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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빨-757화 (752/1,794)

템빨 42권 - 14화

<파브라늄>

전설의 대장장이 파그마와 전설의 대마법사 브라함이 합작하여 탄생시킨 지상 최강의 광물입니다.

신계의 광물 아다만티움보다 단단하고 미스릴보다 마력과의 궁합이 뛰어나며, 야파 이상의 탄성을 자랑합니다.

기본적으로 주인을 중심으로 자전하며 주인을 보호하지만 주인이 내리는 명령에 따라서 다른 행동을 취하기도 합니다.

*레베카 여신의 축복을 받아 힐링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주인의 생명력 회복 속도를 300퍼센트 상승시켜 줍니다.

*도미니언 신의 축복을 받아 공격력 버프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주인의 공격력을 15퍼센트 상승시켜 줍니다.

*쥬다르 신의 축복을 받아 방어력 버프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주인의 방어력을 15퍼센트 상승시켜 줍니다.

제련 조건:파그마, 그리드

사용 조건:파그마, 그리드

설명 그대로 광물의 정점이다. 자아를 지녔다는 점이 때로는 단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완벽을 논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그리드의 지식 속에서는 파브라늄이 최고의 광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드는 파브라늄으로 무구를 제작하지 않았다.

파브라늄을 제련하기 어려워서?

그럴 리가.

파브라늄은 최고의 광물임과 동시에 파그마의 후예의 직업 전용 아이템이었다. 그리드 입장에서는 당연히 제련 난이도가 쉬웠다.

파브라늄을 제련하고 단련할 때의 그리드는 마치 물 만난 고기 같았다. 광물 중 제련 난이도가 가장 낮다는 철광석을 제련하고 단련할 때보다 파브라늄을 제련하고 단련할 때가 그리드는 더 손쉽고 즐거웠다.

그리드가 파브라늄으로 무구를 제작하지 않은 이유는 단지 아까웠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 제작해도 스스로 움직이며 활약할 수 있는 파브라늄을 무구라는 형태로 구속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무려 신과의 승부다. 신을 상대로 파브라늄을 아낀다는 것은 사치였다.

따앙! 따앙! 따앙!!

그리드가 수년 동안 사용해 왔던 대장장이 망치로 모루 위의 파브라늄을 단조한다.

그리드의 의도와 기술에 호응한 파브라늄은 차츰 망치의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었다.

헥세타이아의 눈에 이채가 실렸다.

‘초월자의 영역은 확실하군.’

그리드의 망치질은 흔히 볼 수 있는 인간 대장장이의 망치질보다 4배, 5배 더 빠르고, 20배 이상 정교했다. 인간의 영역에서 논할 만한 실력이 아닌 것이다. 과거 헥세타이아가 질투했던 파그마와 칠악성 불타르를 연상시키는 수준이랄까.

하지만 그리드에게는 그들과 다른 점이 있었다. 파그마와 불타르는 헥세타이아에게 반발하고 대항했던 반면, 그리드는 헥세타이아를 이해하고 포용하고 섬기려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텅……!

디바인 스톤. 헥세타이아가 천상에 존재하는 모든 광물들의 장점을 한데 모아 창조한 광물이 대형 모루 위에 떨어진다.

헥세타이아는 자부했다. 디바인 스톤보다 완벽한 광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그리드, 너의 진심과 실력은 충분히 전해졌다. 그럼 이제 내가 보여 줄 차례겠지.’

신의 위대함을!

‘나의 위대함을 너의 영혼 깊이 각인시키고, 네가 앞으로 영원토록 나를 섬기게끔 만들겠노라……!’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여신의 빛 아래 드리운 그림자 속에 홀로 숨어 지내 왔다.

나는 어째서 존재하는가? 나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여신의 뜻을 대행할 뿐이며,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못하고, 잊히고, 기피당하면서……. 왜?

내 존재에 어떤 의미가 있지? 애초에 탄생하지 않는 게 좋지 않았을까?

헥세타이아의 머릿속에 늘 맴도는 생각이다.

헥세타이아는 지상의 인간들이 때로는 부러웠다.

찰나를 살아가는 주제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부질없이 태어난 주제에 매일 서로 부대끼며, 웃고 울며 삶의 의미를 찾는 그들에게 질투를 느꼈다. 그저 혼자 존재할 뿐인 헥세타이아는 삶의 의미를 찾을 기회조차 없었기에.

한데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리드에게 나의 가치를 반드시 증명해야 한다……!’

생전 처음이다. 나의 노고를 알아주고, 나를 섬기려 하는 사람은.

따앙-! 땅! 땅!!

디바인 스톤의 단조를 개시하는 헥세타이아는 필사적이었다. 여유가 없었다. 세간에 알려진 전지전능한 신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 너를 놓치지 않겠노라……!!’

패배할 수는 없다. 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부정당할 것이다. 또다시 외톨이가 되고 싶지 않다.

이를 악문 헥세타이아의 망치질 속도가 차츰 더 빨라지더니 그리드의 속도를 초월했다. 무려 10배나 더!

‘미친?’

그리드가 경악했다.

손상의 걱정이 없는 파브라늄이기에 거침없이 빠르게 후려치고 단조할 수 있던 그리드는 자신의 단조 속도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리드의 망치는 모루 위 파브라늄을 초당 6회씩 후려치고 있었고, 이는 역대급 신기록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데 헥세타이아는 무려 10배나 더 빠르게 망치질을 하는 것이다!

초당 60회!!

‘저게 사람이야? 아, 아니, 사람 아니지.’

젖꼭지에 불꽃이 맺힌 점을 제외하면 헥세타이아의 겉모습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표출되는 성격도 초월자와는 거리가 멀었고,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잠시 망각하고 말았다.

헥세타이아는 신이다. 그것도 대장장이의 신!

단지 젖꼭지를 한 번 꼬집었을 뿐인데 풀무질 없이 용광로 온도를 높일 수 있는 괴물……!

‘침착해. 동요하지 말자.’

믿기지 않는 속도로 금속을 단조하는 괴물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경악, 동요하던 그리드가 무의식중에 멈췄던 손을 다시 놀리기 시작했다.

‘단지 빠르기만 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래, 중요한 건 퀄리티다.

금속을 단조할 때 필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정교함이었다. 단지 빠르게 금속을 단조한다고 해서 정교함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나는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 돼!’

애초에 이번 승부에는 제한 시간도 없었다. 헥세타이아가 나보다 10배 더 빨리 금속 단조를 끝낸다고 해서 초조해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한편,

따앙-!

헥세타이아는 망치질을 잠시 멈추고 있었다.

쇳물의 형태로 모루 위에 늘어져 있던 디바인 스톤이 어느새 칼날의 형태를 갖춘 상태였다.

치이이익!!

붉게 달아오른 칼날을 찬물에 담갔다가 꺼낸 헥세타이아가 단련의 단계에 돌입했다.

따아아아앙-!

“……!”

가슴이 뻥 뚫리게 만드는 금속음이 천상에 울려 퍼진다.

그리드는 자신보다 한발 앞서 다음 단계에 돌입한 헥세타이아의 실력에 경탄했다. 또한 디바인 스톤이 파브라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광물이라는 사실까지 엿보고 경각심을 품었다.

‘당연한 건가?’

파브라늄은 두 명의 전설이 힘을 합쳐 만든 광물이고, 디바인 스톤은 말 그대로 신이 만든 광물이다. 디바인 스톤이 파브라늄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의 광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었다.

‘내가 최고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 왔던 재료를 꺼내 봤자 신 앞에서는 하찮은 걸 수도…….’

파브라늄에 대한 믿음이 옅어진다. 무려 신을 상대로 재료빨조차 세울 수 없음을 깨달은 그리드의 마음이 약해졌다.

“…….”

정적이 흘렀다. 그리드의 망치질이 완전히 멈췄다.

사용하는 재료부터 밀리는 마당에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이미 승부는 끝난 게 아닐까? 지금 나는 괜한 시간만 낭비하는 거고?

패배가 코앞까지 다가온 느낌이다. 여신의 축복을 놓치게 된 것이 안타깝다.

온갖 잡념이 그리드의 머릿속을 휘젓는 그때,

따앙-! 화르륵!!

따앙-! 화르륵!!

기세를 올린 헥세타이아는 단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가 모루 위의 칼날을 망치로 때릴 때마다 젖꼭지에서 분출되는 불꽃이 칼날을 다시 달궈 주었으니 단련과 접철의 과정이 훨씬 더 수월해 보였다.

주르륵.

그리드의 뺨을 타고 땀이 흘러내린다.

헥세타이아의 작업이 이어질수록, 헥세타이아의 젖꼭지가 내뿜는 불꽃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일대의 기온이 걷잡을 수 없이 상승하고 있었다.

공기가 마치 용암처럼 뜨겁게 달궈졌다. 전설의 대장장이 그리드조차 감당하기 벅찬 온도다. 어린 천사들이 헥세타이아를 기피하는 이유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큭…….”

전설의 대장장이는 기온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하는 줄 알았건만, 상한선이라는 게 존재했나 보다.

안 그래도 기세를 잃어 가고 있던 그리드가 완전히 의욕을 상실해 버렸다. 신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를 깨달아 버린 까닭이다.

‘내가 미쳤지. 무슨 자신감으로 신하고 싸워서 이길 생각을 한 거지?’

그래, 지는 게 당연한 승부였다.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자.

신의 위용 앞에 한없이 작아진 그리드가 자신의 유일한 장점인 집념조차 버리는 순간이었다.

[<무한한 애정의 발할라>의 옵션 효과가 당신의 체온이 유지되는 것을 돕습니다…….]

알림창이 떠오르면서 그리드의 몸과 마음을 약하게 만들던 강력한 열기를 물리쳐 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진 빠지는 고통을 느끼고 있던 그리드의 몸이 갑자기 깃털처럼 가벼워졌다.

발할라. 그리드가 언제, 어디를 가든 벗지 않고 무장해 온 칸의 유작이 <체온 유지> 옵션을 발휘한 것이었다.

“…칸.”

욱신!

갑옷에 담겨 있는 칸의 마음을 읽은 그리드의 가슴이 저려 왔다. 칸은 마지막 그 순간까지도 그리드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꾸욱…….

망치를 쥔 그리드의 손에 힘이 실린다.

‘그래. 칸은 포기하지 않았어.’

죽음을 앞두고도.

자신의 목숨이 곧 끝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칸은 망치를 손에서 놓지 않았었다. 대장장이였으니까.

하물며 전설의 대장장이인 내가 망치를 손에서 놓는다? 어떤 이유로라도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다. 저승의 칸을 실망시킬 만한.

‘지더라도 끝까지 싸운다.’

칸을 실망시킬 수 없다. 이와 같은 생각을 품게 된 그리드에게 있어서 작금의 승부는 더 이상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는 칸의 의지와, 영혼과 함께하고 있었다.

“으랴아아아앗!!”

떠어어어어어어엉-!!

파브라늄을 힘껏 내려치는 그리드.

그는 상기했다.

칸의 유작 <무한한 애정의 발할라> 또한 특별한 재료가 사용된 갑옷이 아니다. 이제는 비교적 흔히 구할 수 있는 흑철이 주재료였다. 하지만 비화 등급의 아이템으로 탄생하였으며, 그 성능은 신화 등급과 동급이다.

그래, 아이템 제작의 결과는 단지 재료의 가치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재료보다 더욱더 중요한 것이 제작자의 실력이며, 의도였고, 의지였다. 칸의 마지막 가르침이다.

‘칸, 끝까지 지켜봐 줘요.’

따앙! 따앙! 따앙!

치이이이익-!

단조가 끝난 파브라늄이 담금질의 단계에 돌입한다.

붉게 달궈졌다가 식은 금속이 휘황찬란한 금빛을 발산했다.

‘당신의 아들이 당신의 가르침을 받들어 신과 대적하는 모습을……!’

따앙-! 따앙-! 따앙!!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 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 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숨결> 효과가 발동합니다!]

[극도로 집중하여 <전설적 대장장이의 인내심> 효과가 발동…….]

[…….]

[…….]

낮과 밤의 구분이 없는 아스가르드.

고요한 하늘 아래, 그리드의 첫 번째 작품이 완성됐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을 제작하셨습니다!]

새로운 대장장이 망치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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