은 라우엘의 악마 같은 책략 앞에 철저히 무너졌다.

설마 중국이 미국의 동맹 제안을 수락할 줄이야, 그 누가 예상했겠는가.

이후 몇 개의 경기가 더 진행되고 다음 날.

드디어 국가대항전 4일 차가 시작됐다.

미궁 돌파, 블록 쌓기, 영웅 깨기, PvP, 마왕 토벌전 등.

축제의 마지막 날답게 최고의 무대만이 남아 있었다.

종합 순위는 실시간으로 치열하게 변동 중이다.

“이러다가는 마왕 토벌전 결과가 순위에 큰 영향을 주겠네.”

4천왕과 마왕이 토벌당할 때마다 토벌전 참가자 일부에게 메달이 주어진다.

생존률, 입힌 피해량, 입은 피해량, 아군 대상 버프 사용량, 적군 대상 디버프 사용량, 아군 대상 회복량 등을 종합해서 점수가 산출되고, 이에 따라서 금‧은‧동메달을 일정량 뿌리는 시스템이다.

높은 난이도를 암시하는 혜택이었다.

“…인터뷰에서 입 털었던 놈들이 누구더라?”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개인 대기실.

넓은 방에 팔자 좋게 앉은 그리드가 자신과 관련된 기사들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주요 키워드는 ‘도망’, ‘쫄보’, ‘치질’, ‘추남’ 등이었다.

그리드는 자신의 국대전 불참을 놓고 온갖 루머를 양성한 일부 외국인 선수들을 기억해 둘 생각이었다.

특히 ‘그리드는 치질에 걸려서 국대전에 못 나온 것’이라는 헛소리를 지껄인 아르헨티나 놈을 꼭 기억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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