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템빨-743화 (738/1,794)

템빨 41권 - 21화

‘연살파극 후에 초연이나 연살만 써도……!’

총 6개의 검무를 연계할 수 있는 셈!

하지만.

‘과연 연살파극처럼 완전히 새로운 검무가 탄생하게 될까?’

단지 연살파극과 초연을 순차적으로 사용할 뿐이라면 의미가 없다. <연살파극초연>이라는 이름의, 전혀 새로운 스킬이 탄생해야만 진정한 융합 스킬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으음…….”

그리드는 영 찝찝했다.

4융합 검무만 해도 여러 신들이 반발을 일으킬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하지 않는가?

5융합 검무는 유라조차도 일격에 죽음에 이르게 만들었다고 한다.

6융합 검무는 당연히 경천동지할 만한 위력을 뽐낼 게 뻔했다.

그럼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시스템이 6융합 검무를 인정할까?

S.A그룹이 매번 운운하는 그놈의 ‘밸런스’ 때문에 6융합 검무는 아예 존재조차 않는 게 아닐까?

‘어째 불안하다?’

그리드는 상기했다.

자신의 기대가 현실로 이뤄진 경우가 지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맞다.

여태까지 그리드가 취해 온 이득 대부분은 ‘우연’의 산물이었다. 의도적으로 이득을 얻은 경우는 드물었다.

물론 그 우연도 ‘노력’이라는 수단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니, 너무 걱정 말자. 설령 6융합 검무는 존재하지 않을지 몰라도.’

5융합 검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미 분신이 5융합 검무의 존재를 증명해 주었다.

‘5융합 검무는 충분히 만들 수 있게 될 거야.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지겠지. 더군다나.’

강화된 연살파극의 자체적인 성능만 놓고 봐도 이미 충분히 유혹적이었다. 특히 3시간이나 되던 재사용 대기 시간이 30분으로 줄어든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솔직히 3시간은 너무 길었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느라 평범한 사냥터에서는 아예 사용할 엄두조차 못 냈을 정도다.

아무리 궁극기라도 그렇지, 재사용 대기 시간이 3시간이나 되다니?

도대체 어느 직업의 궁극기가 이토록 오랜 재사용 대기 시간 페널티를 받는단 말인가?

‘공격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이 뭐 이리 기냐고.’

역시, 연살파극을 강화하는 것이 맞다.

고민 끝에 결정을 내리려던 그리드가 문득 의문을 느꼈다.

‘아니, 굳이 공격 스킬에 집착할 필요가 있나?’

파그마의 후예는 대장장이다. 대장장이 기술을 강화시키는 편이 더 좋을 수도 있다.

‘혹시 알아? 신화 아이템 제작 확률이 올라갈지?’

모든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파그마의 후예의 최대 강점!

그리드는 모든 부위의 아이템을 신화 등급으로 도배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투구도, 갑옷도, 신발도, 장갑도, 심지어 망토와 왕관까지도 죄다 열망의 무아검급 아이템을 착용한다면?’

5융합 스킬이 없어도 훨씬 강하지 않을까?

‘템빨…….’

그래, 게임의 진리는 템빨이다.

스킬?

결국 템빨 아래다.

템빨이 강할수록 사용하는 스킬이 강해지게 마련이고, 템빨이 강할수록 스킬을 맞을 때 입는 피해량도 줄어들었으니까!

고민 끝에 그리드는 <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을 강화할 시 변동되는 사항을 확인했다.

<眞-(신의 기술을 넘보는)전설적 대장장이의 기술>

<제작> 버튼이 활성화되며 아이템 제작에 걸리는 시간이 대폭 감소합니다.

최소 에픽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다소 높은 확률로 유니크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일정 확률로 레전드리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일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희박한 확률로 신화 등급 모작이나 신화 등급의 아이템이 제작됩니다.

*제작 아이템의 모든 능력치가 30% 상승합니다.

*신화 등급의 아이템 제작 시 모든 능력치가 20, 대륙 전역 명성이 1,000 오릅니다.

*신화 등급 아이템의 제작 횟수가 3회가 될 때마다 특수한 일이 발생합니다.(현재 2/3)

*강화된 스킬은 레벨이 마스터로 고정됩니다.

“하……?”

그리드의 말문이 닫혀 버렸다.

<제작> 버튼 활성화!

일반적인 대장장이들과 마찬가지로 아이템을 자동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며, 아이템 제작에 걸리는 시간 또한 대폭 감소한다고 한다.

‘최소’ 에픽 등급 아이템 제작!

앞으로는 ‘노말이나 레어 등급의 아이템이 뜨면 어쩌지?’ 하는 근심 걱정 따위 버려도 좋다는 뜻!

‘그리고 유니크, 레전드리, 신화 등급 아이템의 제작 확률 상승이라니……!’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본래 그리드가 제작하는 아이템의 능력치는 21퍼센트 상승했었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것이었다. 보통 대장간에서 구할 수 있는 평범한 롱 소드의 공격력이 100일 경우, 그리드가 제작하는 평범한 롱 소드의 공격력은 121이었으니 한 등급 높은 아이템으로 취급해도 좋을 정도였다.

한데 강화된 대장장이의 기술은 그리드가 제작하는 아이템의 능력치를 30퍼센트 상승 적용시켜 준다는 것이다.

공격력 2,000짜리 신화 등급의 무기를 제작할 경우 추가 적용되는 공격력이 무려 600이 된다.

‘그리고 신화 아이템을 제작할 때마다 상승하던 스탯량이 10에서 20으로 상향……!’

꿀꺽……!

마른침 삼키는 그리드의 동공이 떨린다.

연살파극을 강화시키느냐, 대장장이 기술을 강화시키느냐.

도무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건 아무래도 더 많이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은데…….’

개인의 힘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사실, 그리드는 이번 사건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혼자 아무리 강해지면 뭐 하는가?

결국 몸은 하나다.

자신이 무슨 소설 속 홍길동도 아니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나 모두를 구할 수는 없는 법이다.

차라리 대장장이 기술을 강화시키고, 모든 동료들과 부하들의 템빨을 강화시키는 편이 앞으로 행보에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그건 확실해. 대장장이 기술을 강화시키는 편이 여러모로 유리해진다.’

대장장이 기술을 강화시킨다고 해서 그리드 본인이 약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리드 본인도 템빨을 강화하고 더 강해질 수 있었다.

다만.

‘검무를 강화시키는 것처럼 극적으로 강해질 순 없겠지. 상당한 시간과 운도 필요할 테고…….’

선택의 기로에 선 채 망설이는 그리드의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원래부터 높은 콧대와 각진 턱선 탓에 동안과는 거리가 먼 얼굴이었다고 하나, 최근 그의 얼굴은 연령대보다 많이 성숙해 보였다.

더 큰 힘을 얻을수록,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고민해야 할 일이 늘어난 탓에 얼굴에 수심이 생긴 까닭이다.

“…아, 미안. 그러고 보니까 왜 만나자고 한 거야?”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을 상념에 잠겼던 그리드가 곁에 있는 데미안을 문득 떠올렸다.

어색하게 웃는 그를 안쓰럽게 지켜보던 데미안이 고개를 숙였다.

“우선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교황청 수호 퀘스트, 그리드의 도움으로 클리어한 것이 아니다. 데미안이 추측하기로 그리드가 없었더라도 반드시 클리어할 수 있는 퀘스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감사하는 이유는 아이린과 로드가 무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리드가 와 주지 않았다면 아이린과 로드 두 사람은 위험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데미안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이린과 로드의 죽음이 그리드에게 얼마나 큰 악영향을 미치게 됐을지. 그들의 죽음을 보고 폭주하게 된 그리드가 Satisfy를 어디까지 몰락시켰을지.

또한 귀엽고 사랑스러운 제자 로드의 죽음이 자신을 얼마나 슬프게 만들었을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욱신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데미안이 곧바로 본론을 꺼낸다.

“사실 문제가 생겼습니다.”

“문제?”

교황청을 습격했던 야탄교 교인들을 모조리 해치우거나 생포한 마당에 또 무슨 문제?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리드에게 데미안이 빛나는 검을 건넸다.

온통 금색의 검.

최초의 성검이었다.

“아…….”

그리드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파그마의 지식조차도 성검을 이루고 있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못했으니 놀랍고 흥미로웠다.

황금도, 아다만티움도, 당연히 파브라늄도 아닌 금색의 물질.

자세히 살펴보면 유리처럼 투명하고, 손등으로 두들겨 보면 맑은 소리가 흐른다.

쉽게 깨질 것 같은 성질의 금속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성검의 위력을 이미 직접 목격한 그리드이다.

이 알 수 없는 황금의 물질이 표면적인 특징과 달리 한없이 단단하고 날카롭다는 사실, 이미 알고 있다.

“이게 왜? 아……!”

뭐가 문제라는 거지?

이해하지 못하던 그리드가 뒤늦게 눈치챘다.

성검의 표면 곳곳에 작디작은 회색 반점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스윽.

회색 반점을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자 표면이 거칠었다.

돌이다.

석화의 흔적이었다.

데미안이 설명했다.

“원죄의 돌의 저주가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는 성검이 다시 원죄의 돌에 봉인당하고, 신성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도대체 그 원죄의 돌이라는 게 뭔데?”

“천상의 신들을 지상으로 끌어내고 새로운 신으로 등극하려고 했던 칠악성들의 저주가 깃든 돌이라고 전해집니다. ‘모든 종류의 신성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힘을 지녔죠. 신을 부정하는 타락한 힘이라고 할 수 있죠.”

“…흠.”

타락한 힘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합할까?

이미 신과 칠악성들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는 단계의 그리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하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데미안은 교황.

레베카 여신을 향한 그의 신뢰는 절대적일 것이기에, 굳이 그 앞에서 레베카 여신을 의심하고 혼란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 어떤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때가 아니야.’

데미안에게는 교황으로서의 역할이 있고, 그 역할을 떠넘긴 사람이 다름 아닌 그리드 본인이다.

확실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혼란을 줄 수는 없다.

판단한 그리드가 목구멍까지 치솟는 의문들을 간신히 억누르는 그때.

“여신의 신탁입니다.”

“……?”

데미안이 그리드에게 성검을 건네주었다.

“최초의 성검을 온전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띠링~

[새로운 퀘스트 <최초의 성검 정화>가 생성되었습니다.]

<최초의 성검 정화>

종류:전직 퀘스트

당신의 대장장이 기술은 이미 신의 기술을 넘보는 수준에 도달하였습니다.

신들에게 증명하십시오!

당신의 대장장이 기술은 이제 전대 파그마와 비견된다는 사실을!

최초의 성검을 완벽하게 정화시키고 전대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십시오!!

퀘스트 클리어 조건:최초의 성검을 정화

퀘스트 클리어 보상:새로운 파그마 스토리 개방. 새로운 파그마의 검무. 여신의 축복

“……!?”

그리드의 숨이 턱하니 막혔다.

이 얼마 만의 새로운 전직 퀘스트란 말인가?

새로운 파그마의 스토리를 알게 되고, 새로운 검무를 얻게 될 기회!

특히 새로운 검무는 무려 수년 만에 얻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두근! 두근! 두근!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그리드의 심장박동 소리가 빨라진다.

그는 보상 목록에 있는 ‘여신의 축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연살파극과 대장장이 기술 전부를 강화할 수 있을지도……!’

***

<“빛이 너무 밝은 나머지 눈을 감고 말았나? 반신이라고 해 봐야 장님보다 나을 것이 없구나.”

조롱하는 광대왕의 얼굴에 쓴 미소가 번졌다. 광대왕은 일곱 선인들을 동정하고 있었다.>

“…….”

석판의 글귀를 응시하는 청년의 눈빛이 차분하다.

다만, 그의 곁에 선 중년인은 극도로 큰 혼란을 느끼는 눈치였다.

“도, 동정? 선인? 이 무슨 궤변이란 말인가! 그래, 이건 조작된 것이 분명하오! 후세의 사람들과 신들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칠악성들의 악독한 속임수외다……!!”

구사르.

그는 신들의 참뜻을 이해하고자 온 대륙을 누비는 순례자이다. 그가 알고 있는 광대왕과 칠악성의 일화는 석판에 담긴 내용과 완전히 달랐다.

석판의 글귀는 분명히 잘못됐다.

광대왕의 시점에서 쓴 역사가 칠악성을 선인이라고 표기한 것부터가 큰 문제였다.

“어서 그 석판을 내려놓으시오! 악마가 어딘가에 숨은 채 우리들을 비웃고 있을 게요!!”

맹렬히 부정하며 석판을 외면하는 구사르와 달리.

‘…과연 그랬군.’

동요하지 않고 석판을 주시하는 흑발 청년 크라우젤은 진실을 엿본다.

그는 직감했다.

‘그리드, 하스터, 아그너스. 그리고 나……. 조만간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게 되겠군.’

누군가는 선을 들춰내고자 할 것이고, 누군가는 악에 머무르려 할 것이다.

“…….”

잠자코 선 크라우젤의 등에 흑색으로, 백색으로 점멸하는 날개의 환영이 나타났다가 흩어져 사라진다.

그리드, 아그너스, 그리고 하스터에 이어서 칠악성 스킬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기겁한 구사르가 소리쳤다.

“그대가 악마였는가……!!”

“아니, 그건 아직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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