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3권 - 14화
<파그마의 검무>Lv.4
-스킬 비활성화 시-
언제라도 검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리 공격력이 34퍼센트, 치명타 확률이 25퍼센트, 치명타 공격력이 20퍼센트 상승합니다.
*도검류 무기를 장착하였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효과입니다.
*스킬 소모 값 없음.
-스킬 활성화 시-
검과 하나가 됩니다. 파(波), 제(制), 연(聯), 살(殺) 등의 검무를 출 수 있게 됩니다.
*스킬 비활성화 시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스킬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20의 마나가 필요합니다.
*스킬 활성화 후 10초가 지나야지만 스킬을 다시 비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비활성화로 전환할 시 소모 값은 없습니다.
그리드의 평타와 십만대군 학살검이 강력한 이유다.
파그마의 검무에 속하는 모든 액티브 스킬은 발동 딜레이, 혹은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척 긴 편이라는 단점을 지닌 대신 패시브 스킬의 기능은 최상급에 속했다. 다른 무기 마스터리 스킬들을 상회하는 위력이었다.
물론 다른 마스터리 스킬들은 ‘항시 적용’이라는 이점을 지니고 있었으나, 그리드는 파그마의 검무 외에도 마스터리 스킬들을 습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아쉬움은 없었다.
‘이걸 강화하면 어떨까?’
본래 그리드는 연살파극 등의 특정 검무를 강화할 계획이었다. 파그마의 검무 그 자체를 강화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조건부 패시브 스킬이자 액티브 스킬들의 매개체 역할을 해주는 파그마의 검무는 그리드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이되 마치 공기와 같아서 평소에 인식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하지만 여신의 축복으로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을 강화하고 아이템을 제작하는 도중에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대장장이의 기술이 아니라 대장장이의 숨결 같은 특정 제작 관련 스킬을 강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역발상의 계기였고, 그리드는 파그마의 검무를 강화해보자는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이건 엄청 좋은 시도일 수도 있어.’
여신의 축복으로 연, 살, 초 등의 각종 단일 검무나 연살 등의 융합 검무를 강화할 경우 발생하는 효과에 대해서 그리드는 매우 큰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스킬들의 위력과 기능이 전보다 뛰어나진다고 하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무려 30분으로 고정 된다는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투 스킬들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이나 되는 건 효용성이 너무 떨어졌다. 전투력이 상승하기는커녕 역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해도 좋았다.
‘연살파극의 경우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3시간에서 30분으로 오히려 줄어든다지만....’
결국 30분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연살파극은 일반 사냥이나 PvP가 아니라 강력한 보스를 레이드할 때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 바, 재사용 대기 시간이 3시간이 됐든 30분이 됐든 1번의 레이드에서 고작 1~2번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인 건 변함없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패시브 스킬인 파그마의 검무 자체를 강화한다면.’
연살파극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검무가 강화 될 여지가 있다. 재사용 대기 시간과 관련 된 페널티가 사라질 수도 있다.
‘어쩌면 더 많은 융합 검무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당연히 확신은 없고 전부 예상이다.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걸 수도 있었다.
“후우.”
기대감이 커질수록 실망감도 커지는 법!
들뜬 마음을 심호흡하며 억누른 그리드가 여신의 축복 대상으로 <파그마의 검무>를 선택했다.
‘제발...!’
강화 대상에 속하길!
‘대상 스킬은 여신의 축복으로 강화할 수 없습니다, 라는 둥 헛소리만 지껄이지 말자!’
최악의 사태만큼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리드가 간절한 바람을 품는 그때.
띠링~
새로운 스킬 정보가 떠올랐다.
<검호 파그마의 검무>
검술에 통달하여 물리 공격력이 40퍼센트, 치명타 확률이 50퍼센트, 치명타 공격력이 80퍼센트 상승합니다.
*도검류 무기를 장착하였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효과입니다.
*검무 사용에 필요한 보법의 횟수가 반보에서 일보 줄어듭니다.
*파(波), 제(制), 연(聯), 살(殺) 등의 검무를 출 수 있습니다.
*강화 된 스킬은 레벨이 마스터로 고정 됩니다.
“뭐야?”
여신의 축복으로 강화 시 변경 될 파그마의 검무 정보를 확인한 그리드가 두 눈을 깜빡였다. 그는 순간적으로 거부감을 느꼈다.
“스킬 설명이 왜 이렇게 짧아졌어?”
다시 읽어 보니 활성화 시, 비활성화 시 효과가 구분되지 않는다?
“아니, 뭐야? 이거 왜 이래? 완전히 망한....”
그리드에게 있어서 파그마의 검무란, ‘당연히’ 각종 제약을 지닌 스킬이었다. 레전드리 스킬답게 위력이 강력한 대신, 또한 비전투 직업군의 스킬인 대신 명확한 한계가 있음을 경험해왔고, 납득해왔다.
그래서 잠시 착각한 것이다.
파그마의 검무가 완전한 형태로 진화했다는 사실을 보고도 믿지 못한 채, 왜곡해서 받아들였다.
물론 아주 잠깐이었다.
“망한.... 게 아니라 대박이잖아?”
물리 공격력, 치명타 확률, 치명타 데미지 상승효과가 언제, 어느 때고 적용되게끔 진화한 파그마의 검무!
‘모든 검무의 데미지가 기존보다 40퍼센트 올라가는 셈....!’
그뿐이랴? 치명타 데미지까지 급격히 상승했다.
안 그래도 <한 방의 한 놈!>칭호를 비롯해 치명타 데미지를 상승시켜주는 각종 효과를 누리고 있는 그리드의 치명타 데미지 상승률은 이제 400퍼센트에 육박할 수 있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의 치명타 데미지가 150퍼센트에서 210퍼센트쯤으로 알려진 것과 비교하면 무려 2배 이상의 데미지 기댓값이었다.
‘이 상태로 신장이라도 터졌다가는.... 어쩌면....?’
머지않아 보스 몬스터까지 스킬 한 방으로 잡는 날이 오는 게 아닐까? 일반 필드 보스 몬스터가 아니라 네임드 보스 몬스터 말이다!
“....미, 미쳤어! 이건 미쳤다고!”
대박도 이런 초대박은 드물다.
머리가 대략 멍해진 탓에 언어능력이 현격히 저하 된 그리드는 앵무새마냥 같은 감탄사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바보처럼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봐! 누구 없어?”
간신히 정신 줄을 붙잡은 그리드가 소리치자.
“네, 전하.”
즉시 응답하는 여인이 있었다.
작업 중인 그리드를 보호하고자 대장간 입구를 지키고 서있던 전설의 기사 메르세데스였다.
“싱클레드라고 했던가? 이번에 아스모펠이 데리고 온 전대 적기사 말이야.”
“네, 맞습니다.”
“몇 번 기사였어?”
“3번 기사였어요.”
“실력은?”
“당연히 최고였고, 검기를 보아 지난 12년 동안 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좋아. 전대 적기사의 실력이 과연 명성대로인지 확인 해볼까?”
씨익,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리드가 망설임 없이 여신의 축복을 사용했다.
[스킬 <파그마의 검무>를 강화합니다.]
[<파그마의 검무>가 <검호 파그마의 검무>로 승격합니다!]
그렇다.
전대 적기사의 실력을 확인하겠다는 것은 허울 좋은 명목일 뿐, 그리드는 새로운 파그마의 검무의 위력을 체감하고 싶을 뿐이었다.
사실 그는 싱클레드에게 큰 기대가 없었다. 전대 적기사단의 단장이었던 피아로와 부단장이었던 아스모펠의 실력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보다 실력이 뻔히 아래였을 싱클레드에게 큰 기대를 품는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S급 카드일 건 분명하겠지.’
다만 SSS급 카드인 피아로, 아스모펠과 비교해서 부족한 카드일 뿐, 그리드는 싱클레드가 든든한 전력이 되어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싱클레드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줘.”
“네.”
대답한 메르세데스가 그리드의 심리를 꿰뚫어 봤다는 듯이 말을 덧붙인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현역 시절의 싱클레드 경은 아스모펠 경보다 강했습니다. 다만 통솔력과 출신배경 등 다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아 3번 기사에 머물렀을 뿐이죠.”
“....그, 그래? 차, 차라리 자, 잘 됐네.”
“.....전하를 응원합니다.”
미소 짓는 메르세데스.
혜안으로 그리드의 성장을 엿보고 있는 그녀는 진심으로 탄복한 상태였다. 모험 한 번 다녀올 때마다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는 그리드의 성장에는 한계가 없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
쩌정-! 쩌저저저정!!
하스터의 주황색 실드는 스킬로 분류되는 오러 공격을 모조리 차단하고 있었다. 오러를 주무기로 삼는 오러 마스터 휴렌트에게 특히 치명적으로 작용하는 실드였다.
하지만 휴렌트의 얼굴에서는 패색을 엿볼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나의 시작은 검사였다.”
초감각의 전개 이후.
츠칵-! 츠카카카카칵!!
무용지물인 오러를 거두고 검술을 선보이는 휴렌트의 공격 속도는 극의에 이르러 있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평타가 하스터의 실드를 꿰뚫고 들어가 하스터의 몸 곳곳에 상처를 새겼다.
푹-! 푹푹!!
연신 베고, 찌르며, 휴렌트는 말해나갔다.
“나 또한 처음에는 남들과 똑같았어. 전사나 기사를 목표로 레벨 업에 매진했지. 하지만 어느 날 검성이라는 히든 클래스의 존재를 알게 됐다.”
최강의 전투 특화 클래스, 검성.
휴렌트는 단번에 매혹되었다. 검성으로 전직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그가 생각하는 검성의 길은 소드 마스터리의 궁극적인 단련.
휴렌트는 소드 마스터리를 제외한 검술 관련 스킬을 모조리 봉했다. 온갖 페널티를 감수하고 오로지 평타만 사용해서 몬스터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수개월. 아마도 내가 크라우젤보다 먼저. 그러니까 모든 플레이어를 통틀어서 최초로 중급 소드마스터리 스킬을 얻게 됐지.”
그때 생긴 자원이 오러였다.
시스템은 ‘마나’라는 기본 자원을 소모하지 않고 오로지 검 한 자루만 휘두르며 싸워온 휴렌트에게 축복을 내린 것이다.
노력과 우연, 그리고 재능과 운이 교차하며 발생시킨 결과가 바로 최초의 성장형 히든 클래스 <오러 마스터>의 전직이었다.
스르륵.
연신 검에 베이고 있는 하스터의 주황색 실드가 벗겨진다.
일정량 이상의 피해를 허용한 까닭에 유지가 불가능해졌다거나, 하는 식의 개념이 아니었다. 단순히 지속 시간이 다한 것임을 휴렌트는 눈치 채고 있었고, 바로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푸욱-!
하스터의 가슴에 검을 구겨 넣으며 초근접한 휴렌트가 궁극기를 전개한다.
“오러 삼키기.”
쿠콰콰콰콰콰콰콱!!
이무기의 아가리 같았다.
휴렌트의 양쪽 어깨로부터 솟구쳐 나온 오러의 장막이 하스터를 좌로부터, 우로부터 동시에 집어삼켰다.
대상에게 9,900X2의 데미지를 입히며 대상을 물리적으로 구속, 구속 효과 발동 후 9,900의 데미지를 추가로 8회 더 입히는 최강의 PvP기술이었다.
상처투성이가 된 하스터는 이를 고스란히 허용했고, 휴렌트는 회심의 미소를 그렸다.
‘역시 아무런 반응도 못하는군.’
휴렌트의 초감각은 액티브 스킬이다.
보유 중인 마나를 100퍼센트 소모하는 것으로 모자라서 6초 후 탈진한다는 큰 제약을 지녔지만, 6초의 지속 시간 동안 민첩성이 20퍼센트 상승하고 10미터 이내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의 행동을 ‘예지’한다는 절대적인 효과를 보장했다.
초감각 동안의 휴렌트는 전성기 시절의 크라우젤 같았다.
검성으로 전직하고 패시브화 되면서 성능이 약화 된. 심지어 레벨도 낮아진 크라우젤의 현재 초감각과는 비교 불허의 위력을 자랑하는 것이다.
[9,900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9,900의 피해를....]
[9,900의 피해....]
‘무슨....’
오러에 집어삼켜진 하스터.
연속적인 고정 데미지를 입는 중인 그는 상당한 혼란에 휩싸였다.
수개월 전 만나서 싸웠던 크라우젤보다 휴렌트가 훨씬 더 강력했으니 얼떨떨하고 놀라웠다.
‘검성으로 전직한 크라우젤은 세계를 양단하는 검술까지 구현했었다. 천외천 시절보다 훨씬 더 강력해진 그보다 휴렌트가 더 강하다고?’
검성으로 전직한 후 레벨이 1로 초기화 되었고, 새롭게 획득한 스킬들의 레벨 또한 아직 낮은 크라우젤의 현재 상태를 완전히 파악하기 어려웠던 하스터다.
혼란 속에서, 이제 대부분의 생명력을 소진해가고 있는 그의 시야에.
[<붉은 현자의 지식>이 <오러 내성>을 습득합니다.]
[오러 형태의 공격에 입는 피해량이 30퍼센트 감소합니다.]
기다리던 알림창이 떠올랐다.
‘아슬아슬했군.’
나는 하스터다.
무패의 프로 게이머다.
처음부터 질 생각은 없었다.
비교적 무방비하게 각종 오러 공격을 허용한 이유는 성장의 동력을 얻기 위함이었을 뿐, 패배를 원해서가 아니었다.
벌컥!
물약을 복용한 하스터가.
키잉-!
다시 한 번 주황색 실드를 활성화 시키며 오러 삼키기로부터 빠져나왔다.
스승 덕분에 <초감각>에 대해서 알고 있는 그는 휴렌트가 탈진 상태에 돌입할 것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뭐, 초감각이야 비교적 평범한 스킬이었다.
당대 적기사 중에도 몇 명이 사용할 정도였으니까. 예를 들면 그리드에게 격파 당했던 19번 적기사 플뤼톤처럼 말이다.
“잠깐, 스톱.”
“....!?”
“....!!”
오러 삼키기를 돌파하고 나와 반격을 가하려던 하스터와 탈진 상태에 빠져 위기를 코앞에 둔 휴렌트 두 사람이 모두 동시에 기겁했다.
갑자기 중간에 난입한 흑발 청년 탓이었다.
맹금류의 것을 연상케 만드는 날카로운 눈매와 작은 은색 관.... 그는 다름 아닌....
“안녕하세요? 그리드라고 합니다. 두 분, 한창 싸우고 있는 도중에 끼어 들어서 미안한데 잠깐만 멈춰 봐요.”
“....??”
그래, 분명히 그리드였다.
근데 말투가 이상하다?
‘얘가 왜 이러지?’
휴렌트의 피부 위로 닭살이 돋았다.
제1회 국가대항전 당시만 해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만하여 예절이라고는 쥐뿔도 없던 그리드가 너무나도 정중한 화법을 구사한 까닭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 같이 낯설었고 연기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든 말든.
“아무래도 두 분께서 싸우는 바람에 논밭이 많이 상하게 됐는데, 템빨국은 두 분 중 누구한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되는 겁니까? 그것부터 확실하게 정한 후에 싸워줄래요?”
싱글벙글, 환한 미소를 머금은 그리드는 연신 예의 바르게 말하고 있었다.
헥세타이아 신과의 대결을 기점으로 자존감이 급격히 발달한 그는 타인을 존중하고 예절을 갖추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나 또한 존중받는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상대방에게 우습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알량한 심정으로 반말을 함부로 일삼고 태도를 거칠게 하는 등, 일그러진 형태로 자존감을 챙겨왔던 이전까지의 그리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험.... 험험.”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오해하며 우습게 보는 건 3류 양아치나 다름없는 바.
“아, 안녕하세요... 시, 실례하고 있습니다....?”
휴렌트는 얼떨결에 예의 바르게 대응했고,
“.....저, 저도 실례를....”
하스터도 분위기에 넘어갔다.
그렇게 평온이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아주 찰나였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하스터는 번뜩 정신을 차렸다.
휴렌트가 탈진을 극복하기 전에 해치워야한다는 사실을 상기한 그가 그리드를 무시했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멈췄던 공격을 재차 시도, 기합을 내지르며 휴렌트에게 칼을 꽂았다.
하지만 그의 칼은 휴렌트에게 닿지 못했다.
쩌어엉-!!
[<윈프레드의 검>의 내구력이 43 하락하였습니다!]
반 보조차 내딛지 않고, 가만히 제자리에 선 그리드가 전개한 <락>에 공격이 차단당한 까닭이었다.
‘완전한 즉발 스킬?’
분신과 싸울 때는 이런 스킬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찌릿찌릿, 격통이 느껴지는 손목을 감싸 쥐는 하스터의 동공이 떨린다.
그리드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단, 은연중에 짜증이 섞여있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내가 웃으면서 말하니까 만만해? 요?”
“....미, 미안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겠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우리가 왜 고개를 조아리고 있지?
휴렌트와 하스터 두 사람 다 어안이 벙벙해진다.
그들은 한층 더 성숙해진 그리드에게 완전히 압도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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