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789화 (784/1,794)

그리드는 지체하지 않았다. 병사들에게 지시해서 미리 준비해온 명단의 인물들을 호명했다. 그리고 스틱세이에게 받아온 <동대륙 이동 주문 스크롤>을 1장씩 지급한 뒤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파아아아앗-!

그리드와 100명의 대장장이가 빛과 함께 사라졌다.

***

[동대륙 이동에 성공하였습니다.]

[판게아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이....”

생전 처음 보는 주문서를 갖고 신기해하고 있다가, 정신 차리고 보니 주변의 풍경이 바뀌어있다.

생전 처음 보는 도시에 도착한 대장장이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다.

적막한 도시였다.

대로에 깔린 화려한 문양의 타일과 거대한 상징물들이 옛 번영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으나,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을 받지 못한 도시는 곳곳이 손상되고 있었다. 타일 사이로 뚫고나온 잡초들이 무성했고, 늘어선 가옥들의 지붕은 상당히 훼손되었다.

“본래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던 도시였습니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고, 대로에는 상인들의 활기찬 음성이 울려 퍼졌었다. 짐을 실은 마차와 무사들의 모습도 심심찮게 보였다.

하지만 옛 이야기일 뿐이다.

양반의 위협이 이곳의 사람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외압이 도시를 버림받게 만들었다.

[★히든 퀘스트★ <하늘의 부름>을 클리어하였습니다.]

알림창이 갱신되고 있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유니크 등급 무기 제작법>을 획득하였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연계 퀘스트가 발생합니다.]

“오오!”

대장장이들이 반색했다.

하지만 그들의 기쁨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동대륙 체험(1)>

★히든 퀘스트★

폐허가 된 판게아에는 ‘철강시’라는 이름의 몬스터들이 배회하고 있습니다. 몰려오는 강시로부터 살아남아 동대륙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십시오.

퀘스트 클리어 조건:1시간 동안 생존할 것.

퀘스트 클리어 보상:

1.연계 히든 퀘스트 생성.

2.유니크 등급 방어구 제작법 2개(1회용 소모성 아이템)

퀘스트 실패 시:레벨 마이너스 1. 가장 높은 능력치 영구적으로 10 하락.

“당장 스크롤을 써요!!”

뭔가가 잘못 됐다.

판미르의 충고를 떠올린 그리드가 급히 검을 뽑았다.

강시의 무서움을 모르는 대장장이들은 의아해하면서도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미리 받았던 <서대륙 이동 스크롤>을 꺼내 사용을 시도했다.

하지만.

[퀘스트 진행 중에는 사용하실 수 없습니다.]

허망한 알림창이 떠오를 뿐, 스크롤은 기능을 발휘하지 않았다.

그때.

껑충. 껑충.

어떤 그림자들이 가옥의 지붕들을 넘어 날아왔다. 거대 벼룩인가 싶을 정도로 초월적인 도약력이었다.

“저, 저게 뭐....!”

“히익...! 으아아악!!”

껑충! 껑충!

연신 도약하며 접근해오는 그림자들의 생김새를 목격한 대장장이들이 비명을 질렀다.

파란 혈관이 울룩불룩 솟아있는 창백한 피부. 붉게 충혈 된 눈. 축 늘어진 혀.

강시였다.

‘움직이는 시체’라는 개념은 좀비와 같으나 좀비와는 비할 바 없이 빠르고, 강력한.

콰자작!!

쿵-!!

날아든 강시들이 대장장이들을 공격하는 순간.

“파(派).”

강화 된 파그마의 검무 덕분에 전과는 비할 바 없는 위력을 자랑하게 된 그리드의 스킬이 강시들을 일거에 잿빛으로 산화시켰다.

가장 낮은 등급의 강시 따위들이 그리드의 공격을 버틸 리 만무했다.

살육의 시작이었다.

랜디, 노에, 빛의 정령, 신을 겨누는 칼날과 템빨골까지 모조리 소환한 그리드는 홀로 100명의 대장장이를 지켰다.

1시간 내내 몰려오는 강시를 모조리 도륙하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시키지 않았다.

“.....”

넋이 나간 대장장이들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드가 ‘신조차도 인정한 대장장이’라는 사실에 매료되어 템빨국으로 이주해온 그들이, 지금 이 순간 전사로써의 그리드에게 또 한 번 반해버렸다.

전율 속에서.

[★히든 퀘스트★ <동대륙 체험(1)>을 클리어하였습니다.]

[퀘스트 클리어 보상으로 <유니크 등급 방어구 제작법> 2개를 획득하였습니다.]

알림창이 떠올랐다.

잔뜩 위축되어 있던 대장장이들은 안도했고, 그리드는 충격 받았다.

‘이거 너무 꿀인데?’

높은 페널티를 유발하는 강제 퀘스트라는 점이 위협적이기는 하지만, 보상이 상당하다. 불과 1시간 만에 유니크 등급 아이템 제작법을 3개나 얻었다. 그리드에게는 가치가 적은 보상이라고 하나, 이후 이어질 연계 퀘스트의 보상을 기대해보기에는 충분한 계기였다.

“스, 스크롤이....”

그리드가 고양감에 휩싸이고 있는 반면 대장장이들은 동요하고 있었다.

퀘스트 내용이 떠오르기 전에 스크롤을 사용하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고 스크롤을 사용해봤지만 여전히 먹통인 까닭이었다.

새로운 퀘스트가 생성되고 있었다.

<동대륙 체험(2)>

★히든 퀘스트★

판게아의 몇 안 되는 주민들이 ‘독강시’에게 포위당했습니다. 어서 그들을 찾아 구출하십시오. 철강시들의 습격을 주의하세요.

퀘스트 클리어 조건:1시간 내에 주민 30명을 구출.

퀘스트 클리어 보상:

1.연계 히든 퀘스트 생성.

2.축복 받은 무기 강화석 10개.

퀘스트 실패 시:레벨 마이너스 1. 가장 높은 능력치 영구적으로 15 하락.

“....무슨.”

축복 받은 강화석은 여전히 시세가 오르는 중이었다. 보스를 레이드할 때만 소량으로 드롭되는 아이템 특성상, 매물이 너무 적어 확보 자체가 어려웠다. 한데 지금 ‘템빨국’은 무려 1,000개가 넘는 축복 받은 강화석을 확보할 기회가 생겼다.

같은 시간, S.A그룹 본사.

“한울의 시련은 강도가 셀수록 높은 보상을 자랑하지....”

합당한 보상.

Satisfy의 철칙이다.

모니터를 바라보는 임철호 회장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이거 어쩌면 최강의 마왕이 탄생할 수도 있겠군....”

<마왕 토벌전>은 마왕이 패배할 수밖에 없게끔 설계 된 종목이었다.

단 1명의 참가자라도 4천왕의 관문을 돌파하고 <마왕의 성>에 진입하는 순간, 관문에서 죽었던 모든 참가자들이 전원 부활하기 때문이다.

<마왕>은 약 4백 명에 이르는 국대전 참가자 전원과 동시에 싸워야만했고, 이는 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기 위한 연출이었으며, 마왕의 승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리드가 이번 국대전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은 사실상 3개~4개 수준에서 그칠 거라고 S.A그룹은 분석했었다.

하지만 지금.

“7개라....”

임철호 회장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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