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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758화 (753/1,794)

템빨 42권 - 15화

<신과 대적하는 대장장이 망치>

등급:신화

내구력:무한 공격력:870

*스스로 움직이며 주인을 보호하고 주인의 적을 처단합니다.

*모든 종류의 광물을 손상 없이 단련할 수 있습니다.

*노말, 레어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을 0퍼센트로 고정시킵니다.

*에픽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을 매우 낮게 만듭니다.

*유니크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을 무척 높게 만듭니다.

*레전드리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 5퍼센트.

*신화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 1퍼센트.

전설을 넘어 신화가 되어가고 있는 대장장이 그리드가 신과의 승부를 대비해서 제작한 망치입니다.

오직 그리드 본인의 신체조건과 습관을 고려하여 설계하였으므로 그리드와의 궁합이 무척 좋습니다. 그리드 외의 대장장이는 사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망치의 재료로 사용 된 <파브라늄>의 자아가 주인이 자신을 보다 편리하게 사용하게끔 도울 것입니다.

사용 조건:그리드

무게:490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하여 모든 능력치가 영구적으로 10 상승하였습니다!]

‘미친?’

황금빛 망치를 손에 쥔 그리드가 경악했다.

대장장이 랭킹 1위 판미르는 말했었다.

자신이 레전드리 등급 아이템을 제작할 확률은 0.01퍼센트라고.

비록 작은 가능성일지언정, 그 가능성에 자신의 염원이 담겨있다고.

‘근데 이 망치를 쓰면 5퍼센트....’

그리드가 기존에 사용해왔던 대장장이 망치도 사기적이었다. 레전드리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을 무려 1퍼센트나 올려줬고, 이는 일반적인 대장장이 플레이어들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셈이나 다름없었다.

한데 <신과 대적하는 대장장이 망치>는 레전드리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을 자그마치 5퍼센트나 올려준다는 것이다!

그리드가 그동안 사용해왔던 대장장이보다 무려 다섯 배나 좋았다.

아니, 당연히 그 이상이다.

노말, 레어 등의 하급 아이템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하고, 신화 등급 아이템이 만들어질 확률을 1퍼센트 상승시켜준다고 하니 <졸업급 아이템>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해 보였다.

신화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을 눈곱만큼이라도 더 올려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망치를 제작한 그리드 입장에서는 횡재한 셈이다.

굳이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스스로 움직이면서 아이템 제작을 돕는 기능은 없네.’

그리드는 내심 기대를 품었었다.

파브라늄으로 제작한 망치이니만큼 스스로 움직이며 내 아이템 제작을 돕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일손이 늘어나 아이템 제작 효율이 상승하길 바랐었다.

하지만 신과 대적하는 대장장이의 망치는 주인을 보호하고 적을 처단하되 주인의 대장일을 돕는 기능이 없었다.

‘생각해보니 당연하군.’

파브라늄이 <갓 핸드>였던 시절에는 그리드의 손을 그대로 본 따 만들어졌기 때문에 ‘손재주’ 스탯이 존재했고 이로 인해 그리드의 대장일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망치가 됐을 뿐인 지금의 파브라늄은 대장일을 도울 기술도, 지식도 없었다.

‘내가 도둑놈도 아니고, 너무 많은 걸 바라지 말자!’

공짜 밝히다가 또 다시 탈모를 겪고 대머리 되기는 싫다!

과거 겪었던 원형 탈모를 떠올리며, 습관처럼 정수리 부근에 손을 올려보던 그리드가 화들짝 놀랐다.

머리가 빠져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리드의 머리카락은 풍성했다.

따앙! 따앙!!

그리드가 뜨거운 열기에 고통을 받을 때에도, 칸의 유작 덕분에 고통을 극복하고 다시 집중하기 시작할 때에도, 결국 망치를 완성한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도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작업에 열중 중인 헥세타이아.

그의 손끝에서 완성되어가고 있는 청색의 소검이 그리드를 경탄시킨 것일 뿐이다.

‘무지막지한 완성도...!’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일대의 열기를 얼어붙게 만들 기세다.

얼음처럼 투명하고, 차갑게 느껴지는 소검이었다.

비교적 짧고 얇은 검신이 섬세하여 여인의 팔 같건만 연약해 보이지 않는다.

[<전설적 대장장이의 눈>이 대상 아이템을 관찰합니다.]

[대상 아이템이 전설의 영역을 넘어섭니다. 대상 아이템의 관찰에 실패하였습니다.]

‘당연하다는 듯이 신화를 만들다니....!’

아니, 새삼 놀랄 일은 아니다.

헥세타이아는 신이다.

신이 제작하는 아이템이 신화 등급으로 완성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 그리드가 이번 승부에서 이기기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이 바로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만드는 것이었다.

상기한 그리드가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와, 지금 생각해 보니까 망했네.’

왜?

새로운 대장장이 망치를 신화 등급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

‘2번 연속 신화 아이템을 만드는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되겠어?’

망했다.

세상에 무한한 것은 없다.

행운에도 필시 총량이 있을 것이며, 내 행운의 총량은 일반인보다 낮을 가능성이 높다.

대장장이 망치는 반드시 전설 등급으로 떠줬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이 망치를 이용해서 제작할 검이 신화 등급으로 뜰 여지라도 남아있었을 것이다.

“....망했...어! 는 개뿔!!”

털썩, 구름밭 위에 주저앉아 좌절하던 그리드가 이를 악 물고 다시 벌떡 일어섰다.

그에게는 ‘경험’이 있다.

지난 수 년 동안 여러 개의 신화 등급 아이템을 제작해온 그는 이제 파악하고 있었다.

신화 아이템의 완성 조건은 단지 행운뿐만이 아니다.

재료에 담긴, 그리고 제작 과정에 담긴 ‘스토리’가 더 주요하게 작용했다.

‘물론 스토리가 갖춰졌다고 해서 무조건 신화급 아이템이 뜨는 건 아니지만.’

역시 행운은 필요하다.

하지만 행운에만 의지할 필요도 없다.

“....후우.”

마음을 추스른 그리드가 심호흡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헥세타이아가 제작 중인 소검에 걸려있었다.

여태껏 자신이 만들어 왔던 그 어떤 작품보다 뛰어난 예술성을 간직한 소검에 완전히 현혹되어 있는가?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잊을 정도로?

아니다.

현재 그리드의 정신은 온전히 수습 된 상태였다.

그가 소검을 관찰하는 이유, 공부를 위함이다.

그렇다.

그리드는 실시간으로 배우고 있었다.

헥세타이아가 앞서 진행했던 제련, 단련, 담금의 과정과 현재 진행 중인 단조, 접철의 과정의 상관관계를 찾으며 헥세타이아의 일거일동에 담긴 의미를 헤아려보았다.

‘접철을 최소화한 이유가 뭐지?’

‘단조를 다시 한다고?’

‘검의 단면이 마치 기계로 만든 것처럼 완벽한 마름모꼴을 이루는군....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해선 안 된다는 건가. 하지만 저건 신만이 가능한 기술....’

‘날을 저만큼만 갈아서야 무디지 않나? 아니, 칼은 사용하고 고치기를 반복할수록 더욱 더 예리하게 벼려지는 법. 그동안의 내가 날을 필요 이상으로 갈아왔던 거다.’

‘날에 새긴 저 문양은 단지 멋내기용이 아니야. 피가 날에 엉겨 붙어 날이 무뎌지는 일이 없게끔 방지하는 의도가 숨어있다.’

사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자신보다 상위의 실력자를 만날 경우 이를 배움의 기회로 삼았다.

크라우젤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크라우젤이 환국 양반 등의 초월자나 무신 제라툴을 만나 실력을 겨루게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크라우젤은 상대방의 전투를 실시간으로 경험하고, 배우며 한 차원 더 높은 단계로 진화할 것이다.

그래, 지금 그리드가 대장장이의 신 헥세타이아의 기술을 보고 배우는 건 지극히 당연한 흐름이라는 뜻이다.

신에게 납치당하고, 승부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그리드에게는 큰 배움의 기회였다.

[대장장이 신의 기술을 목도하였습니다!]

[당신의 대장장이 기술이 진화합니다!]

[<(신의 기술을 넘보는)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이 <(신과 대적하는)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로 변경되고 상위 아이템의 제작 확률이 상승합니다.]

[<대장장이의 숨결>과 <대장장이의 인내심> 스킬이 아이템 제작 시 항시 유지되는 패시브 스킬로 변경되었습니다.]

“핫....!”

전율하는 그리드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마음 속 불안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상승했다.

“좋아...! 제작을 시작해볼까!”

힘차게 소리치는 그리드가 인벤토리에서 각종 재료를 꺼냈다.

제3차 국가대항전에서 금메달을 따고 획득한 보상 <현무의 숨결>과 <청룡의 숨결>, 그리고 대악마 아스타로트의 뿔과 태초의 숲을 위협했던 곱등이의 등껍질 등.

평범한 인간은 평생 구경조차 못해볼 만큼 진귀한 재료들이었다.

“허...?”

헥세타이아가 망치질을 멈췄다. 부릅떠진 눈을 보니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한낱 인간이 어디서 저런 재료들을...?’

또한.

‘단 하나의 검을 만드는데 저 모든 재료를 사용할 용기가 있다고?’

헥세타이아 신에게도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청룡의 숨결과 현무의 숨결을 공존시킨다는 건 난이도가 무척 높았다.

이는 기술의 영역으로 넘볼 수 없는 세계의 규칙이다.

‘그리드, 너는...!’

나 이상의 기술을 갖췄다는 말이냐?

헥세타이아가 감탄을 넘어서 경악하는 사이.

“아.... 이건 다음에 쓰자.”

주섬주섬.

용광로 앞에 쭈그려 앉은 그리드가 현무의 숨결을 다시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드가 생각하기에도 청룡의 숨결과 현무의 숨결을 하나의 아이템 제작 재료로 쓴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았다.

“.....”

장난하나?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헥세타이아가 그리드를 노려보고 있자.

“너무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걸?”

그리드가 경고해주었다.

쩌어어어어엉-!

마침 빛의 정령의 미스릴 단련도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그리드는 우선 청룡의 숨결을 단련했다.

헥세타이아가 붙여준 불꽃이 여전히 활활 타오르고 있는 용광로 속에 청색의 구슬을 넣었다가 다시 꺼내 망치질을 시작했다.

따앙! 따앙! 따앙!!

“...!!”

헥세타이아의 가는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리드의 새로운 대장장이 망치가 이전의 망치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난 기능을 간직하고 있음을 알아 본 것이다.

저건 디바인 스톤으로 만든 자신의 망치와 비견되는 수준이었다.

콰르릉! 콰쾅!!

붉게 달궈진 청룡의 숨결이 망치에 얻어맞을 때마다 뇌전을 토한다.

찌릿, 찌리릿!!

연신 감전 된 그리드가 때로는 피를 토하고, 게거품을 입에 물었지만 그의 망치질은 멈출 생각을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몸이 잿더미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단련을 완료할 기세였다.

“헤.... 헤헷. 좀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 달라고.... 히익!!”

파지지직!!

애써 웃어 보이며 말하다가 또 한 번 감전당한 그리드가 자지러진다.

저 큰 고통을 인내하며, 굳이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대장일을 하다니?

“네놈은 바본가....!”

헥세타이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그리드가 어리석게만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리드는 본인의 행위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대장일은 나의 전부야. 당신 또한 그렇잖아? 힉! 히아악!!”

“....뭐?”

대장일이 나의 전부다?

헥세타이아의 동공이 떨렸다.

이 순간 그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 나는 대장장이의 신.... 오직 대장일을 위해서 태어났다.’

나의 존재 의미를 굳이 다른 곳에서 찾을 필요가 없었다.

비록 혼자면 어떤가?

내게는 불과 망치, 그리고 모루가 있다.

언제, 어디서라도 대장일을 할 수 있었고, 대장일을 할 때의 나는 세상에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할 수 있었다.

그래, 대장일은 나의 전부다.

대장일을 하면 된다.

타인의 시선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다.

또 그저 대장일을 하면 된다.

누군가의 대장기술이 나를 넘본다고 하여 근심하고 시기할 필요 없다.

단지 대장일을 하면 된다. 대장일을 할 때의 나를 부정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래, 그랬다.

꽈드득!

이를 악 문 헥세타이아가 파지직! 파직! 연신 감전되고 있는 그리드에게 소리쳤다.

“견뎌라, 그리드! 나와의 승부가 끝나기 전까지 쓰러져선 안 된다!!”

축복이었다.

[대장장이의 신이 권능을 발휘합니다.]

[신의 권능으로 감전 내성 100퍼센트가 부여됩니다!]

“헥세타이아....!”

“그리드....!”

쿠르릉!

내리치는 우레를 사이에 두고 교차하는 두 남자의 시선이 뜨겁다.

그들이 완성해나가기 시작한 두 자루의 검은 역사와 전설, 그 어디에서도 엿볼 수 없던 명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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