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빨 42권 - 20화
쿠르르르릉....
[<신을 겨누는 검>은 <아스가르드:제1계>에서 제련되고 단련된 끝에 탄생한 무구입니다.]
[<신을 겨누는 검>에 잠재 된 <아스가르드:제1계>의 기운이 방출 됩니다.]
[황금 구름떼가 출몰합니다!]
[황금 구름떼는 당신이 선 곳과 <아스가르드:제1계>를 잇는 다리가 됩니다.]
“....!”
아득한 천상으로부터 내려온 황금 구름떼는 계단처럼 층층이 겹쳐있었다.
이를 밟고 하늘에 오르라, 마치 그리 말하는 듯했다.
“오...! 오오...?!”
“여신께서 내리신 다리인가....!”
레베카 교인들이 무한한 신성에 매료되었다. 그리드에게 겁을 먹고 있던 장로들 또한 황금 구름떼가 만든 계단에 시선을 강탈당한 채 눈시울을 붉혔다.
천국은 존재한다!
평생의 믿음을 증명해주는 듯한 황금 구름떼의 계단은 신을 섬기는 모든 이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하는 것이었다.
[황금 구름떼의 출현으로 신을 섬기는 모든 이들의 사기가 증폭됩니다. 황금 구름떼가 유지되는 3분 동안 신을 섬기는 모든 이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황금 구름떼의 출현으로 신을 섬기지 않는 모든 이들이 공포심을 느낍니다. 황금 구름떼가 유지되는 3분 동안 공격력과 방어력이 10퍼센트 하락합니다.]
[여러 신을 섬기고 있는 당신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합니다.]
“아....”
그리드가 탄식한다.
신을 섬기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
인류를 딱 두 개의 부류만으로 나눈 후 광역 버프와 디버프 효과를 발생시키는 황금 구름떼의 위력은 그리드의 기대 이하였다.
그리드는 황금 구름떼의 효과가 열망의 무아검에 귀속 된 <검은 불꽃 폭발>처럼 강력한 광범위 공격 스킬이기를 바랐던 것이다.
한데 광역 버프와 디버프라니?
심지어 버프와 디버프의 대상을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지 않아 애매한 면이 크다.
당장 템빨단 소속원들만 해도 헥세타이아 신전에 공양하고 헥세타이아교 신도라는 서브 지위를 얻은 상태인데 다른 플레이어들이라고해서 안 그럴까?
그리드가 추측하기로 이미 많은 숫자의 플레이어들이 저마다의 사정으로 종교에 가입한 상태였다. 성기사, 사제 등의 전문 직종처럼 신성력을 구사할지는 못할지언정 황금 구름떼의 버프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전장 한복판에서 이 구름떼가 소환 됐다가는....’
어느 진형의 병사들이 종교에 더 많이 가입했느냐에 따라서 전황이 확 기울 수도 있으리라.
당장 사하란 제국만 봐도 레베카교가 국교였다.
‘완전 엉망.... 아니, 우리나라 백성들 모두 헥세타이아 신전에 공양하라고 왕명을 내리면 최소한 손해는 없겠지....’
어찌됐든 기대 이하다.
아스타로트를 레이드한 후 압도적인 결계를 펼칠 수 있게 된 그리드 입장에서 황금 구름떼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실망감을 눈치라도 챈 듯이.
[저 멀리, 아득히 높은 천상에 닿아있는 황금 구름떼 끝에서 아기 천사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천사들은 지상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황금 구름떼의 유지 시간이 짧다는 사실을 알고 섣불리 지상에 내려오지 못합니다.]
[황금 구름떼의 연계 스킬 <천사의 아리아>발동에 실패합니다.]
“....??”
천사의 아리아?
신계에서 목격했던 어린 천사들의 모습을 떠올린 그리드의 마음 속 실망감이 빠르게 걷혔다.
황금 구름떼가 단순한 버프, 디버프 스킬이 아니라 어떤 특별한 스킬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기대감에 차올랐다.
한편.
“......”
바닥에 쓰러진 데미안은 뼈아픈 좌절감에 휩싸여 있었다.
패배란 무엇인가?
자신의 노력을, 가치를 부정당하는 결과다.
데미안은 그리드를 누구보다도 존경하고 사랑했지만, 그것과 패배감은 별개였다.
그리드와 겨룰 때마다 허무하게 패배하는 자신의 신세가 부끄럽고 치욕적이었다.
‘자존심을 떠나서 실질적인 문제야. 매번 이래서야 그리드님께서도 내게 실망하시는 수가 있다.’
세월이 흐를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부족할 판국에 도리어 더 나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이래서야 나를 교황으로 추대한 그리드도 실망하고 불안감을 느끼는 수가 있다.
데미안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고 싶었다. 지난날의 노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했다.
제3회 국가대항전 이후 지금까지 그리드가 온갖 사건사고를 해결하고 발전해왔듯이 데미안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허망하게 패배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꾸욱....!
이를 악 문 데미안이 연과 낙뢰를 맞고 상처투성이가 된 몸을 자리에서 일으켰다.
그는 그리드가 소환한 황금 구름떼 덕분에 공격력과 방어력이 10퍼센트 상승한 상태였지만 이에 딱히 의존하지 않았다. 그리드 또한 마찬가지로 버프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았으니 버프를 받기 전이나 후나 달라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
“여신의 숨결.”
쏴아아아아아-
빛무리에 휩싸인 데미안의 생명력이 100퍼센트 회복됐다.
투지를 불태우는 그를 발견한 그리드가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계속하게?”
데미안은 이번 대결을 처음부터 내켜하지 않았다. 당연히 본인이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며 의욕이 꺾인 상태로 대결에 임했었다.
그리드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이었다.
그 옛날 데미안은 어떠했던가?
타락한 교황 드레비고에게도, 농부 피아로에게도, 그리고 천외천 크라우젤에게도 끝까지 맞서 싸웠던 사내다. 어떤 강적 앞에서도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교황이 되고 한 해, 두 해가 지날 즈음부터 데미안은 조금씩 변했다.
본인의 신념보다 교황의 체통을 신경 썼고, 교단을 위함이라는 핑계 하에 차츰 용기를 굽혔다.
이번 대련에서도 마찬가지다.
수 년 전 데미안이었다면 도리어 기뻐하며 대련에 임했을 테지만, 이번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련에 임했을 뿐이다.
사랑하는 이사벨 앞에서 망신당하지 말아야지, 하는 정도의 마음가짐을 가졌을 뿐 그리드를 이겨 보이겠다는 투기는 보이지 않았었다.
나와 달리 약해졌다.
그리드는 데미안을 이처럼 인식할 수밖에 없었고, 여러모로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어찌 보면 성숙해졌다고 평가할 수 있을 데미안의 변화가 안타깝고 씁쓸했다.
한데 지금 이 순간.
“계속해야죠.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고 끝내서야 제 자존심도 문제고, 그리드 님께서도 재미가 없을 테니까.”
데미안은 옛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교황을 상징하는 백색 의복이 바람에 펄럭이자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벗어던졌다.
“교황 성하...!!”
눈살을 찌푸린 장로들이 데미안을 꾸짖으려 들었다.
고지식한 면이 있는 그들은 신도들 앞에서 교황의 의복을 벗어던진 데미안의 행동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뒷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어넘길 데미안이었으나.
“불편해요. 불편해서 저거 입고는 못 싸우겠다고. 움직일 때마다 갑옷 이음새에 천이 걸리는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
“.....”
“나는 역대 다른 교황들과 달리 사제 출신이 아니라 성기사 출신 교황이라는 사실을 존중해줘요.”
“.....”
“최초의 교황과 마리로즈를 봉인한 크레이슐러 교황께서도 의복 대신 갑옷을 입고 싸우셨다지 않습니까?”
속이 다 후련하다.
입을 닫는 장로들의 모습을 보고 시원해진 데미안이 그리드에게 검을 겨눴다.
데미안의 풀 버프 유지 시간은 아직 1분 10초가량 남아있었다.
“전력으로 갑니다.”
이번에는 교인들과 이사벨의 시선을 신경 쓰려는 게 아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교황의 체통 또한 버리겠다.
각오를 다지는 데미안의 비장한 표정을 읽은 그리드가 씨익, 흰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좋아. 그래야 데미안이지.”
스파앗-!
인벤토리를 연 그리드가 빠르게 4자루 망치를 꺼냈다.
타격 대상을 경직시키는 효과를 간직한 묠니르였다.
당연히 궁극 강화의 묠니르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드는 궁금했다.
신을 겨누는 검의 옵션 효과로 발생한 갓 핸드들 또한 장비 착용이 가능한지가 말이다.
‘과연?’
그리드는 새로운 형태의 갓 핸드들이 부디 장비를 착용할 수 있기를 바랐다.
만약 장비를 착용하지 못할 경우 이전 형태의 갓 핸드와 비교했을 때 활용성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덥석!
반투명한 갓 핸드들이 그리드가 건네는 묠니르들을 잡아 쥐었다.
장비 착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좋아...!’
휘리릭! 철컥!!
땡기미로부터 신을 겨누는 칼날이 떨어져나가고 불타는 열망의 무아지경의 칼날이 자리를 대신한다.
불꽃이 점멸하는 칠흑의 장검을 무장한 그리드는 묠니르를 무장한 갓 핸드들과 스스로 움직이는 신을 겨누는 칼날의 비호를 받게 되었고.
‘방어 마법을 잘 활용하면 반격의 기회가 있다.’
데미안은 겉모습만 봐도 ‘사기캐’의 위용을 발산하는 그리드에게 위축되지 않고자 노력했다.
터엉-!
터터텅!!
갓 핸드들이 데미안에게 쇄도했다.
녀석들이 휘두르는 망치에 1타라도 허용했다가는 그대로 패배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데미안이 허공에 소형 빛의 방패를 다수 소환, 갓 핸드를 최대한 무력화시켰다.
쐐액-!!
측면으로 신을 겨누는 칼날이 날아들고 있었다.
한 번 당한 수에 또 당할 데미안이 아니다.
챙강!
허리를 비틀고 검을 휘둘러 막아내는 그의 정면에 찰나의 틈이 생겼고.
“락(落).”
그리드는 파그마의 검무를 통틀어서 가장 딜레이가 적은 즉발 스킬을 날렸다.
그리드라고 해서 대충 싸울 리 만무한 것이다.
데미안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그는 진심전력으로 싸움에 임했다.
그 전력을.
쩌어어어어어어엉-!!
데미안이 거대한 사각 방패로 막아냈다.
그리드가 틈을 노리고 공격해올 것을 뻔히 예상했다는 듯이,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방패를 세워 락을 무력화시켰다.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가 강력한 충격을 흡수하였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67 감소하였습니다.]
[방패를 쥐고 있는 왼쪽 손이 일시적으로 마비됩니다.]
[높은 상태이상 저항률로 마비를 극복합니다.]
“큭...!”
역시 사기는 사기다.
순전히 방어 용도로 제작 된 방패의 내구력이 일격에 2자릿수나 감소하다니, 과연 방패가 방패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지잉-!
이어지는 그리드의 공세에 맞서고자 자세를 고치는 데미안의 어깨 상단에 떠올라있는 작은 마법진에서 섬광이 폭사했다.
쩌정! 쩌저저정!!
섬광이 갓 핸드들과 신을 겨누는 칼날을 순차적으로 타격하자 갓 핸드들이 경직됐다. 반면 신을 겨누는 칼날은 멀쩡하게 움직이며 데미안을 찌르고, 베었으니 데미안은 자신이 1대1이 아니라 1대2 결투를 하는 중이라는 착각에 휩싸여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십만대군학살검.”
데미안이 강자라는 점이었다.
데미안은 착각하는 것이 있다.
세월이 지날수록 그리드와 자신의 격차가 좁혀지기는커녕 벌어지고 있는 이유, 자신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마음가짐이 잘못 돼서가 아니다.
그리드가 영웅왕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데미안이 강해진 만큼 그리드의 투기를 더 크게 자극하였고, 빠르게 투기를 축적할 수 있게 된 그리드는 그만큼 더 강하게 데미안을 몰아붙였다.
쩌정!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정!!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가 강력한 충격을 흡수하였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35 감소하였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31 감소하였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39 감소하였습니다.]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20 감소....]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위험!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의 내구력이 한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쉬지 않고 쏟아지는 그리드의 연격 앞에.
쩌적!
콰자자자자자자자자작!!
[<성스러운 빛의 사각 방패>가 파괴되었습니다!]
여태껏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데미안을 보호해줬던 초대형 사각 방패가 균열을 일으켰고, 이어서 쪼개지더니 급기야 완전히 파괴돼서 잿빛으로 흩어져버렸다.
“나닛....?! 교황의 자애! 여신의 보호!!”
질색한 데미안이 힐과 방어막을 동시에 시전해보았지만.
“연살(聯殺).”
또 한 번 연속되는 그리드의 강력한 공격에 방어막을 잃고 치명상을 입었다.
생명력이 1까지 하락하고 대련에서 패배 판정을 받기까지 불과 찰나에 지나지 않았다.
“허억... 허억.... 헉....!”
넝마가 되어 주저앉은 데미안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허무할 지경으로 처참하게 패배한 그는 부끄러웠다.
자신에게 그리드의 동료를 자처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때.
[빛의 여신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나를 대행하는 자여, 그대는 보다 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데미안의 유니크 클래스 <여신의 대행자>가 변화를 맞이했다.
[빛의 여신은 모든 신의 정점인 바, 여신의 대행자인 당신 또한 정점일 필요가 있다고 여신은 생각합니다.]
[같은 상대에게 여러 번 패배한 당신의 모습을 목격하고 참담함을 느낀 여신이 시련을 내립니다.]
[전직 퀘스트 <여신의 대행자를 자처하기 위해서는....>이 생성됩니다.]
“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조건을 충족시켜버렸다?
그것이 비록 그리드의 의도가 아닐지언정, 어찌됐든 또 그리드 덕분에?
“고생했어. 전력으로 싸울 수 있어서 정말로 즐거웠다.”
“.....”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그리드가 뻗어오는 손을 붙잡지 못하고 앉아있던 데미안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태양을 등지고 선 그리드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데미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동정심이 아니라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데미안을 손쉽게 이겨놓고도 그는 데미안을 무시하거나 실망하기는커녕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꾸욱....
잔디를 움켜쥐고 있는 데미안의 손에 힘이 깃든다.
그의 시선에 비추는 그리드는 마치 하늘이 내려준 사람 같았다.
매번, 매번 내게 큰 도움을 주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 존재하는 사람.
“당신은.... 당신은 역시....”
이 기분을 어찌 전달해야할까.
밀물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견디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는 데미안이 말을 잇지 못했다.
다짜고짜 울다니?
가련하게까지 느껴지는 아름다운 청년의 눈물에 당황한 그리드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왜, 왜 그래? 아, 미안하다. 방패는 당연히 변상할 거야. 훨씬 더 좋은 방패를 만들어줄게. 그러니까 일단 진정....”
그리드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자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데미안이 그를 꽉 끌어안은 까닭이었다.
“뭐, 뭐냐?”
예뻐 봤자 남자다.
갑작스러운 포옹에 당황하다가 이내 불쾌감을 느낀 그리드가 데미안을 떼어내려고 노력했지만, 데미안은 마치 거머리처럼 그리드에게 찰싹 달라붙은 채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다이스키....! 그리드 사마 아이시떼루요...!!”
“떠, 떨어지라고!!”
플레이어가 포함 된 수백 명의 레베카교 신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포옹하면서 사랑고백이라니?
그리드는 곤욕이었다. 방패를 잃고 열 받은 데미안이 일부러 자신을 엿 먹이는 것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날 저녁.
<교황 데미안, 템빨왕 그리드에게 사랑 고백!>
<데미안이 그리드를 신격해왔던 이유는 사심으로부터 비롯 된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언론매체에서 이처럼 불쾌한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특히 가십을 즐기는 여성잡지들이 이번 기사를 중요하게 다뤘다.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되는 그리드는 명실상부한 월드 스타였다. 대중 앞에 등장한 이후부터 수 년 동안 인기를 높여가는 세계 최고의 스타!
....단.
“아놔 염병. 짜증나네.”
그리드 본인은 썩 불쾌했다.
쓰레기 바람둥이라는 추문에 이어서 마성의 게이라는 소문까지 떠돌기 시작한 까닭에 <그리드 안티 팬카페> 회원숫자가 폭등한 상태였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뭐, 어찌됐든.
‘데미안과 대련한 덕분에 여러가지를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손해는 아니야.’
그리드는 신과 대적하는 망치와 신을 겨누는 칼날의 처분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제작 능력을 포기하기란 어려웠고, 칼날의 활용성 또한 갓 핸드 시절과 비교해서 크게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궁리해봐야할 문제는.
“파브라늄의 확보...인데.”
더 많은 파브라늄을 보유할 수록 강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확실히 알게 된 상황.
새로운 파브라늄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아?”
한참을 고민해보던 그리드가 지옥에 있다는 자신의 분신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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