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782화 (777/1,794)

템빨 43권 - 17화

이름:싱클레드

나이:39세 성별:남

종족:인간

칭호:반쪽짜리 살기투법의 계승자

*공격 시 대상에게 22퍼센트의 확률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 이상 ‘내상’을 입힙니다.

*피격 시 9퍼센트의 확률로 반격하여 대상에게 저항할 수 없는 상태 이상 ‘내상’을 입힙니다.

내상을 입은 대상은 지독한 고통을 느끼며 모든 능력치가 대폭 하락합니다. 출혈(大)과 자원 회복 감소가 동반됩니다.

칭호:파멸의 기사

*물리 공격력이 20퍼센트, 광역 스킬의 공격력이 40퍼센트 상승합니다. 생명력이 낮아질수록 공격력 상승 수치가 커집니다.

내상을 입은 대상을 공격 시 2,400에서 4,400의 고정 피해를 추가로 입힙니다.

레벨:455

근력:4,001 체력:1,760

민첩:1,008 지력:209

스킬:[제국 검법(B)] [참회(A)] [광란(SS)] [반쪽짜리 살기투법(SS)]

전대 적기사단의 세 번째 기사입니다.

가문의 비전을 계승한 그는 적을 참혹하게 죽일 수밖에 없는 본인의 힘에 때때로 슬픔을 느낍니다.

‘엄청나군.’

<캐릭터 관찰> 스킬을 통해서 싱클레드의 정보를 확인한 그리드가 감탄했다.

여러 명의 네임드 NPC를 만나 왔던 그리드지만 이처럼 편향된 능력치는 처음이었다.

‘대부분의 기사들은 능력치가 균등하게 발달해 있는 반면 이자는…….’

살기투법.

이름부터 무서운 히든 스킬의 위력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근력을 발달시켜야 했던 걸까?

‘아스모펠보다 강했다, 라는 메르세데스의 평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살기투법이 유발하는 내상이 압권이거니와 광란은 광전사 계열 스킬 중에서도 최고 등급에 속하는 스킬이었다.

생명력이 하락할수록 공격력과 민첩성이 대폭 상승했고, 높은 퍼센티지의 흡혈 기능까지 부여된다고 알려졌다.

마법 공격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스모펠은 마법사가 아니다.

‘피아로 정도를 제외하면 싱클레드와 일대일로 대적할 수 있는 적기사 자체가 적었겠네. 마법사한테는 밥이겠지만.’

힐끔, 자신 앞에 기사의 예를 갖추고 있는 싱클레드의 모습을 확인한 그리드가 상냥한 미소를 피어 올렸다.

“템빨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사정은 알고 있어. 나는 피아로와 아스모펠을 위해서라도 너의 복수를 도울 것이다. 그때까지 피아로와 함께 나를 잘 지탱해 주길 바란다.”

“네.”

대답에서 딱히 열의가 느껴지질 않는다.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싱클레드는 단지 복수를 위해서 템빨국에 의탁하였을 뿐이지, 그리드에게 충성할 이유가 없었다.

‘대련은 다음으로 미루는 편이 좋겠군.’

내게 딱히 호감을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싸움을 신청했다가는 호감도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일정량 이상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조심하는 편이 좋다.

판단한 그리드가 피아로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살기투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다. 싱클레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단서를 찾아 줘.”

“최선을 다하겠나이다.”

***

‘인재가 필요해.’

라우엘은 그리드를 도와 나라를 세우겠노라 결심했던 시점부터 인력에 집착해 왔다.

십공신들과 피아로, 아스모펠, 메르세데스 등의 초월적인 NPC들이 그리드를 섬기는 지금까지도 집착의 강도는 변하지 않았다.

사하란 제국과 동대륙의 환국, 그리고 지옥 등.

앞으로 템빨국이 적대하게 될 상대들은 템빨국보다 몇 배나 강성했기 때문이다.

라우엘은 초조했다.

더 많은 인재를 모아 나라를 빠르게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환국이고 지옥이고 나발이고 간에 당장 코앞에 있는 제국조차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템빨국의 미래도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인재가 없다니.’

템빨국 건국 이후 <재상>의 지위에 올라 권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라우엘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들을 수집해 왔다.

그리드 세트 지급, 세금 면제 혜택, 국고를 위태롭게 만들 정도의 광범위한 퀘스트 생성, 제공 등.

온갖 혜택과 유혹을 내세워서 사람들을 템빨국으로, 템빨단으로 끌어들였고, 그들을 엄격히 선별하여 곁에 두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눈에 차는 인재는 지극히 드물었다.

기존의 템빨단원들보다 나은 사람 자체를 만나기 어려웠다.

‘내가 딱히 천재급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자기 분야에서 적당한 잠재력을 갖춘 사람들만 모여 줘도 감지덕지하겠는데.’

후, 한숨 쉬는 라우엘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었다.

그는 인재를 모으기 어려운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조급해졌다.

‘반발심에 기여한 현상이지.’

아직도 많은 수의 플레이어들이, 특히 자신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일수록 템빨국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들은 홀로 앞서가는 템빨국의 행보를 탐탁찮게 생각하며 템빨국과는 다른 길을 택하고 있었다.

다른 길이란 당연히 제국이다.

템빨국의 혜택과 명성 등에 호의적인 일부 상위 랭커를 제외한 대부분의 랭커들은 제국의 성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템빨국을 견제하고 저지하는 일이 마치 정의라도 되는 양 착각하면서.

‘멍청한 인간들……. 쓸데없는 자존심이나 공명심을 내세울 시기는 진즉에 끝났거늘.’

지구와 비슷한 면적의 오픈 필드를 제공하는 Satisfy는 무한한 자유도를 자랑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거나 경험하고 있었다.

그래서 간과하는 사람들이 많다.

Satisfy의 메인 스토리를.

왜?

‘현재로서는’ 메인 스토리와 자신들의 게임 플레이 내용이 아무런 연관이 없었으니까.

‘Satisfy도 결국 큰 줄기를 지니고 있다. 사하란 제국의 존재가 대표적인 예지.’

모든 플레이어들의 게임 스타트 지점은 서대륙이다. 그리고 서대륙은 사하란 제국의 지배하에 있다.

사하란 제국은 서대륙의 완전한 정복을 꿈꾸고 있으며, 제국을 제외한 군소 국가들은 제국을 두려워하는 실정이다.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다가온다는 뜻.

‘사하란 제국의 대륙 통일 전쟁.’

라우엘은 바로 이 전쟁을 Satisfy의 첫 번째 메인 스토리라고 해석하고 있었다. 전쟁의 결과에 따라서 20억 플레이어의 삶이 뒤바뀔 것임을 예측했다.

‘사하란 제국의 대륙 통일이 실현될 경우 제국 귀족 등의 특정 NPC 세력들이 득세할 것은 당연한 수순……. 플레이어들이 받는 취급이 지금보다 못해질 가능성이 높아.’

차별은 반드시 발생한다.

현대인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NPC들의 통제는 지금의 플레이어들이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유’를 침해할 공산이 컸다.

‘그러다가 동대륙마저 넘보게 될 테고, 제국의 야욕에 휩쓸린 플레이어들은 재앙을 겪게 되겠지.’

극단적인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라우엘은 확신한다.

서대륙의 지배자는 NPC가 아니라 플레이어인 편이 여러 면에서 좋을 거라고.

그 사실은 이미 템빨국이 증명하고 있었다. 템빨국이 구축한 대부분의 인프라는 플레이어들의 편의를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리드와 템빨단원들이 잘되는 꼴을 보기 싫다는 이유 하나로 제국이 아닌 템빨국을 공공의 적으로 여기는 플레이어가 많았으니 낭패다.

“…이쯤 되니까 그리드 전하가 너무 대단한데.”

누구는 온갖 수를 부려 가면서 인재를 모집해도 허탕만 치는 마당에, 그리드는 모험 한 번 다녀올 때마다 괴물들을 부하로 데려오지 않던가?

피아로, 아스모펠, 메르세데스, 스틱세이, 수애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말빨이야 당연히 내가 위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읽는 통찰력 또한 당연히 똑똑한 내가 더 위일 텐데……. 도대체 뭐지? 매력의 차이인가? 나는 도리어 너무 완벽해서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건가?”

거울 앞에 선 라우엘이 일부러 바보 같은 표정을 지어 보는 그때였다.

“뭐 하냐? 미국에도 맹구 놀이가 있나 보지?”

벌컥, 누군가가 노크도 없이 집무실 문을 열어젖혔다.

화들짝 놀란 라우엘이 뒤를 돌아보자 그리드가 보였다.

하지만 라우엘의 시선은 그리드가 아니라 그의 등 뒤에 고정됐다.

“저자는……?”

“너도 알고 있지? 휴렌트다. 오늘부로 템빨단에 가입하게 됐어.”

“…….”

거칠게 자란 턱수염과 잿빛 머리카락.

라우엘은 그리드가 데려온 중년인의 얼굴과 아이디를 몇 번이고 다시 확인했다.

휴렌트가 확실했다.

오러 마스터.

제1회 국가대항전 당시 미국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영웅.

라우엘도 인정하는 실력자였다.

라우엘이 그토록 열망해 온 천재급, 아니 괴물급 인재다.

“기뻐할 줄 알았는데? 환영해 주기는커녕 뭘 그렇게 멍하니 있어?”

그리드가 핀잔을 주자,

“…이제는 앞마당에서도 사람 주워 오시는 겁니까?”

라우엘은 진이라도 빠졌다는 듯이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네? 국가대항전에 안 나가신다고요?”

깜짝 놀란 라우엘이 엉덩이를 들었다.

역대 국가대항전마다 출전해서 활약하고 큰 이득을 취해 왔던 그리드의 불참 선언이 당혹스러웠다.

“왜죠? 확정적인 보상을 얻을 기회를 어째서 마다하시겠다는 겁니까? 작년처럼 빈집털이당할 것을 우려하는 거라면 안심하셔도 된다니까요? 이번에는 철저히 대비해 놓겠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아, 빈집털이 대비는 확실하게 해 줘. 집 지키겠다고 출전을 거부한 게 아니거든.”

“…흐음.”

라우엘이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리드는 지존이다.

국가대항전에 참가하면 무조건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한데 1년에 한 번밖에 없는 절호의 득템 기회를 마다한다?

탐욕의 제왕이?

정신 나가지 않은 이상 당연히 이유가 있으리라.

판단하며 곰곰이 생각해 본 라우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렇군요. 전하께도 나름의 계획이 있는 거군요.”

“맞아.”

너 몰래 마왕 놀이 좀 하면서 재미 볼 계획이다.

…라고 그리드는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 올해 국가대항전에서 자신이 맡게 될 역할을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S.A그룹은 마왕 프로젝트를 외부에 유출해선 안 된다는 계약 조항을 내밀었고, 그리드는 인장을 찍었다. 자랑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흐음…….”

혈색이 도는 그리드의 얼굴을 확인한 라우엘은 안심할 따름이었다.

“뭐, 전하께서는 손해 보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시니……. 어련히 잘 처신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래. 너도 국대전에서 활약하리라 믿는다. 이민도 늦어지고 있는 마당에 미국도 한 번쯤은 우승시켜야지?”

“전하께서 출전을 안 하신다면야 올해의 우승국은 이미 미국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자신만만하네? 한국에도 유라하고 극검이 있다고?”

“필시 뛰어난 분들이죠. 거기에 족발 님도 계시고요. 하지만 과연 그 셋만으로 미국의 전력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음.”

그리드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역대 미국 대표들의 실력을 떠올려 보니 아무래도 3명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있었다.

‘유라와 극검을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미국이 너무 대단하다.

크라우젤과 라우엘은 물론이고 출전 선수 모두가 위협적인 실력자였다. 휴렌트 또한 미국인이었고.

‘거기에 지발도 다시 복귀할지 모를 일이지.’

반면 한국은?

‘…내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차이가 너무 커.’

그리드는 최소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보장할 수 있는 실력자였다. 하지만 유라는? 극검은?

‘크라우젤과 같은 종목에 배치됐다가는 금메달과 멀어지는 게 현실…….’

그리드는 아차 싶었다.

자신의 이익과 재미를 위해서 마왕직을 수락한 까닭에 한국의 국대전 순위가 추락한다면?

‘매국노라고 몰매 맞고 안티 팬 카페 회원 수가 급등할 수도……?’

한국인의 성향을 고려해 봤을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그리드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한국 팀 대표직을 거부했다는 사실이 훗날 밝혀졌다가는 국민의 공분을 살 가능성이 컸다.

혼자 잘살겠다고 나라 팔아먹은 놈 취급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어쩌지?’

그리드는 개인이 아니다. 템빨국의 왕이었다. 그가 민심을 잃고 비난을 받게 되면 템빨국의 위신 또한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것이다.

‘마왕 프로젝트에서 손 떼야 하나?’

염려하는 그리드의 표정을 보고 속내를 읽은 것일까?

라우엘이 그리드를 안심시켰다.

“전하께서는 전하께서 원하는 일을 하시면 됩니다. 제가 당신께 왕이 되어 달라고 청했던 이유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였지, 당신께 족쇄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었으니까요. 비난 따위 두려워 마시고 하고 싶은 대로 하십시오.”

“…녀석.”

때때로 얄밉기는 하지만 늘 든든한 라우엘이다.

따뜻한 미소를 그린 그리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즘 눈 타령 하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기대해. 국대전이 끝나면 그럴듯한 선글라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거든.”

“선글라스요?”

“마안족 왕이 쓰게 될 선글라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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