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784화 (779/1,794)

템빨 43권 - 19화

[뱀파이어들의 지하 도시(7)에 입장하였습니다.]

[던전의 입구가 봉쇄되었습니다. 외부와의 연락이 차단됩니다.]

[던전 보스가 침입자의 냄새를 맡습니다.]

[당신의 정체를 알아보고 놀란 던전 보스가 황급히 마력을 거둡니다.]

[던전의 입구가 개방되었습니다. 외부 연락 차단 결계가 해제됩니다.]

[던전 보스 ‘놀’이 도시의 뱀파이어들에게 외칩니다.]

“그놈은 나의 주인이다.”

[던전의 뱀파이어들이 경악합니다.]

[저자가 농부보다 강하냐고 묻습니다.]

[던전 보스 ‘놀’이 치를 떱니다.]

“닥쳐.”

[던전의 뱀파이어들이 입을 다뭅니다.]

[뱀파이어들의 지하 도시(7)의 지배권이 당신에게 있습니다.]

[정복 후 처음 방문한 던전입니다. 던전 정보가 갱신됩니다.]

<뱀파이어들의 지하 도시(7)>

등급:S(일시적 격하 상태)

보스:놀

출현 몬스터:뱀파이어들의 사역마. 하급 뱀파이어, 중급 뱀파이어, 진혈족 뱀파이어.

출현 몬스터 리스폰 대기 시간:1분~59분.

수용 가능한 몬스터 숫자:10,890

전설적인 존재의 개입으로 [농업]이 발달 중인 던전입니다. 농업 특이점을 맞이하여 던전이 ‘마을화’되고 있습니다.

직접 재배한 ‘피감자’를 먹고 허기를 달랠 수 있게 된 뱀파이어들의 포악성이 옅어진 상태입니다. 보스 ‘놀’의 영향으로 도시의 뱀파이어들이 인간에게 희미한 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던전의 마을화가 완료 될 경우, 이미 리스폰 된 상태의 ‘몬스터’들은 ‘NPC’로 변경됩니다. 그들은 당신의 소중한 백성이 될 것입니다.

*마을화 완료까지 159일 남았습니다.

*마을화 완료 시점에 최대한 많은 몬스터가 살아있기를 기원합니다.

*던전 보스 변경 시 출현 몬스터의 종류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 찾아온 거냐?”

뾰로통한 표정으로 다가온 소년은 인간의 규격에 담을 수 없는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인간이 만든 수식어로는 소년의 아름다움을 결코 표현할 수 없었다.

뱀파이어 백작, 놀.

<판덕공>의 효과로 그리드를 섬기게 된 그는 시조 베리아체가 직접 낳은 순혈종이다.

이름:놀

나이:221세 성별:남

종족:직계 뱀파이어

칭호:시조 베리아체의 네 번째 자식

*베리아체에게 자애의 특성을 물려받았습니다. 아군에게 이로운 효과를 주는 혈 마법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칭호:나태의 저주를 극복한 뱀파이어

*삶에 대한 의욕이 강합니다. 생명력이 10퍼센트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겁쟁이가 됩니다. 목적을 상실하고,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견식을 넓히고 싶다는 바람을 품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적극적으로 배울 것입니다.

칭호:포식자

*배가 부를 때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합니다. 만복에 가까워질수록 능력치가 상승합니다. 현재 공복 수치는 4/10입니다.

레벨:433

근력:3,621(▼) 체력:2,567(▼)

민첩:2,310(▼) 지력:3,580(▼)

스킬:[혈 농업(A)] [수혈(S)] [혈 마법(S+)] [헌혈(SS)] [직계의 위압(SS)] [폭주(SSS)]

시조 베리아체가 특히나 아꼈던 자식입니다.

베리아체는 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잠들어있는 자애의 특성에 거는 기대가 컸습니다. 그가 형제들에게 큰 힘을 주고, 형제들과 함께 시련을 극복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형제들은 세상을 떠난 상태입니다. 놀은 [나태의 저주]를 벗겨주고 자신의 삶을 지켜준 그리드를 형제 대신으로 생각하는 중입니다.

<폭주>

모든 마법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초가 됩니다. 단, 마나 소모량은 2배로 늘어납니다.

놀은 그리드가 알고 있는 뱀파이어 중에서 가장 특별했다. 어쩌면 베리아체나 브라함보다 더.

광역 이니에이시팅 능력과 동료를 치유하고 강화시키는 능력을 지닌 놀은 혼자일 때보다 다수일 때 강했다. 오로지 홀로 인류를 위협해왔던 다른 순혈들과는 명백히 달랐다.

그리고 ‘다름’이란 때때로 큰 힘이 되는 법이다.

그리드는 놀을 의지했다. 자신과 템빨국의 미래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의심치 않았다.

‘여전히 미친 스펙이군.’

전에 봤을 때는 없었던 [혈 농업]스킬을 애써 외면한 그리드가 빙그레 웃었다.

“기껏 오래간만에 찾아온 사람한테 뭘 그렇게 쌀쌀맞게 굴어?”

“오래간만에 찾아온 것이 문제다! 네놈은 내가....! 내가 지난 2년 동안 얼마나 큰 수치와 모욕을 맛보았는지 아느냐!!”

놀의 나이는 잘못 표기된 것이 아니다.

재작년에 보았을 때가 219세였으니, 지금은 221세인 게 맞았다.

하지만 겉모습은 13세 소년이었고, 뱀파이어의 자아는 외형에 영향을 받는다.

놀은 어린아이였다.

“자주 만나러 왔어야지....!”

“.....”

“내가 자존심까지 버려가면서 인간인 네놈을 섬긴다고 했으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자주자주 나를 찾아왔어야지....!”

“....”

“나는 너를 섬긴다고 했지, 그 미친 농부를 섬긴다고 했던 게 아니다!! 근데 왜...! 왜 너는 나를 그딴 미친놈이랑...!”

“미안하다.”

쓰게 웃은 그리드가 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주었다.

피아로는 나쁜 사람이 아니니까 미워하지 말라고.

피아로가 네게 밭일을 가르친 이유는 너와 우리가 공존하길 바라서라고.

그리드는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놀 또한 뻔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으니까.

그래, 이건 단지 투정일 뿐이다.

자신을 지켜주었던 ‘형제’가. 내가 좋아하는 ‘형제’가 나를 등한시해온 것에 대한 서운함을 표출하고 싶을 뿐이다.

“....나쁜 놈.”

놀은 더 이상 소리치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돌리는 그는 어머니의 손길을 떠올리고 있었다.

관 속에 잠들어있는 나를 걱정스레 살펴주시던 어머니의 상냥하고, 부드럽고, 따뜻했던 손길.

그리드의 손길은 그런 어머니의 손길과 달리 투박했지만 썩 나쁘진 않았다.

***

“뭐라고? 지금 제정신으로 그딴 망발을 지껄이는 것이냐?”

수백 개의 관이 장식품처럼 진열되어 있는 고성.

기다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그리드와 마주보고 앉은 놀이 귀를 의심했다.

주르륵.

놀이 베어물고 있는 피감자에서 피처럼 붉은 과즙이 흘러넘친다. 아무리 먹고, 또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없는 가짜 피에 불과했지만, 7번 도시의 뱀파이어들에는 소중한 식량이었다.

“네놈은 바보냐?”

슥슥, 입가에 묻은 과즙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놀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었다.

“뱀파이어. 그중에서도 우리 직계는 완벽한 생명체다. 너희 인간들의 잣대로는 감히 평할 수 없는 존재. 한데 감히....”

“완벽해서 잠만 잤나?”

“....나태의 저주가 우리를 불완전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나태의 저주를 극복했다. 감히 내 어머니를 욕보인 대악마들을 주살하고 악신 야탄을 멸하는 그날까지 나는 오롯하게 존재할 것이다.”

놀의 분노는 진짜였다.

“나는 완전하다. 이런 내게 하찮은 도구를 사용하라는 것은 명백한 모욕이다!”

그리드는 놀에게 무기와 갑옷을 제작해주겠노라 말했고, 이는 놀에게 모욕이 되었다.

도구는 인간처럼 나약한 존재들이나 의존하는 것.

놀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드가 여태껏 만나왔던 뱀파이어들이 갑옷을 무장하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일부 뱀파이어들은 ‘검’등의 도구를 무기를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유희의 영역에 불과했다.

본래 뱀파이어란 타고난 육체능력과 마력만으로 다른 생명체를 포식하는 야수였다.

하지만 그리드는 그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했다.

“도구가 하찮다고? 그 하찮은 도구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사람이 할 말이냐?”

“....!”

놀이 말문을 닫았다.

그리드의 검에, 그리고 미친 농부의 농기구에 베이고, 찔리며 죽어갔던 과거를 상기한 까닭이었다.

“그, 그때는....”

얼굴을 붉힌 놀이 뭐라고 항변하려고 했으나, 불가능했다.

그는 자신이 완벽하지도, 도구가 하찮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그때 네게 갑옷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피아로의 호미가. 나의 검이. 그리고 지슈카의 화살이 너를 쓰러뜨릴 수 있었을까?”

“....”

“템빨은 중요해. 약자를 강하게 만드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강자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는 개념이 바로 템빨이니까.”

“....”

“놀, 괜한 고집 피우지 마라. 뱀파이어가 타고난 능력만 믿고 날뛸 수 있었던 세상은 이제 끝났어. 중갑이야, 경갑이야? 어느 갑옷이 더 쓰기 편할지 잘 생각해보고 대답해.”

전대 전설이 모두 잠들고 2백년 가까이 지났다.

시대는 새로운 전설들을 맞이했고, 전설의 공백 기간 동안 군림해왔던 강자들은 다시 약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바로 이 자리에 있는 그리드와 놀의 관계가 변해가고 있는 생리를 대변해주는 편린이었다.

결국, 현실을 받아들인 놀이 고집을 꺾었다.

“...기왕이면 네가 입고 있는 갑옷과 닮은 것으로. 따, 딱히 너를 따라하고 싶다거나, 너랑 비슷해 보이고 싶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알았어. 무기는 방패로 하자.”

고집을 꺾어주는 놀을 대하는 그리드의 목소리는 상냥하면서도 조심스러웠다.

그리드가 놀에게 느끼는 감정은 무척 복잡한 것이었다.

자신은 놀의 형제들을 해친 장본인이었으니까.

뱀파이어의 사상과 인간의 사상은 달랐고, 정작 놀은 그리드를 원망하지 않았지만 그리드는 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꼭 튼튼한 갑옷을 만들어줄게.”

“흥, 멋대로 해라.”

첫 번째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드는 이곳에 새로운 대장간을 세우고 놀을 위한 아이템을 제작할 것이다. 그리고 ‘무장 상태’의 놀은 고스란히 복제되어 국대전의 4천왕이 될 것이다.

***

“주인공은 축복 받은 존재다.”

관객, 독자, 화자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기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주인공을 지탱하는 만큼 주인공은 강할 수밖에 없어.”

물론 만능은 아니다.

주인공은 때때로 누구보다 약해졌다.

왜?

“주인공은 시련을 겪게 마련이거든. 피할 수 없는 숙명이랄까. 그리고 시련이 있기에 더욱 더 강해지지.”

S.A그룹 뉴욕지부.

미국 대표 선발전에 참가한 사내가 다른 대표 후보들에게 일방적으로 떠들고 있었다.

사내의 이름은 지발.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시련을 극복했다.”

한때 미국을 대표했던 최강의 랭커였으나, 크라우젤과 그리드에게 연달아 패배하고 동네북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비운의 인물.

그가 선언했다.

“나는 주인공이다.”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이후.

지발은 마치 고행의 길을 걷는 승려처럼 인고의 시간을 보내왔다.

사람들의 조롱과 멸시를 견뎌내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 노력해온 그의 지난 삶은 숭고한 것이었다.

누구도 그를 무시해선 안 됐다. 설령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존중해야만 했다.

하지만 한 사내는 지발을 경시했다.

“아니, 새로운 주인공은 내가 될 것이다.”

하스터였다.

대표 선발전에 등장한 의외의 인물이 많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비켜라, 지발. 나는 나의 힘을 실험해야 한다.”

그리드를 이기지 못하는 거야 현재 시점에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휴렌트 따위에게....?

크라우젤마저 꺾은 나인데?

하스터는 뭔가가 잘못 됐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잘못 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잘못을 바로 고칠 기회가 필요했다.

하지만 안중에도 없던 인물이 훼방을 놓았다.

“하스터? 프로 골퍼였던가?”

“프로 게이머다!!”

동네북 지발이었다.

[곧 선발전이 시작됩니다. 후보들은 입장해주십시오.]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하이 랭커가 차고 넘치는 미국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풍경.

지발과 하스터를 비롯한 수백 명의 강자들이 하나, 둘씩 선발전 무대에 입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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